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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Autor: 은지아
그래서 대중의 호기심이 아무리 지대하고 하씨 가문의 스캔들이 막대한 수익을 보장한다 해도 연예부 기자들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왜 이렇게 타이밍이 기가 막히지? 다른 때도 아니고 하필 나와 양나정이 함께 있는 순간을 포착하다니.’

비서는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돌아와 하정훈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오렌지 엔터 쪽은 말이 잘 통했습니다. 제가 전화 한 통 하니 바로 사진과 기사를 내리겠다고 하더군요.”

스캔들이 빠르게 처리되었다는 소식에도 하정훈의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모든 것이 수상했다.

하정훈이 고개를 들어 비서를 보았다.

“그 기자들은 거머리 같은 놈들이야. 무슨 일이든 일단 발뺌부터 하고 스캔들로 뽑아 먹을 거 다 뽑아 먹을 때까지 최대한 시간 끄는 게 걔들 방식이지. 그런데 이번엔 왜 이렇게 쉽게 물러났을까?”

비서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야 당연히 하씨 가문의 힘을 두려워해서겠죠!”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굳었던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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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63화

    말을 마친 송남지는 방 카드키를 챙겨 들고는 돌아서기 전 최보라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언니, 우리 밤에 뭐 보기로 한 거 잊지 마. 나 먼저 들어가서 좀 쉬고 있을 테니까 이따 연락해.”송남지가 멀어지자 오지훈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최보라를 바라보았다.“둘이 밤에 뭐 하려고? 왠지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최보라는 자신의 웨이브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우리가 뭘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희끼리 총각 파티하러 갔을 때 나도 아무 말 안 했잖아.”사실 이건 두 사람이 약혼을 결심하며 서로에게 충분한 자유와 공간을 주기로 약속했던 부분이었다. 오지훈은 헛기침을 하며 이 약속이 전혀 좋은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다들 독채 별장으로 돌아가 짐 정리를 마칠 때쯤, 단체 채팅방에 오지훈의 메시지가 올라왔다.[열정의 텍사스 홀덤 제2 라운드! 용기 있는 자들 선착순 모집!]메시지에는 호텔 다른 편에 있는 휴게실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곳엔 온갖 오락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한편 독채 별장에서 하정훈은 보안상 비교적 노출이 쉬운 1층을 쓰겠다고 자처했다.그는 편안한 리조트 룩으로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2층 쪽을 올려다보았다.실외 나선형 계단을 천천히 밟고 올라간 그는 2층에 들어서자마자 화장대 앞에 앉아 공들여 치장을 하고 있는 송남지를 발견했다.문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송남지가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죠?”하정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기억하는 송남지는 화장을 번거롭고 귀찮게 여겨 평소엔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따라 왜 저렇게 의욕적으로 화장까지 하는 걸까.“별일은 아니고, 오지훈이 홀덤 한판 하자는데 같이 갈래?”송남지는 거울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단칼에 거절했다.“안 가요.”예상치 못한 직설적인 거절에 하정훈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가 막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송남

  • 가면을 쓴 남편   제862화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송남지와 하정훈은 약속이라도 한 듯 쇼핑몰로 직행했다.그 뒤를 쫓는 최보라 일행의 눈에는 호기심과 경악이 서려 있었다.“뭐야? 저 둘은 무슨 상황이지?”곽지민이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 오늘따라 모든 게 다 기묘하게만 느껴져.”유경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난 두 사람이 지금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상극인 줄 알았는데.”결국 사람들의 시선은 최보라에게 쏠렸다.“남지랑 친하니까 보라 씨가 좀 말해봐요. 무슨 일이에요?”최보라는 그들보다 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릴 때부터 남지는 남들보다 뭔가가 하나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야 그게 뭔지 알겠어요. 반항기였나 봐요. 사람마다 반항기는 다 있다더니, 내 동생은 그게 남들보다 너무 늦게 찾아온 모양이에요.”...오지훈은 7성급 고급 호텔 전체를 통째로 빌렸다.화려하고 드넓은 로비에서 방 배정 문제로 한참을 실랑이하던 일행은 결국 결론이 나지 않자 선착순 원칙에 따라 차례대로 방을 고르기로 했다.모든 사람이 선택을 마친 후에야 송남지와 하정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호텔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마지막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나타난 것이었다.처음엔 다들 별 이상한 점을 못 느꼈지만, 송남지 뒤를 따르는 하정훈의 온전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그 누가 하정훈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겠는가.양손에 자그마치 여덟아홉 개에 달하는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있었는데, 개중에는 유명 명품 브랜드도 있었고 다소 생소한 브랜드도 섞여 있었지만 전부 여성용 제품들뿐이라 하정훈 같은 건장한 사내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경호원들이나 할 법한 일이었지만 하정훈은 이 어색한 역할을 꽤 그럴싸하게 해내고 있었다.그는 신사답게 송남지의 뒤를 조용히 따랐고 호텔 로비에 도착해 짐을 서비스 직원에게 넘겨주고 나서야 비로소 ‘경호원'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오지

  • 가면을 쓴 남편   제861화

    송남지는 미련 없이 자리를 뜨며 어떤 여지도 주지 않았다.곽지민은 멍하니 웃으며 송남지가 멀어진 뒤에야 나직이 중얼거렸다.“남지 정말 매력적이지 않아?”다른 이들이 맞장구를 치기도 전에 하정훈이 유령처럼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아무리 매력적이어도 네가 넘볼 사람은 아니지.”평온했던 곽지민의 마음은 하정훈이 던진 돌멩이에 커다란 파문이 일렁이는 듯했다. 그는 울컥 치솟는 기분을 억누르며 하정훈을 향해 씁쓸하게 한마디 던졌다.“너 진짜 상도덕도 없는 놈이야.”사람을 먼저 내친 건 본인이면서 뒤늦게 소유욕을 불태우는 모습이 기가 찰 노릇이었다.곽지민은 하정훈과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 있어 대놓고 꼬집지 못했지만, 대신 그에게 일침을 가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최보라가 냉소적으로 입을 열었다.“남지는 지금 싱글이니까 누구든 넘볼 수 있죠. 하지만 하 대표님, 당신만은 안 돼요. 자기가 침 뱉은 우물물은 다시 마시지 않는 법이라는 거, 그 정도 상식은 대표님도 잘 아시리라 믿거든요.”하정훈은 최보라를 한 번 쳐다봤을 뿐 대꾸하지 않고 눈썹만 살짝 까닥이며 제자리로 돌아갔다.하정훈이 돌아왔을 때 송남지는 한창 흥이 난 얼굴로 자신의 칩을 챙기고 있었다.그가 오자 송남지는 그가 안쪽 자리로 들어갈 수 있게 순순히 일어나 비켜주었다.하정훈은 송남지를 스쳐 지나가며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익숙한 향기를 맡았다.자리에 앉은 하정훈은 입술을 달싹이다 몇 초 뒤 조용히 물었다.“이번에 서경으로 돌아오면 이제 안 가는 거야?”하정훈은 이미 김서윤에게서 송남지가 윤양의 일을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다.처음에는 윤양 전시관에서 누군가 송남지를 괴롭혀서 관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송남지는 고작 그런 잔챙이들의 방해에 겁먹을 사람이 아니었다.칩 정리를 마친 송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 가요.”송남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지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오 대표님, 칩 2600만 원어치요! 계좌이체든 뭐든 다

  • 가면을 쓴 남편   제860화

    하정훈이 고개를 들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송남지의 얼굴이 그의 눈동자에 가득 찼다.예전의 하정훈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오늘의 송남지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예전의 아름다움이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운 편이었다면,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그녀는 화사하고 당당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어떤 모습이든 하정훈의 마음을 뒤흔들기엔 충분했다.송남지는 하정훈의 대답이 늦어지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자리를 살폈다.“아, 누구 있어요?”그녀가 막 자리를 옮기려 하자 하정훈이 뒤늦게 입을 뗐다.“아니, 없어.”송남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하정훈의 옆자리에 앉았다.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대부분 그녀와 하정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같은 사교계에 있다 보니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그런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충분했다.특히 친한 지인들은 더 의아해했다.곽지민은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하정훈 옆엔 늘 그 여비서가 붙어 다녔잖아. 다들 지금 애인이라고들 하던데 오늘은 왜 안 보여?”최보라도 입술을 삐죽였다.“내 사촌 동생 성격이 보통이 아닌데, 웬일로 하정훈 옆에 먼저 앉았대?”오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다들 오늘 남지 씨가 평소랑 많이 다르다는 생각 안 들어?”유경태도 흥미롭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다르네. 마치 딴사람이 된 것 같아.”최보라는 조용히 제 동생을 관찰했다.딴사람 같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전의 송남지는 늘 자신을 억누르며 매사에 조심스러웠던 아이였다.하지만 지금의 송남지는 대담하고 화사했다. 심지어 옷장에만 모셔두었던 과감한 스타일의 옷들까지 소화해 낼 정도였다.예전의 그녀라면 절대 입지 않았을 옷들이었다.최보라는 아마 섬으로 떠난다는 설렘에 기분이 들뜨고 여유로워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비행기가

  • 가면을 쓴 남편   제859화

    송남지와 곽지민은 나란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었다.“은지영이 재스민을 포기했다면서? 그럼 다시 네가 관장인 거야? 재스민 복귀하려고 서경으로 돌아온 거지?”얼마 전 은지영은 재스민 건으로 소동을 일으키자 하정훈은 은지영이 재스민을 포기하게 하려고 은씨 가문에 상당한 이권을 넘겨주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하지만 이 바닥 생리에 밝은 은지영은 가문의 이득이 개인의 안위보다 우선임을 잘 알면서도, 어찌 된 일인지 천남현까지 끌어들이며 죽기 살기로 버텼다.하지만 결국 은지영의 패배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자발적 포기라면 실속이라도 챙겼겠지만, 억지로 끌려 내려온 것이라면 그녀는 이미 처참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을 터였다.그리고 하정훈이 이토록 공을 들여 재스민을 되찾으려 한 이유는 결국 송남지 때문임이 명백했다.송남지는 궁금한 듯 물었다.“벌써 소문이 다 퍼졌어요? 난 아직 재스민에 출근도 안 했는데.”곽지민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본인이 직접 가지 않았어도 하정훈이 재스민을 위해 그렇게까지 움직였는데, 주인 자리가 누구한테 갈지는 안 봐도 뻔한 거 아냐?”송남지는 가느다란 눈썹을 휘며 미소 지었다.“다들 참 눈치도 빠르네요. 하지만 나랑 하정훈 씨는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요?”곽지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혼해도 재결합할 수 있는 거고, 인생은 아직 길잖아. 한창 지지고 볶으며 살 나이지.”송남지는 대답 대신 미소만 지었다.비행기에 오를 때 최보라가 슬그머니 다가와 송남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스타일 바꿨네? 누구를 홀리려고 이러실까?”송남지도 최보라의 허리를 마주 안으며 대꾸했다.“언니 홀리려고 그러지. 언니가 정신 좀 차리고 오지훈이 만든 결혼이라는 무덤에 발 안 들였으면 좋겠거든.”“그건 좀 힘들겠는데. 알다시피 내 취향, 아주 확고하잖아. 차라리 곽지민한테 한번 써먹어 봐. 저런 변호사들은 평소에 정장만 빼입고 되게 고고한 척해도 실은 속이 아주 음흉하거든. 딱 너 같은 날라리 스타일한테 사족을 못 쓸걸.”송남지가 자

  • 가면을 쓴 남편   제858화

    하정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의 시선이 공항 입구로 쏠렸다.“와우!”누군가 감탄 섞인 농담을 던졌다.“보라야, 네 사촌 동생 진짜 장난 아닌데?”하정훈 역시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잘생긴 눈썹이 움찔하며 올라갔고 깊고 검은 눈동자에는 경이로운 기색이 스쳤다.송남지는 작은 블랙 캐리어를 끌며 걸어오고 있었다. 짧은 데님 팬츠에 몸매가 드러나는 화이트 티셔츠를 매치한 그녀는 한 줌도 안 될 듯한 가냘픈 허리 라인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사람들 쪽으로 걸어오던 송남지는 자신을 향한 감탄과 놀라움이 섞인 시선을 느끼고는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미인 처음 봐요?”그녀는 확실히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과거 서경 미대 여신 투표에서 정점에 올랐던 그녀였으나, 워낙 조용히 지낸 탓에 동기들조차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당시에는 돈을 써서 순위를 조작했다는 비아냥 섞인 소문이 돌았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녀를 직접 본 사람만이 알았다. 그 명성이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를.다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늘 은밀하고 스스로조차 자각하지 못할 만큼 정적이었다.그래서 이런 사람이 조금만 꾸미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면,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만으로도 이미 반칙이나 다름없었다.오지훈이 최보라의 귓가에 대고 은밀하게 속삭였다.“전엔 하정훈이 왜 그렇게 송남지랑 결혼하려고 안달복달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거든.”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것도 모자라 치밀한 계획까지 세워 결혼에 골인했다는 사실이 늘 의아했던 터였다.최보라가 경고 어린 눈빛으로 오지훈을 쏘아봤다.“너, 지금 보고 반한 거 아니지? 내 동생이야.”오지훈이 인상을 팍 쓰며 대답했다.“무슨 소리야. 그냥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기분이라서 그래. 하정훈이 송남지랑 결혼한 건 분명 그녀가 예뻐서일 거야. 근데 송남지의 예쁨은 뭐랄까, 처음엔 눈에 잘 안 띄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그런 종류 같아.”최보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의기양양

  • 가면을 쓴 남편   제444화

    오지훈이 뒷좌석으로 시선을 돌리자 역시나 꽃다발과 정교하게 포장된 과일 상자가 놓여 있었다.한눈에 봐도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것이 하정훈은 처음부터 함께할 작정이었던 모양이었다.“송남지가 오지 말라면 안 가겠다더니, 이게 다 뭐야?”오지훈의 장난 섞인 물음에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그 여자가 보기 싫다면 안 보면 그만이야. 마침 한가해서 따라가 주려는 것뿐이니까.”참으로 대단한 ‘한가함’이었다.명색이 대기업 대표가 평일에 시간이 남는다는 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싶었지만, 오지훈은 굳이 그의 속내를 들

  • 가면을 쓴 남편   제439화

    다만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응, 진작에 다 조처해뒀어.”전화를 끊고 최보라가 송남지를 돌아보자, 송남지는 폭풍 전야처럼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하정훈이 이럴 줄 미리 알고 있었어?”최보라의 물음에 송남지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그럴지도 모른다고 짐작만 했지 확신은 없었어. 언니 통화 내용을 듣고서야 알게 된 거고.”최보라가 콧방귀를 꼈다. “흥, 하정훈을 아주 손바닥 보듯 하네!”송남지가 멍한 눈으로 되물었다.“내가 그 사람을 잘 안다고?”그것은 최보라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닌 스스로에게

  • 가면을 쓴 남편   제455화

    그녀는 그저 박재용을 향해 나직이 뇌까릴 뿐이었다.“죽지 마요, 박재용 씨. 제발 죽지 마. 창가에 둔 작품 아직 완성 못 했잖아. 꼭 살아야 해요, 제발.”십 분 후,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그제야 한시름 놓은 송남지는 서둘러 달려가 검은 대문을 열고 구급대원들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환자와 어떤 관계냐는 물음에 그녀는 잠시 말을 더듬다 대답했다.“협력... 파트너 관계예요.”그녀는 반드시 박재용과 계약할 생각이었으니 파트너라는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대원들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보더니 이내

  • 가면을 쓴 남편   제465화

    지금의 그는 입을 열 기운조차 없었다.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간 듯 무력한데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그리고 지난번에 양나정이랑 있었던 일 말이야. 아직 마음의 응어리가 덜 풀렸을 수도 있어. 그 일 때문에 앙금이 남아서 일부러 그런 걸지도 모르지.”양나정의 이름이 나오자 하정훈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양나정이랑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로 아무 일 없을 거야.”“알아, 정훈아. 네가 정말 양나정과 잘해볼 생각이었다면 진작 그랬겠지. 너희 사이를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냐.”하정훈은 카시트에 기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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