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4화

Author: 낙화
정루아를 발견한 정석주의 눈빛이 음침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차에서 내리기는커녕, 액셀을 밟아 단지 안으로 유유히 들어가 버렸다.

곧바로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한 순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시비 걸려고 온 게 뻔한데, 미쳤다고 차에서 내려 욕을 자처하겠는가.

정루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이 늦은 시간에 정석주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정시연 그년이 또 쪼르르 가서 고자질했나 보네. 진짜 지긋지긋하다.’

정루아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막 눈을 감으려던 찰나,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걸어가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자, 그곳에는 정석주와 아파트 관리소장의 모습이 비쳤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갔다.

‘입주민 동의도 없이 아무나 막 들여보내? 이딴 게 무슨 고급 아파트라고. 당장 이사부터 가든가 해야지.’

초인종은 끊임없이 울려댔고, 시간이 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16화

    “지난번 일은 정말 미안했어. 많이 놀랐지?”배진욱은 죄책감을 감추지 못했다.정루아가 대답했다.“솔직히 진짜 깜짝 놀라긴 했지. 근데 대체 그 사람들 정체가 뭐야? 다 잘 해결된 거 맞아?”“응.”배진욱이 고개를 끄덕였다.“거의 정리됐으니까, 이제 나랑 같이 있을 땐 겁먹지 않아도 돼.”그는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풀어내더니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아까 들어올 때만 해도 누구 기다리나 했더니, 혼밥하러 왔을 줄은 몰랐네.”배진욱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무슨 일 있어? 내가 도와줄 건 없고?”정루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지금은 딱히 없어. 걱정 마,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먼저 연락할 테니까.”“루아 씨가 나한테 전화한 적이 있었나?”그러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지금 한번 걸어볼래? 번호 저장해 두게.”정루아는 다소 의아해했으나, 어쨌든 친구 사이이기도 하고 혹시 나중에 정말 신세를 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낯선 번호로 뜨면 안 받을 수도 있으니까.이내 순순히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벨 소리가 울리자 배진욱은 화면을 확인하고 연락처를 저장했다.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이제야 좀 친구 같네.”정루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게 무슨 말이야?”“음... 솔직히 그동안은 살짝 거리감이 느껴졌었거든. 지금은 훨씬 편해진 것 같네.”배진욱은 담담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혹시 더 먹고 싶은 거 있어?”“아니, 충분해.”레스토랑의 음식은 확실히 훌륭했다.배진욱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나중에도 꼭 다시 와야겠다고 덧붙였다.두 사람이 함께 레스토랑을 나섰을 때, 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배진욱이 길가에 서서 입을 열었다.“집까지 바래다줄게. 혼자 보내기엔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정루아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걱정 마. 우리나라 치안 좋은 거 알잖아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15화

    “그럼 내 사무실로 가지.”구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정루아의 손목을 낚아챘다.“싫다고!”정루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나 일하는 거 안 보여? 상처도 이제 나았으니까 그만 꺼져줄래? 괜히 눈에 거슬리지 말고.”하지만 구태윤의 시선은 그녀의 손목에 고정되었다.하얗고 매끄러운 손목뼈 위가 휑하니 비어 있었다. 영롱한 보라빛 다이아몬드 팔찌가 온데간데없었다.이내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구태윤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팔찌는?”정루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거추장스러워서 안 찼어.”자신이라는 존재는 눈에 거슬리고, 그가 준 선물은 거추장스럽다니.가슴 밑바닥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느덧 눈빛마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정루아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나 이제 바빠지거든? 대기업 대표라는 분이 어쩜 이렇게 한가하신지 모르겠네.”구태윤이 한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그 팔찌, 내가 직접 찾아낼 거야. 그리고 발견하는 순간, 팔찌 대신 수갑 차고 집에 갇히는 줄 알아. 아무 데도 못 가게 할 테니까 각오해.”정루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병이 있으면 제발 병원 가서 치료나 받아!”말을 마치고는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왔다.잠시 후,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이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루아야! 왜?”이연희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그도 그럴게, 벌써 구매자를 찾았는데 상대가 자그마치 3천 3백만 원이나 불렀기 때문이다.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었다.정루아가 무기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팔찌 못 팔게 됐어.”“어?”이연희는 어안이 벙벙했다.“갑자기?”정루아가 대답했다.“구태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겠대. 만약 발작이라도 하면 그 후폭풍 우리 둘 다 감당 못 해.”눈앞에서 거액의 공돈이 날아갔다고 생각하자 이연희는 어깨가 축 처졌다.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의 신변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하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14화

    이연희가 답장했다.[후... 접수 완료!]무려 3천만 원짜리였다.심지어 한정판이라 프리미엄이 붙어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었다.이연희는 살면서 이렇게 큰 용돈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역시 내 친구가 최고네!’...정루아는 탈진한 사람처럼 침대 위에 모로 누웠다.이미 지칠 대로 지쳐 눈을 감자마자 아득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병원.정시연은 좀처럼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조바심이 났다.구태윤이 정석주를 압박해 정루아에게 사과하게 했으니, 부녀 사이는 갈수록 악화할 게 분명했다.이런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직접 보지 못하다니, 너무 아쉬웠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정석주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정석주의 목소리에는 짙은 피로가 묻어났다.“시연아, 네 엄마가 지금 심장병으로 입원했다.”“네? 뭐라고요?”정시연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묘한 눈빛과 달리 목소리만큼은 걱정이 가득했다.“어쩌다 그렇게 된 거죠? 아빠, 대체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정석주가 말했다.“루아가 집이랑 인연을 끊겠다고 해서, 네 엄마가 충격을 받고 쓰러졌어.”정시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안 그래도 힘든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다니... 아빠, 지금 어느 병원이에요? 제가 갈게요.”정석주는 극구 만류했다.“됐다, 넌 그냥 쉬어라. 네 엄마도 방금 겨우 잠들었으니 괜히 깨우지 않는 게 낫겠어.”“네, 그럼 전 내일 찾아뵐게요.”정시연은 고분고분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어두컴컴한 병실 안, 창밖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에 통쾌한 미소가 번졌다....다음 날.정루아는 씻고 나와 곧장 구명 그룹으로 향했다.보이스 랩이 구명 그룹의 한 부서로 편입되면서 사무실 위치도 바뀌었기 때문이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그녀는 마침 앞으로 지나가는 정호를 발견했다.“감독님.”정루아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정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제 출근할 만해요?”“네.”정루아가 고개를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13화

    구태윤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툭 불거졌다.온몸으로 자신을 거부하는 정루아의 태도에 목소리가 한층 더 낮게 가라앉았다.“나를 다른 사람한테 보내겠다고?”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얼른 그 모자한테 가 봐, 어서.”하지만 구태윤은 성큼성큼 다가와 심연같이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전에도 그러더니, 또 나를 멋대로 내치겠다고? 지금 장난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정루아를 번쩍 안아 들고 침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이거 놔!”깜짝 놀란 정루아가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곧바로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졌고, 뒤이어 거대한 체구가 압박해 오는 바람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그녀의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제 당신 붙잡지도 않잖아! 도대체 나한테 뭘 바라는 건데?”예전에 그가 정시연 모자를 찾아가는 일로 불만을 토로하면, 생떼나 부리는 여자로 치부했었다.그런데 막상 양보해 주니까, 되레 화를 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구태윤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맑은 눈에 서린 짜증과 무심함에 이성을 잃은 나머지 그대로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찢어 내렸다.정루아는 기겁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안 돼, 이러지 마. 싫어, 너 강제로 하면 절대 가만 안 둬.”악을 쓰듯 발버둥 치자, 구태윤은 아예 그녀를 뒤집어 침대에 엎드리게 했다.결국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상의가 찢겨 나가며 서늘한 공기 중에 살결이 노출됐다.정루아는 몸을 움츠리며 죽을힘을 다해 이불을 움켜쥐었다.하지만 뒤에서 느껴지던 거친 숨소리는 이내 안정을 찾았고,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조용했다.곧이어 등에 난 상처를 조심스레 쓸어내리는 손길이 느껴졌다.상처가 아물며 간질거렸고, 그녀의 몸이 잘게 떨렸다.잠시 후, 구태윤의 잠긴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약만 발라주고 갈게.”정루아는 눈을 감고 얼굴을 이불에 파묻었다.구태윤이 침대에서 내려와 문 쪽으로 향했다.경호원이 연고를 건네주자, 그는 침실로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12화

    그 모습을 본 정루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택시 기사가 물었다.“어디로 모실까요?”정루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현재 사는 아파트 이름을 말했다.기사는 그녀와 조수석에 앉은 구태윤을 번갈아 보더니 넌지시 물었다.“젊은 부부가 싸웠나 보네요?”정루아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대꾸하지 않았다.오히려 구태윤이 태연하게 한마디를 얹었다.“제가 달래는 중입니다.”기사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손님, 마누라 달랠 땐 정성을 다해야 하죠. 일단 자세부터 낮추고 시작하는 거예요.”구태윤이 진지한 눈빛으로 기사를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면 됩니까?”기사는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갔다.“아이고, 신혼이라 아직 뭘 모르시네! 그게 뭐 어렵다고 가르쳐달래요? 엄청 간단하죠. 혹시 요리는 좀 해요? 마누라 좋아하는 걸로 정성껏 한 상 차려줘 봐요. 그리고 앞에 가서 무릎부터 딱 꿇는 거예요. 토 달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무조건 ‘내가 죽일 놈이다’ 하고 싹싹 빌면 금방 풀려요.”구태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정루아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무릎을 꿇는다니? 꿈도 야무졌다.만약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구태윤이 아니라 가짜겠지!겉으로는 털털하고 붙임성이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오만함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남자였다.게다가 성격은 어찌나 고집스러운지, 한번 굳힌 생각을 번복하는 법이 없었다.그러니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할 리가 만무했다.정루아는 그저 한 귀로 흘려듣는 우스갯거리 정도로 치부했다.잠시 후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정루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그 모습을 본 택시 기사가 너털웃음을 지었다.“마누라가 단단히 화가 났나 봐요. 손님한테 눈길 한번 안 주네. 분발 좀 해야겠어요.”“네, 노력하겠습니다.”구태윤이 무덤덤하게 대답하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냈다.“요금 이체해드려도 되죠?”그리고 무려 200만 원이라는 거액을 보냈다.택시 기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기, 손님! 돈을 너무 많이 줬는데요?”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11화

    정루아의 마음속에는 서러움과 슬픔, 분노가 격렬하게 일렁였다.하지만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임혜숙의 파리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울컥 솟구치던 감정들이 거대한 손에 억눌린 듯했다.그녀는 한쪽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전화를 끊고 돌아온 구태윤은 창백한 낯빛의 정루아를 보자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제일 유명한 심장병 전문의를 초청했으니 며칠 내로 도착할 거야. 아무 일 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정루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붉은 입술을 굳게 다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구태윤은 다시 정석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느덧 목소리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루아 탓을 하는 걸 보니, 이미 선택을 내리신 모양이군요.”정원 그룹과 양녀 사이에서, 그는 정시연을 선택한 것이다.정석주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구태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자네 진짜...!”하지만 차마 말을 이어가지는 못했다.구태윤은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자신이 병실을 떠나기 전까지는 정석주에게 아직 번복할 기회가 남아 있다.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대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통제 불능에 빠져들 터였다.정석주는 마지못해 백기를 들었다.이내 한풀 꺾인 모습으로 정루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루아야, 내가 너를 오해했구나. 손찌검까지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다.”정루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구태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돌아가서 좀 쉴래?”정석주가 나섰다.“태윤아, 정원 그룹은 루아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곳이야. 부디 한 번만 선처해 줘.”그러나 구태윤은 대꾸 한마디 없이 오직 정루아의 반응만을 기다렸다.정루아는 고개를 저었다.“싫어. 안 가.”“그래, 그럼 나도 여기 같이 있을게.”구태윤은 의자를 끌어당겨 그녀를 앉혀 주었다.병실 안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얼마나 지났을까, 병상 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