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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계약 결혼 제안

Author: Noona Aurora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06 15:34:36

입술에 닿았던 그의 감촉은 단 몇 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엘리노어에게는 마치 시간이 그대로 정지해 버린 것만 같았다.

몸이 굳어버렸다. 엘리노어의 심장은 누군가에게 들릴 것처럼 거세게 요동쳤다. 두 뺨은 새빨갛게 물들어 숨조차 쉬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아치의 시선은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엘리노어는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치는 왜 자신에게 키스했을까? 그녀는 그저 이 남자의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원일 뿐인데. 두 사람의 관계는 상사와 부하 직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엘리노어가 아치와 교류하는 순간이라고는 같은 회의에 참석할 때가 전부였다.

그 외에는 어떠한 친분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 남자는 마음대로 자신에게 키스를 한 걸까? 아치가 정말 미친 게 틀림없었다!

엘리노어를 바라보던 아치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레타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이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레타의 턱끝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너 진짜 미쳤구나, 아치!” 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레타의 손가락이 아치와 엘리노어를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너희 둘….” 그레타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말도 안 돼.”

아치의 입꼬리가 얇게 올라갔다. “당신 의견을 물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는데, 난 내가 한 말에 결코 장난을 치지 않습니다.” 아치의 시선이 그레타를 향해 더욱 날카로워졌다.

엘리노어는 방금 아치가 내뱉은 말을 듣고 숨이 턱 막힐 뻔했다.

우리 관계?

엘리노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회사에서 차갑고 단호하기로 소문난 상사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가?

엘리노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아치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난 이미 내가 결혼할 여자를 정했습니다. 그러니 당신과의 정략결혼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아치는 여전히 날카롭고 곧은 시선으로 그레타를 응시했다.

그레타의 양주먹이 몸 옆에서 불끈 쥐어졌다. 턱에 힘이 들어가고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어떻게 자신이 엘리노어처럼 보잘것없는 여자에게 밀릴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된다. 그레타는 아치가 내린 결정에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

엘리노어를 향한 그레타의 눈빛은 더 이상 무시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나을 것도 없는 여자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폭발적인 분노 그 자체였다.

그레타의 눈이 엘리노어를 향해 격렬하게 빛났다.

그레타가 엘리노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정말 나 대신 이 여자를 선택하겠다는 거야?"

아치는 감정이 격해진 그레타를 무심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아치의 침묵은 오히려 그레타에게 확실한 대답이 되었다.

그레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실소 터뜨렸다.

"좋아." 그레타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레타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물잔을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내용물을 엘리노어를 향해 부어버렸다.

엘리노어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기도 전에, 아치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날아오는 물을 대신 맞았다.

이제 아치의 고급 슈트 윗옷 뒷자락은 그레타가 끼얹은 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자신을 보호해 준 아치를 바라보며 엘리노어는 충격을 받았다. 아치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레타는 당황한 듯 서둘러 손에 든 잔을 내려놓았다.

“너….” 그레타는 아치가 엘리노어를 감싸고 나선 모습에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그녀는 가방을 낚아채듯 들고,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엘리노어와 아치를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레타가 떠난 후.

엘리노어는 여전히 자신의 바로 앞, 아주 가까운 거리에 서 있는 아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왜 저를 사장님 문제에 끌어들이고 애인이라고 거짓말을 하신 건가요?” 엘리노어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럼 나와 결혼합시다.” 아치가 엘리노어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엘리노어는 움찔했다. 방금 아치가 한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사-사장님, 장난치지 마십시오.” 엘리노어는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내 그녀는 아치가 그저 연극의 연장선으로 장난을 치는 것이라 생각하며 픽 웃어버렸다. “아직도 연극에 몰입해 계신 겁니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치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입을 열 때까지 엘리노어를 가만히 응시했다. “난 진심입니다. 나와 결혼합시다. 이미 내 문제에 휘말렸으니, 차라리 계속 진행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엘리노어의 웃음기가 순간 사라졌다. 그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눈동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흔들렸다.

“제가 왜 사장님과 결혼을 해야 합니까? 제가 회사 부하 직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다짜고짜 결혼을 신청하실 수는 없습니다.” 엘리노어는 돌려서 거절의 뜻을 표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사와 부하 관계여서가 아니라,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어떻습니까.”

엘리노어는 가만히 아치를 바라보았다. 미간이 깊게 패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장님?” 엘리노어가 확인하듯 물었다.

아치는 엘리노어의 질문에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설명했다. “당신 약혼자가 방금 다른 여자를 위해 당신을 버리지 않았습니까. 나와 결혼하면, 당신을 모욕했던 자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 텐데요.”

엘리노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방금 그걸 다 들으셨습니까?”

엘리노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줄리안과 자신 사이에 오갔던 언쟁을 아치가 들었을 줄이야.

엘리노어 스스로도 아까 목소리가 컸음을 인정했다. 더욱이 줄리안은 그녀가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무시당했다며 노골적으로 모욕했다. 심지어 엘리노어를 그저 사업상의 거래 도구일 뿐이라고까지 말했다.

엘리노어는 그 모든 모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한 그 명백한 모욕은 그녀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버렸었다.

“계약 결혼입니다. 어떻습니까? 동의하겠습니까? 딱 1년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겁니다. 그 후엔 당신 자유입니다.” 정적을 깨고 아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엘리노어는 침묵 속에서 고민에 빠졌다. 줄리안에게 화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치와 결혼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까?

하지만 지금까지 아버지가 자신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생각해보면, 아치와의 계약 결혼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지 몰랐다.

엘리노어는 아치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단지 계약 결혼일 뿐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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