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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랜만이네?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7-16 14:16:18

⁠

⁠

“누나, 목은 좀 어때? 얼마 전에도 심하게 아팠다며.”

“… 괜찮아.”

“그래도 겨울엔 유독 심하잖아. 따뜻한 거라도 사 올까?”

“됐어.”

⁠

영웅이는 퉁명스러운 내 대답에도 굴하지 않았다.

하긴, 이 애는 이런 면에는 도가 텄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말할 기분이 나지 않아 대답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그제야 분위기를 읽은 영웅이는 라디오를 틀자, 화제의 그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뭐, 한번 들었다고 익숙한 구간을 흥얼거리자, 영웅이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넌지시 말을 던졌다.

⁠

“청호, 노래 많이 늘었지?”

“그러게.”

“누나가 가르쳐 준 보람이 있겠어?”

“내가 뭐 했다고.”

“에이~ 그런데, 활동은 왜 안 하지? 지금 팬들도 난린데.”

⁠

‘걔네 팬들 유명할 정도로 극성이잖아.’ 키득거리며 말하는 것을 녹음해서 그의 팬들에게 던져주고 싶었다. 주절주절 라디오와 함께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영웅이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녹음실에 도착했다.

조금 긴장한 채로 조금 낡은 녹음실로 들어서자, 신인 가수와 매니저가 커피를 나눠 주며 인사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오늘 녹음을 하게 된 신인가수 재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사람을 홀릴 것만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차가운 나의 손을 꼭 쥐고 90도로 몸을 숙였다. 그 모습에 문득 익숙한 실루엣이 겹쳐 보여 손이 멈칫했다.

⁠

“노래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작곡가님!”

“아, 아뇨…. 저야말로 제 노래… 마음에 들어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

신인 가수와 신인 작곡가의 만남.

아마 흘러 흘러 싼값에 신인 가수의 수록곡으로 넘어갔을 테지만, 눈앞의 이 가수는 데뷔하는 것이 행복한지 그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몇 번이나 손을 붙잡고 바보같이 인사를 하는 행동을 반복하자, 영웅이가 익숙하게 이 상황을 정리했다.

확실히 숙달된 매니저는 무언가 다르긴 하다.

⁠

“어라? 김 매니저? 여긴 어떻게…? 사귀는 사이?”

“에이, 애인 있는 거 알면서.”

⁠

이 녀석 나름대로 입지가 있는 편이었다. 영웅이를 알아보고 놀라는 녹음실의 다른 프로듀서가 슬쩍 묻는 것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였다.

⁠

“알다시피 우리 배우님, 휴식기라서 심심해서 같이 온 거예요.”

“아…?”

“사촌이거든요.”

⁠

속 좋게 웃는 얼굴에 그제야 호기심이 풀린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들이 사라졌다.

⁠

“이야, 이도진 씨는 잘 지내고?”

“에이, 걔가 못 지내면 어떡해요.”

“나중에 다리 좀, 응? 영웅 씨.”

“아하하! 말은 슬쩍 꺼내 볼 게요.”

⁠

둘의 대화에 기가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부스에 들어와, 길어진 인사만큼 늦은 녹음을 시작했다.

⁠

부스에서 들리는 가수의 목소리를 얼마나 들었을까?

조금 쉬자고 말하며 멍한 표정으로 녹음실을 나오자, 커피를 가지고 온 영웅이는 낄낄 웃으며 내 표정이 그렇게 썩어 있었다고, 신인 가수가 그 표정을 보고 펑펑 울고 있다고 귀띔했다.

⁠

 …… 내가 그랬다고?

⁠

⁠

***

⁠⁠⁠

⁠

녹음이 대충 끝났다.

여러모로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녹음이 된 것을 수십 번 반복해서 틀며 멍한 표정으로 빈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깜깜했다.

⁠

‘와, 떨려! 나도 언젠가는 저런 곳에서 녹음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너, 노래 진짜 잘하니까! 내가 첫 녹음 응원가 줄게.’

⁠

또 다.

또다시 문득 생각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헛웃음이 났다. 아무래도 오늘은 집중력이 바닥이 난 것 같아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일어서려는 순간, 그제야 옆에서 느껴진 시선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

그 옆에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홍시혁이 있었다.

정말 귀신인 줄 알고 소리를 빽 지르며 의자에서 넘어지자, 홍시혁은 배를 잡으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허리의 고통보다도 먼저 눈에 보이는 이것이, 귀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홍시혁의 머리를 콕콕 찌르자,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딱딱한 머리통이 느껴졌다.

⁠

“노래 드~럽게 못하네. 라고 생각했지?”

⁠

귀신이 아니라고 대신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어쩔 줄 모르던 내 손에서는 뜨거운 온기가 느껴졌다.

⁠

“오랜만이네? 율아.”

⁠

분명 현실인데.

눈앞의 홍시혁이 귀신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상황이 믿을 수가 없어 잡힌 손가락으로 이번에는 볼을 쿡쿡 찔렀다. 그 행동에 홍시혁은 꺄르르 웃으며 아예 자기 뺨에 내 손을 올렸다.

⁠

“나 진짜 홍시혁인데? 그만 의심하지?”

“어, 어떻게…?”

“녹음실에 두고 간 거 있어서 왔는데… 여러모로 땡잡았네.”

⁠

자신이 아는 홍시혁은 진한 이목구비에 화려한 머리색, 화려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화려한 옷을 좋아하며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는데. 눈앞의 홍시혁은 진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지만 단정한 검은 머리,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옷차림, 허전한 목과 귀. 그리고 손….

그 어느 것 하나 내가 알던 모습과는 달랐다.

하지만 나를 보며 웃는 저 얼굴은 잘 알고 있었다.

⁠

“나는 진짜 보고 싶었는데.”

⁠

놀라서? 어색해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만큼 훌쩍 다가오더니 ‘잘 지냈어?’라고 묻는 홍시혁을 바라보니 소리가 목에 걸려 넘어오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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