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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목은 좀 어때? 얼마 전에도 심하게 아팠다며.”
“… 괜찮아.”
“그래도 겨울엔 유독 심하잖아. 따뜻한 거라도 사 올까?”
“됐어.”
영웅이는 퉁명스러운 내 대답에도 굴하지 않았다.
하긴, 이 애는 이런 면에는 도가 텄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말할 기분이 나지 않아 대답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그제야 분위기를 읽은 영웅이는 라디오를 틀자, 화제의 그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뭐, 한번 들었다고 익숙한 구간을 흥얼거리자, 영웅이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넌지시 말을 던졌다.
“청호, 노래 많이 늘었지?”
“그러게.”
“누나가 가르쳐 준 보람이 있겠어?”
“내가 뭐 했다고.”
“에이~ 그런데, 활동은 왜 안 하지? 지금 팬들도 난린데.”
‘걔네 팬들 유명할 정도로 극성이잖아.’ 키득거리며 말하는 것을 녹음해서 그의 팬들에게 던져주고 싶었다. 주절주절 라디오와 함께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영웅이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녹음실에 도착했다.
조금 긴장한 채로 조금 낡은 녹음실로 들어서자, 신인 가수와 매니저가 커피를 나눠 주며 인사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녹음을 하게 된 신인가수 재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람을 홀릴 것만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차가운 나의 손을 꼭 쥐고 90도로 몸을 숙였다. 그 모습에 문득 익숙한 실루엣이 겹쳐 보여 손이 멈칫했다.
“노래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작곡가님!”
“아, 아뇨…. 저야말로 제 노래… 마음에 들어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신인 가수와 신인 작곡가의 만남.
아마 흘러 흘러 싼값에 신인 가수의 수록곡으로 넘어갔을 테지만, 눈앞의 이 가수는 데뷔하는 것이 행복한지 그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몇 번이나 손을 붙잡고 바보같이 인사를 하는 행동을 반복하자, 영웅이가 익숙하게 이 상황을 정리했다.
확실히 숙달된 매니저는 무언가 다르긴 하다.
“어라? 김 매니저? 여긴 어떻게…? 사귀는 사이?”
“에이, 애인 있는 거 알면서.”
이 녀석 나름대로 입지가 있는 편이었다. 영웅이를 알아보고 놀라는 녹음실의 다른 프로듀서가 슬쩍 묻는 것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였다.
“알다시피 우리 배우님, 휴식기라서 심심해서 같이 온 거예요.”
“아…?”
“사촌이거든요.”
속 좋게 웃는 얼굴에 그제야 호기심이 풀린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들이 사라졌다.
“이야, 이도진 씨는 잘 지내고?”
“에이, 걔가 못 지내면 어떡해요.”
“나중에 다리 좀, 응? 영웅 씨.”
“아하하! 말은 슬쩍 꺼내 볼 게요.”
둘의 대화에 기가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부스에 들어와, 길어진 인사만큼 늦은 녹음을 시작했다.
부스에서 들리는 가수의 목소리를 얼마나 들었을까?
조금 쉬자고 말하며 멍한 표정으로 녹음실을 나오자, 커피를 가지고 온 영웅이는 낄낄 웃으며 내 표정이 그렇게 썩어 있었다고, 신인 가수가 그 표정을 보고 펑펑 울고 있다고 귀띔했다.
…… 내가 그랬다고?
***
녹음이 대충 끝났다.
여러모로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녹음이 된 것을 수십 번 반복해서 틀며 멍한 표정으로 빈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깜깜했다.
‘와, 떨려! 나도 언젠가는 저런 곳에서 녹음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너, 노래 진짜 잘하니까! 내가 첫 녹음 응원가 줄게.’
또 다.
또다시 문득 생각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헛웃음이 났다. 아무래도 오늘은 집중력이 바닥이 난 것 같아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일어서려는 순간, 그제야 옆에서 느껴진 시선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 옆에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홍시혁이 있었다.
정말 귀신인 줄 알고 소리를 빽 지르며 의자에서 넘어지자, 홍시혁은 배를 잡으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허리의 고통보다도 먼저 눈에 보이는 이것이, 귀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홍시혁의 머리를 콕콕 찌르자,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딱딱한 머리통이 느껴졌다.
“노래 드~럽게 못하네. 라고 생각했지?”
귀신이 아니라고 대신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어쩔 줄 모르던 내 손에서는 뜨거운 온기가 느껴졌다.
“오랜만이네? 율아.”
분명 현실인데.
눈앞의 홍시혁이 귀신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상황이 믿을 수가 없어 잡힌 손가락으로 이번에는 볼을 쿡쿡 찔렀다. 그 행동에 홍시혁은 꺄르르 웃으며 아예 자기 뺨에 내 손을 올렸다.
“나 진짜 홍시혁인데? 그만 의심하지?”
“어, 어떻게…?”
“녹음실에 두고 간 거 있어서 왔는데… 여러모로 땡잡았네.”
자신이 아는 홍시혁은 진한 이목구비에 화려한 머리색, 화려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화려한 옷을 좋아하며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는데. 눈앞의 홍시혁은 진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지만 단정한 검은 머리,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옷차림, 허전한 목과 귀. 그리고 손….
그 어느 것 하나 내가 알던 모습과는 달랐다.
하지만 나를 보며 웃는 저 얼굴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진짜 보고 싶었는데.”
놀라서? 어색해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만큼 훌쩍 다가오더니 ‘잘 지냈어?’라고 묻는 홍시혁을 바라보니 소리가 목에 걸려 넘어오지 못했다.
“와! 마음대로 펑크 내놓고 아무것도 안 했네!?”“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았거든.”분명 ‘수정’은 했다. 그것도 저 까칠함을 맞춰서. 하지만 그 수정본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저으며 큰 소리로 떠드는 저 주둥이를 역시 한 대 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읽은 건지, 옆에 있던 작곡가가 홍시혁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생각해 봤는데, 클라이맥스 부분을 지르는 것보다는… 담담하게 하는 게 조금 더 어울릴 거 같아요.”“오, 어떻게?”이번에 홍시혁이 불렀던 OST를 떠올리며 살짝 흥얼거리자, 주위 사람들이 만족한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괜히 트집을 잡고 싶어 하던 홍시혁도 이번엔 마음에 들었는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함께 리듬을 타고 있었다.“생각해 보니까, 홍시혁 씨… 진성 고음에 약한 게 생각나서.”싱긋 웃으며 한 방 먹이자, 리듬을 타던 홍시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그래서 괜히 시비 거는 거 아니었어요? 못하는 거 넣어서.”“아닌데!? 아니거든? 나 실력 완전 많이 늘어서 진성 고음 따위는, 아아아아~~~!!! 하고 내지르거든? 완전 잘하거든? 잘했거든?”“야, 야! 유치하게 왜 이래!?”제대로 발작 버튼을 눌렀다. 빽빽이 인형을 마구잡이로 누른 것처럼 소리를 빽빽 지르는 모습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여전히 유치했다. 그 모습은
<서은율>그대로 잠이 들었다.눈을 뜨니 새벽이었다.어느새 이도진의 침대에 어엿하게 자리 잡고 누워있는 모습이 민망하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다. 머리를 긁적이며 정신을 바로 차리기도 전에 도진이의 이마에 손을 올리자, 다행히 열이 내렸다. 그제야 가슴을 짓누르던 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는 예민한 녀석이 움직임에 깰까 최대한 살금살금 기어 나왔다.“정말… 괜찮겠지?”여러모로 자기관리의 표본이라 불리는 이도진이 아픈 것은 시기상 나에게 옮은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또 불편했다.냉장고에 무엇이 있지?저 상태로 밥을 할 수 있을까?어제도 아무것도 안 먹고 약만 먹었는데. 여러 걱정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 결국 주방으로 빠르게 향했다. 다행히 요즘 요리하는 것에 재미들인 도진이 덕분에 냉장고에 재료는 가득 담겨 있었다.하지만 문제는… 나였다.내가 마땅하게 할 수 있는 요리가 없었다. 부랴부랴 나온 건 좋았는데, 막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괜히 헛기침하고 휴대폰으로 죽 레시피를 확인했다. 동영상을 빤히 바라보며, 그저 시키는 대로 재료를 넣고 휘저었다.“이게 맞나……?”스스로도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천천히 따라 하자, 그래도 일단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맛으로 만들어지기는 했다.거의 완성이 되는 순간,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일어난 건지 타이밍 좋게 나온 도진이는 조금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해?”“아, 됐다. 딱 맞췄네. 와봐. 먹어 봐.”식탁에 올린 음식과 나를 번갈
아빠가 그랬다.엄마가 우리의 곁을 떠나고, 조금 시간이 흐른 이후, 아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평소와 같이 웃으며 계속 계속 괜찮다고 그 웃음으로 나와 도진이를 달랬다.살이 조금 빠져도 괜찮다고 팔에 힘을 주며 웃었고, 조금 힘들어진 일에도 원래 그런 것이라며 언제나, 언제나 웃으며 그저 괜찮다고만 했다. 걱정 많은 딸과 무뚝뚝한 아들의 일에 지장이 가지 않게 웃고 또 웃었다.그러다 고교에 들어가기 직전, 입학 선물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하고 돌아온 그날 저녁, 몸이 좋지 않다며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의연하게 약 먹고 푹 자면 괜찮아질 것이라 말한 아빠는, 그날 새벽에 응급실로 향했다.다행히 걱정에 잠 못 들고 새벽 일찍 아빠의 몸 상태를 확인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조금 더 늦었으면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는 의사의 말에 심장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몸살감기인 줄 알았던 병은 이미 여기저기 번져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무수하게 쇠약하게 만들었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무엇보다 병실에 올 때마다 수군대는 목소리도 견딜 수 없었다.겉표면적으로 ‘이도진’의 가족이 아닌, 그 아버지를 닮지도 않은 내가 ‘이도진’의 아버지가 있는 병실에 드나드는 것이 여러 사람의 시선에는 퍽 수상해 보였는지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결국 소속사의 대표님이 부탁해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한참 촬영으로 바빴던 도진이가 대표님과 함께 상황을 정리를 해야 했다. 나는 아무도 없는 차가운 집 안에서 홀로 속앓이하며 애만 태웠다.그렇게 아빠가 입원하고 3주 후, 언론이 시들시들해질 때쯤… 개인 병실로 옮긴 이후에나, 몰래 병실에 드나들 수 있었던 나의 입장이 참 우스웠다.하지만,
<서은율>“아씨…!!!”한숨도 자지 못했다.이것은 작업 때문이 아닌 분노로 인한 것이었다. 그렇게 싫은 티를 내도 부족하다며 꼽 줄 거면, 왜 곡을 달라고 한 건지… 정말로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다.하긴, 홍시혁은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랜만에 활활 타올라 잡생각이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수정을 마치고 겨우 한숨 돌릴까 싶었지만, 섭취한 카페인이 가득한 커피 때문인지, 옆 방에 콕 박혀 있는 카페인 덩어리 때문인지 쉽사리 잠이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떠오른 것은 도진이의 울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아….”며칠 동안 감지 못해 떡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침대에 몸을 던져 발을 동동 굴렀다. 여러모로 심신이 지친 상태라 오늘 미팅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 홍시혁에게 연락을 남기자, 기다렸다는 듯이 도진이의 욕을 하는 것에 휴대폰을 베개 밑으로 쑤셔 넣고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게 이도진인지 홍시혁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다시 눈을 뜨자,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며 조심스레 방에서 나와 묵은 때를 씻고,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대충 닦으며 나오는 동시에 그제야 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도진이는?스케줄은 없다.그렇다면 아침은 그렇다 쳐도 점심은 무조건 먹이려고 할 텐데, 오늘은 아무런 소식도 없다.어지간히 화가 난 것인가?이런 모습을 본 것은 고등학생 때가 처음이었다. 그맘때쯤 나는 홍시혁과 윤시준과 한참 친해졌을 무렵이었다.당시 내가 다니던 고교는 명
녹음실에 갇힌 지 5시간.처음으로 담배를 태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아직도 고집을 꺾지 않고 주절주절 말하며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물론 저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의 80% 이상은 그냥 억지였다.“저 자식… 굉장히 까탈스럽게 굴죠?”“아… 괜찮아요. 익숙해요.”홍시혁은 학생 때부터 그랬다. 물론 익숙하다고 해서,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회적 체면이 있기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까탈스러운 만큼… 성과는 잘 내요. 스타성이 짙거든요. 봐요, 6년 만에 아무 소식 없이 노래만 덜렁 냈는데, 바로 화제성 1위 먹는 거… 다른 녀석들은 하고 싶어도 쉽게 못하는 거거든요.”작곡가의 말에 쓰게 웃었다. 그리고 금방 어색해진 이 공간을 참기 어려웠는지, 작곡가가 전화기를 붙들고 나가는 동시에 한참 생떼를 쓰던 홍시혁이 돌아와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려 나를 올려봤다.지금 뭘 잘했다고 저렇게 보는 거지?두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만 싶었다.“이제 외출하는 거는, 터치 안 하나 봐?”주어가 빠졌지만, 제대로 알아들었다.이 녀석은 항상 이런 식이다.항상 괜한 곳에 화풀이한다.종이를 쥐고 음을 흥얼거리면서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내가 나오는 데 허락받을 필요가 뭐 있는데.”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홍시혁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들고 있던 종이를 놓치며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면서, 모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생체리듬은 깨지고, 지금 얼마나 지났는지 날은 얼마나 갔는지 시간을 인지할 수 없게 된다. 나 역시 겨우 얕은 물에 한 발짝 담근 수준이었지만, 일종의 예술을 하는 것이니 그런 생활을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나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절대 그럴 수 없었다.“별로야?”우리 집에는 그 누구보다 바른생활 남자가 있었다.오늘은 스튜를 내놓고 나의 반응을 살피는 도진이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집안에 바른 생활인이 있으면 여러모로 좋고 괴롭다. 밤을 새워 몰입했지만 밤을 새웠다고 말하게 된다면, 지금 저 곱게 잘 빚어진 얼굴이 구겨질 것이 분명했기에 최대한 티 내지 않았다.하지만 별개로 입맛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 힘없이 숟가락을 휘젓는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자기 요리가 문제라고 생각한 건지, 가는 눈을 뜨며 스튜를 맛보는 얼굴은 솔직히 볼만했다.“너… 요즘 한가해?”결국 참지 못하고, 며칠 동안 괴롭히던 궁금증을 내뱉었다.“왜, 내가 집에 있는 게 불편해?”가시가 돋친 말.“아니… 요즘 바쁜 거 아니었어?”괜히 주눅이 들어 말끝을 흐리자, 그럴 생각은 아니었던지 자신도 입을 꾹 닫고 건강한 맛이 나는 스튜를 먹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넓은 집에, 이 침묵…. 익숙하지만 견디기 힘들다. 겨우 넘긴 스튜는 따뜻하기만 했지,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다.“누구랑 작업해?”“켁!”이 침묵을 깨는 질문에, 차라리 침묵이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아무리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