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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Author: 낙화
정시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 타이밍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 한 마디조차도.

심지어 자기 생각이 맞는지 의심마저 들었다.

구태윤이 정말로 은혜를 갚으려는 걸까?

왜 자꾸만 마음 한구석에 기묘한 이질감이 피어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정석주와 임혜숙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 역시 구태윤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5%는 확실히 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정석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자네 말대로 하지.”

그는 비서를 돌아보며 계약서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정루아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꼿꼿이 세우고 있던 등도 점점 구부러졌다.

3%든 5%든, 정시연에게는 단 1%도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비참한 것은, 자기 심장에 가장 잔인하게 칼을 꽂은 사람이 바로 ‘구태윤’이라는 사실이었다.

정루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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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12화

    “그건 좀...”임혜숙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왜요?”구태윤이 짙은 눈썹을 치켜세웠다.“형수님은 입양된 딸인데도 지분을 챙겨주지 않습니까. 루아라고 안 된다는 법이 있나요? 설마 정말 루아 말대로, 두 분이 대놓고 자식 차별이라도 하시는 겁니까?”사위의 입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니, 두 사람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정석주가 어두운 눈빛으로 구태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갑자기 그렇게 큰 지분을 넘겨주면 이사회 쪽에 명분이 안 서네.”“그건 해결하기 쉽습니다.”구태윤이 덤덤하게 받아쳤다.“두 사람 자질을 키워준다는 핑계로 회사 하나씩 맡겨서 경영 수업을 받게 하세요. 그러면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겁니다.”정루아와 정시연이 실제로 회사를 경영할 줄 아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서 맡기면 그만이었으니까.정석주는 침묵에 잠겼다.임혜숙이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구태윤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한마디 거들었다.“여보, 듣고 보니 확실히 그게 제일 깔끔한 방법 같네.”정석주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자네 말대로 하지.”그리고 비서를 돌아보며 물었다.“방금 들은 내용, 확실히 정리됐나?”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회장님.”정석주가 지시했다.“그럼 곧바로 진행해.”비서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정시연은 한쪽에 서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원래 제 몫이었던 5%의 지분이 3%로 줄어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정루아까지 정원 그룹의 지분을 챙기게 됐다. 그것도 자기보다 더 많이.구태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정녕 그녀에게 은혜를 갚을 생각이 없는 건가?정시연은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을 억누르며 그를 바라보았다.“태윤 씨가 루아를 이렇게까지 끔찍이 챙기는 줄은 몰랐네요. 거짓말한 걸 뻔히 알고도 끄떡 안 하다니. 하지만 루아가 단단히 오해하고 가버렸으니 이걸 어째요?”구태윤은 가늘고 긴 눈매로 그녀를 덤덤하게 응시했다.“루아랑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11화

    정시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이 타이밍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 한 마디조차도.심지어 자기 생각이 맞는지 의심마저 들었다.구태윤이 정말로 은혜를 갚으려는 걸까?왜 자꾸만 마음 한구석에 기묘한 이질감이 피어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정석주와 임혜숙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 역시 구태윤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5%는 확실히 좀 많은 편이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정석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자네 말대로 하지.”그는 비서를 돌아보며 계약서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정루아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꼿꼿이 세우고 있던 등도 점점 구부러졌다.3%든 5%든, 정시연에게는 단 1%도 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었다.무엇보다 가장 비참한 것은, 자기 심장에 가장 잔인하게 칼을 꽂은 사람이 바로 ‘구태윤’이라는 사실이었다.정루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문득 이 지긋지긋한 거래를 더는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일분일초라도 빨리 구태윤과 이혼하고 싶을 뿐이었다.그녀는 형용할 수 없는 실망감으로 얼룩진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내일, 법원에서 봐.”말을 마치고는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병원 밖으로 나오자마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장옥경의 번호를 눌렀다.“루아야, 왜?”장옥경은 전화를 금방 받았다. 목소리엔 다정함이 듬뿍 묻어났다.정루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어머님, 그 거래 더는 안 해요. 태윤이가 정시연이랑 엮이든 말든 관심 없어요. 이제 단 하루도 못 버티겠어요. 태윤이한테 저랑 법원에서 보자고 전해주세요.”장옥경은 순간 멍해지더니, 급하게 되물었다.“루아야, 일단 진정하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정루아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그냥 제가 더는 참기 싫어서 그래요. 어머님, 전 스스로 떳떳해요. 결혼 생활 내내 아내로서 잘못한 적이 없었고, 어머님과 아버님께도 효도했어요. 이 정도면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10화

    비서의 표정이 다소 착잡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정시연 씨, 가시죠.”정루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악에 받쳐 한마디 더 쏘아붙이려던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훤칠한 실루엣의 구태윤이 걸어 들어왔고, 손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 두 개가 들려 있었다.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동자로 병실 안의 험악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간파한 그는 침대 위의 임혜숙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이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머님, 몸은 좀 어떠세요?”임혜숙은 여전히 관자놀이를 짚은 채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제보단 좀 나아졌단다. 태윤아, 바쁠 텐데 어떻게 왔니?”구태윤이 대답했다.“당연히 와야죠. 계속 신경 쓰여서 손에 일도 안 잡히더라고요.”곧이어 정석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아버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정석주의 안색은 여전히 먹구름이 낀 듯 어두웠다.사위가 왔는데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지, 냉랭하게 뱉어냈다.“어제저녁에 말했던 그 일 때문이다.”그러고는 다시 비서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아직도 안 가고 뭐 하는가?”비서가 황급히 문밖으로 걸음을 옮겼고, 정시연이 그 뒤를 소리 없이 따랐다.정루아가 곧장 앞으로 뛰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내가 안 된다고 했잖아요!”구태윤은 정루아의 창백한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입술은 이미 터져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고, 가냘픈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그가 나직이 물었다.“형수님에게 지분을 넘겨주겠다는 거요?”정석주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다.”“그렇게 하세요.”구태윤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수려한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읽히지 않았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정루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띵하며 안색이 눈에 띄게 하얘졌다.혼자 외롭게 버티며 온몸이 부서져라 맞서 싸우고 있었더니, 오자마자 배신하고 저들의 뜻에 동조하겠다고?대체 왜?정시연은 이미 가질 만큼 가졌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저년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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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정석주는 방 한구석에 서 있는 정루아를 흘겨보고는 콧방귀를 꼈다.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루아는 성격이 오만방자하고 제멋대로라, 지분을 줬다간 회사를 통째로 말아먹을 게 뻔해. 두 자매가 서로 아끼고 의지해도 모자랄 판에, 언니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사사건건 괴롭히기만 하는데 내가 미쳤다고 지분을 넘겨주겠니?”임혜숙은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남편의 제안을 곱씹으며 깊은 고민에 잠겼다.옆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정시연의 모습은 영악할 정도로 영리해 보였다.정루아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날카로운 통증 덕분에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다.그녀가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전 아버지 뜻에 동의 못 해요.”그러자 정석주가 비웃듯 받아쳤다.“아직 이 집안은 네 뜻대로 주무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정시연한테 지분을 넘겨주기만 해 봐요. 내 평생 아빠랑 엄마, 그리고 저 계집애까지 단 하루도 발 뻗고 편히 못 자게 만들어 줄 테니까.”정루아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지독하리만치 단호하고 결연했다.“그때 가서 누가 먼저 백기를 드는지 두고 보자고요.”정석주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딸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는 직감했다. 정루아라면 정말로 그러고도 남을 애라는 것을.정석주는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우리가 오냐오냐해주니까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인데, 눈에 뵈는 거 없이 계속 이따위로 깽판 치면 언제까지고 다 봐줄 줄 알아?”잠시 뜸을 들이던 그의 어조가 한결 누그러졌다.“시연이는 네 언니야. 얼른 언니한테 고개 숙이고 사과해. 그리고 앞으로는 둘이 사이좋게 지내겠다고 약속하면, 너한테도 똑같이 지분 5% 줄게.”임혜숙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맞아, 둘 다 받는 게 공평하지. 루아야, 고집 그만 부리고 언니한테 사과하렴. 시연이는 심성이 착해서 네가 그동안 심술부린 거 마음에 안 담아뒀을 거야. 그래도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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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시연은 임혜숙을 등지고 서 있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정루아를 향해 비웃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정루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안색이 극도로 험악해졌지만 필사적으로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눌렀다.‘역시 일부러 내 속을 긁은 거였어.’정루아가 걸려들지 않고 조용히 참아내자 정시연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웬일이래? 요즘 들어 참을성이 제법 늘었네.’정시연이 유유히 병실을 나가자, 정루아는 곧장 임혜숙을 매섭게 쏘아보았다.“그렇게 끼고 도시는 거 보면, 저년이 엄마 친딸이라도 되나 봐요?”“말도 안 되는 소리 작작 해라!”임혜숙이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내 친딸은 너 하나뿐이야. 그런데 넌 어째 날 눈곱만큼도 안 닮았니? 너그러운 구석이라곤 없고, 착하지도 않고, 통 철들 기미가 안 보여. 시연이가 우리 집 식구로 산 세월이 몇 년인데, 왜 아직도 걔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원래 우리 집엔 나 하나뿐이었다고요. 아빠도, 엄마도 나만 예뻐해 주고, 내가 달라는 건 다 주던 집이였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생판 남이 굴러들어 와서 내 걸 나눠 갖겠다는데 얌전히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애초에 정시연 입양할 때, 나한테 단 한 번이라도 물어보긴 했어요?”정루아는 병상에 누운 여자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집에 딸이 없는 것도 아니고, 뭐가 부족해서 나보다 나이도 많은 딸을 또 데려왔죠?”이건 그녀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도대체 왜 그랬을까?정시연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그녀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부모님의 총애는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가장 아끼던 장난감도 고스란히 빼앗겼다.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은 그저 투정이나 부리는 말썽꾸러기가 되어 있었다.‘그건 원래 다 내 거였단 말이야!’분명 정시연이 남의 것을 가로챘는데, 왜 정작 빼앗긴 당사자는 화 한 번 내지 못하고 투정조차 부리면 안 된다는 말인가.“하아...”딸의 서슬 퍼런 원망 앞에서 임혜숙은 그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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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조사를 해보겠다고 말하고 있다니.정루아는 안전벨트를 꽉 잡고 메마른 목소리로 물었다.“몰랐다면서 처음에 내가 이 얘기를 꺼냈을 땐 왜 의심 한 번 안 했던 거야?”“그건 중요하지 않아.”구태윤이 돌연 정루아의 손을 움켜잡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이미 다 지난 일이야. 나한테는 하나도 안 중요해.”정루아의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차올랐다.이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안 중요해? 정시연은 내 모든 걸 뺏으려고 안달이 난 여자인데. 이제는 너를 구해준 공까지 가로채려 하잖아! 구태윤, 이건 나한테 전부가 걸린 문제라고.”그러자 구태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설령 날 구한 게 정시연이라고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고작 목숨을 구해 준 은혜 때문에 그녀를 선택했다고 믿은 걸까.만약 그렇다면 정루아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널 구한 건 나야!”정루아는 고집스럽게 외치며 제 손을 빼냈다.“구태윤, 똑똑히 들어. 너 구한 거 나 맞아. 정시연 아니라고! 그 여자가 거짓말하는 거야, 내 걸 또 뺏어가려고.”감정이 격해진 그녀의 눈가로 물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차오른 눈물이 아슬아슬하게 일렁이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할 만큼 처량해 보였다.“알았어, 너 맞아. 조사 안 할게. 네 말 믿어.”구태윤은 일단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하지만 정루아는 시선을 돌려 창밖의 칠흑 같은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모든 상황이 너무나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아버지는 정원 그룹 지분을 친딸도 아닌 입양아에게 넘겨주려고 하고, 그년은 이제 자기가 구태윤을 구했다는 거짓말까지 해대고 있다.마치 악몽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차갑게 뺨을 스치는 밤공기는 이 모든 게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곧장 아파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구태윤은 차에 앉아 멀어지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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