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35. 아이

Author: 복순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7 15:40:17

박정숙은 이서하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터무니없는 소리라도 들은 사람 같았다.

“이혼하겠다고요. 강신혁 씨와 이혼할 거예요.”

이서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다시 한번 말했다.

“너 미쳤니?”

박정숙이 벌떡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나 있어? 어렵게 강씨 집안에 시집가서 남들은 꿈도 못 꿀 호강을 하게 됐는데, 감히 이혼을 하겠다고?”

이상철의 표정도 굳어졌다.

“서하야, 그만 좀 해라. 부부 사이에 다투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냐? 신혁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 주는데, 대체 뭐가 불만이야?”

“잘해 준다고요?”

이서하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두 분 눈에는 돈밖에 안 보이죠!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는 했어요?”

“네가 뭐가 궁금할 게 있니? 먹고사는 걱정도 없고, 그렇게 큰 집에서 살면서 사람까지 두고 지내잖아. 그럼 대체 뭐가 부족해?”

박정숙은 점점 더 흥분했다.

“신혁이한테 시집가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6년간 사랑받지 못한 아내   36. 밤

    식당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박정숙은 멍하니 딸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방금 뭐라고 했니? 결혼한 지 6년이나 됐는데, 한 번도 너를 건드리지 않았다고?”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신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그가 아니라고 부인해 주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강신혁의 표정이 조금 굳었지만, 그는 곧바로 반박하지 않았다.“어머니, 아버님. 오해하지 마세요.”그는 이내 평소의 온화한 표정을 되찾았다. 이서하를 바라보는 눈빛과 목소리에는 난처한 기색마저 묻어났다.“서하는 예전에 크게 다친 뒤로 몸이 계속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서하의 몸이 걱정됐을 뿐이에요. 무리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나지막이 덧붙였다.“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서하가 편히 쉬면서 건강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박정숙은 그 말을 듣자 놀란 표정이 서서히 안쓰러운 기색으로 바뀌었다.“아이고, 그런 거였군요. 신혁 씨가 서하를 그렇게까지 배려해 주고 있었네요.”그러고는 곧바로 딸을 돌아보았다.“너도 좀 들어 봐라! 신혁 씨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널 생각해 주는데, 그런 일까지 굳이 입 밖에 내야겠니? 부부 사이의 사적인 일을 어떻게 부모님 앞에서 이야기할 수가 있어?”이서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문득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머니는 지난 6년 동안 자신이 어떻게 지냈는지 단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남편이 자신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가장 먼저 돌아온 건 철없는 딸을 나무라는 말이었다.“그러게 말이다.”이상철도 미간을 찌푸렸다.“신혁 씨가 얼마나 바쁜데, 네 몸까지 신경 써 주고 있잖니. 그런데 아내라는 네가 남편을 이해해 주지는 못할망정, 왜 그렇게 배려할 줄을 모르니? 남자가 밖에서 일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은데, 집에 돌아와서까지 신경 쓸 일을 만들어야겠어?”“게다가 몸도 불편한 네가 남편을 더 잘 챙겨 줘야 하는 거 아니니?

  • 6년간 사랑받지 못한 아내   35. 아이

    박정숙은 이서하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터무니없는 소리라도 들은 사람 같았다.“이혼하겠다고요. 강신혁 씨와 이혼할 거예요.”이서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다시 한번 말했다.“너 미쳤니?”박정숙이 벌떡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나 있어? 어렵게 강씨 집안에 시집가서 남들은 꿈도 못 꿀 호강을 하게 됐는데, 감히 이혼을 하겠다고?”이상철의 표정도 굳어졌다.“서하야, 그만 좀 해라. 부부 사이에 다투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냐? 신혁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 주는데, 대체 뭐가 불만이야?”“잘해 준다고요?”이서하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두 분 눈에는 돈밖에 안 보이죠!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는 했어요?”“네가 뭐가 궁금할 게 있니? 먹고사는 걱정도 없고, 그렇게 큰 집에서 살면서 사람까지 두고 지내잖아. 그럼 대체 뭐가 부족해?”박정숙은 점점 더 흥분했다.“신혁이한테 시집가지 않았으면 네가 지금처럼 살 수 있었겠어? 그때 다쳐서 일도 못 하게 된 널 누가 데려갔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감히 이혼을 입에 올려?”“제가 이혼하면 더는 돈을 뜯어낼 수 없으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가끔은 정말 제가 두 분 친딸이 맞는지 묻고 싶어요.”“너 지금 무슨 태도야?”박정숙은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화를 내더니 손을 들어 이서하의 뺨을 후려쳤다.짝!식당 안에 날카로운 뺨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서하의 얼굴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귀 안쪽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어떻게 서하한테 손을 대세요?”강신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손을 올리려는 박정숙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만하세요. 더는 때리지 마세요.”박정숙은 마지못해 손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신혁 씨, 신경 쓰지 말아요! 당신이 이렇게 잘해 주는데도 저렇게 제멋대로 굴잖아요! 고마운 줄도 모르고!”강신혁은 그녀의 손목을 놓고 이서하를 바라보았다.“어머니, 서

  • 6년간 사랑받지 못한 아내   34. 이제 그만 돈을 요구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멀미가 조금 나는 것 같아서요.” 이서하는 담요를 걷어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강신혁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차의 속도를 늦췄다. “그럼 기대서 좀 쉬어. 도착하면 깨워 줄게.” 그녀는 가볍게 대답하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친정집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마자 박정숙이 환한 얼굴로 달려 나왔다. “어머, 신혁 씨 왔어요? 오는 길에 고생 많았죠?” 그녀는 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강신혁의 팔부터 반갑게 붙잡았다. 강신혁은 차에서 내린 뒤 트렁크를 열었다. 안에는 여러 개의 선물 상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상철을 위한 맞춤 제작 와인잔 세트, 박정숙을 위한 고가의 코트, 이준우에게는 한정판 손목시계까지. 그 밖에도 값비싼 차와 술이 여러 상자 들어 있었다. 이서하는 선물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분명 가족들이 강신혁에게 갖고 싶다고 넌지시 이야기했던 물건들일 터였다. 오늘 이런 선물을 받으면 내일은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될 게 뻔했다.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강신혁이 선물을 꺼내려는 순간, 박정숙이 웃으며 말했다. “서하야, 뭐 하고 있어? 얼른 안으로 옮기지 않고. 신혁 씨 계속 밖에 서 있게 할 거니?” 강신혁이 선물 상자를 대신 들어 주려 하자, 박정숙이 얼른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말렸다. “아이고, 괜찮아요. 서하가 들면 되죠. 남편이 하는 일마다 다 대신해 주면 어떡해요? 아내라면 남편을 잘 챙겨야지, 매번 남편 손을 빌려서야 쓰겠어요?” 이상철도 맞장구를 쳤다. “그럼요. 신혁이는 얼른 들어와서 앉게. 이런 일까지 직접 할 필요 없어.” 이서하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선물 상자들을 들어 올렸다. 집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선물들을 거실에 내려놓았다. 박정숙과 이상철은 상자를 보자마자 각자 자신이 원하던 물건을 알아보고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 와인잔 정말 예쁘네! 내가 한 번 지나가듯 말했을 뿐

  • 6년간 사랑받지 못한 아내   33. 친정으로

    다음 날 아침, 이서하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강신혁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는 막 준비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놓여 있었다.그녀를 발견한 강신혁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손짓했다.“일어났어? 이리 와서 아침 먹어.”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어젯밤의 불쾌한 일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이서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오늘 친정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일단 뭐라도 먹어. 배고프지 않게.”강신혁은 샌드위치를 그녀 앞으로 밀어 주고 우유도 건넸다.“고마워요.”“갑자기 왜 이렇게 깍듯하게 굴어?”그가 웃으며 그녀의 뺨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해 주었다.“봐. 지금처럼 지내니까 얼마나 좋아. 조용하고, 나한테 괜히 투정도 부리지 않고. 네가 계속 이렇게 얌전하게 굴었으면 우리도 매번 싸울 일은 없었을 거야.”이서하는 우유잔을 쥔 손을 살짝 멈췄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숙인 채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강신혁은 그런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드는 듯 말을 이었다.“친정에 가는 게 좋다면 앞으로 자주 데려다줄게.어차피 그렇게 번거로운 일도 아니잖아. 시간 조금만 내면 되니까.”이서하는 시선을 내리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좋다고?그 집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는지, 이제는 거의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어릴 적 부모님은 늘 그녀가 누나이니 철이 들어야 한다고, 동생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집에 좋은 것이 생기면 언제나 동생부터 챙겼고, 그녀가 무언가를 원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았다.‘네가 누나잖아.’그녀가 모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한 뒤로는 부모님의 요구도 달라졌다.많이 먹으면 살이 쪄서 일에 지장이 생긴다며 음식을 마음껏 먹지도 못하게 했다.심지어 집에 돌아와 함께 밥을 먹을 때조차 그녀를 위한 밥그릇과 수저는 식탁 위에 놓여 있지 않았다.‘적게 먹는 게 다 너를 위해서야. 모델은 몸매가 곧 자산이잖아.’부

  • 6년간 사랑받지 못한 아내   32. 네가 어떤 신분인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이서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거실에는 통창 너머에서 희미하게 스며드는 불빛만이 남아 있었다. 신발을 막 갈아 신었을 때, 소파 쪽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어?” 강신혁은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물 한 잔이 들려 있었다. “오늘 어디 갔다 온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 이서하는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 “친구 만나고 왔어요.” “친구?” 강신혁이 고개를 들었다. 마치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가 언제 친구라는 사람까지 생겼는지 모르겠네.” 이서하는 그와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방으로 올라가려던 순간이었다. “거기 서.” 강신혁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내가 묻고 있잖아.” “그냥 친구랑 밥 한 끼 먹었어요.” “오늘 그 남자 말이야?” 이서하는 걸음을 멈췄다. 굳이 부정하지는 않았다. 강신혁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언제부터 알던 사이야? 그 남자가 직접 집까지 데려다줄 정도로 가까워졌어?”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이서하는 더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무덤덤한 태도는 강신혁에게 오히려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문득 물었다. “오늘 연회장에서 그 남자랑 무슨 얘기를 했어?” 이서하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얘기요?” “모르는 척하지 마. 그 남자가 나랑 나영이 사이를 어떻게 알고 있었겠어? 알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집안일을 전부 털어놓은 거야?” 그제야 이서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강신혁은 여전히 자신이 서도윤에게 그 일을 알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과 권나영 씨가 부부인 척했던 일 말이에요?” “부부인 척이라니? 사람들이 오해한 것뿐이야. 굳이 내가 나서서 해명할 필요는 없었어.” 강신혁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나영이와 나는 알고 지낸 지

  • 6년간 사랑받지 못한 아내   31. 강신혁에게서 걸려 온 전화

    “그래도 이렇게 귀한 걸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서도윤은 그녀의 뜻을 알아듣고 더는 권하지 않았다. 대신 열쇠를 거두어 옆에 있는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그럼 일단 여기에 둘게요. 선배가 오고 싶을 때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시간은 제가 맞출게요.”그는 더 이상 그녀를 설득하지 않고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어딘가 어색하고 뻣뻣한 자세를 취했다.이서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선배, 기억나세요? 저 처음 같이 작업했을 때 엄청 어설펐죠?”그녀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때는 발도 제대로 못 떼서 내가 몇 번이나 가르쳐 줬잖아요.”“그렇게까지 못했어요?”“네.”서도윤은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짚었다.“선배, 저한테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체면은 좀 세워 주셔야죠.”이서하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녀가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는 모습을 보자 서도윤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잠시 후,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래도 그때는 정말 선배 덕분이었어요.”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진지해졌다.“그때는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너무 무서웠거든요. 연습은 몇 번이고 했는데, 막상 무대에 오를 생각만 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이서하는 그때의 일이 떠오른 듯 웃으며 말했다.“그날은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 했잖아요.”“맞아요.”서도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선배는 귀찮아하지도 않고 끝까지 저랑 연습해 주셨잖아요. 그때 선배가 그랬죠. 한 걸음 잘못 내디뎌도 괜찮다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만 잊지 않으면 된다고요.”그는 몸을 돌려 이서하를 바라보았다.“그 말,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이서하는 잠시 멍해졌다.자신은 그때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그런데 서도윤은 그 말을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그러니까 선배.”서도윤은 서두르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선배도 너무 서두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