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강서이는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라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지난 7년 동안 가장 신경 썼던 날이, 어느새 중요하지 않은 날이 되어 있었다.오후 회의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사회자는 재치 있게 말하며 일찍 마무리했다. 남은 시간은 다들 데이트에 쓰라는 농담도 덧붙였다.하장현은 강서이에게 저녁에 따로 일정이 없으면 함께 식사를 하자고 물으려고 했다. 이미 식당도 예약해 둔 상태였다.하지만 하장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민두해에게서 전화가 왔다.민두해가 강서이를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민두해의 식사 자리라면 강서이는 반드시 가야 했다.하장현도 뭐가 더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식사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민두해와의 식사 자리에 간 강서이는, 기업인협회에서 본 낯익은 사람들을 만났다.물론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상대는 젊었다. 서른 남짓으로 보였고, 외모도 눈에 띄었다.특히 분위기가 자리의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민두해가 상대의 신분을 소개하고 나서야 강서이는 왜 그렇게 느꼈는지 알았다.상대는 기업인이 아니라 공무원이었다.직급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민두해의 식사 자리에 올 정도라면 배경이 단순할 리 없었다.남자는 젠틀하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강 대표님, 안녕하세요. 배준석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저도 반갑습니다.” 강서이는 예의를 갖춰 답했다.강서이는 인사가 이쯤에서 끝날 줄 알았다.하지만 배준석은 다시 말했다. “강 대표님 명성은 알고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꼭 뵙고 싶었고요.”강서이는 조금 뜻밖이었다.배준석이 설명했다.“‘문심’ 발표회 영상을 봤고, R시 AI 서밋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때 강 대표님이 워낙 인상 깊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우리 배 과장이 이성에게 이렇게 관심 보이는 건 드문 일인데?”옆에서 누군가 농담을 던졌다.“강 대표도 미혼이라고 들었는데, 두 분이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강서이는 여성으로서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배
강윤희는 강서이의 손을 잡고 물었다. “아직 힘드니?”“다 지나갔어요.”힘든 마음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강서이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끝없는 자기 감금으로 이어질 뿐이었다.강서이는 앞만 보고 싶었다.강윤희는 인생을 먼저 살아 본 사람의 말투로 말했다. “사람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져야 해. 마음으로 쌓은 감옥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네.”강윤희는 강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밥 먹자.”“맞다, 엄마. 저희가 헤어진 걸 알면서 왜 민도하를 집에 오게 했어요?”“딱 한 번이었는데 네가 본 거야.” 강윤희도 난처해했다.“재검 예약은요?”강윤희가 설명했다. “그때 네가 바빴잖아. 그래서 나 혼자 병원에 가서 재검을 받으려고 했는데, 절차를 잘 몰라서 이틀이나 헛걸음을 했어. 도하가 어디서 들었는지 예약을 도와줬고.”“예전에 네가 도하한테 해 준 게 그렇게 많은데, 겨우 그 정도 도움을 받는 거라서 마음은 편했어.”“그래도 나중에는 분명히 말했어. 앞으로는 나 찾아와서 신경 쓰게 하지 말라고.”강서이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말이 너무 맞아서 반박할 수가 없네요.”강서이는 한동안 걱정했던 일이 이렇게 가볍게 풀릴 줄은 몰랐다.이것도 나쁘지 않았다.원래는 설 연휴 동안 집에서 쉬기로 했지만, 강서이는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회사로 나가 야근을 시작했다.떠날 때 강윤희는 음식으로 가득 찬 상자 두 개를 챙겨 주었다.손수 빚은 만두와 갈비찜, 잡채 같은 음식들이었다.집에 가면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먹을 때 데워 먹으라고 했다.바쁘면 강서이가 제대로 밥을 챙겨 먹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강서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이웃 할머니 이복자를 만났다.이복자가 말했다. “서이야, 남자친구는 데리러 안 왔어?”“헤어졌어요.”놀란 이복자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강서이가 떠난 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쩌다 헤어졌을까? 참 괜찮은 청년이었는데.”
밤 10시가 넘어서야 일을 마친 강서이는, 졸음이 몰려와서 누우려고 침대 쪽으로 갔다.베개 밑에는 강윤희가 넣어 둔 세뱃돈 봉투 두 개가 있었다. 제법 두툼했다.강서이가 기억하는 한, 설과 생일마다 강윤희는 늘 봉투 두 개를 준비했다.강서이는 예전에 왜 두 개를 주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강윤희는 다른 아이들이 두 개를 받으니 너도 똑같다고 답했다.강서이는 알고 있었다. 강윤희가 행동으로 말해 주고 있다는 것을.부족했던 아버지 몫의 사랑을 두 배의 엄마 사랑으로 채워 주겠다는 뜻이었다.그래서 강서이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어도 뭔가 빠졌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그런 가정환경 때문에 주눅 든 적도 없었다.강서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있었다.강서이가 세뱃돈 봉투를 안고 흐뭇하게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확인하지 않아도 누가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강서이가 카톡을 열자 민두해가 보낸 세뱃돈 송금 메시지가 있었다.해마다 그랬듯,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 있었다.이번에는 받지 않았다. 민도하와 이미 헤어졌으니 이 세뱃돈을 받는 건 맞지 않았다.강서이는 민두해에게 평안과 기쁨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고 답장을 보냈다.예년의 민두해는 거의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드물게 한 문장이 돌아왔다. [평안과 기쁨이 함께 하길.]마지막에는 세뱃돈도 잊지 말고 받으라고 덧붙였다.[회장님, 저... 민 대표와 헤어졌어요.]말하지 않은 뜻은 분명했다. 강서이에게는 더 이상 세뱃돈을 받을 자격도 이유도 없다는 뜻이었다.민두해의 답은 짧고 단호했다. [내가 너한테 세뱃돈 주는 게 도하랑 무슨 상관이야? 지금도 나하고 계속 좋은 사이를 유지한 마음이 있으면 받아. 싫으면 받지 말고.]민두해가 이렇게 말하자, 강서이도 감히 더 미루지 못하고 바로 세뱃돈을 받았다.이어 한마디를 보냈다.[회장님, 감사합니다.]자정이 되자 바깥에서는 다시 요란하게 불꽃이 터졌다.시끄럽다고 느낀 강서이는 이어폰을 끼고 바깥 소음을 막은 뒤 편안하게 잠들었다..
하장현이 말했다. “지난 연애가 서이 씨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저도 제 마음을 계속 눌러 왔어요” “하지만 저는 민도하 대표가 아니에요. 서이 씨를 아프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지금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부담을 느끼실 필요도 없어요. 저와 친구로 지내는 게 편하면 친구로 계속 지낼게요.” “다만 제가 서이 씨를 좋아할 권리까지 빼앗지는 말아 주세요.”하장현은 강서이보다 더 진심이었다.“언젠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저를 먼저 떠올려 주실 수 있을까요?”진심 어린 마음은 쉽게 외면하기 어려웠다.강서이는 하장현에게서 한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그런 자신과 닮은 마음을 차마 아프게 할 수가 없어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하장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제가 서이 씨, 아니, 강 대표를 한번 안아 봐도 될까요?”강서이도 한때의 자신을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하지만 결국 강서이가 한 건 하장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는 것뿐이었다.“하 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장현과 하정민을 보내고 난 뒤, 강서이는 바깥에서 찬바람을 조금 맞았다.머릿속이 가라앉자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강 건너편에서 불꽃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밤하늘 한쪽이 환하게 밝아졌다.올해 설에는 드물게 비가 오지 않았다.강 양쪽 둔치에서 불꽃놀이가 이어졌지만, 맞은편 불꽃이 특히 더 화려하고 선명했다.강서이는 잠시 멈춰 서서 바라봤다.그때 서한승에게서 전화가 왔다.강서이가 전화를 받자 서한승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이야, 새해 복 많이 받아.]“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서이도 말했다.[불꽃 봤어?]서한승이 물었다.강서이는 의아했다.“제가 불꽃 보는 줄 어떻게 알았어요?”서한승이 말했다. [그냥 한번 맞춰 봤어.]“강 건너편 불꽃, 선배님이 쏘는 거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죠?”[정답. 상으로 뭐 받고 싶어?]강서이는 멈칫했다. “진
예전에는 설에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곤 했다.인터넷이 보편화된 뒤로는 문자와 카톡으로 새해 인사를 보내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올해 강서이가 받은 새해 인사는 유난히 많았다.강서이는 이제 그로스캐피탈 대표였고, ‘문심’의 영구 파트너였다.예전처럼 민도하 뒤를 따라다니며 존재감도 없던 강 비서가 아니었다.‘돈이 최고야.’‘돈이 남자보다 훨씬 믿을 만해.’강서이는 몇몇 인사에만 답장을 보냈고, SNS에도 설 인사를 올렸다.[평안과 기쁨이 함께 하길.]강서이가 해마다 설이면 올리던 문구였다.예전에 민도하가 물은 적이 있었다. 왜 남들은 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쓰는데, 강서이만 평안과 기쁨이라고 쓰는지.강서이는 엄마가 아픈 뒤로 깨달았다고 했다. 복 많이 받는 것보다 편안하게 지내는 게 먼저라는 걸.평안과 기쁨이라는 말에는 즐거움도 담겨 있지만, 가족의 무탈함과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 더 깊게 들어 있었다.SNS 글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 알림이 떴다.[평안과 기쁨이 함께 하길.]강서이는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 별다른 기억이 없는 프로필 사진이었다.닉네임도 낯설었다. ‘온도 낮춤’이라고 되어 있었다.게시물은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어서 새 계정처럼 보였다.아마 예전에 어느 협력 자리에서 추가한 사람일 것이다.강서이는 친구를 잘 지우는 편이 아니다.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친구 목록에서 삭제하지 않았다.낯선 사람이라 답장은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설 식사를 준비했다.하장현과 하정민은 강서이 집에서 식사를 마친 뒤에도 한참을 더 놀다 갔다.하정민은 강서이에게 요즘 생긴 고민을 털어놓았다.학교에서 어떤 남학생이 꽤 적극적으로 따라다닌다는 이야기였다.맛있는 간식을 사 오려고 줄을 서고, 도서관 열람실 자리까지 대신 잡아 준다고 했다.어쨌든 좋은 사람 같다고 했다.강서이는 듣고 나서 말했다. “큰 노력도 아닌 일에 쉽게 감동하면 안 돼.”하정민은 무심한 척 하장현을 슬쩍 바라봤다.이 질
설이 다가오는데도 강서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강윤희와 시간을 보낼 틈조차 없었다.출장길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던 강서이는 강윤희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재검을 꼭 받으라고 당부했다.강윤희는 지난주에 이미 병원에 다녀왔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강서이는 잠시 말을 멈췄다. “엄마 혼자 다녀왔어요?”[아니. 도하가 같이 가 줬어.]강서이는 바로 미간을 바로 찌푸렸다. 민도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몰랐다.강서이는 진작부터 민도하에게 말했다. 엄마를 찾아가 귀찮게 하지 말라고.강서이는 더는 강윤희에게 숨기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민도하와 이미 헤어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했다.“엄마, 사실 저랑 민도하는 이미...”그때 옆에 있던 하장현이 강서이를 불렀다. “강 대표, 탑승 시작됐어요.”강서이는 말을 멈췄다. 이 이야기는 전화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곧 비행기에 타야 했다. 말만 꺼내 놓고 전화를 끊으면 강윤희가 괜히 더 걱정하고 불안해할 터였다.어차피 곧 설이니 설에 집에 가서 차근차근 말하면 됐다.“아니에요, 엄마. 저 이제 비행기 타야 해서 전화 끊을게요. 몸 잘 챙겨요.”강서이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두 사람의 이번 출장지는 K시였다. 동화투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계약은 순조로웠다.동화투자의 남수환 대표도 강서이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예전에 프라임로드투자 축하 자리에서 강 대표님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꼈습니다.”남수환이 그 일을 꺼내자 강서이는 뒤늦게 기억을 떠올렸다.남수환과 인연이 생긴 건... 민도하 덕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민도하가 강서이를 남수환 앞에 세워서 깊은 인상을 남기게 해 주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당시 경력도 배경도 부족하던 강서이가, 겨우 20억 원대 소규모 프로젝트를 들고 동화투자와 협력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었겠는가?...돌아오는 길, 하장현이 강서이에게 설 연휴 계획을 물었다.“집에 가서 엄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