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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AI: 일단 섹스부터 할까요?

Author: Lir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9 09:30:32

환호성 같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유진은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있는 이곳은 집이 맞다. 꼬집으면 아픈 걸 보니 꿈도 아닌데.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는, 눈이 시릴 정도의 외모를 자랑하는 이 남자는 대체 누굴까. 설마 어제 마지막으로 들른 혼술바에서 콱 물어온 남자일까? 대박인데! 내 수준에? 내 수준이 뭐가 어때서! 이 정도의 남자를? 그건 그래! 근데 잠깐만. 분명 아까 일어났을 땐 집에 아무도 없었는데? 역시 그냥 빈집털이 같은 거 아닐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거고? 근데 이렇게 잘생겼는데 좀도둑이라고? 끝없이 이어지는 물음표에 느낌표를 달 수 없을 경지에 이르자, 유진은 물었다.

“누, 누구세요?”

남자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생긋 예쁘게 웃었다.

“서운한 질문이네요.”

완벽한 얼굴에 완벽한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 유진은 자신이 감히 이 천사 같은 남자의 마음을 서운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석고대죄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미, 미안……”

“제 이름은 FDTC-2099 ver.7.1입니다.”

“……예?”

유진은 다급히 남자의 목덜미를 살폈다. 빛나는 연둣빛 점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버튼이 보였다.

“뭐야. 로봇이잖아?”

갑자기 긴장이 턱 풀렸다. 다리에 힘이 빠지자 몸이 저절로 주르륵 내려앉았다. FDTC-2099가 재빨리 유진의 허리를 잡았다.

“괜찮으세요?”

남자가 로봇이라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상황 파악은 안 되는 상태. 유진은 FDTC-2099의 부축을 받아 식탁 의자에 앉았다.

“정부 지원 로봇이 왜 우리 집에 있지.”

유진이 중얼거렸다. 정신 사나웠던 어젯밤을 돌이켜보며 찬찬히 기억을 더듬었다. 그 회상을 돕기라도 하듯, TV에서 광고가 흘러나왔다.

「2099년 10월 1일 목요일 오전 10시. FDTC-2099의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이번 업데이트는 버전 7.1의 단점 보완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 무료 커스텀 패키지가 20종 추가됩니다. 용량 부족 시 자동 업데이트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메모리 정리 및 백업을 꼭 해두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확실한 미래. AI와 함께. AI미래지원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뚱한 표정으로 광고를 본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평소에는 나올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채널을 돌려버리던 광고였다. 아마 끝까지 본 것 자체가 처음일 것이다.

이미 알고 있듯이 FDTC-2099는 로봇이다. 목덜미에 연두색 전원 버튼을 단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로봇. 이들의 탄생은 2080년부터 시작된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서였다. 출생률 0명대를 기록한 이후, 정부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출생률을 높이려 갖은 애를 다 썼다. 하지만 진작 N포세대로서 무기력해질 대로 무기력해진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굳이 져주고 양보하는 사랑을 영위하기에 그들은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동시에 전 세계는 AI가 휩쓸었다. 디자인, 음악, 번역, 법률 등 차례차례 인간의 영역을 빼앗았다. 곧 피지컬 AI라는 이름으로 진화하여 튼튼한 몸도 얻었다. 화이트칼라에 이어 블루칼라 계열마저 끝이 났나 싶던 차였다. 하지만 AI 업계는 아예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연예계. 아름다운 외형과 독특한 설정을 마구마구 담아낼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특장점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팬들의 사랑은 달았다. 하지만 사랑보다 단 것은 돈이었다. 그리고 CEO들은 똑똑했다. 사랑과 돈, 이 둘을 함께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인님?”

FDTC-2099가 유진을 불렀다. 아직 생각 정리가 끝나지 않았는데. 유진은 고개를 들었다.

“어?”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배 안 고프세요? 제가 콩나물국 끓였는데. 둘 중에 어떤 거 드실래요?”

FDTC-2099가 비닐봉지 속 불닭볶음면을 꺼내며 물었다. 눈짓으론 부엌의 냄비를 가리켰다.

“콩나물 사러 갔다 온 사이에 주인님이 없어져서 놀랐었어요. 그나저나 주인님은 해장을 매운 거랑 느끼한 걸로 하는 타입이구나.”

“너 누구야?”

유진이 말을 끊으며 물었다. FDTC-2099가 재차 “제 이름은 FDTC……” 하고 말하려는 걸 손으로 막았다.

“아니, 내 말은! 네가 정부 지원 로봇인 건 알고 있어. 아는데,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야?”

FDTC-2099가 빙긋 웃었다. 유진은 현기증이 났다. 아무것도 모르겠는 이 상황 때문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듯한 잘생긴 미소 때문이었다.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이 미소만 보면 아무래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부터 다 설명드릴까요? 아니면, 일단 섹스부터 할까요?”

FDTC-2099가 고개를 옆으로 숙이며 말했다. 유진은 너무 놀라 차마 아무 말도 못 했다.

“어제 주인님이 섹스, 섹스 노래를 불렀었는데 중간에 잠들어서 못했거든요. 거들까지만 힘겹게 벗겼어요.”

FDTC-2099가 턱으로 뒤를 가리켰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침대 밑에 나뒹굴고 있는 거들을 보았다. 그러니까 저걸…… 얘가…… 벗겼다는 거지?

“어떻게 하실래요? 설명? 아니면 섹스?”

다시금 훅 들어오는 질문에 유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몸 안쪽부터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서, 설명부터 해봐.”

너무 오랜만에 맞이하는 열기라서 몸이 후끈하게 달아올랐지만 유진은 가까스로 이성을 앞세웠다. FDTC-2099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뇨. 섹스부터.”

그 노력은 무색하게도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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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밥 맛있다.”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집에서 밥은 잘 해먹지 않아 먼지만 뽀얗게 쌓여가던 밥솥이었다. 이 집에 이사 올 때 밥솥을 끌어안고 들어가는 샤머니즘 섞인 세리머니 이후론 크게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제이크는 그걸 꺼내 깨끗하게 닦고 씻어 묵은 쌀로 밥까지 지었다.“오래된 쌀인데 너무 맛있어.”“아, 새로 사 온 쌀이야. 유진이한텐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서.”묵은 쌀을 어찌 먹겠냐는 말을 참 예쁘게도 돌려 말하는 제이크다.“찌개 재료도 다 사 온 거야? 이 조개도?”유진이 먹음직스러운 순두부찌개 속 바지락을 하나 건져 올리며 물었다. 제이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겠지. 먹을 거라곤 레토르트 식품과 제로 콜라가 전부인 집에 바지락이라는 고급(?) 식재료가 있을 리가.“빨래도 다 됐나 보다. 나 옷 입고 올게.”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슈베르트 송어 멜로디가 들려오자 제이크가 벌떡 일어났다. 유진의 시선도 무의식적으로 제이크를 쫓았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홱 돌렸다. 적절하게 근육이 붙은 단단해 보이는 엉덩이 두 짝과 그 사이로 튀어나온 그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앞모습도 충분히 숭했지만 뒷모습이 수십 배 숭하고 자극적이었다.생각해 보면, 유진의 옷 중 조금 큰 걸 골라 입어도 됐을 터였다. 유진은 그렇게 마른 체형이 아니었고 나이 때문에 편한 옷을 선호해, 큼지막한 티셔츠와 바지도 여러 장 가지고 있었다. 옷장을 열면 바로 보였을 텐데 제이크는 왜 미련하게 발가벗고 있었을까.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똑똑한 인공지능인 그가. 답은 뭐 뻔했다. 일부러. 그 일부러가 서비스가 되었든 입력된 설정값이 되었든 어쨌든 일부러인 건 맞다. 유진을 위한 일부러.“밥 다 먹으면 옷 사러 가자!”유진은 눈을 새하얀 쌀밥에 똑똑히 박은 채 말했다. 뒤에서 대답 대신 푸스스 웃는 소리가 들렸다.주말의 백화점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하나같이 어여쁜 FDTC와 사이좋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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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오늘의 원나잇 특성을 설정하세요.   4화 / AI: ‘FDTC-2099 사업’에 대한 검색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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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오늘의 원나잇 특성을 설정하세요.   3화 / AI: 내 이름을 불러줘.

    설명은 결국 듣지 못했다. FDTC-2099가 자신의 손목을 잡았을 때, 유진은 “잠깐”이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손바닥이 너무 따뜻했다.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 온기가 오래 비어 있던 외로움을 꼬옥 끌어안았다. 결국 유진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꾹 삼켰다.“괜찮아요. 이대로 편히 누우세요.”조용한 침실. FDTC-2099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유진은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 때문에 작게 몸을 떨었다.“추우세요, 주인님?”“그…… 주인님이라는 말 그만해.”“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이름?”FDTC-2099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물었다. 유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유진이도 내 이름 불러줘.”“네 이름? FDTC라고 부르라고?”“좀 길긴 하지? 새로 지어줘도 돼. 너만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되었다는 증거로.”FDTC-2099가 유진의 귓가에 쪽 입을 맞췄다. 입술은 천천히 턱으로, 목덜미로, 쇄골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올라와 유진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췄다.“여기는 이름 불러줄 때까지 보류.”숨결이 닿았다. 유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들었다. FDTC-2099가 재빨리 피해버리는 바람에 입술은 닿지 못했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에 유진은 괜히 침을 꼴깍 삼켰다.“잔꾀는 안 통해, 자기야.”능글맞게 말하는 FDTC-2099. 유진은 고개를 떨구며 피식 웃었다.“자기?”“이름 불러줄 때까지 나도 안 불러줄 거야.”“바보 같은 이름으로 지으면 어쩌려고.”“그럼 바보처럼 살게.”FDTC-2099가 자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놓으며 말했다. 보기 좋게 붉은 입술로, 듣기 좋은 말을 참 쉽게도 한다. 유진은 도저히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고개를 돌렸다. 빨간 종이 상자가 보였다. 잠이 안 올 때면 맥주 한 캔과 함께 먹던 과자 패키지였다. 상자에는 커다랗게 ‘제크’라고 과자의 이름이 쓰여있었다.“제이크는 어때?”유진이 조심스레 제안하자 FDTC-2099가 어깨를 으쓱했다.“바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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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오늘의 원나잇 특성을 설정하세요.   1화 / AI: 안녕하세요, User님.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유진은 잠에서 깼다. 침대 옆자리를 더듬어도 손에 잡히는 건 없고, 미니스커트에 끈나시, 속옷까지 착실히 입고 있는 자신만 있었다. 날씬해 보이려 입은 압박 거들은 침대 밑에 널브러져 있다. 잠결에 불편해 벗어던진 모양이었다. 어제 몇 시까지 마셨더라. 남자 하나, 아니 이젠 여자여도 상관없다. 그저 말라비틀어지기 일보 직전인 제 꽃잎을 촉촉이 만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물 한 방울이 절실한 그녀는 지난밤, 아슬아슬한 옷차림과 진한 화장으로 본모습을 가리고 클럽이다, 술집이다 여기저기를 전전했다. 하지만 말을 걸어오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진짜 늙어 보이나?”유진은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요리조리 비춰보았다. 곧 마흔을 앞둔 눈가에 미세한 주름이 끼었다. 그 사이엔 짙게 펴 바른 파운데이션도 하얗게 떠 있었다. 남자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떻게든 관심을 얻어보려 방긋방긋 웃어 보인 결과였다. 물론 효과는 없었다. 예전엔 미소 짓기만 해도 남자들이 우르르 넘어왔었는데, 이젠 클럽 도어맨에게 웃돈을 얹어주지 않으면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아직까진 웃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려나.유진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결국 이번 주말도 혼자구나. 쓸쓸한 마음이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큰 성공을 거둔 위인이 되지도, 짭짤한 돈을 모은 인물이 되지도 못했다. 예쁜 얼굴? 늘씬한 몸매? 시원시원한 키?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그냥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 A. 이야기 속에서라면 콘셉트는커녕 이름 석 자 하나 얻지 못할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좋게 말하자면 다양한 방면에서 무소유를 수행 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그녀의 자의가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샤워를 마친 유진은 빗질도 하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로 집을 나섰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찾은 곳은 고작 편의점. 숙취 해소를 위한 불닭볶음면과 더블에그햄버거를 구입했다.“불닭 바질 마르게리따 맛 새로 나왔네. 으음…… 에이, 불닭은 역시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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