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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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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밥벌이요정

제1화

Auteur: 밥벌이요정
결혼한 지 6년이 지나서야 송서윤은 남편의 깊은 사랑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감쪽같은 연기로 사람 하나 바보로 만들었던 거잖아. 입만 열면 사랑한다고,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했었는데...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모든 게 허상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송서윤은 미련 없이 돌아설 결심을 했다.

“국장님, 저... 최대한 빨리 데미스로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 부탁드립니다.”

“서윤아, 네가 갑자기 사라지면 고영훈 그 자식은 아마 미쳐버릴지도 몰라.”

데미스 국장 모건은 여느 때처럼 덤덤한 척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번만큼은 놀라움이 배어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이 6년 동안 부부로 지내며 아이까지 둔 사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겉보기엔 두 사람은 부족한 것 없는 행복하고 이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고영훈이 아내를 목숨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다는 건,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였다.

“이제 그 사람은 제 인생에 아무 의미 없어요.”

송서윤은 핸드폰을 힘껏 쥐었다.

“알겠어. 사실 널 잃은 건, 우리 조직이 지금까지 겪은 가장 큰 손실이었지. 한 달이면 충분할 거야. 그때가 되면, 송서윤은 완전히 사라지고...‘케이시’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테니까.”

“고맙습니다, 국장님.”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송서윤은 컴퓨터 모니터 속, 한 쌍의 남녀가 별장 구석구석을 오가며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장면은 그녀에게 잊기 힘든 충격을 안겼다.

십 년을 함께한 사람, 교복 입던 시절부터, 웨딩드레스를 입기까지... 그 긴 시간을 함께 걸어온 남자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배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 치욕스러운 건, 상대가 바로 아들의 과외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책상 아래에는 각양각색 포장지의 콘돔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그중 몇 개는 보험금 서류와 나란히 놓인 혼인신고서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아들을 낳은 뒤 몸이 많이 상해 더는 둘째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그녀에게, 지금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콘돔은 이미 몇 년째 쓸모없는 물건일 뿐이었다.

하지만 고영훈은 지금, 실시간 화면 속에서 하나씩 포장을 뜯으며 욕망을 채우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그때 컴퓨터 화면에 알림창이 떴다.

고영훈은 본인의 카톡이 PC와 모바일에서 동시에 확인된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듯했다.

[하준이가 앞으로 서윤 언니를 엄마라고 부르고 나를 ‘마미’라고 부르겠대. 어떻게 생각해, 여보?]

그리고 바로 고영훈의 답장이 이어졌다.

[나야 아무 의견 없지, 여보.]

‘여보’라는 두 글자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송서윤의 믿음과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 그녀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아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은 이미 피가 날 만큼 주먹을 꽉 쥐고 있었지만, 그 고통도 마음의 상처에 비할 바 아니었다.

송서윤은 애써 침착한 모습을 되찾고 두 사람의 뻔뻔한 메시지 내역을 끝까지 확인했다.

고하준이 태어난 뒤부터였으니, 무려 5년이 흘렀지만 고영훈은 한 번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대화 때문에 두 사람의 웨딩사진이 바닥에 널브러진 콘돔 포장지보다 더 더럽게 느껴졌다.

그제야 아들 고하준이 떠올랐다. 오늘은 유치원에서 부모 참여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지금쯤 하준이는 허연수 곁에서 ‘마미’라고 부르며 웃고 있겠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쥐어뜯기는 것처럼 아파졌다.

‘하준이는 내 아들이야!’

송서윤은 차 키를 챙겨 집을 나서려다, 1층에서 도우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세상에, 이게 뭐야? 이런 게 사모님 옷장에서 나와도 되는 거야?”

“다 해진 천 조각도 옷이라고...”

“쉿, 사모님 게 아니라, 그분 거잖아.”

“대충 저 방에 던져놔.”

“천한 년, 임자 있는 남자나 꼬시고... 천벌을 받아 마땅한 년!”

그때, 도우미들이 1층 작은방, 허연수의 방문을 열고 노출이 적나라한 란제리를 휙 던져넣었다. 그러고는 키득거리며 장난을 쳤다.

“사, 사모님!”

뒤늦게 송서윤이 거실에 서 있는 걸 보고 도우미들은 태연한 척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이 집에 사는 바퀴벌레도 알았을 거야, 나만 바보처럼 속고 있었구나.’

송서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유치원에 도착했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허연수와 고하준이 장난치며 웃고 있었다.

“엄마, 망고 에그타르트는요?”

두 손 빈 송서윤을 보자 고하준이 토라진 얼굴로 물었다.

“엄마가 깜빡했네, 하준아.”

“괜찮아요. 지금이라도 다녀오면 되죠!”

고하준이 짜증을 냈다.

“연수 이모가 며칠째 먹고 싶다고 했잖아요.”

허연수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하준아. 이모는 먹고 싶으면 직접 사 먹을게.”

송서윤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예전에는 허연수가 하준이를 잘 챙겨준다는 이유로 일부러 선물까지 사다 주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때 고하준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모가 그 가게는 엄청 인기 있어서 줄 서서 세 시간이나 기다려야 살 수 있다고 했어요. 이모는 나랑 같이 있어 줘야 하니까, 엄마가 사 오는 게 더 낫겠어요.”

“안돼, 하준아. 이모가 어떻게 하준이 엄마한테 그런 걸 시켜?”

허연수가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엄마는 우리를 챙겨주는 거 좋아하잖아요. 못 하게 하면 오히려 섭섭해할걸요?”

고하준의 말투에는 엄마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한 태도와 은근한 자랑이 묻어 있었다.

그 한마디에 송서윤의 가슴 한쪽이 서늘하게 얼어붙었다.

그때 유치원 선생님이 다가왔다.

“이제 이인삼각 달리기할 거예요! 친구랑, 또는 가족 중 한 분이랑 짝지어서 준비해 주세요.”

송서윤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하준아, 엄마랑 같이할래?”

“됐어요.”

고하준은 무심하게 끈을 집어 들더니, 허연수와 다리를 맞대 묶으며 온 신경을 허연수에게 쏟았다.

한 번도 엄마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연수 이모랑 해야만 1등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송서윤은 참았던 화가 북받쳐 올라 언성을 높였다.

“고하준, 네 엄마가 누군지 말해 봐!”

그녀가 손을 잡으려 하자, 고하준은 매몰차게 뿌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엄마, 정말 귀찮게 왜 이래요! 잠깐 ‘엄마 자리’ 좀 양보해 주면 안 돼요?”

그 말에 송서윤은 가슴 깊숙이 벼락처럼 무언가가 꽂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죽을 고비까지 넘기며 아이를 낳았고 누구보다 곁에서 정성을 다해 키워왔건만, 허연수가 몇 달 돌봐줬다고 이렇게 마음을 내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연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송서윤을 바라봤다.

“언니, 하준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시잖아요? 솔직히 누가 체조 선수 출신 엄마를 갖고 싶지 않겠어요? 제가 언니보다 더 젊고 건강하고... 예쁘기도 하잖아요?”

“연수 이모랑 하면 무조건 이길 것 같아요!”

고하준이 신이 나서 소리쳤다.

두 사람의 손바닥이 딱 소리를 내며 마주쳤고, 곧바로 한 팀이 된 그들은 같은 곳을 향해 시선을 맞췄다.

허연수의 눈빛은 도발에 가까웠다.

송서윤은 몸이 떨릴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그때, 무겁고도 냉랭한 목소리가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네가 뭔데 내 아내한테 그런 말을 해?”

고영훈이 곧장 송서윤에게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감싸안았다.

“넌 어디까지나 하준이의 튜터일뿐이야. 또다시 주제 파악 못 하고 함부로 굴면 우리 집에서 나가게 될 줄 알아! 당장 사모님께 사과해.”

허연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아낀다.

“죄송해요, 서윤 언니. 다시는 안 그럴게요...”

두 사람이 한마음으로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송서윤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갔다.

이젠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오직 아들만, 아들만 데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순간, 고하준이 갑자기 소리쳤다.

“아빠, 왜 연수 이모를 혼내? 연수 이모 말이 맞잖아! 우리 엄마는 그냥... 그냥 멍청한 아줌마야!”

고하준은 허연수를 감싸며 송서윤이 민망해질 정도로 몰아세웠다.

‘어쩌다 내 아들이 이렇게까지...’

송서윤은 온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연수 이모가 그렇게 좋아? 정말 연수 이모가 하준이 엄마였으면 좋겠어?”

고하준은 차갑게 눈을 치켜뜨며 ‘그래!’라고 딱 잘라 말했다.

송서윤의 마음은 또다시 산산조각 났다.

고하준은 그런 줄도 모르고 곧장 허연수의 손을 붙잡고 달려 나갔다.

경기장 저편, 두 사람은 서로 꼭 붙어 즐겁게 달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송서윤의 가슴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때, 고영훈이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여보, 하준이는 아직 어려. 천천히 가르치면 돼. 괜히 건강 상하지 말고... 나중에 엄마한테 이야기해서 저 여자부터 내보내자.”

언제나처럼 다정한 눈빛, 습관처럼 흘러나오는 달콤한 말들이었지만, 이제는 온몸을 파고드는 독약처럼만 느껴졌다.

‘그래, 이 집에는 이제 내가 있을 자리가 없구나.’

송서윤은 더는 미련조차 남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조용히 유치원 문을 나섰다.

‘한 달. 단 한 달만 지나면... 이 세상에서 완벽히 사라질 거야. 그때까지만 버티면 모든 게 끝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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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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