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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Author: 윤소정
주단우가 넋을 잃은 틈을 타 현다영은 손을 빼내어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화끈거리는 통증이 번지자, 주단우는 반사적으로 여자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맞받아칠 기세였다.

하지만 붉어진 현다영의 눈가에 고여 있는 눈물을 본 순간, 치밀어 오르던 충동을 다시 참아냈다.

“내가 역겹다고? 그럼 너는? 그동안 내 주변에서 알짱거리던 네 행동은 뭐 깨끗한가?”

악에 받쳐 쏘아붙였지만,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

화려한 연애사 속에서 여자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일 때면 늘 상대가 매달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차이고, 진심을 유린당한 것 같은 착각이 들까.

그는 누구에게도 진심을 주지 않는다.

물론 줘서도 안 되었다.

“나? 당신에 비하면 난 그저 받은 대로 돌려준 것뿐이에요!”

추궁하는 주단우를 보며 현다영은 소름 끼치는 혐오감을 느꼈다.

영문을 모르는 남자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한 채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당신, 천루비 기억해요?”

그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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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92화

    주단우가 넋을 잃은 틈을 타 현다영은 손을 빼내어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화끈거리는 통증이 번지자, 주단우는 반사적으로 여자의 얼굴을 움켜쥐었다.당장이라도 맞받아칠 기세였다.하지만 붉어진 현다영의 눈가에 고여 있는 눈물을 본 순간, 치밀어 오르던 충동을 다시 참아냈다.“내가 역겹다고? 그럼 너는? 그동안 내 주변에서 알짱거리던 네 행동은 뭐 깨끗한가?”악에 받쳐 쏘아붙였지만,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화려한 연애사 속에서 여자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일 때면 늘 상대가 매달리기 일쑤였다.그런데 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차이고, 진심을 유린당한 것 같은 착각이 들까.그는 누구에게도 진심을 주지 않는다.물론 줘서도 안 되었다.“나? 당신에 비하면 난 그저 받은 대로 돌려준 것뿐이에요!”추궁하는 주단우를 보며 현다영은 소름 끼치는 혐오감을 느꼈다.영문을 모르는 남자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한 채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당신, 천루비 기억해요?”그 이름을 듣는 순간, 주단우는 움켜쥐고 있던 손을 툭 놓아버렸다.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현다영을 바라보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네가 그 애를 어떻게 알아?”현다영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최대한 거리를 두며 차갑게 읊조렸다.“당연히 알죠. 내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마침내 모든 전말을 깨달은 주단우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그 애 때문에 나한테 접근한 거였어?”“당신이 그랬죠? 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현다영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주단우가 천루비의 죽음을 타인의 일인 양, 뻔뻔스럽게 평가하던 그 모습을.하지만 그녀의 인생을 망가뜨린 건 다름 아닌 주단우였다.“루비가 바보같이 사랑에 눈멀어서 제 발로 수렁에 빠진 거니까 억울한 것도 없다 쳐요. 그럼 남의 감정을 짓밟고 갖고 논 당신은 뭐가 그렇게 당당하고 떳떳한데요?”현다영의 감정이 격해지자, 주단우는 기가 죽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나랑 그 애 사이에... 감정 같은 건 없었어.”“하!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91화

    “그럼 경찰에 신고하든가.”현다영은 더 길게 말을 섞기도 귀찮았다.이런 짓까지 저지른 마당에, 주단우와의 공방도 피차 여기까지임을 잘 알고 있었다.단지 제 손으로 친구의 복수를 해주지 못한 게 아쉬웠을 뿐이었다.이 짐승 같은 놈을 지옥으로 밀어 넣었어야 했는데.주단우가 몸을 돌렸다. 목소리는 억눌린 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나한테 빌어 봐. 그럼 혹시 알아? 내가 용서해 줄지.”“그쪽 용서 따위 바라지도 않아요. 당신 같은 쓰레기한테는 무슨 짓을 했어도 손톱만큼의 죄책감도 안 드니까.”“현다영!”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단우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냅다 집어던졌다.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에 현다영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었다.날아든 휴대폰이 정강이에 찍히며 비명이 나올 만큼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주단우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보였지만, 현다영은 도망치지 않았다.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치켜들 뿐이었다. 마치 남자가 휘두를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낼 준비가 끝난 것처럼.어차피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아버지의 그늘에서 현다영은 고통과 동행하는 법을 진즉에 배웠다.미친놈도, 악당도 두렵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그런 인간들을 상대하는 게 가장 익숙했으니까.주단우는 눈앞의 여자를 으스러뜨려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팔을 번쩍 치켜들었지만 좀처럼 손을 대지 못했다.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현다영이 짓밟은 것은 그가 억지로 버텨온 자존심뿐만이 아니었다. 마지막 보루까지 통째로 무너뜨린 것이다.이따위 여자마저 자신을 무시하다니.어릴 적 엄경미가 내뱉었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지금 이 순간부터 넌 나 말고는 아무도 못 믿어. 주씨 가문이라는 배경만 제외하면 그저 한낱 불쌍한 고아에 불과하니까. 최하층 바닥이나 구르는, 쓰레기 같은 폐물이지.”“무능한 자는 감정을 논할 자격이 없고, 잘난 인간들은 그걸 놀잇감으로 삼을 뿐이야. 선택해. 다들 네 발밑에 꿇릴래? 아니면 그 알량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90화

    주단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현다영은 재빨리 방으로 돌아가 주단우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현다영의 집 근처에는 휴대폰 수리점이 하나 있었다. 그곳 사장은 기계 쪽에 워낙 밝아서, 예전에 그녀의 휴대폰이나 노트북 잠금을 풀어 줬던 적도 몇 번 있었다.하지만 남의 휴대폰 안에 든 자료를 몰래 들여다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한 일이 아니었다.한참을 망설이던 현다영은 결국 마음을 독하게 먹고 수리점으로 향했다.주단우의 휴대폰 잠금은 현다영이 쓰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사장도 한참을 붙잡고 씨름한 끝에 겨우 잠금을 풀었다. 다만 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한 탓에, 열린 상태가 오래 유지되지는 않는다고 했다.휴대폰을 돌려받은 현다영은 곧장 구석진 곳으로 가 해성 그룹 관련 프로젝트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일단 눈에 띄는 건 닥치는 대로 녹화해 강지현에게 보냈다.그 뒤, 현다영의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 심장도 아까보다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들키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주단우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현다영은 연락처, 메시지, 사진첩까지, 사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을 만한 곳은 전부 훑어보았다.그런데 뜻밖에도, 온갖 약점이 줄줄이 나올 것 같던 주단우의 휴대폰은 놀랄 만큼 깨끗했다.대부분은 업무 자료였고 나머지도 별것 아닌 일상 기록뿐이었다.사진첩에도 지저분한 사진은 없었다. 다만 주단우는 자기 몸을 찍는 걸 꽤 좋아하는 듯했고, 각종 카드와 멤버십 카드 사진도 많았다. 아마 사진첩을 메모장처럼 쓰는 모양이었다.현다영은 주단우의 사생활 따위에 관심 없었다.그녀가 찾고 싶은 건 단 하나였다. 친구의 흔적, 그리고 머릿속에 맴돌던 의심을 확인해 줄 증거.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나오는 건 없었다.거의 포기하려던 그때, 현다영의 눈에 주단우의 카톡 즐겨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9화

    “현다영, 강지현 곁에 있는 게 그렇게 좋아?”주단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지현이 현다영의 친언니도 아니지 않은가. 고작 한번 도와준 게, 권력과 돈이 주는 달콤함보다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현다영은 담담하게 받아쳤다.“부대표님은요? 엄 대표님 밑에서 남한테도 해롭고 본인한테도 득 될 것 없는 일을 하는 게 그렇게 좋으세요?”“하.”주단우가 또 한 번 코웃음을 쳤다.“엄 대표는 내 어머니야. 게다가 그 사람에게도 나름의 입장이 있고. 강지현과 맞서는 게 왜 꼭 남에게도 해롭고 나한테도 득 될 것 없는 일이 되지?”“주상 그룹이 한 사람만의 회사는 아니잖아요. 부대표님하고 엄 대표님만 마음을 바꾸면, 얼마든지 같이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현다영은 그렇게 말하며 침실로 들어가 이불을 갈기 시작했다.주단우와 같은 침구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마침 빨려고 빼 두었다가 버리려던 이불이 한 벌 있었다. 더러운 건 아니니, 그걸 다시 깔아 하룻밤만 쓰게 할 생각이었다.자신은 소파에서 자면 그만이었다.주단우는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집에서는 늘 가정부가 그의 침대를 정리해 주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도련님으로 사는 데 익숙했다.하지만 지금껏 가족 중 누구도 그를 위해 이런 일을 해 준 적이 없었다.현다영에게서 풍기는 소박한 생활감 때문일까. 묘하게 가족 같은 온기가 느껴졌다.그녀가 자신을 위해 이불을 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주단우는 코끝을 문질렀다. 현다영 때문에 생긴 불쾌감도 어느새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잘 지내는 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주상 그룹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우리 어머니 공도 절반은 있어. 그런데 주승호의 유언장은 배신이나 다름없었지. 너라면 어때? 반평생 바쳐 일군 걸 남에게 순순히 넘겨줄 수 있겠어?”“그건 주승호 회장님의 잘못이지, 지현 언니가 짊어질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언니도 그동안 충분히 힘들었어요. 이제야 자기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8화

    “오늘 강지현한테 무슨 말 했어? 그리고 하원영 그 여자는? 한 번 영웅 노릇 했으면 끝까지 데려다줄 일이지, 왜 너 혼자 보냈대?”주단우가 아무리 현다영에게 휘둘리는 듯 보여도, 여자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질 사람은 아니었다.현다영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됐다는 뜻이었다.현다영은 보기보다 영리했다. 강지현이 아직 주상 그룹에 남아 있는 한, 주단우가 자신에게 함부로 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엄경미 역시 그에게 단단히 일러둔 터였다. 강지현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괜한 일을 벌이지 말라고.특히 이런 식의 하찮은 문제는 더더욱 피해야 했다.현다영은 주단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지현 언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그걸 부대표님께 말씀드릴 리가 없잖아요.”세 시간 전, 현다영은 하원영을 따라 호텔에서 빠져나왔다.하원영은 회사를 나서던 길에 현다영이 주단우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현다영은 강지현 쪽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주단우와 가까이 지낸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호기심이 많은 하원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다영이 주단우의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하원영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먼저 현다영이 있는 방 번호를 확인한 뒤, 주단우가 다시 식당으로 향하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프런트로 가 상황을 알아보려 했다.하지만 그 호텔은 엄씨 일가 계열이었다. 하원영이 직접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잠시 고민하던 하원영은 주시언에게 전화를 걸었다.늦은 시간이었지만 주시언은 아직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지방 출장 중이었고 마침 접대 자리에 있었다.하원영이 상황을 설명하고 호텔 이름을 알려 주자, 주시언은 곧장 사람을 알아봤다.그의 지인 중에는 해원시 대형 호텔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다. 호텔 내부 사람을 찾는 건 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날 밤 예약된 VIP 정보를 간단히 확인하는 정도는 더더욱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7화

    고집 센 여자는 귀했다. 적어도 주단우에게는 충분히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었다.그렇게 보자, 치밀어 오르던 화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대신 정복욕이 고개를 들었다. 주단우는 힘을 주어 현다영의 팔을 확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이 그대로 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현다영은 예전처럼 거세게 밀쳐 내지는 않았다. 다만 손바닥을 그의 가슴에 가볍게 대고, 억지로라도 둘 사이에 조금의 거리를 만들었다.“내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아?”차갑게 가라앉은 숨결이 얼굴 가까이 닿자, 현다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주단우의 말투는 묘하게 끈적했다. 말을 하면서도 그는 현다영의 귀 뒤로 흘러내린 잔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주단우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애매한 선을 넘나드는 사이였으니까.“부대표님 속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현다영은 입꼬리만 희미하게 올렸다. 눈빛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저는 그저 제가 부대표님을 그렇게 믿었다는 것만 알아요. 지현 언니가 말리는데도 부대표님하고 따로 만나려고 했고요. 그런데 부대표님은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셨잖아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저, 이제 퇴사하고 이사까지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그래야 부대표님이 저를 좀 놔주실까요?”“하.”주단우가 웃음을 터뜨렸다.뒤집어씌우는 솜씨 하나는 제법이었다.먼저 다가오고 떠보고 강지현에게 일러바치려 한 사람은 현다영이었다. 그런데 말 몇 마디로 자신을 그에게 농락당한 가엾은 피해자처럼 포장해 버렸다.주단우도 그런 식으로 사람을 휘두르는 여자들을 안 만나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다영처럼 뻔뻔한데도 이상하게 진심처럼 보이는 여자는 처음이었다.그는 현다영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정말 내가 널 놔줬으면 좋겠어?”현다영은 여전히 차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대표님, 시간 늦었어요. 저 이제 들어가 봐야 해요.”말을 마친 현다영은 주단우를 밀어내고 돌아서서 현관문을 열었다.주단우는 고개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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