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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Author: 낙화
“지금 갑니다.”

구태윤은 전화를 끊은 뒤, 곧장 차를 돌려 본가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구하준을 안고 달래주는 도우미를 발견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녀석은 목소리마저 쉬어 있었다.

“으앙, 작은아빠... 엄마 보고 싶어, 엄마... 흐윽...”

구태윤은 아이를 받아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준아, 오늘 숙제는 다 끝냈어?”

“네...”

구하준은 눈가를 훔쳤지만,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녀석은 구태윤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물었다.

“작은아빠, 엄마 언제 온대요?”

하지만 구태윤은 대답하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

“숙제 어디 있어? 작은아빠한테 검사받아야지.”

그 말에 구하준은 바짝 긴장했다.

이내 구태윤의 품에서 버둥거리며 내려오더니, 자기 책상으로 쪼르르 뛰어가 공책을 집어서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제 자리에 서서 훌쩍였지만 소리 내 울지는 않았다.

사실 유치원 영아반은 숙제가 없었다.

다만 구태윤은 아이의 관심도 돌리고 자립심도 길러 줄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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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6화

    오혜자는 어안이 벙벙하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루아 씨,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요?”정루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요즘 여유가 좀 생겨서 직접 할머니 수발들까 해서요.”옆에 있던 송문애가 한마디 보탰다.“나이가 드니 나도 집 안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게 싫구나.”결국 오혜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짐을 챙기러 방으로 향했다.잠시 후, 밖에서 돌아온 조은실과 하민정에게도 똑같은 말을 건넸다.순순히 수긍하는 조은실과 달리, 하민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루아 씨, 혼자서 어르신 수발에 집안일까지 다 맡아 하실 수 있겠어요?”“네.”정루아는 하민정을 유심히 쳐다보았다.하민정은 여전히 마음이 안 놓이는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저희가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이라도 있었나요? 직접 말씀해 주셔도 되는데...”정루아가 대답했다.“저랑 할머니는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해서요.”“그렇지만...”하민정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자, 정루아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되물었다.“대체 왜 안 나가려고 버티는 거죠?”순간, 하민정의 척추가 뻣뻣하게 경직되었다.그녀는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며 대답했다.“단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르신이나 루아 씨나 다들 성품이 너무 좋으셔서 정말 편했거든요. 아시다시피 도우미 일 하면서 이렇게 마음 맞는 고용인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진솔한 눈빛은 거짓이 없었고, 말투 또한 진심에서 비롯되었다.하지만 정루아는 불안 요소라면 싹을 자를 생각이었다.이내 담담하게 선을 그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업체에는 별다른 말 하지 않을 테니까. 그냥 제가 직접 할머니 수발을 들기로 했다고만 할게요.”정루아의 완강한 태도에 하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곤 짐을 챙기기 위해 돌아섰다.다음 날, 도우미 세 명은 모두 집을 떠났다.그리고 그날 오후, 주기언이 직접 엄선한 후보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주기언은 정루아에게 전화까지 걸어서 장담했다.“루아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5화

    정루아는 서류를 펼쳐 천천히 훑어보았다.하민정의 신원은 아주 단순했다. 현지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경비원 남편과 대학생 자녀와 같이 살고 있다.또한, 오랫동안 도우미 일을 해온 터라 수입이 제법 짭짤했다.외할머니를 전담하는 조은실은 이혼한 싱글맘이다. 딸은 외국계 기업에 취직해 근무 중이며, 연봉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청소를 맡은 오혜자의 아들 역시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정루아는 가장 먼저 하민정을 후보에서 제외했다.남은 두 사람의 서류를 번갈아 보다가 맞은편의 김철웅을 향해 물었다.“조은실 딸이랑 오혜자 아들이 다니는 회사 이름이 정확히 뭐죠? 대표는 누구예요?”그러자 김철웅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루아 씨가 물어볼 줄 알고 미리 다 뒤져봤죠.”이내 서류 뒷장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오혜자 아들이 다니는 곳은 미디어 관련 기획사인데, 대표 성 씨가 ‘허’ 씨입니다.”이어 다른 서류를 펼치며 덧붙였다.“그리고 조은실 딸이 다니는 회사 대표는 성이 ‘배’ 씨고요.”회사명과 대표의 성 씨를 확인한 정루아는 깊은 침묵에 빠졌다.허 씨와 배 씨라니?이렇게 공교로울 수가.김철웅이 다시 입을 열었다.“도우미들한테 구린 구석이 있다고 했죠? 그럼 이 두 사람 모두 유력한 혐의자입니다.”“하지만... 대체 왜?”정루아는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머릿속에서 곧바로 배진욱과 허도준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정말로 그 두 사람이 심어둔 스파이란 말인가?‘도대체 왜 도우미를 붙여 놓은 거지? 설마 나를 감시하려고?’당최 이유를 알 수 없었다.배진욱과는 이해관계도 얽히지 않았고, 심지어 최근에는 같이 일해 보기로 뜻까지 모은 사이가 아닌가.그렇다면 허도준은 왜? 여태껏 그녀의 편에 서서 도와주던 사람인데...정루아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김철웅 역시 얼이 빠진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그건 저도 잘... 차라리 주기언한테 한 번 물어볼까요? 기언이라면 뭐라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몰라요.”“네.”정루아가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4화

    집으로 돌아온 정루아는 구태윤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도우미한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라.현재 집에는 총 세 명의 도우미가 일하고 있다.식사를 담당하는 하민정, 외할머니를 전담으로 돌보는 조은실, 그리고 집 안 청소를 맡은 오혜자였다.정루아는 도착하자마자 곧장 외할머니의 방을 찾았다.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송문애가 그녀를 발견하고 물었다.“늦은데 어디 갔다가 이제 오니?”정루아는 침대 위로 올라가 외할머니 곁으로 파고들며 소곤거렸다.“할머니, 아무래도 우리 집 도우미들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송문애 역시 목소리를 낮추었다.“무슨 소리냐, 그게?”외할머니에게 걱정을 안겨드리기 싫었지만, 법원으로 갔던 날 벌어졌던 일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이야기를 다 들은 송문애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이 밤중에 나가서 태윤이를 만나고 왔다는 거냐?”“네. 제 가방을 소매치기해 간 놈을 잡았대요.”정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송문애는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럼 그전까지는 전부 태윤이가 시킨 짓이라고 의심했던 게고?”“맞아요. 솔직히 구태윤이 범인 줄 알았어요. 그동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혼 안 해 주려고 버텼던 사람이잖아요.”정루아는 순순히 인정했다. 외할머니 앞에서는 굳이 감출 이유가 없었다.송문애는 웃더니 이내 되물었다.“태윤이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금은 마음이 좀 어떠냐?”정루아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고,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구태윤이 했든 안 했든 상관없어요. 그동안 나한테 더한 짓도 마다치 않았는데 이제 와서 억울한 척해 봤자죠.”송문애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이번만큼은 네가 오해한 게 맞잖아. 범인까지 잡아서 네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주기까지 했다면서.”정루아가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다.“할머니, 도우미들 얘기나 마저 해요. 나 집 안에 CCTV 설치할까 하는데, 그리고...”이내 외할머니의 귓가에 대고 본인의 구상을 낱낱이 털어놓았다.손녀의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3화

    “지금 갑니다.”구태윤은 전화를 끊은 뒤, 곧장 차를 돌려 본가로 향했다.집에 들어서자 구하준을 안고 달래주는 도우미를 발견했다.얼마나 울었는지, 녀석은 목소리마저 쉬어 있었다.“으앙, 작은아빠... 엄마 보고 싶어, 엄마... 흐윽...”구태윤은 아이를 받아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그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준아, 오늘 숙제는 다 끝냈어?”“네...”구하준은 눈가를 훔쳤지만,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녀석은 구태윤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물었다.“작은아빠, 엄마 언제 온대요?”하지만 구태윤은 대답하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숙제 어디 있어? 작은아빠한테 검사받아야지.”그 말에 구하준은 바짝 긴장했다.이내 구태윤의 품에서 버둥거리며 내려오더니, 자기 책상으로 쪼르르 뛰어가 공책을 집어서 건네주었다.그러고는 제 자리에 서서 훌쩍였지만 소리 내 울지는 않았다.사실 유치원 영아반은 숙제가 없었다.다만 구태윤은 아이의 관심도 돌리고 자립심도 길러 줄 겸, 따로 숙제를 내주곤 했다.전부 완성하거나 잘하면 상을 줬다.반대로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벌을 받았다.이제 겨우 세 살 남짓한 아이에게 ‘손바닥 맞기’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이었다.매라도 맞을까 겁이 난 녀석은 작은아빠가 내준 숙제만큼은 꼬박꼬박해내곤 했다.구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잘했어. 오늘 상으로 사탕 하나 줄게.”아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사탕을 손에 든 구하준은 눈물도 뚝 그치고, 엄마를 찾으며 떼쓰지도 않았다.구태윤은 인내심 있게 아이 곁을 지키며 한참을 놀아 주었다.직접 씻겨 주고 침대에 눕혀 잠까지 재웠다.형을 쏙 빼닮은 아이의 이목구비를 가만히 바라보는 구태윤의 눈빛이 한결 누그러졌다.방을 나서자마자 도우미를 서늘하게 훑어보며 지시했다.“오늘 하준이 담당했던 도우미들, 전부 불러주세요.”“네.”구하준을 전담하는 도우미는 총 여섯 명으로, 의식주부터 놀이와 학습까지 분업하여 맡고 있었다.구태윤은 노트북 화면 속 CCTV 영상을 들여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2화

    “이 나쁜 놈아!”정루아가 구태윤을 쏘아보며 외쳤다.“놓으라고!”구태윤의 숨소리가 한층 거칠어졌다.분노가 점점 차오르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문득 상체를 숙였다.순간, 두 사람의 코끝이 살짝 닿았다.정루아는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남녀 간의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그녀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만약 상대방이 작정하고 무슨 짓이라도 벌이려 한다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하지만 더는 구태윤과 엮이기 싫었다. 그저 하루빨리 이 관계를 끝내고 싶을 뿐이다.결국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눈을 부라렸다.품 안의 여자가 마침내 얌전해지자, 구태윤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음지에서 널 노리는 눈들이 있다는 걸 벌써 잊었어?”한참의 정적 끝에 구태윤이 입을 열었다.정루아가 고개를 돌리자 뜨거운 숨결이 뺨에 닿았다.구태윤은 하얗고 고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루아야, 나 믿어. 내가 널 해칠 일은 절대 없어.”정루아는 여전히 묵묵부답했다.그 태도가 거슬렸는지, 구태윤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말했다.“입이 있어도 말을 안 할 거면... 다른 용도로 써야겠네.”그러고는 문득 입을 맞춰 왔다.정루아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입술은 결국 뺨에 닿았다.“알았다고!”그녀가 버럭 외쳤다.거친 숨결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뺨 위로 화끈한 열기가 피어올랐다.볼에 밀착된 입술은 당최 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정루아는 몸을 움츠렸지만, 좁은 차 안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떨리는 목소리에 이유 모를 당혹감이 번졌다.남자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정루아는 얼른 자세를 바로잡고 바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구태윤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운전석으로 올라타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짙은 밤, 칠흑 같은 창밖을 바라보던 정루아는 뒤늦게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너무 안일했던 건 사실이었다.만약 아직도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면 어쩌지?그자들은 정말로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1화

    정루아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 공장을 뒤로한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등 뒤에서 침착하고 무게감 있는 발소리가 이어졌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구태윤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나 의심 안 해?”정루아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소매치기범은 잡았고, 신분증은 못 찾았어?”때마침 한민혁이 밖으로 나오며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사모님, 죄송합니다. 신분증이 전부 잘라져 있었어요.”그는 가방을 열어 안에 들어 있는 조각들을 보여주었다.정루아는 시선을 내리깔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알겠어요.”이내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피부를 타고 번지는 손바닥의 온기에 몸을 감돌던 서늘한 한기가 서서히 녹아내렸다.정루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빼냈다.“할 말이 더 남았나?”구태윤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날 의심 안 하냐고 묻잖아.”정루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난 아무도 안 믿어.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구태윤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이번엔 나랑 진짜 상관없는 일이야.”기분 탓인지, 낮게 깔린 목소리에서 약간의 무력함마저 묻어나는 듯했다.정루아는 문득 지진 때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당신 구한 거 나 아니잖아. 근데 왜 숨겼어? 아무것도 모르고 고집 피우는 내 모습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구태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이내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의 앞에 멈추어 섰다.“다 알고 있었어?”“그래.”정루아의 맑은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내가 구한 사람은 승태 오빠였잖아. 대체 왜 날 속인 거야?”구태윤이 그녀의 어깨를 덥석 붙잡더니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결국 알게 되었네. 그래서 할 말이 뭐야?”한껏 격앙된 태도에 정루아는 당황한 나머지 그를 세게 밀쳤다.“난 그냥 이유가 알고 싶을 뿐이야. 왜 날 속였는지.”구태윤의 목젖이 꿀렁거렸다.어둠이 짙게 깔린 주변으로는 오직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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