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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모엘
오빠는 내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쥔 채, 나를 2층 계단에서 그대로 끌어내렸다.

“수연이는 이제 성인이야. 이제부터는 예전처럼 수연이 마음을 무시하면 안 돼.”

나는 바닥으로 세게 내동댕이쳐졌고 양쪽 무릎에서 살을 찢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옆에 있던 고진탁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타일렀다.

“결혼식을 미루자는 건 내 결정이었어. 수연이랑은 아무 상관없어. 화가 났으면 나한테 화를 내. 괜히 걔 힘들게 하지 말고.”

나는 바닥에 웅크린 채 몸을 움츠렸다.

이 가슴을 찢는 듯한 아픔이 무릎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심장에서 오는 건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다들 언니 그만 혼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조금만 늦게 성인이 됐으면 언니 결혼식이랑 안 겹쳤을 텐데.”

수연은 옆에서 눈물을 훔쳤지만 입꼬리에 번진 그 승리감 어린 미소만큼은 내 눈을 속이지 못했다.

“무슨 소리야? 성인이 되는 날을 네가 어떻게 정하겠어? 결혼식 날짜를 그렇게 잡은 건 전부 쟤 잘못이지 너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오빠는 나를 내려다봤는데 그 눈에는 노골적인 짜증과 혐오만 가득했다.

“그렇게 화내는 게 좋으면 구석에 처박혀서 실컷 화나 내.”

오빠는 내 팔을 거칠게 잡아끌더니 계단 옆 창고 안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그제야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필사적으로 문손잡이를 돌리며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문밖에서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잠겼다.

“거기서 얌전히 있어. 제대로 반성하면 그때 꺼내 줄 테니까.”

“안 돼! 제발 나 좀 내보내 줘! 나 알레르기 반응 올라왔다고! 지금 당장 약 먹어야 한다고!”

나는 공포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오빠는 이미 수연이를 데리고 현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희미하게 둘의 대화가 들려왔다.

“해산물 식당 예약해 놨는데 시간 다 됐어. 우리 얼른 출발하자.”

“그래도 언니는...”

“괜찮아. 몇 시간만 가둬 두면 돼. 안에서 반성 좀 하라고.”

“그러네. 언니가 너무 심하긴 해서 한 번쯤은 가둬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대신 언니가 좋아하는 새우는 포장해 오지 뭐.”

“고진탁, 너도 같이 가. 수안은 걱정하지 말고. 몇 시간 갇혀 있는다고 무슨 일 나겠어?”

극심한 공포가 온몸을 집어삼켰고 나는 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제 화 안 낼게! 수연이한테 사과도 할게! 머리를 박아라고 하면 박을게! 제발 좀 내보내 줘!”

“정말 알레르기 있다고! 약 안 먹으면 죽으니까 제발!”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울부짖었지만, 문밖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나는 절망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등에서 시작된 가려움이 얼굴까지 번져 왔다.

너무 흥분한 탓인지 목구멍도 서서히 간지럽기 시작했다.

분명 부모님은 내 눈앞에서 내가 망고주스를 마시는 걸 봤고 내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나를 잊은 것이었다.

수연이 오래전부터 가고 싶어 했던 식당은 기억하면서도, 불과 몇 분 전에 내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망고주스를 마셨다는 사실은 잊어버린 것이다.

살고 싶다는 본능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나는 있는 힘껏 문손잡이를 돌렸다.

하지만 문은 이미 밖에서 잠겨 있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열리지 않자 나는 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조금 전까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은 오빠에게 끌려오던 중 어디론가 튕겨 나간 모양이었다.

그사이 온몸에는 이미 붉은 발진이 퍼져 있었다.

얼굴은 알레르기로 심하게 부어올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눈도 붓기에 짓눌려 겨우 떠질 뿐이었다.

게다가 숨쉬기도 점점 힘들어졌다.

누군가 나를 구해 주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이 창고에서 죽게 될 것이었다.

나는 문을 부술 만한 물건을 찾아 정신없이 뒤지다가, 구석에 내팽개쳐진 휴대폰을 발견했다.

순간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기뻤다.

떨리는 두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지만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약혼자인 고진탁도, 그 누구도 내 전화받아 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오빠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이번 I국 여행 넌 오지 마. 수연이가 널 보면 속상해할 테니까.]

붓기로 겨우 떠진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역시 다들 더 이상 내가 기대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조를 기다리는 시간은 끝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알레르기로 목이 심하게 부어오르면서 숨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나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구조대원들에게 집 위치를 설명했다.

도중에는 산소가 부족해 몇 번이나 질식할 뻔했다.

문이 거센 충격과 함께 쾅 하고 부서지는 순간, 내 시야는 끝내 새까맣게 되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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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번 끝에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제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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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번 끝에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제7화

    구조대원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나는 이미 알레르기 때문에 기도가 부어올라 질식한 채 창고 안에서 의식을 잃고 있었다.다행히 구조대원들은 베테랑들이라 곧바로 알레르기 주사를 놓았고, 나는 가까스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환자분은 알레르기 때문에 기도가 부어올랐어요. 지금은 부기가 많이 가라앉았지만, 병원에서 정밀 검사받아보세요.”의료진은 나를 부축해 들것 위에 눕혔다.바로 그때, 허 집사가 뒤뜰에서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집 안 가득한 구조대원들을 본 허 집사는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죠? 어떻게 들어오신 거죠?”그러다 들것 위에 얼굴이 심하게 부어오른 나를 발견한 순간, 허 집사의 숨이 턱 막혔다.허 집사는 가슴을 움켜쥔 채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고 구급대원들은 다급하게 외쳤다.“빨리! 환자를 구급차에 태우세요!”한바탕 정신없는 상황이 지나간 뒤, 의료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죄송한데 방금 다른 환자분이 급성 심근경색이어서요. 지금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구급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요.”나는 그 뜻을 알아들었기에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조용히 말했다.“사람부터 살려야죠. 저는 지금 많이 괜찮아졌어요. 조금 있다가 혼자 병원에 갈게요. 비용은 제가 낼 테니, 꼭 살려주세요.”나는 허 집사를 구급차에 태워 보내고 혼자 비틀거리며 방으로 돌아왔다.내 방에는 내 물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갈아입을 옷 몇 벌, 낡은 일기장 하나, 거의 다 써 가는 클렌징폼 그뿐이었다.액세서리도 명품 가방도 하나 없었다.문득 수연의 방이 떠올랐다.커다란 드레스룸과 화려한 화장대, 그 위를 가득 채운 수많은 액세서리들까지.그러한 것들을 생각한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결국 나는 이 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이었다.‘그럴 바엔 떠나자.’이곳에는 더 이상 내 자리가 없었다.나는 옷가지만 간단히 낡은 캐리어에 넣고는 99번의 서러움이 빼곡히 적힌 일기장을 한참 바라봤다.끝내 그

  • 99번 끝에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제6화

    곧 아빠와 엄마는 다급히 앞으로 달려갔다.시신을 확인한 순간, 두 사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허 집사...?”“허 집사는 왜 죽은 거야?”“아니... 수안은? 수안이 여기 없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거지?”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수연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러고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언니가 일부러 숨어서 우리 반응을 구경하는 거겠죠. 가족들이 걱정할 걸 뻔히 알면서 죽은 척까지 한 거잖아요.”“다들 언니 때문에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예요.”아빠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코웃음을 치며 분노를 터뜨렸다.“정말 철이 없어도 정도가 있지. 수안이 너무 심하네. 우리가 얼마나 걱정할지는 생각도 안 한 거야?”오빠와 고진탁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조금 전 겪은 일로 체면을 구겼다는 생각에,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나를 향한 원망에 휩싸였다.고진탁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내게 전화를 걸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자 곧바로 메시지를 쏟아냈다.[그만해, 이수안! 우릴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이런 일로 장난을 치다니 정말 악질이네.][당장 와서 우리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결혼식도 바로 취소할 거니까.]오빠도 싸늘한 얼굴로 메시지를 보냈다.[내가 창고에 가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그렇게 자신 있으면 앞으로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마. 난 너 같은 독한 동생 필요 없어.]아빠와 엄마도 차츰 진정하기 시작했다.조금 전의 실수는 두 사람을 몹시 민망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나를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허 집사는 우리 집에서 20년 동안 일했어.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지. 오늘 이런 일이 생긴 이상, 장례만큼은 제대로 치러야 해.”다들 관심은 모두 허 집사의 장례식으로 향했다.정작 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먼저 찾아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내 실종을 가장 기뻐한 사람은 수연이었다.허 집사의 장례식에 참석해서조차 콧노래

  • 99번 끝에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제5화

    엄마는 그대로 눈이 까뒤집히며 뒤로 쓰러지는 것을 오빠가 간신히 몸을 받아냈다.아빠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비틀거리며 별장 안으로 뛰어 들어간 아빠는 부서진 창고 문을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우리 딸... 수안아...”고진탁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목소리마저 떨렸다.“아니... 그럴 리 없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안이 멀쩡했잖아. 지금도 분명 괜찮을 거야.”정신을 차린 고진탁이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그때 수연이 뒤에서 고진탁의 팔을 붙잡았다.“진탁 오빠, 가지 마요. 엄마가 쓰러졌잖아요. 빨리 병원으로 모셔야죠.”오빠는 엄마를 부축한 채 어쩔 줄 몰라 고진탁을 바라보자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빨리 차에 태워요. 병원으로 가요.”잠시 말을 멈춘 고진탁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덧붙였다.“수안이도 보러 가야 하니까.”말끝은 이미 울음에 잠겨 있었다.모두 허둥지둥 병원으로 향했고, 병원에 도착하자 엄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되찾았다.“수안아... 우리 딸...”엄마는 오빠의 손을 꽉 붙잡은 채 놓지 않았다.“괜찮은 거지? 아직 창고에 있는 거 맞지? 얼른 가서 우리 딸 꺼내 줘.”오빠는 시선을 피했고 차마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수안이는 이제 창고에 없어요. 지금... 보러 가요.”“보러 간다고? 어디로... 어디에 가서 본다는 거야?”엄마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의료진의 안내를 받아 시신 안치실 앞에 도착한 순간, 엄마는 또다시 정신을 잃을 뻔했다.곧 의료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오늘 구급차로 이송됐지만 끝내 살리지 못한 분은 한 분뿐이니 마지막으로 인사하시죠.”문이 열리자 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 위에 흰 천으로 덮인 시신 하나가 보였다.그 말에 엄마는 순간 무너져 내렸는지 오빠를 미친 듯이 때리며 울부짖었다.“다 너 때문이야! 왜 수안이를 창고에 가둔 거야! 네가 우리 딸을 죽였어! 내 딸 돌려내!”오빠는 밀려 비틀거렸지만 끝내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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