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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소리가 불안감을 점점 잊게 했다.
“서은율, 우리 돌아가면… 진짜 가족이 되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소리에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 눈을 마주 보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나의 손을 꽉 잡고는 대답해 주지 않을 거냐고, 귀엽게 투정하며 재촉했다. 내 심정도 모르면서.
“나랑 가족은 싫다며?”
“누나로서 싫다는 거잖아.”
괜히 퉁명스럽게 마음에 있던 응어리를 꺼내자,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말을 하냐는 표정을 한 도진이를 보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불안감이 심장 소리에 덮인 것처럼, 이번엔 내 웃음소리에 심장 소리가 덮쳤다.
“가끔 보면… 무드 깨는데, 뭐가 있어.”
심장 소리가 불안감을 점점 잊게 했다.“서은율, 우리 돌아가면… 진짜 가족이 되자.”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소리에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 눈을 마주 보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나의 손을 꽉 잡고는 대답해 주지 않을 거냐고, 귀엽게 투정하며 재촉했다. 내 심정도 모르면서.“나랑 가족은 싫다며?” “누나로서 싫다는 거잖아.”괜히 퉁명스럽게 마음에 있던 응어리를 꺼내자,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말을 하냐는 표정을 한 도진이를 보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불안감이 심장 소리에 덮인 것처럼, 이번엔 내 웃음소리에 심장 소리가 덮쳤다.“가끔 보면… 무드 깨는데, 뭐가 있어.”***“은율아, 얼굴 보기가 이렇게 어려워서! 누가 보면 피하는 줄 알겠네~” 뜨끔했다. 대놓고는 아니지만, 껄끄럽기는 했다. 대표님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내게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걸었지만, 나는 몇 년 전에 진지하게 오해를 풀고 나서도 찜찜해서 괜히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표님이 내민 손을 잡고 어색하게 웃었다.“요즘 몸은 괜찮고?” “네….” “다행이네. 올 초만 해도 바짝 마른 콩나물 같더니.”바짝 마른 콩나물이라니. 그러고 보니, 홍시혁도 그 엇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나는 그런 이미지인가?“다음에 볼 때는 영웅 씨 결혼식장이겠네?” “아… 네, 네….” “와
오랜만에 그날의 꿈을 꿨다. 목에서 피가 나오는 느낌은 여전했지만,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너의 질겁한, 새파랗게 질린 표정이…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이 너무 신경 쓰여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눈앞이 어질어질하며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와 함께 내 세상은 암전됐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얼굴부터 가슴까지 온갖 거추장스러운 기구들이 붙어있었다.‘목소리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생각해야 해요.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일단은 체력 회복에 힘씁시다. 서은율 씨, 시간과의 싸움이니… 먼저 지치면 안 돼요.’제대로 정신이 들었을 때, 의사는 말했다. 몸은 더 이상 수술을 버틸 수 없고, 회복도 더디고 오래갈 것이니 장기전으로 봐야 한다고. 처음에는 실감 나지 않았다. 회복이 되면 일상생활에 가벼운 말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했었고, 그 당시 나에게는 더 이상 노래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와서 노래를 불러 봤자, 들어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저 회복을 끝마치게 되면 나는 그 집에서 나와, 조용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면 될 것이라 약을 먹으며 몽롱한 정신 속에서 막연하게 생각했다.하지만 뒤늦게 불안했다. 그날, 그곳에서 있었던 공포감과 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과 절망감, 뒤늦은 서러움이 밀려왔다. 극심한 정신 이상 상태는 생각보다 오래갔고,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없었지만… 문득문득 아빠나 영웅이에게 추태를 부렸던 것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는 어려웠다.‘괜찮아. 우리 딸은 강하니까. 이겨낼 수 있어. 얼른 일어나서 다시 노래도 하고 해야지.’수척한 얼굴로, 뼈가 도드라진 손으로 나를 안으며 진정시키던 아빠는, 얼른 회복하자고… 나의 노래가 얼른 듣고 싶다고
“컨셉?” “남친 컨셉으로 찍는다더라? 사랑하는 연인만 볼 수 있는 모습, 표정… 뭐 그런 거라던데. 완전 웃기지 않아!?” “아….” “엥? 생각보다 반응이 별론데?” “너는 이도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그래도 나름 탑배우잖아.“그런 것보다는… 나도 치정멜로 찍는 이도진이 더 궁금해.”그 말에 촬영스텝 말이 떠오른 건지 빵 터진 영웅이는 핸들을 치며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차 안으로 훅 들어온 짙은 향수 냄새와 맞춰 정색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움직였다. 그 모습에 가는 눈을 뜨며 나와 영웅이를 번갈아 보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자, 잠시 뒤 나의 어깨 위로 익숙한 무게감이 느껴졌다.***“아까 차 안에서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어?” “어떻게 온 거야? 다른 스텝들 보면 어쩌려고.” “못 오고, 못 봐.”값비싼 호텔에서의 야경에 흠뻑 취했을 때, 그럴 때가 아니라는 듯 쳐들어온 도진이는 어울리지 않게 머리에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따뜻한 곳이지만, 그래도 감기에 걸릴까 싶어 얼른 방안으로 끌고 오자마자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렇지 않게 ‘네가 치정멜로를 찍는 것을 상상했다.’라고 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곁에 바짝 붙은 도진이를 올려본 순간, 나른하게 내려보는 시선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머릿속에서 위험한 상상이 지나갔다. 아무래도 나는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을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를 옮기는 나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모습은 분명 어리광쟁이 이도진이 맞는데.“뭐.”왜
<서은율>“뭐…?”지금 도진이가 뭐라고 한 거지? 잘못 들은 건가?“대표님이 싱글….” “싫어!”아직 한 소절도 제대로 못 끝내는 실력으로 무슨 싱글이란 말인가? 게다가 어찌 됐든 정식으로 싱글을 발매한다는 것은 ‘데뷔’라는 의미 있는 행동이다. 그것 한 곡 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맥으로 덥석 물기에도 미안한 실력이다. 게다가 이제 와서 내게 그런 미련은 없다. 그저 홍시혁의 앨범에 참여한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이다음은 조금 더 후에, 조금 더 내게 용기가 생기면, 조금 더 목 상태가 나아지면… 그때로 미뤄도 괜찮다고 아직은 생각한다.“그거… 그냥 너 은퇴 막아 달라는 뇌물 아냐?” “그럴지도.”난 진심으로 말한 건데, 장난으로 받아들인 건지… 픽 웃는 모습에 괜히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솔직히 대표님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은퇴를 번복하는 게 수월하다고는 하다만, 이도진의 성격상 절대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얼굴을 영영 묵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건 영화계에 엄청난 손실이란 마음과 온전히 나만 볼 수 있다는 마음이 서로 부딪혀 괴로웠다.“왜 그렇게 봐? 뭐 묻었어?” “못 생겨서….” “거짓말.” “진짠데.” “너, 내 얼굴 좋아하잖아.”이제는 능구렁이처럼 말하는 모습이 꽤 익숙해졌다. 괜히 그 허리를 발로 툭툭 건드리자, 떨어지지 않을 기세로 나를 끌어안는 모습도 익숙해졌다. 나는 여전히, 아직도 이 관계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은 하
“같네.”대답에 만족한 듯 웃음기가 섞인 말에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정말이지,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네 시선, 손길 하나하나에 일일이 반응하는 이 몸도 정말 싫다.“하….”짜증이 나서 주저앉아 버렸다. 당연히 이런 내 속도 꿰뚫어 보고 있을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다 알고 있다는 목소리로 ‘왜 그래?’라고 물었다.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너를 이길 수 없겠지. 그 사실 하나가 이렇게 나를 자유롭게 날아가지 못하게 영영 묶는다.목에 돌돌 감긴 목도리를 풀어, 도진이의 얼굴에 돌돌 감아버렸다. 나름의 화풀이였다. 어째서 너는 이토록 나를 괴롭힐까? 억울하다. 너도 나 때문에 괴로워했으면 좋겠다. 너의 인생도 전부 나에게 엮여서, 모든 것 하나하나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를 떠올릴 정도가 되면, 그때가 되면 너도 조금은 나의 심정을 이해할까?아니, 너는 죽어도 모를 거다.억울해. 정말 너무너무 억울해.죽은 감정과 마음은 여전히 네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살아났다 죽기를 반복한다.“너… 은퇴해?”“뭐?”“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길래… 거짓말… 이지?”“아마, 아냐.”“어째서? 왜 갑자기?”“이제 됐어. 이제 복잡한 건 질렸어.”그 눈빛에.
“누구 마음대로?”갑작스러운 홍시혁의 말에 놀라 눈을 깜빡이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뒤에서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당연하게 내 옆으로 다가와 나의 손을 잡은 홍시혁의 손을 벌레 떼듯이 툭 쳐내더니 나의 상태를 살폈다.“술 안 마셨지?” “으, 응….”그리고 서로 한참을 말없이 노려보는 것에, 괜히 또 말싸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긴장했지만, 가장 먼저 시비를 걸 듯했던 홍시혁은 얌전히 도진이를 바라보더니, 나를 바라보고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율아, 연락할 게~” “으, 응.”***“연락은 무슨 연락이야.”이도진은 홍시혁의 모든 말이 거슬리나 보다. 따뜻한 차 안에서 미리 사 놓은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입을 삐죽였다.“추우니까, 마셔.” “어떻게 온 거야? 영웅이는.” “미팅 중에 나 버리고 갔길래, 나도 걔 버리고 왔어.” “뭐라고?” “농담이야.”이상하게 옛날부터 이도진의 농담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오늘은 왜 안 마셨어?” “또 사고 칠까 봐.”그 말에 그날이 떠오른 건지 쿡쿡 웃더니 핸들을 잡는 도진이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로 은퇴하는 것이냐고, 그럼 오늘 미팅은 무슨 미팅이냐고. 하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에 진짜로 그렇다면? 하긴, 그렇다고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도진이의 인생인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