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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장 자업자득

Author: Noona Auror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4 20:11:54

동이 채 뜨기도 전에 린데만 저택 서재의 전화벨이 스무 번째 울렸다. 빌헬름 린데만은 어제 입은 정장 차림 그대로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 앞의 휴대폰 화면은 계속해서 불을 밝히며 언론사 편집국, 비즈니스 파트너, 이사회 임원들의 이름으로 바쁘게 바뀌었으나, 그는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 그 옆에서 가문의 담당 변호사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초안을 읽어 내려갔다.

"간단한 성명서입니다, 회장님. '가문은 딸의 행위를 전혀 알지 못했으며 이를 옹호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법적 절차를 존중하며, 리히터 컴퍼니와의 모든 협력 관계에서 철수합니다.'" "덧붙이게." 빌헬름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회장님, 그 단어는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덧붙여."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문턱에 빌헬름의 아내가 가운 차림으로 서 있었고, 손가락은 손톱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문틀을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한밤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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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와의 계약결혼   제84과: 모두의 앞에서

    엘레노어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녀는 로비로 발을 내딛기 전 깊은 숨을 내쉬었다.그날 아침 로비는 붐비고 있었다. 몇몇 직원들이 회전문 근처를 바쁘게 오갔고, 일부는 커피 숍에서 줄을 서 있었으며, 또 일부는 안내 데스크 근처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줄리언은 회색 정장을 입은 변호사 한 명과 함께 안내 데스크에 서 있었다. 그는 재무팀 직원이 건네는 서류에 한 장 한 장 서명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넋이 나간 듯 비어 있었다.아치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로비 한가운데 서 있었다. 엘레노어가 다가가자,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문은 매우 명확했다. ‘정말 그대로 진행할 거야?’남편의 눈빛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듯, 엘레노어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곁에 섰다. 그녀의 손바닥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아치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엘레노어의 손을 잡았다.주변의 웅성거림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안내 데스크 직원이 타자 치기를 멈췄다. 커피 숍 근처에 있던 두 직원도 서로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아치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높지는 않았지만, 넓은 로비는 순식간에 정적에 싸였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수십 개의 고개가 그를 향해 돌아갔다.손에 커피를 든 채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던 벨라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최근 이 회사 안에서 엘레노어 몽고메리에 관한 수군거림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아치가 무미건조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는 딱 한 문장으로 그 소문들을 끝내고자 합니다. 아울러 엘레노어가 제 아내라는 사실을, 공식적인 신분을 밝히겠습니다."한 직원이 손에 쥐고 있던 출입 카드를 떨어뜨렸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엘리베이터 근처에서 벨라는 숨을 죽인 채 두 손으로 커피 컵을 꽉 쥐었다. 벨라는 아치와 엘레노어의 관계가 드디어 세상에 공개될 줄은

  • CEO와의 계약결혼   제83과: 경고

    다음 날.쌤이 줄리언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들어오시죠.” 쌤이 문을 활짝 열었다.줄리언은 정확히 아홉 시에 아치의 서재로 걸어 들어왔다. 어제와 똑같은 정장 차림이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대리석 바닥을 딛는 발걸음은 불안정했다.쌤이 그의 뒤에서 문을 닫은 뒤 창가 근처에 섰다.아치는 책상 너머에 앉아 그 앞에 두툼한 서류철 하나를 올려둔 채였다. "앉아." 그가 일어설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명령했다.줄리언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무릎 위에 올린 두 손이 꽉 쥐어져 있었다. "리히터 대표님, 해명을 위해 법무팀에 연락을 취해봤습니다만," 그가 서둘러 말을 꺼냈다."해명을 들으려고 부른 게 아닙니다." 아치가 서류철을 책상 너머로 밀어 밀었다. "열어봐."줄리언이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두 번째 장, 그리고 세 번째 장을 넘겼다. 종이 끝을 쥔 그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반년 동안 40억입니다." 아치가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이중 청구에, 당신 사촌 명의로 된 인형 납품업체까지. 쌤이 지난주에 전부 정리해 뒀더군요.""해명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줄리언이 마른침을 삼켰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그럴 수도 있겠죠. 그건 법정에서 다룰 문제입니다." 아치가 손바닥으로 서류철을 탁 덮었다.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는 그게 아니니까."줄리언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럼 뭡니까?""내 아내에게 꽃을 보냈더군요." 아치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장이 서려 있었다.줄리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아내분이라니요?" 그가 떨리는 입술로 되물었다."엘레노어 몽고메리는 내 정식 아내입니다." 아치가 타협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은 채 낮고 분명하게 말했다. "우린 몇 주 전에 결혼했어."줄리언이 쌤을 돌아보며 그 사실을 부정해 주길 바랐지만, 쌤은 가만히 시선을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줄리언이 다시 아치를 바라보았다. 입술이 달싹였으나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결국 줄

  • CEO와의 계약결혼   제82과: 두 가지 선택

    검은색 세단이 집 앞에 멈춰 섰다.아치가 먼저 내려 엘레노어의 문을 열어주었다.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들어갔지만, 아치는 말없이 먼저 서재를 향해 걸어갔다.엘레노어는 복도에 서서 아치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치가 여전히 화가 나 있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엘레노어는 주방으로 향해 차를 우려냈다. 이것이 아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를 바랐다.“이걸로 달래질 수 있으면 좋을텐데.” 엘레노어가 확신 없는 눈빛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차가 다 준비되자, 엘레노어는 아치의 서재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앞에 있는 문을 바라본 뒤 서재 문을 두 번 노크했다."들어와." 안에서 아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목소리였다.엘레노어가 어깨로 문을 밀고 들어가 가까이 다가간 뒤, 아치의 곁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차 좀 가져왔어." 그녀가 책상 건너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고마워." 아치가 두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는 찻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아직 화 안 풀렸네." 엘레노어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깍지 꼈다. 아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였다."그래." 아치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그토록 솔직한 대답에 엘레노어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까 차에서는 화 안 났다고 했잖아.""너한테 화난 건 아니야." 아치가 손을 내리고 엘레노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자식이 물러설 줄을 몰라서 짜증 나는 거야. 네가 두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계속 찾아오잖아.""나도 알아." 엘레노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치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남자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어떻게 할 거야? 그 사람을 벌이라도 주려고? 아니면 혼내주기라도 할 거야?" 엘레노어가 장난스러운조로 말했다."내일 아침에 내 집무실에서 그 자식과 얘기할 거야." 아치가 어깨 위에 있는 엘레노어의 손을 잡아끌어 깍지를 꼈다. "내가 약속했으

  • CEO와의 계약결혼   제81화: 다시 도진 질투

    첫 번째 꽃다발이 배달된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오늘 줄리안은 리히터 컴퍼니 로비에 직접 찾아와 버렸다.엘리너는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참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그 남자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너가 내려가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눈치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아래로 내려와야만 했다.그녀는 깊게 숨을 몰아쉬고는 로비 한가운데 서 있는 줄리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엘리너."줄리안이 엘리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함박웃음을 지었다.엘리너는 줄리안에게서 딱 두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또 무슨 볼일로 찾아온 거예요?”"그냥 너랑 이야기가 좀 하고 싶었어."줄리안이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엘리너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지난번에 시간 충분히 드렸잖아요, 줄리안 씨. 나 지금 바빠요.""그걸로는 부족해. 난……."줄리안이 한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그날 이후로 제대로 잠도 못 잤어. 네가 아직 나한테 마음이 남아 있다는 걸 알아. 네가 나를 보는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어——""아니요."엘리너가 줄리안의 말을 냉정하게 끊었다.그 두 글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명확하고 단호하게 발성되었다.줄리안은 입을 반쯤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제발 더 이상 찾아오지도 말고, 이런 선물 같은 거 보내지도 말아줘요."엘리너가 말을 이었다."나 일하는 중이에요."“너 정말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나 있는 거야?”줄리안이 처연하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엘리너를 올려다보았다.엘리너가 다시 한번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게 전부인가요?”엘리너의 목소리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만하는 게 좋을 거예요. 시간 낭비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엘리너는 곧바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줄리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엘

  • CEO와의 계약결혼   제80화: 꽃다발 배달

    첫 번째 꽃다발이 도착한 것은 바로 다음 날 아침이었다.커다란 백합과 하얀 장미가 어우러진 대형 꽃다발, 그리고 손글씨로 적힌 카드 한 장.[기다릴게요. J.]5층 안내데스크 직원이 너무 과도한 미소를 지으며 직접 엘리너의 자리까지 그것을 배달했고, 그 바람에 부서원들 전원이 일제히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그쪽을 힐끗거렸다.엘리너는 그 꽃다발을 3초 동안 말없이 응시했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뻔히 알았기에 그녀는 그냥 무시하기로 결론 내렸다.그녀는 사무실 관리 직원에게 그것을 당장 건물 공용 쓰레기장으로 치워달라고 부탁했다.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벨라가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저 인간은 '안 돼'라는 말을 한국말이든 영어든 아예 모르는 모양이네."비아냥거리는 툭 내뱉는 말이 벨라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그런가 봐요,"담담하게 대답하는 엘리너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너 지금 당장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보여.""실제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야."엘리너가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제 관자놀이를 꾹꾹 마사지했다."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 벨. 점심시간 내내 수근거릴 거고, 이런 소문이 돌다 보면 언젠간 누군가 물어보겠지. 왜 꽃다발을 받고도 전혀 기뻐하지 않냐고.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해? 내가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랑 결혼했는데 그게 비밀이라고 할까?""그냥 관심 없다고 잘라 말해."벨라가 가볍게 대꾸했다."그럼 다들 날 재수 없다고 떠들어댈 걸."엘리너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전혀 유쾌하지 않은 웃음이었다."난 그냥 조용히 일만 하고 싶다고. 그뿐이야."벨라가 엘리너를 한참 동안 빤히 바라보더니, 그녀의 손등을 부드럽게 툭툭 쳐주었다. 평소에는 거의 하지 않는 다정한 제스처였다."누가 또 끈질기게 굴면, 내 구두힐로 아주 밟아버릴 테니까 걱정 마."그 말에 엘리너가 마침내 진심 어린 웃음을 터뜨렸고,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한결 가라앉았다.그 꽃다발에 대한 소문은 점심시간이

  • CEO와의 계약결혼   제79화: 줄리안과의 만남

    다음 날.카페는 그야말로 아담한 규모였으며, 길 건너편에 우뚝 솟은 리히터 컴퍼니 타워가 정면으로 내다보이는 커다란 통유리창을 갖추고 있었다.엘리너는 창가 자리를 골라 앉았다. 우연이 아니었다. 유리창 너머 맞은편 갓길에는 창문이 짙게 썬팅된 검은색 세단이 묵묵히 주차되어 있었고, 엘리너는 그 안에 누가 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치가 자신을 염려하지 않도록 일부러 그 자리를 선택한 것이었다.정각 12시 28분, 줄리안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다.그는 수척해져 있었다. 엘리너가 가장 먼저 알아차린 점이었다. 비싼 명품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어깨는 잔뜩 쳐져 있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았으며, 늘 얼굴에 떠 있던 그 오만한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줄리안은 걸어오는 내내 엘리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어 보았지만, 그녀에게서는 어떠한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줄리안은 마치 감히 여기에 앉을 자격이라도 되는지 스스로 의심하는 사람처럼, 엘리너 맞은편의 의자를 조심스럽게 끌어당겨 앉았다."와줘서 고마워."자리에 앉자마자 줄리안이 인사했다."나한테는 한 시간밖에 없으니까, 할 말이 있다면 빨리 시작해요."엘리너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차를 주문했다.줄리안은 메뉴판도 보지 않은 채 그저 생수 한 잔만 부탁했다.두 사람 사이에 어색하고 길게만 느껴지는 침묵이 내려앉았다."본론부터 얘기할게."줄리안이 마침내 입을 열며 제 앞에 놓인 유리잔을 응시했다."사과하고 싶어."엘리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마저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그날 레스토랑에서의 일 말이야. 네 아버지에 대해, 너를 그저 비즈니스 도구 취급했던 내 말들에 대해. 너한테 상처 줬던 그 모든 말들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줄리안의 목소리가 문장 끝에서 살짝 떨렸다."뉴스를 읽었어. 신문 기사로 읽기 전까지는 그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상상도 못 했어. 하지만 내가 그 여자의 정체를 진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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