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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Author: 꽃길
“어쩐지 이혁 씨 요리 실력이 좋더라니. 집에서 입맛 제대로 길러졌나 봐요.”

강요나가 주방 문에 기대 서서 툭 던지듯 말했다. 귓속말을 나누고 있던 이 부인과 임솔은 깜짝 놀랐다.

“여긴 왜 와?”

이 부인의 눈에는 적의가 담겨 있었다. 어디를 봐도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그럴수록 강요나는 더 거리낌이 없었다.

“임솔 씨랑 얘기 좀 하려고요.”

임솔은 따귀 한 대면 이 여자가 얌전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이혁을 부추겨 집 안까지 따라 들어오다니 이건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저도 마침 강요나 씨랑 할 얘기가 있어요.”

임솔은 이 부인을 한 번 힐끗 보고는 앞치마를 벗었다. 이 집 며느리 될 사람으로 당당한 기세였다.

강요나 곁을 지나치며 노골적으로 눈을 굴린 뒤 몸을 비켜 거실 소파에 앉았다.

강요나는 우아한 걸음으로 다시 거실로 나왔다. 이청은 눈치껏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었다.

소파 옆에는 커다란 초록 화분이 하나 놓여 있었다. 꽃도 피지 않고 이름도 알 수 없었지만 은은한 향이 나서 꽤 좋았다. 강요나는 식물 옆에 섰다. 잎을 살짝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임솔 씨, 제 얼굴… 이제 붓기는 내려갔죠?”

“가볍게 때린 거예요.” 임솔은 이를 악물었다. 이 부인 앞에서의 얌전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봐라, 이 여자도 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다 똑같다.

“그러게요. 정말 가볍게 때린 것 같아요.” 강요나는 웃으며 눈을 반짝였다. 요염하면서도 위험한 기색이 묻어났다.

“근데 그 한 대가 얼마짜리인지 아세요?” 그러면서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보였다.

“그러니까 더 많이 때렸어야죠. 지금이라도 두 대 더 보태실래요?”

임솔은 얼어붙었다. 뺨 한 대에 그렇게 큰 돈을 줄지는 상상도 못 했다.

“안 믿기세요? 그럼 보여 드릴까요?” 강요나는 정말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거기엔 이혁의 송금 알림이 떠 있었다. 임솔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손끝은 분노로 떨고 있었다. 반면 강요나는 더없이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임솔 씨, 고마워요.”

“강요나.” 임솔은 이를 갈았다.

“뭐가 그렇게 잘났어? 그저 몸 하나 잘 굴리는 거잖아. 이혁 씨가 돈 주는 것도 네가 잠자리를 해주니까 그런 거고.”

명색이 임씨 집안의 아가씨인데 이런 상스러운 말을 내뱉다니. 강요나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하지만 이런 말이 그녀에게 상처가 될 리가 없었다. 이혁 곁에 있었던 세월 동안 이보다 더한 말도 수없이 들어 왔으니까. 임솔의 독설 쯤은 기껏해야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강요나는 화분 잎을 쥔 손에 힘을 줘 잎 한 장을 뜯어 냈다. 코끝에 가져가 향을 맡으며 낮게 웃었다.

“웃어? 웃음이 나와? 너 같은 여자는 여자들의 수치야.” 임솔이 이를 악무는 기세는 강요나를 죽이기이라도 할 것 같았다.

“수치요?” 강요나는 가볍게 웃었다.

“약혼까지 한 여자인데 남자가 잠자리도 안 하려고 하는데… 우리 둘 중 누가 더 수치스러울까?”

임솔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다. 입술이 달싹였지만 분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강요나는 한 치도 봐주지 않았다.

“이봐요. 임솔 씨, 집안 좋고 얼굴 좋으면 뭐해. 이혁이 너 싫다잖아요. 쯧쯧… 생각해 보면 좀 불쌍하긴 해. 나라면 지금이라도 조용히 물러나겠어요. 멀리, 아주 멀리. 자기 체면… 아니지… 임가 체면을 위해서라도.”

“강요나, 입 닥쳐!” 임솔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손을 뻗었다.

강요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환하게 웃었다. “왜? 때리려고? 필요하면 제가 도구라도 찾아줘?”

임솔은 한 대에 5000만원이라는 말이 떠올라 결국 손을 내렸다.

“안 때려?” 강요나가 웃으며 물었다.

이청의 얼굴은 하얘졌다가 붉어졌다가 보랏빛을 거쳐 다시 검게 가라앉았다. 가히 오색찬란했다.

그때 이혁이 들어왔다. 그는 강요나의 환한 웃음을 보며 다가왔다.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오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임솔은 그를 보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강요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비밀이에요. 여자들의 비밀.”

“그래?” 이혁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겹쳤다.

강요나는 그의 옆에 붙어 앉았다.

몸을 반쯤 틀자 엉덩이와 허리의 S라인이 선명했다.

그녀는 그의 귀에 바짝 다가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듣고 싶으면 오늘 밤에 말해 줄게.”

강요나는 일부러 소리를 낮췄지만 임솔 귀에는 또렷이 들렸다.

주방에서 나온 이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괜히들 말하는 게 아니었다. 다른 여자들은 계속 바뀌어도 강요나는 남는다는 말. 이 여자는 확실히 다르다.

“날 유혹하는 거야?” 이혁은 강요나의 손을 잡아 만지작거렸다.

이런 말을 그가 아무 데서나 할 남자가 아니었다. 그의 의미를 강요나는 단번에 알아챘다. 그녀는 일부러 수줍은 척하며 다른 손으로 그의 가슴을 살짝 쳤다.

“그러지 마세요.” 그 말이 떨어지자 문 쪽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역광 속에 선 어떤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강요나의 숨이 순간 멎은 듯했다. 심장만이 빠르고 어지럽게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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