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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밀알
어제 박수정은 딸에게 이번에는 혼인신고를 무사히 마쳤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딸에게 몇 번을 전화해도 계속 꺼져 있었고, 심우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수정은 밤새 걱정하다가, 오늘 아침 일찍 딸의 집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방연서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수정의 시선이 실내를 훑었다.

온몸이 흠뻑 젖고,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딸과 자신이 딸을 위해 만들어준 신혼 잠옷을 입고 있는 여자.

그 여자와 아이를 감싸면서 자신의 딸을 노려보고 있는 심우열이 보였다.

그동안 왜 몇 번이나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는지, 이제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박수정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박수정은 가슴을 움켜쥔 채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엄마!”

방연서가 바닥에 쓰러진 박수정에게 달려들었다.

“엄마, 나 놀라게 하지 마!”

박수정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숨을 가쁘게 쉬면서, 손은 가슴팍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심우열이 급히 다가와서 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빨리 구급차 불러.”

곧 구급차가 도착했고, 박수정은 응급실로 실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치의가 진료 기록지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

“환자분은 오래전에 심장 우회 수술을 받으신 적이 있는데, 이번에 증상이 재발해서 상태가 위급합니다. 최대한 빨리 2차 개흉 수술을 해야 합니다.”

주치의는 방연서 옆에 서 있던 심우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흉강 내 유착이 심해 수술 위험도가 극도로 높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아무도 이 수술을 감히 집도하지 못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분은 진 교수님뿐입니다.”

“하지만 진 교수님 진료는 최소 석 달 뒤에나 받을 수 있는데, 환자분은 그때까지 도저히 버티지 못합니다.”

방연서가 절망에 빠진 순간, 의사가 갑자기 심우열에게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심 원장님이 진 교수님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학생이셨죠?”

“원장님이 직접 부탁하시면, 교수님께서 개인 시간을 내서라도 날아와 집도해 주실 겁니다.”

방연서가 심우열을 돌아보았다.

“제발... 진 교수님께 연락해서 우리 엄마를 살려줘.”

심우열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그건 규정에 어긋나.”

방연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심우열을 바라보았다.

“저 안에 누워 있는 사람은 우리 엄마야.”

심우열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병원에는 병원의 제도가 있고, 진 교수님에게도 그분만의 스케줄이 있어.”

“오늘 내가 너를 위해 예외를 허용하면, 그동안 줄 서서 기다린 다른 환자들은 어떡해? 그건 불공평해.”

방연서는 목이 메어 말했다.

“당신이 나한테 공평을 따져? 당신과 이현지가 아니었으면, 우리 엄마가 심장병이 도졌을 것 같아?”

심우열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목소리에는 한층 더 엄격한 기색이 실렸다.

“이게 현지랑 무슨 상관이야? 제발 억지 부리지 마.”

“그리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원장인 내가 앞장서서 의료 원칙을 어길 수는 없어.”

“너도 좀 성숙해져. 매번 감정적으로 굴지 말고.”

방연서는 붉어진 눈으로 그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주지 않겠다는 거지?”

“그래, 이게 내 원칙이니까.”

방연서는 극도의 분노에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좋아, 당신 도움 없이 내가 직접 방법을 찾겠어.”

심우열은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진 교수님을 찾아가는 건 상관없지만, 내 이름은 쓰지 마.”

“그리고 어머니가 아프시니 우리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하시겠네. 하지만 결혼 날짜는 바꿀 수 없어. 내 일정은 이미 다 정해져 있으니까.”

방연서는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어머니가 지금 그 때문에 생명이 위급한데, 심우열은 어머니의 목숨 구하는 걸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간표 타령이나 하고 있었다.

자신과 어머니가 심우열에게 대체 뭐란 말인가?

주치의가 그 모습을 보고 급히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 급한 건 IABP를 시술해서 생명을 유지하고 시간을 더 버는 겁니다.”

“심 원장님, 환자분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IABP 삽입은 원장님보다 더 확실하게 해낼 사람이 없는데...”

방연서는 심우열의 냉정함이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어머니의 목숨을 위해서라면 방연서는 모든 분노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를 살려줘.”

심우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준비해.”

...

중환자실 안, 심우열이 어시스턴트가 건넨 멸균 장갑을 받아 들었다.

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심우열은 시술 중에는 모든 의료진의 휴대폰 전원을 꺼야 한다는 철칙을 정해두고 있었다.

심우열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주위의 의료진을 둘러보았다.

“누가 휴대폰 안 껐어?”

어시스턴트가 주머니를 만져보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심우열의 허리춤을 가리켰다.

“심 원장님, 원장님 개인 휴대폰인 것 같습니다.”

심우열의 동작이 멈칫했다.

갑작스럽게 수술에 투입되느라 옷을 갈아입는 것도 급해서, 무음으로 바꾸는 걸 깜빡한 것이다.

심우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화면을 스쳐본 순간, 심우열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예전에 윗선에서 긴급 전화가 걸려 와도 환자 곁을 떠나지 않던 심우열이, 곧바로 휴대폰을 들고는 중환자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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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번째 약속도 너는 없었다   제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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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번째 약속도 너는 없었다   제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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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번째 약속도 너는 없었다   제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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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번째 약속도 너는 없었다   제19화

    심우열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다.처음에 이현지가 서류 뭉치를 가져와 서명하라고 했을 때, 그녀는 프로젝트의 보증 계약서라고 말했다.심우열은 착하고 순수하다고 믿었던 후배가 자신을 속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때부터 이현지는 이미 심우열을 끌어들일 함정을 파놓고, 나락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던 것이다.심우열은 고개를 들었다.한때 침착하고 냉정했던 그 눈동자에는, 지금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서늘함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심우열은 자신이 세상에 둘도 없는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이 여자를 위해서 심우열은 모든 원칙을 저버렸다. 방연서에게 몇 번이나 상처를 줬으며, 간접적으로 박수정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이현지를 위해서 심우열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었고, 그 대가로 받은 것은 이런 독하고 잔인한 결말뿐이었다.“꺼져.”이현지의 얼굴에 맺힌 웃음이 잠시 굳어졌지만, 곧바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선배, 잘 생각해 봐.”이현지는 머리를 매만지며, 심우열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사흘 시간을 줄게. 계속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심 원장으로 남을지, 아니면 나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질지. 네가 선택해.”말을 마치고 이현지는 몸을 돌려, 하이힐 소리를 내며 의기양양하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쾅!사무실 문이 닫히면서 실내는 고요해졌다.심우열은 힘이 빠진 듯 의자에 주저앉은 채,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어떻게 해야 하나?’‘연구비를 빼돌려 그 밑 빠진 독을 채워야 하나.’아니다.그것은 심우열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선이었다.더욱이 그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였다!일단 발각되면,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할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심우열이 명예를 잃는 것은 물론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집에 돌아온 심우열은 서재에 앉아 꼬박 밤을 지새웠다.창밖의 하

  • 8번째 약속도 너는 없었다   제18화

    심우열은 이현지의 울음소리에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심우열은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누르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나도 몰라요...”이현지가 울음을 터뜨리며 거의 이성을 잃은 듯 말했다.“지금 자금줄이 끊겨서, 프로젝트가 완전히 멈췄어요. 게다가 배상까지 하래요!”“선배, 자산 동결을 풀려면 큰돈이 필요해요. 안 그러면 나 끝장이에요. 감옥에 가야 한단 말이에요! 선배, 도와줄 수 있죠?”심우열은 이현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가슴 깊은 곳에서 형언하기 힘든 피로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나 돈 없어.”“내 돈은 전부 너한테 줬고, 집도 차도 다 담보로 잡혔어. 이제 나는 한 푼도 없어.”‘방연서에게 갚아야 할 돈조차 친구에게 염치 불고하고 빌려야 할 판인데, 나한테 무슨 돈이 있겠어?’이현지의 울음이 멈칫했다.마치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듯,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심우열을 쳐다보았다.이내 이현지는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 맞다. 선배는 원장이잖아요!”“병원에 분명 비상금 같은 게 있을 거예요. 연구비도 있고, 선배라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이현지가 다가와 심우열의 소매를 흔들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선배, 제일 좋은 선배님, 일단 조금만 빼서 나한테 쓰게 해주면 안 돼요? 내 계좌만 풀리면 바로 갚을게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선배, 꼭 도와줘요. 나 감옥에 가기 싫어요... 현준이는 아직 너무 어리잖아요. 엄마를 잃으면 안 돼요...”‘연구비를 빼돌려? 공금을 횡령한다고?’심우열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이 굳어졌다.이것은 심우열이 의사로서, 원장으로서 가진 마지막 선이었다.더더욱 절대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었다!심우열은 벌떡 일어나 처음으로 자신이 줄곧 감싸고 보호해 왔던 이 후배를, 살피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건 불법이야.”심우열의 목소리에는 전에 없던 단호함과 엄격함이 실려 있었다.“난 그런 짓 절대 못 해.”이현지는 얼어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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