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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Author: 은지아
사무실 안.

민지현은 명단을 손에 쥔 채 눈썹을 까딱이며 혀를 찼다.

“내일 나랑 커피 내기할 사람 있어?”

오랜 시간 발을 맞춰온 팀원들 사이의 분위기는 무척 가벼웠다.

내기라는 말에 팀원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물었다.

“무슨 내기인데요?”

민지현은 송남지가 수정한 명단을 팀원들에게 내밀었다.

“송 관장님이 내일 어떤 자리든 격을 높여줄 거장을 모셔오겠다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 리스트 외에 더 대단한 사람이 누가 있나 싶어서 말이야.”

민지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관장님은 이쪽 바닥 생리를 너무 모르시는 거 아니에요? 관장님이 말하는 그 대단한 거장이라는 게 어디 이름도 못 내미는 피라미일까 봐 걱정이네요.”

뼈 때리는 말이었지만 틀린 구석 하나 없었다.

“전 내일 송 관장님이 모셔올 ‘거장’이라는 분, 분명 듣보잡 뜨내기일 거라는데 걸게요!”

“저도요!”

“저도!”

민지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결국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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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07화

    송남지는 휴대폰 화면을 끄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한테 미안하긴 해요?”송남지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을 줄 몰랐던 하정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그는 얇은 입술을 아주 미세하게 깨물었다. 평소 타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던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그래서 결국 그녀의 눈치를 보는 대신 솔직하게 답하기로 했다.“어, 미안해.”송남지는 짧게 숨을 내뱉었다.“그래요, 그럼 그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뭐 좀 요구해도 될까요?”하정훈은 진짜 예상 밖이라는 표정이었다.송남지가 먼저 무언가를 요구하는 날이 올 줄이야. 하정훈은 그녀가 원하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고 싶었다.그는 호기심을 억누르며 평온을 유지했다.“물론이지, 말만 해.”송남지가 거침없이 말했다.“재스민을 돌려받고 싶어요.”그 단호한 목소리가 하정훈의 귓가에 닿자 그는 움찔했다.사실 처음부터 재스민을 그녀에게서 앗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녀에게 투자하지 말라고 입김을 넣었다는 소문도 그저 소문일 뿐이었다.다만 예상치 못한 것은, 몇 달이나 묵혀두었던 재스민을 송남지가 지금 이 시점에 갑자기 찾으려 한다는 점이었다.하정훈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송남지는 금세 포기해 버렸다.“됐어요, 주기 싫으면 관둬요. 그냥 해본 소리니까...”하정훈이 적절한 타이밍에 그녀의 말을 끊었다.“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줄게. 고작 재스민 하나쯤이야 얼마든지.”이번에는 송남지가 놀랄 차례였다.‘원하는 건 뭐든 다 주겠다고?’그 생각에 송남지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비웃음 섞인 웃음이었다.하정훈은 송남지가 무엇을 가장 간절히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완벽한 행복이었고 남은 생을 함께하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의 곁을 지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소중한 것들을 제 손으로 거둬간 이가 바로 하정훈이었다.심지어 재스민 갤러리조차 하정훈이 밖으로 내뱉은 말 한마디

  • 가면을 쓴 남편   제806화

    송남지는 그 소리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가득했던 잠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났다.최보라는 그녀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줄 알고 칭찬을 건네려 했지만, 송남지의 입에선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맞아, 진짜 제대로 꾸며야 해. 오늘은 부모님이랑 밥 먹는 날이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초췌해 보이면 분명 걱정하실 거고, 그러다 눈치라도 채시면 큰일이니까.”송남지는 말을 마치자마자 침대에서 뛰어내려 드레스룸으로 달려갔다.두 사람은 체격이 비슷해서 최보라의 옷 대부분을 송남지도 입을 수 있었다.오늘 서경의 날씨는 꽤 좋았고 온도도 적당했다. 송남지는 상큼한 피치 핑크 셋업에 하얀 단화를 집어 들었다. 봄날 요정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순식간에 준비를 마친 송남지는 화장대 앞에 앉아 20분 동안 정성스럽게 단장을 이어갔다.최보라는 완성된 모습을 훑어보며 감탄했다.“대박, 완전 하이틴 잡지 화보 모델 같아. 이제 곧 여름이라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나 봄바람 제대로 들 뻔했어.”송남지가 픽 웃으며 대꾸했다.“능청스럽긴.”거울을 보며 오늘의 상태를 최종 점검한 송남지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최보라는 멀어지는 그녀를 향해 손 키스를 날렸다.“미래의 여우주연상 후보님, 들키지 말고 무사히 잘 다녀와!”아파트 밖으로 나온 송남지는 입구에 세워진 벤틀리를 발견했다.여기 주차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며 하정훈의 얼굴이 드러났다.“타.”그가 무심하게 말했다.송남지는 정말 그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했다.송남지가 차에 오르자 김서윤은 매끄럽게 차를 출발시켰다.넓디넓은 뒷좌석이었지만 하정훈과 나란히 앉아 있으려니 왠지 모르게 공간이 숨 막힐 듯 비좁게 느껴졌다.그녀가 물었다.“도착했으면 김 비서님 시켜서 전화라도 주지 그랬어요.”그랬다면 좀 더 서둘러 내려왔을 텐데 말이다.하정훈은 태블릿으로 경제 기사를 훑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 가면을 쓴 남편   제805화

    “어느 거 마실래요?”민지현이 두 잔을 모두 내밀었다.“난 라테 마실게요. 아메리카노는 너무 써서요.”조금 전 최보라네 집에서 마신 한 잔의 쓴맛이 아직 심장 언저리에 남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송남지에게 라테를 건네준 민지현이 감탄하듯 말했다.“남지 씨가 재스민을 그만뒀을 때만 해도 같이 바람 좀 쐬자고 약속했었는데. 몇 달이 지나서야 이렇게 같이 걷게 됐네요. 윤양은 지낼 만해요? 발전 가능성이 좀 있고? 있다면 나도 꼭 끼워줘요. 나도 이 서경 땅에는 정이 뚝 떨어졌거든요.”송남지는 걸으며 웃음 섞인 농담을 던졌다.“난 배신당해서 어쩔 수 없이 서경을 떠난 거지만, 지현 씨는 왜 서경에 있기 싫은 거예요?”민지현이 깊은숨을 내쉬었다.“모르겠어요. 그냥 매일 창밖으로 꽉 막힌 차들을 보고 있으면, 이토록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도시에서 한두 달씩 쉬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죄스러운 기분이에요. 아마도 내가 평생 일만 하는 팔자로 살아서 그런가 보죠. 한가해지니 도리어 마음이 불편하네요.”송남지는 민지현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확실히 윤양에 가면 오후 늦게까지 다들 차 마시며 노닥거리니까 죄책감은 안 들 거예요. 하지만 지현 씨 같은 인재가 윤양에서 재능을 펼치기엔 너무 좁은 곳이죠.”대화가 무르익자 송남지가 적절한 때에 물었다.“은지영이 아직도 괴롭혀요?”민지현은 잔물결 없는 호수를 바라보며 짜증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아직도 변호사 선임해서 날 고소 중이에요. 지금 그 여자 때문에 소송에 휘말려 있다니까요.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굴 줄 알았으면 나갈 때 그렇게 당당하게 구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이지 속 좁고 치졸한 소인배라니까요.”걱정이 된 송남지가 말했다.“나 어릴 때부터 알던 오빠가 있는데 아주 유능한 변호사거든요. 곽지민이라고 지현 씨도 이름은 들어봤을 텐데, 변호사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그분께 부탁해 볼 수 있어요.”“됐어요, 이제 막 돌아왔는데 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은지영은 그냥 내 시간을 뺏으려는

  • 가면을 쓴 남편   제804화

    최보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뭐라고?”“부모님이 걱정된다고...”“아니, 그 말 말고. 하정훈이 너랑 같이 친정에 간다고? 너 열나니? 꿈꾸는 거 아냐?”최보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송남지의 이마를 짚으며 열이 올라서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닌지 살폈다.송남지는 최보라의 손을 떼어내며 대꾸했다.“열없거든. 하정훈이 나랑 같이 친정으로 가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최보라는 라테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이상하지, 아주 이상하다 못해 기함할 일이야. 하정훈 성격에 전처랑 연극이나 해주려고 시간을 낭비할 리가 없잖아. 걔는 그런 위인이 아니라고.”송남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커피가 왜 이렇게 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설탕 봉지를 집으러 일어나며 농담처럼 말했다.“뒤늦게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라도 생겨서 보답하고 싶나 보지. 내가 돈은 필요 없다니까 시간이라도 쓰는 거 아니겠어?”최보라는 잠시 분석하더니 입을 열었다.“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한데. 하지만 조언 하나 하자면, 하정훈이 저렇게 드물게 죄책감을 보일 때 한몫 챙겨둬.”최보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난처한 듯 말을 이었다.“죄책감이란 게 말이야, 특히 남자들한테는 그리 오래가지 않거든. 나중에는 뜯어내려고 해도 국물도 없을걸.”송남지는 씩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알았어, 언니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한 번 해보지 뭐.”최보라는 눈을 흘겼다.“웃기고 있네. 내가 널 하루 이틀 봐? 넌 내일 당장 굶어 죽어도 하정훈한테 손 벌릴 위인이 아니야.”송남지는 커피를 원샷하고는 인상을 팍 썼다.“설탕을 들이부었는데 왜 이렇게 써?”그녀는 컵을 닦으러 가며 혼잣말하듯 내뱉었다.“사람은 변하는 법이잖아. 나도 변할지 누가 알아.”최보라는 눈곱만큼도 믿지 않았다.“네 고집이 어디 가겠냐. 해가 서쪽에서 뜨면 몰라도 하정훈 털어먹을 일은 절대 없어.”송남지는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누가 알아, 진짜 서쪽에서 뜰지?”그때 탁자 위에 있

  • 가면을 쓴 남편   제803화

    송남지는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오랜만인 건 다 언니 덕분이지. 날 윤양으로 보내버렸잖아. 이거 언니 주려고 가져온 거 아니고 우리 엄마 주려고 챙긴 거야. 근데 양이 워낙 많아서 엄마 혼자 다 못 드실 테니까 언니도 좀 가져.”최보라는 송남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며 대꾸했다.“말은 차갑게 해도 속은 여전하네. 내 거 아니라고 하면서 이렇게 많이 산 거 보면 분명 내 몫도 있는 거잖아!”송남지가 가볍게 웃었다.“진짜 내 마음이 고와서 그런 거 아니거든.”하정훈이 자신이 챙겨온 선물을 멋대로 처분해버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떠안게 된 선물들이었으니까.스무 상자에 육박하는 박스들을 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김서윤이 먼저 제안했다.“송남지 씨, 제가 위로 옮겨드릴까요?”최보라가 선수 치듯 대답했다.“당연히 그래야죠. 우리 같은 연약한 여자들이 이 무거운 걸 다 옮길 수 있을 것 같아요?”김서윤은 웃으며 선물 꾸러미 한 더미를 번쩍 들어 올렸다.“확실히 무리일 것 같네요. 몇 층인지 말씀해 주시고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이것부터 옮겨다 놓고 다시 내려와서 나머지도 가져갈게요.”김서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남지도 몸을 숙여 절반을 집어 들었다.“나머지는 언니가 들어. 얼른 옮기고 끝내.”최보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공짜 일손을 왜 안 써?”송남지가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하정훈의 비서야.”그 소리를 듣자 최보라는 김서윤을 당장이라도 내쫓고 싶었지만, 몸소 고생하며 여러 번 짐을 나르기엔 제 귀찮음이 더 컸다.김서윤은 하정훈의 비서로 일하며 이렇게까지 대접받지 못한 적은 처음이라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제비집 상자들을 전부 옮겨다 준 뒤, 김서윤은 눈치껏 서둘러 자리를 떴다.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하정훈의 전화가 걸려 왔다.“데려다줬어?”“네, 대표님.”“오늘 밤은 어디서 묵는대?”“경미 아파트입니다. 송남지 씨 사촌 언니 되는 분 집인 것 같아요.”하정훈은 상황을 대강 짐작했다. 보아하니 그녀는 오늘 밤 송씨

  • 가면을 쓴 남편   제802화

    ‘남지라고?’송남지의 가슴이 요동쳤다.늘 성까지 붙여 부르던 그가 아니던가.잠시 후 송남지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띠며 일침을 놓았다.“하정훈 씨, 방금 내 농담에 너무 겁먹으신 거 아니에요? 내 이름을 부르면서 성 떼는 걸 잊으실 정도로요.”하정훈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송남지의 말을 되뇌었다.“어? 내가 성을 안 붙였나? 깜빡했어.”묘한 어색함이 공기를 감돌았다.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가소롭다는 듯 쏘아붙였다.“하정훈 씨가 이렇게 겁쟁이인 줄은 몰랐네요. 추락 한마디에 사시나무 떨듯 떠는 걸 보니, 역시 가진 게 많으면 죽는 게 제일 큰 공포인가 보죠?”말을 마친 송남지는 제자리로 돌아가 잡지를 뒤적거리며 더 이상 하정훈을 쳐다보지 않았다.하정훈의 전용기는 예정대로 서경 공항에 착륙했다.비행기에서 내린 송남지는 탑승교를 지나며 텅 빈 서경 공항의 전경을 둘러보았다.서경,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착륙 후 송남지는 라인국에서 사 온 선물들의 행방을 물었으나, 하정훈은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로 일축했다.“네가 산 선물들이 다 별로길래 버렸어.”송남지가 기가 막힌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하정훈 씨! 제정신이에요? 최소한의 선은 좀 지켜주면 안 돼요? 그건 내가 산 선물이지 하정훈 씨가 산 게 아니잖아요! 그게 좋든 나쁘든 그쪽이 상관할 바 아니라고요!”화가 머리끝까지 난 송남지는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몰아붙이듯 하정훈을 쏘아보았다.하정훈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흥분한 송남지와 대조적으로 덤덤하게 대꾸했다.“미안해. 네 선물들 버린 건 사과할게. 대신 보상으로 서윤이 시켜서 다른 거 좀 챙겨줄 테니까.”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하정훈을 노려보았다.“당연히 비서분 시켜서 가져오게 해야죠! 나한테 묻지도 않고 내 물건을 멋대로 버린 건 그쪽이니까요!”...공항 주차장에서 송남지는 물건을 받기 위해 김서윤을 찾아갔다.하지만 김서윤은 차를 멈춰 세우고 창문을 열어 그녀를 재촉했다.“송남지 씨, 일단 타시죠. 주차장에 차

  • 가면을 쓴 남편   제66화

    송남지는 속이 메슥거리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심호흡을 했다.그녀가 윤해진을 불러낸 것은 더 이상 엄마를 귀찮게 하는 걸 막고 싶어서였는데 윤해진은 그녀가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송남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쏘아붙였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나 바쁘니까 그쪽이랑 한가롭게 수다를 떨 시간 없어요.”윤해진은 태연하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분명 부탁하는 입장인데도 부탁하는 사람 태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송 씨 가문이랑 하 씨 가문이 원래부터 잘 아는 사이

  • 가면을 쓴 남편   제15화

    하종현은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얘야, 네가 아줌마의 뜻을 잘못 알아들었구나. 네 아줌마가 말한 건, 우리가 널 맞이할 준비를 못 했다는 뜻이지. 정훈이 말로는 네가 마당에서 한참 헤매다 들어왔다던데... 우리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거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렴.”하정훈은 송남지에게 낮은 목소리로 일러 주었다.“남지야, 긴장 풀어. 여기에는 남이 없어.”오가은도 곧장 거들었다.“손님들은 이미 다 보냈어. 이제 너 하나만 편히 있으면 돼. 저녁 아직 안 먹었지? 뭐가 먹고 싶니? 내가 직접 해 줄게.”하정훈은 웃음을 흘리며

  • 가면을 쓴 남편   제32화

    송남지는 최미경이 걱정으로 떨고 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려왔다.최미경이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큰 풍파는 남편 송지환이 부패 사건에 연루된 일뿐이었다. 원래는 무탈한 가정주부로 살며 남편이 바깥일을 책임지고 자신은 집안을 돌보던 삶이었다. 일터의 갈등도 없었고 송지환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가정 문제로 속 썩일 일도 없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고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송남지는 최미경의 손을 꼭 잡으며 담담히 말했다.“엄마,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제가 약속할게요.”한편 병원으

  • 가면을 쓴 남편   제24화

    허상미는 송남지의 말에 제대로 되받아쳐져 얼굴이 벌게지고 숨이 가빠졌다.송남지가 이미 벼랑 끝에서 체면 따위는 던져버린 사람이라 더는 주눅이 들 게 없다는 걸 허상미도 알았다. 맨발로 나선 사람은 신발 신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지금 맞붙어봤자 자신이 더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허상미는 이 모욕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허상미는 곧장 눈치를 바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손윤영을 향해 몸을 돌렸다.“어머니, 송남지가 저한테 헛소리하는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어머니한테까지 저런 무례한 말을 할 수 있어요. 저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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