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1화

Author: 은지아
그 말에 오가은은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가은은 숨을 고른 후, 부드러운 어조로 해명했다.

“내가 남지를 탓하려는 뜻은 절대 아니야. 다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궁금해서 그러는 거지. 혹시 네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거니?”

오가은은 송남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워낙 솔직해서 이런 중요한 시기에 갑자기 마음을 바꿀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아들에게 있을 가능성이 컸다.

오가은은 얼굴에 약간의 불쾌감을 드러내며 물었다.

“정훈아, 혹시 네가 갑자기 변심한 거니?”

전화기 너머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억누를 수 없는 우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내가 일곱 살 때부터 꿈꿔왔던 게 뭔지 잘 아시잖아요. 제가 어떻게 갑자기 변할 수 있겠어요?”

오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자식이었으니 오가은은 아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아이는 몇 년 전 신이 나서 귀국하자마자 송 씨 가문에 청혼하러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가면을 쓴 남편   제752화

    자동 유리문이 송남지를 인식하고 소리 없이 열렸다.도어맨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배웅했다.성루이야 병원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밤이면 호숫가 조명이 물결 위에 은빛으로 부서지곤 했다.송남지는 전화를 걸기 위해 탁 트인 한적한 곳을 찾았다. 민지현에게 바로 전화를 거는 대신 가방 속 담뱃갑부터 찾아냈다. 손끝에 닿는 매끄러운 감촉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이내 난처한 상황이 닥쳤다. 비행기를 탈 때 라이터를 버렸던 것이다.그녀는 얕은 한숨을 내쉬며 도어맨에게 돌아가 담뱃갑을 보여주었다. 도어맨은 긴 설명 없이도 그녀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정장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건넸다.“여사님, 다 쓰시고 나중에 돌려주셔도 됩니다.”송남지는 은회색 라이터를 받아 쥐고 살짝 미소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고마워요.”라이터를 손에 넣은 그녀는 다시 한적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민지현에게 전화를 걸기 전 일단 담배부터 한 대 물었다.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 끝에서 피어오른 옅은 연기가 밤 조명을 받아 환하게 일렁였다.송남지는 다른 한 손으로 민지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야외임에도 신호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녀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통화가 어려울 것 같자 그녀는 차선책으로 카톡을 보내 상황을 묻기로 했다.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 그녀의 하얀 피부가 조명을 받아 한층 창백하게 빛났다.음성 메시지 버튼을 누르고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 어떤 그림자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개를 번쩍 든 그녀의 눈동자에 불과 1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실루엣이 박혀 들었다.정원의 부드러운 조명이 비춘 그 얼굴은 송남지의 기억 속에 각인된 다정하고 기품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검은 눈동자에 아주 잠깐 당혹감이 스쳤으나 이내 휘발되었고 특유의 초연함과 여유로운 공기가 다시금 그를 감싸 안았다.반면 그의 앞에 선 송남지는 숲길을 잃고 헤매는 작은 짐승 같았다. 심장은 요동치

  • 가면을 쓴 남편   제751화

    송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식판을 박재용 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자, 긴말 말고 밥부터 드세요. 그래야 이 시한폭탄이랑 제대로 싸우죠.”박재용은 수저를 들었지만 도무지 넘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송남지를 바라보았다.“재스민의 조건부 계약 건, 정말 죄송해요. 남지 씨가 원하면 언제든 돕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그날은...”그날은 그의 1차 수술 날이었다.15시간에 걸친 대수술 동안 그는 세 번이나 고비를 넘기며 겨우 저승 문턱에서 돌아왔다. 수술 후 24시간이 지나서야 의식을 되찾았을 때, 재스민은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내 탓이에요. 남지 씨가 나한테까지 손을 내밀 상황은 안 올 거라 생각해서 수술 전에 삼촌한테 아무 말도 안 해뒀거든요. 하정훈 일도 들었어요. 그 사람, 정말 인간도 아니더군요!”격분한 박재용이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감정이 격해지자 의료기기들이 요란하게 울려대기 시작했다.송남지는 서둘러 그를 진정시켰다.“진정하세요, 재용 씨. 하정훈이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본인까지 귀신이 돼버리면 어떡해요. 진정하고 천천히 말하세요.”박재용은 조금 진정된 듯 한숨을 내쉬었다.“하정훈의 그 순정남 이미지가 다 가짜일 줄은 몰랐네요. 어쩌면 그렇게 빨리 새사람을 만날 수 있죠? 그것도 모자라 남지 씨를 서경에서 아예 매장하려고 하다니. 남지 씨가 거기 있으면 그 여자 눈에 거슬릴까 봐 그러는 건가요? 정말 짐승 같은 놈이네요.”송남지는 은지영과 자신만만하게 계약을 맺던 날을 떠올리며 멍한 눈으로 읊조렸다.“글쎄요. 아마 하정훈 씨는 내가 서경에 남는 게 누군가에게 방해된다고 생각했나 보죠. 그래서 아예 뿌리부터 뽑아버리려고 재스민을 뺏어간 거겠죠. 워낙 치밀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나한테 그런 치졸한 방법까지 쓸 필요는 없었는데. 나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내가 구질구질하게 매달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을 텐데요.”박재용의 눈동자에는 안쓰러운 기색이 뚝뚝 묻어났다.지금이 바로 진심

  • 가면을 쓴 남편   제750화

    박재용이 침대 옆 버튼을 누르자 그가 누워 있던 침대가 순식간에 이동 가능한 전동 휠체어로 변했다.마치 트랜스포머 같은 놀라운 첨단 기술에 송남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박재용은 휠체어의 조작 버튼을 눌러 식탁 옆으로 천천히 이동했다.그러고는 짐짓 자랑스러운 듯 눈썹을 까닥이며 물었다.“어때요? 멋있죠? 이거 나만을 위해 맞춤 제작한 휠체어거든요.”송남지는 휠체어의 성능이 좋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막연한 희망을 보았을 뿐이었다. 돈만 있다면 불치병은 없다고 했던가, 충분한 자금만 뒷받침된다면 생명은 어떻게든 연장할 수 있을 테니까.마침 업무 전화를 받은 박명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남지야, 오늘 밤은 나 대신 네가 재용이 좀 잘 감시해서 밥 좀 먹여줘.”송남지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걱정 마세요. 제가 억지로라도 먹일 테니까요.”박재용이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나 환자예요, 환자! 나한테 좀 다정하게 대해달라고!”박명규는 웃으며 병실을 나갔다.송남지가 박재용을 돌아보며 말했다.“전에 내가 너무 상냥해서 만만해 보였어요?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숨기고 연락도 안 하고... 내가 안 달려왔으면 정말 영영 못 볼 뻔했잖아요.”천남현의 말에 따르면 박재용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박재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운을 내려 애썼지만 여전히 지치고 쇠약한 모습이었다.“미안해요, 남지 씨. 친구로서 연락을 끊은 건 내 잘못이지만...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그는 울먹이면서도 말을 이었다.“내 초라한 모습을 남지 씨한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내 가족들처럼 수술실 밖에서 절망하며 기다리게 하는 건 나한테 너무 큰 짐이었거든요.”송남지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화가 났지만 박재용을 탓할 수는 없었다.“위중하다는 사실을 말 안 한 건 탓하지 않아요. 다만 왜 진작 본인의 병세를 나한테 숨겼냐는 거예요. 그랬다면, 적어도 내가 재용 씨를 그렇게 부

  • 가면을 쓴 남편   제749화

    이곳은 병원이라기보다는 최첨단 의료 장비와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갖춘 6성급 호텔에 더 가까웠다.층마다 객실이 즐비한 이곳의 복도를 지나 송남지가 들어선 방은 마치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연상케 했다.벽면은 부드러운 미색 스웨이드로 마감되어 있었고 침대 헤드는 통호두나무를 통째로 깎아 만들어 방 전체가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소파에는 보들보들한 영양 가죽 담요가 덮여 있었고 옆에는 복고풍 캡슐 커피 머신이, 냉장고에는 페트뤼스와 에비앙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다.박명규는 욕실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씻고 나와요. 안에 깨끗한 수건이 있으니까. 곧 간호사 시켜서 갈아입을 옷도 보내줄게요. 준비 끝나면 저녁 같이 먹죠. 남지 씨가 와서 재용의 기분이 한결 나아졌으니, 뭐라도 좀 먹어줄 것 같네요.”송남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샤워실에 들어가 고개를 들자 유리 선반 위로 고급스러운 세면용품들이 가득 보였다.그중 하나는 하정훈이 평소 쓰던 것과 똑같은 H사의 바디워시였다. 묵직한 설송 향이 감도는 그 제품을 송남지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짜 보았다.코끝으로 하정훈의 향기가 밀려왔다.사실 병원에 발을 들이던 순간부터 묘하게 그가 머무는 공간과 닮았다고 느꼈었는데, 원인은 이 향기였던 것이다.온수가 쏟아지자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긴 여정의 피로를 씻어냈다.물방울이 서늘한 뺨을 타고 흐르자 딱딱하게 굳어있던 그녀의 마음도 조금씩 말랑해졌다.한 시간 뒤, 송남지는 샤워 타월을 두른 채 욕실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갈아입을 옷이 조용히 놓여 있었는데, 다름 아닌 우윳빛의 트렌치코트였다.우윳빛 트렌치코트는 송남지에게 꽤 낯선 옷이었다.어릴 적부터 송남지는 흰옷을 즐겨 입지 않았는데, 혹여나 더러워지면 어머니가 빨래하시기 힘들까 봐 일찍이 철이 든 탓이었다.바닥에 놓인 옷을 주워 입고 거울을 보니, 우윳빛 코트 덕분에 평소의 서늘함 대신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곁에는 베이지색 목도리도 함께 놓여 있었다.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 가면을 쓴 남편   제748화

    정밀 의료기기에 둘러싸인 박재용의 모습은 마치 기계에 갇힌 포로와도 같았다.안색은 대리석처럼 투명하게 창백했고 감긴 눈꺼풀 아래로 푸른 정맥이 선명히 드러났으며 한때 화폭 위를 자유롭게 누비던 손가락은 이제 모니터 배선 옆에 힘없이 놓인 채 손톱 끝에 연보랏빛 죽음의 그림자를 머금고 있었다.호흡 마스크 아래로 내뱉는 숨결은 두꺼운 시멘트벽에 가로막힌 듯 짧고 위태로웠고 고가의 심전도 모니터 위에 그려지는 곡선들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는 이의 심장을 조여왔다.송남지는 문 앞에 서서 잠시 굳어버렸다.그녀는 천천히 침대 곁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이 연약한 존재를 깨뜨릴까 두려워, 혹은 현실 같지 않은 차가운 온기에 닿을까 무서워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실내에는 기계의 단조로운 비프음만이 흐를 뿐이었고 그 거대한 정적 속에서 송남지는 소중한 무언가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그것은 지금 이 순간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박재용의 심장 박동과도 같았다.박재용은 온 힘을 다해 미소를 지으며 활기찬 척해보려 했지만 눈가에 서린 깊은 쇠약함만은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그는 짐짓 송남지를 놀리듯 농담을 던졌다.“설마 나한테 반한 거예요? 만 리 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온 거 보니 좀 겁나네요. 내가 남지 씨한테 내일은 약속 못 합니다. 나조차 내가 내일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거든요.”송남지는 애써 기운을 내면서도 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팔을 툭 쳤다.“재용 씨, 지금 이 상황에서도 장난이 나오세요?”그 모습을 보던 박명규는 박재용이 분위기를 밝히려고 애쓰는 게 딱 평소의 자신 같다고 생각했다.박재용을 웃겨주려고 매일같이 실없는 소리를 해대던 그였으니까.하지만 이제 박명규는 알 것 같았다. 이런 농담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을. 웃기기는커녕 도리어 상황을 더 비극적으로 만들 뿐이었다.박재용은 살짝 맞은 팔이 아픈 듯 인상을 쓰며 엄살을 피웠다.송남지는 순간 당황해 급히 손을 거두며 겁에 질린 눈으로 그를

  • 가면을 쓴 남편   제747화

    박재용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삼촌, 누구 좀 마중 나가줘요.”박명규가 어안이 벙벙한 듯 되물었다.“마중? 공항이야, 아니면 어디? 너 친구 하나 없던 놈 아니었냐?”박재용은 조바심이 났는지 팔에 꽂혀있던 링거 바늘을 거칠게 빼려 했다.“진짜 답답하네, 그냥 내가 직접 갈게요.”다행히 박명규가 재빨리 그를 가로막았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가면 되잖아. 누구라고?”“송남지요. 병원 정문에 있어요.”박명규의 발걸음이 일순간 멈칫했다.“재스민의 그 송남지? 너 걔랑 사귀는 거냐? 내 기억엔 유부녀였던 것 같은데.”박재용이 무심하게 삼촌을 슥 쳐다봤다.“재스민 이제 그 여자 거 아니에요.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이제 유부녀도 아니고요.”박명규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삼촌이 참 대단하지? 어떻게 맞는 답이 하나도 없냐.”박재용이 쓸쓸하게 웃어 보였다.“삼촌, 일부러 그렇게 나 웃겨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요. 얼른 가서 데려와 줘요. 오늘 수리스 바람이 너무 세서 그 사람 많이 추울 거예요.”유리문 앞.송남지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는 박재용의 삼촌, 박명규였다.피로가 가득한 그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송남지는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박명규의 안내로 송남지는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박명규는 어른 체면에 아랫사람 일에 사사건건 참견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도무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송남지는 그 마음을 단번에 꿰뚫어 보고 싹싹하게 입을 열었다.“아저씨, 궁금하신 게 있다면 뭐든 물어보셔도 돼요.”박명규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눈치가 빠르구나. 내가 할 말 있는 걸 어떻게 알았니.”송남지는 박명규에게 박재용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먹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병원 주소를 알아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재용이 녀석 말이, 이제 네가 재스민 대표도 아니고

  • 가면을 쓴 남편   제391화

    하정훈은 더 대꾸하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 쪽으로 걸어갔다.의학 서적으로 빼곡한 책장에서 영문 원서 한 권을 꺼내 든 하정훈은 이내 독서에 몰두했다.15분쯤 지나 유경태의 비서가 섬 요리를 차려 왔다.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시선을 강탈했다.유경태는 일부러 소란을 떨며 하정훈을 불렀다.“벌써 열두 시야. 하 대표도 이리 와서 한입 하지 그래?”하정훈은 곁눈질조차 주지 않고 대답했다.“책 읽는 중이야. 안 먹어.”“책? 그 의학 영문 서적 말이야, 나도 읽기 힘든 건데 네 눈에 들어오긴 해?”그제야 하정훈이 천

  • 가면을 쓴 남편   제383화

    이 말에 온유미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제 앞길을 막다니요, 전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에요. 남들이 뭐라든 상관없어요. 그들이 떠드는 풍문에 휘둘려야 할 이유가 있나요?”온유미의 날 선 반응에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그때 정적을 깬 것은 줄곧 침묵하던 하정훈이었다.“선생님, 타인의 말에 마음 쓰실 필요 없습니다. 타인은 결국 타인일 뿐이니까요.”류무영의 안색이 완만해지며 노인네 특유의 핀잔을 늘어놨다.“우리 유미가 이 일엔 참 예민하단 말이야. 누가 말리겠어.”온유미는 여전히 가슴에 응어리가

  • 가면을 쓴 남편   제397화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을 거침없이 건네다니. 남자의 휴대폰엔 온갖 비밀이 숨겨져 있다던데...’송남지는 뜨거운 감자를 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며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그 순간, 휴대폰 화면 위로 메시지 알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송남지는 괜히 잘못 터치했다가 내용을 보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하정훈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메, 메시지 왔는데요.”하정훈은 힐끗 폰을 보더니 무심하게 대답했다.“어. 나 운전 중이니까 네가 대신 봐줘.”송남지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했다

  • 가면을 쓴 남편   제392화

    하정훈은 얄밉게 구는 유경태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짙은 눈썹을 찌푸린 채 잠시 침묵하던 그는 얇은 입술을 떼려다 이내 관두었다.그럴 기분이 아니었다.“회사에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갈게.”하정훈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유경태의 사무실을 나섰다.하정훈의 오만하고도 고귀한 뒷모습을 보며 유경태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송남지, 배짱 한번 두둑하시네. 하 대표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고 바람까지 맞히다니.’...한편 송남지는 류무영과 온유미를 서경 공항까지 배웅했다.비행기에 오르기 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