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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준위님의 무릉도원 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1 21:44:28
내 레비아탄을 포함해 현존하는 모든 대 괴수 병기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핵심 연구 시설은 부산에 있다.

​"오... 목표가 높네. 너 이과였냐?"

"공대생 무시하냐? 나 수석 졸업이다."

​철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니가 지구 구하는 동안, 나는 내 인생 구하려고 지난주 내내 방에 콕 박혀서 자소서만 썼다. 삼천 그룹 연구직... 내년엔 꼭 명찰 단다."

​짠했다. 그리고 멋있었다.

나는 Z급이 되어서 떵떵거리고 있지만, 내 친구는 부모 빽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많이 묵어라. 밥심으로 하는 거지."

​나는 내 계란말이 두 개를 철수 밥그릇에 올려줬다.

​"고맙다... 너밖에 없다..."

​철수가 울먹이며 계란말이를 씹었다.

친구야, 힘내라. 내가 남중국해 가서 몹 잡을 때, 너는 토익 잡아라. 언젠가 네가 만든 부품으로 내가 싸우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

​밥 한 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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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9화: 가라앉은 고향, 그리고 브리핑 2

    ​"자, 다들 밥값 했으면 밥값 하러 가야지. 일어서자."​나는 낡은 군복 외투를 어깨에 걸치며 마당을 가로질렀다.S급 랭커들이 그제야 표정을 굳히고 내 뒤를 바짝 따르기 시작했다.​바닷바람을 가르고 도착한 곳은 아크 부대의 지하 100미터 특수 격납고.​거대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매캐한 오존 냄새와 시퍼런 용접 불꽃이 시야를 어지럽게 때렸다.​"왔냐, 태수야."​방진복을 입은 철수가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녀석의 몰골은 며칠 밤을 새운 건지 거의 걸어 다니는 좀비나 다름없었다.​"수고 많으십니다, 구원자님! 그리고 글로벌 짐꾼 여러분!"​그 옆에서 신수지가 얼굴에 시커먼 기름때를 묻힌 채 용접용 고글을 이마로 밀어 올리며 낄낄거렸다.그녀의 손에는 몽키 스패너가 들려 있었고, 등 뒤로는 격납고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의 흑기사, 레비아탄이 보였다.​하지만 평소와는 묘하게 실루엣이 달랐다.기체의 어깨와 팔, 그리고 다리 장갑판 외곽을 따라 짙은 푸른색의 두꺼운 유선형 파츠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저게 뭡니까."​내가 턱짓으로 기체를 가리키자, 신수지가 도파민이 폭발하는 미친 웃음을 터뜨렸다.​"크하하하! 묻지 마라! 설명하면 내 천재성에 니들이 기절할지도 모르니까!"​신수지가 스패너로 새로 장착된 유선형 장갑판을 깡깡 두드렸다.​"수심 수천 미터의 심해. 뼈도 으스러지는 압도적인 수압과, 공기 중의 800배가 넘는 물의 마찰 저항력. 아무리 니 깡통 로봇 무력이 미쳤다 한들, 물속에서는 주먹 한 번 뻗는 것도 슬로우 모션이 될 수밖에 없지."​그건 나도 아는 사실이다.플렉소 일렉트릭의 무한 동력도, 저항이 극심한 매질 속에서는 출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그래서 이 천재 수석 연구원님이 밤을 새워 만들어낸 심해 전용 결전 파츠! 이름하여 '초공동(Supercavitation) 잠항 장치'다!"​그녀가 태블릿을 조작하자, 허공에 기체의 시뮬레이션 영상이 홀로그램으로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8화: 가라앉은 고향, 그리고 브리핑 1

    ​짭짤한 간장게장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이었다.평상에 둘러앉아 종이컵에 담긴 달달한 믹스커피를 한 잔씩 들이켠 글로벌 S급 랭커들이, 그제야 묻혀두었던 본연의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미국 1위 헌터 스티브 레오가 두꺼운 손가락으로 휴대용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마루 한가운데 내려놓았다.​위잉- 하는 미세한 기계음.허공을 가르며 시퍼런 3D 입체 지도가 밥상 위로 떠올랐다.​"식사 대접은 진심으로 감사했소. 하지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군."​스티브가 진지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홀로그램 지도가 핑글핑글 돌더니, 태평양 한가운데의 특정 좌표를 붉은색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그곳은 육지가 아니었다.햇빛조차 닿지 않는 칠흑 같은 심연.수천 미터 아래의 해저 바닥에 기괴하게 솟아오른 거대한 구조물이 희미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UN 연합 사령부 정보국에서 포착한 3번째 테라포밍 기둥이오."​스티브의 손가락이 붉게 빛나는 기둥의 중심핵을 가리켰다.​"놈들이 해저 밑바닥에 숨어서 붉은 독기를 뿜어내고 있소. 이대로 방치하면 태평양의 해류를 타고 전 세계의 바다가 오염되는 건 시간문제요."​나는 종이컵을 구기며 지도를 빤히 쳐다보았다.아마존 정글에 이어 이번엔 심해 밑바닥인가.어디 시원한 에어컨 나오는 빌딩 숲 같은 곳에 기둥을 세우면 좀 덧나나. 괴물 새끼들은 꼭 덥고, 습하고, 짜증 나는 지형만 골라서 알을 깐다.​"그래서, 저기가 정확히 어딘데."​내 무심한 질문에, 묵묵히 믹스커피를 마시던 카미키 류지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시선은 홀로그램 지도 위, 기둥 주변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거대한 잔해들을 향해 있었다.​"도쿄."​류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10년 전, 대해식(大海蝕)이라는 재앙과 함께 바다 밑바닥으로 영원히 가라앉아 버린. 나의 조국이자 고향의 폐허 위요."​그 순간.쨍그랑-!​주방에서 빈 그릇을 정리하던 둔탁한 파열음이 마루의 적막을 찢었다.고개를 돌려보니, 하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7화: S급 유치원의 남포동 상륙작전 2

    ​"...오 마이 갓."​탱글탱글한 게살의 단맛과 숙성된 간장의 폭발적인 감칠맛. 뜨거운 쌀밥과 차가운 알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식감의 교향곡.​"코리안 라이스 티프(Korean Rice Thief)!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밥도둑입니까!"​S급의 위엄 따위는 개나 줘버린 지 오래였다.스티브는 양손에 간장을 줄줄 흘려가며 미친 듯이 게딱지를 파먹기 시작했다.​그 옆을 보니 가관도 아니었다.항상 무사도를 운운하며 과묵하게 폼을 잡던 카미키 류지 영감도, 입가에 간장을 시커멓게 묻힌 채 두 손으로 게다리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점잖게 예의를 차리던 리 웨이 역시, 화려한 무복 소매를 걷어붙인 채 체통도 잊고 젓가락이 보이지 않을 속도로 양념게장의 붉은 살을 발라내어 입에 쑤셔 넣는 중이었다.​방금 전까지 심연의 위기니 인류의 방패니 떠들던 놈들이, 게장 껍데기 하나에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밥그릇을 비워대고 있는 꼴.이게 바로 대한민국 남포동 하숙집 밥상의 위력이었다.​"아, 짜증 나. 내 몫 남겨놔라."​나도 지지 않고 평상에 들러붙어 젓가락을 들었다.가장 크고 알이 꽉 찬 게딱지 하나를 집어 들려는 찰나였다.​"나의 유일하고도 영원한 구원자시여."​갑자기 하얀 수녀복 자락이 펄럭이더니, 훅 끼쳐오는 서양 백합 향수 냄새와 함께 누군가 내 왼팔을 덥석 끌어안았다.​바티칸의 성녀 소피아였다.그녀는 게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눈동자로 나를 뚫어지게 올려다보고 있었다.​"당신의 그 자비로운 뇌전을 잊지 못해, 기도와 금식을 전폐하고 이렇게 바다를 건너 달려왔습니다. 저의 영혼을 당신의 곁에 거두어..."​그녀의 풍만한 가슴팍이 내 왼팔에 부드럽게 밀착되었다.당황해서 팔을 빼내려 했지만, 성녀라는 직함에 안 맞게 악력이 엄청나게 강했다.​"어머. 우리 준위님. 외국 여자 취향인 줄은 몰랐네?"​뒤통수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마침 별다방 오후 출근을 앞두고 화장을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6화: S급 유치원의 남포동 상륙작전 1

    ​초여름의 끈적한 열기가 정수리를 꾹꾹 찌르는 수요일 오후.마당 한구석에 세워둔 선풍기가 미지근한 바람을 토해내며 좌우로 목을 돌리고 있었다.​나는 평상 위에 대자로 누운 채 반쯤 감긴 눈으로 파리 한 마리의 비행 궤적을 좇고 있었다.며칠 전 서울 깍쟁이들의 펜트하우스 창문을 두드려주고 온 뒤로, 거대 길드 놈들은 아주 쥐 죽은 듯이 납작 엎드려 있었다.뉴스에서는 연일 길드 연합의 주가 폭락 소식만 떠들어댔고, 내 계좌의 잔고는 평화롭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완벽한 잉여로움.이 훌륭한 백수 라이프를 방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끼기기기긱-!​평화로운 남포동의 비좁은 골목길을 찢어발기는 거친 타이어 마찰음.뭔 미친놈들이 동네 한복판에서 레이싱을 하나 싶어 미간을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쾅. 쾅. 쾅.​묵직한 차량 문이 연달아 닫히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커먼 방탄 밴 세 대가 우리 하숙집 대문 앞을 빈틈없이 틀어막았다.그리고 열린 철제 대문 틈으로, 도저히 이 허름한 달동네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삐까뻔쩍한 인간들이 줄지어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오 마이 갓. 맙소사. 전설의 흑기사가 이런 판자촌 같은 곳에 은거하고 있을 줄이야."​떡 벌어진 어깨에 금발을 뒤로 넘긴 백인 사내. 미국 1위 헌터이자 탱커의 정점, 스티브 레오였다.​"실례가 많소이다. 범상치 않은 기운에 이끌려 허락도 없이 발을 들였구려."​등 뒤에 거대한 청룡언월도를 멘 채, 짙은 무공의 기운을 갈무리하고 선 점잖은 사내. 중국 1위 헌터이자 무신(武神)으로 불리는 리 웨이가 두 손을 모아 정중하게 포권(抱拳)을 취했다.​그 뒤로는 일본식 검도복을 입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서 있는 카미키 류지와, 하얀 수녀복 자락을 펄럭이며 두 손을 모아 쥔 바티칸의 성녀 소피아까지.​숨만 쉬어도 세계 경제가 출렁인다는 글로벌 S급 랭커 네 명이, 흙바닥이 깔린 우리 하숙집 마당에 나란히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똥폼을 잡고 있었다.​"니들 뭐야."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5화: 펜트하우스의 벼락 2

    극한의 공포.언제 저 거대한 쐐기가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자신들의 명줄을 끊어놓을지 모른다는 원초적인 절망감이 놈들의 얼굴을 하얗게 탈색시키고 있었다.​나는 콕핏의 외부 스피커 전원을 올렸다.내 나른하고 건조한 음성이 100층 상공의 매서운 바람을 찢고 펜트하우스 내부로 직행했다.​[파티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네. 서울 양복쟁이들.]​스피커의 미세한 하울링 탓에 내 목소리는 금속성으로 긁히며 더욱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어제 니들이 보낸 똥개들한테 전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나는 조종간을 아주 미세하게 틀어, 파일벙커의 쐐기로 깨진 유리창을 한 번 더 꾹 짓눌렀다.​빠지직!유리창이 한계점에 다다르며 비명을 질렀다.윤대호 회장이 머리를 감싸 쥐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내 식구들 밥상머리 건드리는 알량한 정치질은 여기까지 해라.]​내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증발했다.오직 살육을 앞둔 포식자의 차가운 본능만이 콕핏 안을 채웠다.​[한 번만 더 내 심기 거슬리게 귀찮은 짓거리 하면.]​나는 쐐기를 유리에 박아 넣은 채로 기체의 엔진 출력을 웅웅거리며 회전시켰다.금방이라도 건물 전체를 반으로 갈라버릴 듯한 압도적인 진동.​[다음번엔 창문 두드리는 걸로 안 끝나. 이 파일벙커로 니들 안방까지 다이렉트로 뚫고 들어갈 거니까. 알아들어?]​대답은 필요 없었다.바닥에 엎드려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떠는 놈들의 면상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금융 치료 겸 물리적 협박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나는 쐐기를 거두고 기체의 기수를 부드럽게 돌렸다.창문이 와장창 무너져 내리기 직전, 절묘한 타이밍의 후퇴.​[파티 마저 즐겨라. 샴페인은 얼려 먹는 게 제맛이지.]​외부 스피커를 툭 끄고, 나는 조종간을 남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콰앙-!소닉붐을 터뜨리며 레비아탄이 서울의 밤하늘을 찢고 부산을 향해 날아올랐다.뒤로 남겨진 펜트하우스의 양복쟁이들은, 아마 오늘 밤새 절대영도의 추위 속에서 덜덜 떨며 기저귀를 갈아야 할 것이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4화: 펜트하우스의 벼락 1

    고도 400미터.바람을 가르는 매서운 파열음이 레비아탄의 시커먼 외부 장갑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서울 여의도의 상공.발밑으로는 수백만 개의 네온사인이 혈관처럼 얽힌 화려한 도심의 야경이 매끄럽게 펼쳐져 있었다.​조종간을 가볍게 당겼다.기체 등 뒤의 스러스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퍼런 극소용돌이 불꽃이 허공의 대기를 찢어발겼다. 음속을 돌파한 직후의 날 선 관성을 물리적인 출력으로 억누르며, 나는 공중에 기체를 우뚝 정지시켰다.​파노라마 모니터의 광학 센서를 최대로 당겼다.망막 위로 타겟의 좌표가 붉은색 십자선과 함께 선명하게 떠올랐다.​여의도 한복판에 우뚝 솟은 H호텔.그 꼭대기, 100층에 위치한 최고급 펜트하우스.​두꺼운 통유리창 너머로 눈이 시릴 만큼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번쩍거리고 있었다.광학 렌즈의 배율을 100배로 증폭시키자, 유리창 안쪽의 풍경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모니터에 영사되었다.​번지르르한 맞춤 턱시도를 쫙 빼입은 사내들.크리스탈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얼굴에 탐욕스러운 웃음을 매달고 있는 화이트 타이거의 최무진 이사. 그리고 그 옆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고급 시가를 뻐끔거리는 해운대 길드의 윤대호 회장.​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한다는 거대 길드 연합의 수뇌부들이, 룸살롱 마담들마냥 아주 화기애애하게 파티를 즐기고 있는 꼬라지였다.​어제 아크 부대 지하 격납고에 똥개들을 풀어서 내 신경을 살살 긁어놓고.자기들은 저렇게 구름 위에 숨어서 최고급 샴페인이나 홀짝거리며 내 밥그릇을 털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었겠지.​나는 비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코웃음을 쳤다.​"초대장을 보냈으면, 손님이 도착할 때까지 문을 열어두고 기다려야지."​단전의 빙정 코어를 미세하게 개방했다.척추를 타고 흐르는 플렉소 일렉트릭의 무한 동력이 레비아탄의 심장부로 맹렬하게 쏟아져 들어갔다.​쿠웅-!​엔진의 출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기체 주변의 대기가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졌다.나는 조종간을 앞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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