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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Author: 은지아
최보라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 곽지민을 만났다고? 야, 걔 엄청 유명한 사람이잖아! 곽지민을 어떻게 몰라?”

최보라의 놀란 표정을 보니 송남지는 자신이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을 잊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때 송남지는 6살, 유치원생이었으니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정말 기억이 안 나.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어.”

최보라는 송남지보다 몇 살 더 많아서 곽지민에 대한 기억이 꽤 또렷했다.

다만 어린 시절의 곽지민보다 지금의 곽지민에 대한 인상이 훨씬 강렬했지만 말이다.

“로스젤스에서 몇 번 전시 기획을 맡으면서 컬렉션에 열정적인 법조계 거물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 입에서 곽지민 이름이 나오더라. 걔도 꽤 고지식한가 봐. 영어 이름 같은 것도 없더라고. 외국인들이 어눌한 발음으로 ‘곽지민'라고 발음하는데, 겨우 알아들었다니까.”

최보라의 말에 송남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그 사람, 그렇게 대단해?”

최보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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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79화

    최보라가 마당을 벗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송남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방안을 살폈다. 그곳에는 뜨거웠던 지난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한편 마당을 나선 최보라는 문득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섬 모기가 그렇게 독한가? 남지 목이 아주 난리가 났던데.”송남지는 서둘러 몸단장을 마친 뒤 약혼 파티가 열리는 해변으로 향했다.그녀는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를 찾듯 시선을 옮겼지만, 어디에도 하정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때 예상치 못한 인물이 눈앞에 나타나자 송남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를 보며 깜짝 놀라 물었다.“천남현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천남현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왜요? 제가 오지훈 씨 사교 모임에 끼기엔 부족해 보이나요?”송남지는 당황하며 웃어 보였다.“아뇨,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그런 뜻 아닌 거 알아요. 그냥 장난 좀 쳐본 거예요. 사실 오지훈 씨한테 일찌감치 초대장을 받았는데, 어제 오전까지 처리할 일이 남아서 전용기에 같이 못 탔거든요.”송남지는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 채 여전히 누군가를 찾는 듯 시선을 배회했다.천남현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예리하게 읽어냈다.“누구 찾으세요? 설마 하정훈 씨 찾는 건 아니죠?”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묘한 진심이 느껴졌다.예전의 송남지였다면 분명 부정했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예전과 조금 달랐다.그녀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정훈 씨가 안 보여서 궁금해서요.”천남현은 다소 의외라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모르셨어요? 하정훈 씨, 날이 밝자마자 공항으로 떠났거든요. 아주 급하고 긴박해 보였어요. 성은 그룹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여기까지 와서 약혼 파티도 안 보고 그렇게 서둘러 떠날 리가 없잖아요.”송남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나직하게 읊조렸다.“그 사람이 아침 일찍 떠났나요?”천남현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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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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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74화

    말을 마친 최보라의 눈에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 한 대가 들어왔다.차 안에는 오지훈과 하정훈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차 쪽으로 다가간 최보라는 안에 탄 이들을 흘기며 의아한 듯 물었다.“아직도 안 가고 여기서 뭐해?”마치 누군가 기습 점검이라도 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린 듯한 모습이었다.최보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오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오지훈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굴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오지훈은 하정훈을 향해 짧게 뱉었다.“내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오지훈을 쳐다봤다.오지훈은 뒷좌석 쪽을 힐끗 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이거 스포츠카라 딱 한 명밖에 못 타.”결국 하정훈은 굳은 얼굴로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남겨진 송남지와 하정훈은 멀어져가는 스포츠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차 안에서 최보라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백미러로 확인하며 오지훈을 타박했다.“너 진짜 뻔뻔하다. 네가 내리고 나랑 남지가 차 타고 갔어야지.”“너 여기 운전면허 있어?”오지훈은 단 한마디로 최보라의 입을 막아버렸다.최보라도 송남지도 국제 면허가 없는 터라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이다.오지훈은 헛기침을 하며 너무 몰아세우고 싶지 않은 듯 부드러운 말투로 덧붙였다.“이혼하고 나서 정훈이랑 남지가 제대로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잖아. 둘에게 속 깊은 얘기를 할 공간을 좀 만들어주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어.”재결합을 응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그대로 두는 건 결국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마치 바닥에 쌓인 먼지를 청소하지 않으면 그 먼지가 영원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최보라는 오지훈의 설명은 납득했지만, 오늘 밤 그가 자신들을 찾아내 들이닥친 행동만큼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지난 일을 떠올렸다.“지훈아, 그 자유 협정인지 뭔지 네가 먼저 제안한 거 아니었어? 네가 총각 파티하러 갔을 때 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 가면을 쓴 남편   제444화

    오지훈이 뒷좌석으로 시선을 돌리자 역시나 꽃다발과 정교하게 포장된 과일 상자가 놓여 있었다.한눈에 봐도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것이 하정훈은 처음부터 함께할 작정이었던 모양이었다.“송남지가 오지 말라면 안 가겠다더니, 이게 다 뭐야?”오지훈의 장난 섞인 물음에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그 여자가 보기 싫다면 안 보면 그만이야. 마침 한가해서 따라가 주려는 것뿐이니까.”참으로 대단한 ‘한가함’이었다.명색이 대기업 대표가 평일에 시간이 남는다는 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싶었지만, 오지훈은 굳이 그의 속내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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