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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별일없음
“네가 5년 동안 숨겨 온 남자친구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런 쓰레기 하나 때문에 아무 사람이나 만나 결혼하면 안 되잖아!”

나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렇게 약해 보여? 결혼은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게다가 아무 사람도 아니고... 집안끼리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야. 한동안 못 만났을 뿐이지.”

거짓말은 아니었다.

성진우와의 결혼은 정략결혼이라기보다, 어릴 적 부모님끼리 정해 놓은 혼약을 이제야 이행하는 셈이었다.

만약 강우성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 성진우의 아내가 되어 있었을지도 몰랐다.

강지영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정말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강지영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웃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 결혼식 날엔 네가 내 신부 들러리 해줘야 하잖아.”

“들러리?”

그때, 방문이 열리며 강우성이 무심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강우성의 곁에는 또 다른 여자가 서 있었다.

강우성이 말했던 그대로였다.

강우성의 옆자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지만, 오직 나만은 예외였다.

강우성은 방 중간쯤에 멈춰 서서 자리를 한 번 훑은 다음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누가 결혼한다는 거야?”

나는 대답하려는 강지영을 붙잡고 얼버무렸다.

“아니에요, 오빠는 웬일이에요?”

그때 강우성 옆에 있던 여자가 천진난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내가 오빠한테 같이 가자고 했어요. 오빠 가족이랑 친구들도 한번 만나 보고 싶어서요.”

“안녕하세요. 허선아라고 해요.”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허선아가 내게 던지는 시선에는 묘한 적의가 서려 있었다.

강지영은 워낙 털털한 성격이라, 별 생각 없이 허선아를 데리고 저쪽으로 가 노래를 고르기 시작했다.

강우성은 내 옆자리에 앉아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술잔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남자친구 좀 찾아봤어?”

나는 강우성을 힐끗 쳐다봤다.

“내 연애사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요?”

강우성은 낮게 웃으며 내게 바짝 다가와 재미있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사후관리라고 생각하면 되지.”

“도저히 못 찾겠으면 내가 골라 줄까?”

“걱정 마, 나랑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야.”

“적어도 열이 나는 사람에게 피임 도구 심부름을 시키진 않을 거야. 여자들을 줄줄이 데리고 와 네 앞에 보이는 일도 없을 거고.”

“무조건 너 하나만 바라보는 남자, 어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니까 강우성은 자기가 했던 짓들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애초에 몰랐던 게 아니었다.

그저 신경을 안 썼을 뿐이거나, 아니면 나를 하나의 재밋거리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털어 넣고는 고개를 돌려 강우성을 향해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나, 곧 결혼하거든요.”

순간 방 안에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우성의 이마가 깊게 구겨지고, 그 깊은 눈동자 속에 처음으로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

강우성은 낮게 입을 열었다.

“그런 농담은 안 좋아해.”

나는 대답 대신 옅게 웃기만 할 뿐, 굳이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바로 그때, 허선아가 술잔 하나를 들고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의도인지 실수인지 모르지만, 발이 살짝 꼬이는가 싶더니 잔에 담긴 술이 고스란히 내 옷 위로 쏟아졌다.

허선아는 곧바로 입을 가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내가 너무 덜렁거렸네요. 괜찮아요?”

강우성은 얼굴을 굳힌 채 차갑게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너랑 상관없어. 여기서 거슬리게 있던 사람이 잘못이지.”

“오빠, 무슨 소리야! 그게 서윤이랑 무슨 상관이야?”

강지영은 내 앞을 막아서며 나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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