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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Auteur: 낙화
“루아 씨, 정신이 좀 드세요?”

하민정의 목소리에 걱정과 안도가 묻어났다.

상념에서 깨어난 정루아가 시선을 돌렸다.

“네, 많이 좋아졌어요. 근데... 나 왜 병원에 있어요?”

목을 긁는 듯한 통증은 여전했지만, 어젯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하민정이 머뭇거렸다.

“어젯밤에 열이 펄펄 끓어서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급하게 모시고 왔죠.”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이 어딘가 미심쩍었지만, 정루아는 미처 눈치채지 못 했다.

“아, 고마워요.”

하민정이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별말씀을요, 제가 결정한 게 아니라서...”

“할머니가 병원 가자고 하셨나 보네요.”

정루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또 밤새 한숨도 못 주무셨겠네. 나 때문에 고생만 하시고...”

그녀의 말에 하민정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빛은 착잡했지만, 딱히 말을 보태지는 않았다.

잠시 후, 담당 의사가 병실로 들어와 꼼꼼히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열은 완전히 내렸고, 곧바로 집에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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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4화

    집으로 돌아온 정루아는 구태윤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도우미한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라.현재 집에는 총 세 명의 도우미가 일하고 있다.식사를 담당하는 하민정, 외할머니를 전담으로 돌보는 조은실, 그리고 집 안 청소를 맡은 오혜자였다.정루아는 도착하자마자 곧장 외할머니의 방을 찾았다.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송문애가 그녀를 발견하고 물었다.“늦은데 어디 갔다가 이제 오니?”정루아는 침대 위로 올라가 외할머니 곁으로 파고들며 소곤거렸다.“할머니, 아무래도 우리 집 도우미들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송문애 역시 목소리를 낮추었다.“무슨 소리냐, 그게?”외할머니에게 걱정을 안겨드리기 싫었지만, 법원으로 갔던 날 벌어졌던 일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이야기를 다 들은 송문애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이 밤중에 나가서 태윤이를 만나고 왔다는 거냐?”“네. 제 가방을 소매치기해 간 놈을 잡았대요.”정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송문애는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럼 그전까지는 전부 태윤이가 시킨 짓이라고 의심했던 게고?”“맞아요. 솔직히 구태윤이 범인 줄 알았어요. 그동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혼 안 해 주려고 버텼던 사람이잖아요.”정루아는 순순히 인정했다. 외할머니 앞에서는 굳이 감출 이유가 없었다.송문애는 웃더니 이내 되물었다.“태윤이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금은 마음이 좀 어떠냐?”정루아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고,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구태윤이 했든 안 했든 상관없어요. 그동안 나한테 더한 짓도 마다치 않았는데 이제 와서 억울한 척해 봤자죠.”송문애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이번만큼은 네가 오해한 게 맞잖아. 범인까지 잡아서 네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주기까지 했다면서.”정루아가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다.“할머니, 도우미들 얘기나 마저 해요. 나 집 안에 CCTV 설치할까 하는데, 그리고...”이내 외할머니의 귓가에 대고 본인의 구상을 낱낱이 털어놓았다.손녀의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3화

    “지금 갑니다.”구태윤은 전화를 끊은 뒤, 곧장 차를 돌려 본가로 향했다.집에 들어서자 구하준을 안고 달래주는 도우미를 발견했다.얼마나 울었는지, 녀석은 목소리마저 쉬어 있었다.“으앙, 작은아빠... 엄마 보고 싶어, 엄마... 흐윽...”구태윤은 아이를 받아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그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준아, 오늘 숙제는 다 끝냈어?”“네...”구하준은 눈가를 훔쳤지만,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녀석은 구태윤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물었다.“작은아빠, 엄마 언제 온대요?”하지만 구태윤은 대답하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숙제 어디 있어? 작은아빠한테 검사받아야지.”그 말에 구하준은 바짝 긴장했다.이내 구태윤의 품에서 버둥거리며 내려오더니, 자기 책상으로 쪼르르 뛰어가 공책을 집어서 건네주었다.그러고는 제 자리에 서서 훌쩍였지만 소리 내 울지는 않았다.사실 유치원 영아반은 숙제가 없었다.다만 구태윤은 아이의 관심도 돌리고 자립심도 길러 줄 겸, 따로 숙제를 내주곤 했다.전부 완성하거나 잘하면 상을 줬다.반대로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벌을 받았다.이제 겨우 세 살 남짓한 아이에게 ‘손바닥 맞기’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이었다.매라도 맞을까 겁이 난 녀석은 작은아빠가 내준 숙제만큼은 꼬박꼬박해내곤 했다.구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잘했어. 오늘 상으로 사탕 하나 줄게.”아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사탕을 손에 든 구하준은 눈물도 뚝 그치고, 엄마를 찾으며 떼쓰지도 않았다.구태윤은 인내심 있게 아이 곁을 지키며 한참을 놀아 주었다.직접 씻겨 주고 침대에 눕혀 잠까지 재웠다.형을 쏙 빼닮은 아이의 이목구비를 가만히 바라보는 구태윤의 눈빛이 한결 누그러졌다.방을 나서자마자 도우미를 서늘하게 훑어보며 지시했다.“오늘 하준이 담당했던 도우미들, 전부 불러주세요.”“네.”구하준을 전담하는 도우미는 총 여섯 명으로, 의식주부터 놀이와 학습까지 분업하여 맡고 있었다.구태윤은 노트북 화면 속 CCTV 영상을 들여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2화

    “이 나쁜 놈아!”정루아가 구태윤을 쏘아보며 외쳤다.“놓으라고!”구태윤의 숨소리가 한층 거칠어졌다.분노가 점점 차오르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문득 상체를 숙였다.순간, 두 사람의 코끝이 살짝 닿았다.정루아는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남녀 간의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그녀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만약 상대방이 작정하고 무슨 짓이라도 벌이려 한다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하지만 더는 구태윤과 엮이기 싫었다. 그저 하루빨리 이 관계를 끝내고 싶을 뿐이다.결국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눈을 부라렸다.품 안의 여자가 마침내 얌전해지자, 구태윤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음지에서 널 노리는 눈들이 있다는 걸 벌써 잊었어?”한참의 정적 끝에 구태윤이 입을 열었다.정루아가 고개를 돌리자 뜨거운 숨결이 뺨에 닿았다.구태윤은 하얗고 고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루아야, 나 믿어. 내가 널 해칠 일은 절대 없어.”정루아는 여전히 묵묵부답했다.그 태도가 거슬렸는지, 구태윤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말했다.“입이 있어도 말을 안 할 거면... 다른 용도로 써야겠네.”그러고는 문득 입을 맞춰 왔다.정루아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입술은 결국 뺨에 닿았다.“알았다고!”그녀가 버럭 외쳤다.거친 숨결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뺨 위로 화끈한 열기가 피어올랐다.볼에 밀착된 입술은 당최 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정루아는 몸을 움츠렸지만, 좁은 차 안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떨리는 목소리에 이유 모를 당혹감이 번졌다.남자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정루아는 얼른 자세를 바로잡고 바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구태윤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운전석으로 올라타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짙은 밤, 칠흑 같은 창밖을 바라보던 정루아는 뒤늦게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너무 안일했던 건 사실이었다.만약 아직도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면 어쩌지?그자들은 정말로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1화

    정루아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 공장을 뒤로한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등 뒤에서 침착하고 무게감 있는 발소리가 이어졌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구태윤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나 의심 안 해?”정루아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소매치기범은 잡았고, 신분증은 못 찾았어?”때마침 한민혁이 밖으로 나오며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사모님, 죄송합니다. 신분증이 전부 잘라져 있었어요.”그는 가방을 열어 안에 들어 있는 조각들을 보여주었다.정루아는 시선을 내리깔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알겠어요.”이내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피부를 타고 번지는 손바닥의 온기에 몸을 감돌던 서늘한 한기가 서서히 녹아내렸다.정루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빼냈다.“할 말이 더 남았나?”구태윤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날 의심 안 하냐고 묻잖아.”정루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난 아무도 안 믿어.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구태윤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이번엔 나랑 진짜 상관없는 일이야.”기분 탓인지, 낮게 깔린 목소리에서 약간의 무력함마저 묻어나는 듯했다.정루아는 문득 지진 때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당신 구한 거 나 아니잖아. 근데 왜 숨겼어? 아무것도 모르고 고집 피우는 내 모습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구태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이내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의 앞에 멈추어 섰다.“다 알고 있었어?”“그래.”정루아의 맑은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내가 구한 사람은 승태 오빠였잖아. 대체 왜 날 속인 거야?”구태윤이 그녀의 어깨를 덥석 붙잡더니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결국 알게 되었네. 그래서 할 말이 뭐야?”한껏 격앙된 태도에 정루아는 당황한 나머지 그를 세게 밀쳤다.“난 그냥 이유가 알고 싶을 뿐이야. 왜 날 속였는지.”구태윤의 목젖이 꿀렁거렸다.어둠이 짙게 깔린 주변으로는 오직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0화

    “연락했던 수단, 거래 장소와 방식 다 불어.”곁에 있던 한민혁이 추궁했다.다급해진 사내는 묻지도 않은 내용까지 술술 털어놓았다.한민혁은 지체 없이 사람을 풀어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지시했다.실토한 사내는 그제야 풀려날 수 있었다.한편, 다른 사내는 시종일관 침묵했다.구태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머물렀다.“너는 왜 줄곧 입을 꾹 닫고 있지?”침묵을 지키던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구태윤을 직시하며 말했다.“아니, 분명 대표님이 직접 저희한테 시키신 일이잖아요. 도대체 왜 이제 와서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폐공장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한민혁이 사내의 가슴팍을 걷어차며 호통을 쳤다.“어디서 개수작이야! 대표님이 너 따위를 알 리도 없고, 그딴 짓을 지시할 분은 더더욱 아니다. 감히 약을 팔아?”발길질에 억 소리를 내며 나뒹군 사내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숨을 고르더니 정루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사모님, 제 말 좀 믿어주세요. 이거 전부 대표님이 꾸민 짓입니다. 자기 혐의 털어내려고 저희한테 사모님 앞에서 쇼하라고 했어요.”정루아의 싸늘한 눈동자가 사내를 향했다.“아, 그래? 공짜로 시키지는 않았을 텐데, 이제 와서 실토하는 이유는 뭐지?”사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제, 제 다리를 부러뜨렸으니까요!”갑작스러운 폭로에도 구태윤의 표정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없었다.그는 옆에 서 있는 정루아를 향해 물었다.“저놈 말을 믿어?”정루아는 구태윤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바닥에 주저앉은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다리를 부러뜨렸어도 나중에 그만큼 충분히 보상해 줬을 텐데. 겨우 그런 이유로 배신했다고 하기엔 너무 신빙성이 없잖아.”사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저, 저는 다리가 또 부러지는 게 싫어서...”정루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말이 안 되잖아. 설령 쇼라고 해도 저 사람이 최상의 의료진을 붙여 치료해 주고 보상금까지 두둑하게 챙겨줬겠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69화

    “그게 왜 궁금한데?”구태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심하게 물었다.정루아는 할 말을 잃었다.정말이지, 입이 방정이었다.‘내가 괜한 질문을 해서 말이야.’결국 입을 꾹 다문 채 앞만 직시했다.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지만, 앞서 걷던 남자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스치는 밤바람을 타고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정루아의 귓가에 스며들었다.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웃어? 뭐가 좋다고 실실 쪼개지?’그녀는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며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아파트 입구 쪽에 차가 대기해 있었고,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본 기사는 얼른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하지만 정루아는 곧장 보조석에 올라탔다.그 모습을 본 기사의 표정이 굳어버렸다.이내 조심스럽게 구태윤의 눈치를 살폈다.정작 구태윤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뒷좌석에 올라탔다.그제야 기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도로를 달리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차 안을 감도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싸늘하게 얼어붙은 공기는 압박감마저 감돌아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마침내 차는 폐공장 정문 앞에 도달했다.기사가 한시름 놓기도 전에 때마침 나타난 경호원이 대문을 열어젖혔다.‘안쪽까지 몰고 들어가라는 소리네.’결국 마지못해 다시 시동을 걸고 공장 내부로 진입했다.저 멀리서 수신호를 보내는 경호원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브레이크를 밟았다.차가 멈춰 서기 무섭게 정루아가 문을 열고 내렸다.어느덧 늦가을에 접어든 밤공기는 뼛속까지 시렸다.바닥에 발을 내딛자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그나마 겉옷을 걸치고 나온 덕에 차가운 기온에는 금방 적응했다.줄지어 늘어선 폐공장 건물 중, 한 곳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정루아가 안으로 들어서자 거친 숨소리가 귓전을 때렸다.경호원 두 명이 손전등을 쥔 채 빈터 쪽을 비추었다.시선을 옮기자, 두 사내가 서로 등진 채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바닥에는 몽둥이가 굴러다녔고, 거친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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