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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Author: 윤소정
눈을 뜨자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앞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마스크와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고, 한 명은 손에 든 작은 권총을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렸다.

“당신들... 누구야... 강지현이 보낸 사람들이야?”

백하린은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만큼 쉬어 있었다. 두려움이 순식간에 덮쳐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차에서 달아난 뒤 백하린은 배수로에 숨어 있었다.

김태하의 부하들을 간신히 따돌리고 떠나려던 순간 누군가에게 갑자기 습격당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 끔찍한 곳에 묶여 있었다.

두 남자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중 한 명이 가까이 다가와 작은 칼끝으로 백하린의 턱을 들어 올렸다.

“연기 그만해. 강지현의 친구잖아. 지금 당장 전화해서 혼자 널 구하러 오라고 해. 안 그러면...”

“사람을 잘못 봤어! 난 강지현과 친구가 아니야!”

남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상황을 파악한 백하린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끊었다. 숨이 무너질 듯 가빠졌다.

“친구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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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8화

    눈을 뜨자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앞에 서 있었다.두 사람은 마스크와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고, 한 명은 손에 든 작은 권총을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렸다.“당신들... 누구야... 강지현이 보낸 사람들이야?”백하린은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만큼 쉬어 있었다. 두려움이 순식간에 덮쳐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차에서 달아난 뒤 백하린은 배수로에 숨어 있었다.김태하의 부하들을 간신히 따돌리고 떠나려던 순간 누군가에게 갑자기 습격당했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 끔찍한 곳에 묶여 있었다.두 남자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중 한 명이 가까이 다가와 작은 칼끝으로 백하린의 턱을 들어 올렸다.“연기 그만해. 강지현의 친구잖아. 지금 당장 전화해서 혼자 널 구하러 오라고 해. 안 그러면...”“사람을 잘못 봤어! 난 강지현과 친구가 아니야!”남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상황을 파악한 백하린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끊었다. 숨이 무너질 듯 가빠졌다.“친구가 아니라고?”칼을 든 남자는 멈칫하며 옆에서 기다리던 동료를 바라봤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사람을 잘못 납치한 건가?’두 사람은 공회 조직의 일원으로, 임지태가 국내에서 직접 키운 신입이었다.얼마 전 임무를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자신들이 따르던 형님이 누명을 썼다는 소식을 들었다.국내 조직은 소탕됐고 해외에 있던 공회의 세력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두 사람 역시 최대한 빨리 출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하지만 자신들에게 큰 은혜를 베푼 임지태가 모함당했다는 생각을 하면 분을 참을 수 없었다.조직의 배신자 송준호는 아직도 도망 다니고 있었고, 형님을 감옥에 보낸 강지현과 김태하는 호화로운 결혼식까지 준비하고 있었다.떠나더라도 적어도 한 번은 복수해야 했다.처음에는 강지현을 납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지현과 김태하는 거의 밖에 나오지 않았고,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 접근하기 어려웠다.남은 시간이 많지 않자 두 사람은 차선책을 택했다. 기회를 노려 강지현의 주변 사람을 붙잡은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7화

    하지만 지금은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꺼낼 수 없었다.“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실망할 게 뭐가 있겠어요?”강지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서운혁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가 끝없는 쓸쓸함 속으로 가라앉았다.“강지현 씨 말이 맞아요.”“치료 잘 받으세요.”강지현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서운혁이 병상에 누워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을 보자 괴로웠다.하지만 친남매라는 관계로 그를 대하는 건 너무도 어색했다.“...”서운혁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붙잡는 말은 끝내 하지 못하고 멀어지는 강지현의 뒷모습만 말없이 바라봤다.김태하는 병실 밖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다가 강지현이 나오자마자 다가와 손을 잡았다.손끝은 차가웠고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온몸이 몹시 지쳐 보였다.“괜찮아?”김태하는 낮은 목소리로 물으며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감싸 따뜻하게 녹여 줬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억지로 미소 지었다.“이제 가자.”차에 탄 뒤에야 강지현은 완전히 긴장을 풀고 김태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김태하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피곤하면 좀 자. 내가 곁에 있을게.”강지현은 눈을 감은 채 김태하의 커다란 손을 두 손으로 만지작거렸다.“태하야, 네가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김태하는 고개를 숙여 강지현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서운각에 도착하기 전 강지현은 정말로 잠들었다.김태하는 혼자 그녀를 안아 침실까지 데려갔다.밤이 깊어지자 김태하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그는 곁에 있는 강지현이 깰까 봐 휴대전화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무슨 일이야?”“대표님, 그 여자가 도망쳤어요.”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잔뜩 떨리고 있었다. 김태하의 눈빛도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결혼식을 앞둔 지금, 백하린이 서경시에서 엄청난 사건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더라도 분명 골칫거리였다.그래서 김태하는 기회를 틈타 사람들에게 백하린을 붙잡으라고 했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6화

    “환자는 일단 위험한 고비를 넘겼어요. 수혈이 제때 이루어진 덕분이에요.”서씨 집안 어른들도 그 말을 듣고 안도하며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 몇 마디를 지시한 뒤 먼저 떠났다.강지현과 김태하를 보고 다가와 인사를 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끝내 김태하의 차가운 기세에 눌려 가까이 오지 못했다.서운혁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김태하는 강지현을 데리고 돌아가 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지현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알았어.”강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김태하는 곧바로 뜻을 알아들었다.두 사람은 옆 휴게실에서 저녁까지 기다렸다.마침내 부하가 다급히 들어와 보고했다.“대표님, 사모님, 서 대표님이 깨어나셨어요.”강지현이 김태하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하가 먼저 말했다.“가서 보고 와.”이번에도 강지현은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아당겼다.“그냥... 돌아갈까?”하지만 김태하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안 돼. 피도 뽑았고 이렇게 오래 기다렸잖아. 적어도 얼굴은 한 번 보고 가야지.”서운혁의 병실 앞에 도착하자 강지현은 이유 없이 몹시 긴장됐다.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봤다.하지만 살아가면서 자신의 핏줄을 마주할 날이 올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심지어 자신의 수많은 감정 가운데... 그들을 향한 마음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도 몰랐다.김태하는 강지현의 눈꺼풀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며 말없이 용기를 줬다.잠시 뒤 강지현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병실 안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했다.넓은 병실에는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서운혁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병상에 반듯하게 누운 그는 핏기 하나 없이 몹시 쇠약해 보였다.평소 모습과 비교하면 갑자기 몇 살이나 늙은 사람 같았다.강지현은 병상 곁으로 다가가 그의 몸에 연결된 여러 검사 장비를 바라봤다.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5화

    사고가 나기 전 마지막 통화를 건 사람도 백하린이었다.그 때문에 그녀는 사고가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전화로 들었다.당시 서운혁의 차 안에서는 김태하와 강지현의 결혼 소식이 재생되고 있었다.서운혁은 넋을 놓은 탓에 사고를 냈다.백하린이 가장 먼저 구급차를 불렀다. 몇 분만 늦었어도 서운혁은 수술실에 들어갈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김태하는 더는 백하린이 소란을 피우게 두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을 보내자 그녀는 곧바로 밖으로 끌려나갔다.복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강지현과 김태하는 오는 길에 이미 서운혁의 사고 경위를 알아봤다.백하린이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사람을 상대하면서까지 강지현은 굳이 이치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그때 수술실 문이 갑자기 열리고 의사가 다급하게 걸어 나왔다.문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다가갔다.서운혁에게는 가까운 가족이 거의 없었다. 친척이라고는 해성 그룹의 고위직을 맡은 집안 어른 몇 명뿐이었다. 서운혁의 재산 상태가 회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이었다.서운혁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해성 그룹은 더 큰 혼란에 빠질 터였다.“환자의 직계 가족이 누구세요? 당장 수혈이 필요해요!”의사의 다급한 질문에 복도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서씨 집안 어른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다가 반걸음씩 물러났다.의사가 다시 말했다.“서둘러야 해요. 혈액원에 보관된 혈액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어요.”의사가 초조하게 말하는 동안 강지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목소리는 또렷하고 침착했다.“제 피를 뽑으세요. 저는 O형이에요.”김태하는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에 제법 힘이 들어갔다.“지현아...”강지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괜찮아. 피를 조금 뽑는 것뿐이야.”“...”강지현의 결심이 굳은 것을 본 김태하는 아무리 걱정돼도 더 말리지 못했다.간호사가 곧바로 와서 몇 가지를 물은 뒤 강지현을 데려가 신속 검사와 수혈 준비를 했다.김태하는 줄곧 굳은 얼굴로 그녀의 뒤를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4화

    “내가 널 속일 이유가 없어. 서운혁과 네가 어떤 관계인지 너도 잘 알잖아. 주소는 보낼게. 올지 말지는... 네 마음대로 해.”백하린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강지현의 표정이 굳었다. 김태하도 백하린의 말을 모두 들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불안해하지 마.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할게.”김태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강지현은 백하린이 보낸 주소를 확인하며 갑자기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30분 뒤, 강지현은 결국 응급 수술실 앞에 나타났다.김태하는 이미 병원에 확인을 마쳤다. 백하린의 말은 사실이었다. 서씨 성을 가진 환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실려 왔다고 했다.수술실 밖에는 백하린과 서운혁의 부하, 친척들이 모여 있었다.강지현과 김태하를 따라온 부하가 곧바로 앞으로 나가 상황을 물었다.“강지현, 드디어 왔네.”백하린이 다가오기도 전에 김태하와 옆에 있던 경호원들이 앞을 가로막았다.백하린은 굳이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고 강지현만 바라봤다.“강지현, 이런 상황에서까지 과거의 원한을 두고 너와 다투고 싶지는 않아. 인제 그만 싸우자. 서운혁은 네 친오빠잖아. 그 사람을 봐서라도 우리 화해하자.”“재미있는 말이네요. 백하린 씨가 저와 싸우고 싶지 않은 거예요? 아니면 제가 서운혁을 생각해서 백하린 씨를 한 번 봐주길 바라는 거예요?”강지현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백하린 정도를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김태하는 아예 입을 열 가치도 없다는 듯 눈짓만 보냈다. 백하린이 다시 말하기도 전에 부하들이 강제로 붙잡아 밖으로 끌고 갔다.“지금 뭐 하는 거야...”“뭐 하긴요. 백하린 씨가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내는 거죠.”강지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김태하는 백하린이 지나가며 주변 공기라도 더럽힐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몸을 돌려 강지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실제로 다치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욕감만큼은 치명적이었다.해성 그룹은 백하린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 없는 듯했지만, 강지현은 지금껏 한 번도 물러난 적이 없었다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3화

    김태하와 강지현은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서경시에 도착했다.김씨 집안은 두 사람의 결혼식을 위해 상원궁 근처에 새 저택을 마련했다. 신부를 맞이할 장소로 쓰기 위해 강지현 한 사람의 이름으로만 등기했다.상원궁 옆의 최고급 7성급 호텔도 통째로 빌려 모든 하객이 머물 수 있게 했다.김태하와 강지현은 이미 국내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최근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는 화제가 됐다.결혼식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소식은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두 사람이 초대한 재계 인사와 연예인 명단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각종 가짜 명단까지 인터넷에 미친 듯 퍼졌다.일부 상인들은 미리 주변 건물과 관람석을 빌려 온라인으로 표를 팔기 시작했다. 위치가 좋은 관람권은 한 장에 수백만 원이나 했다.“세기의 결혼식... 전 세계가 주목... 국민 모범 부부? 우리 너무 요란하게 하는 거 아니야?”뉴스가 자신들의 결혼식을 보도하는 모습을 본 강지현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다른 언론이 떠드는 건 그렇다 쳐도 관영 매체까지 두 사람의 결혼식을 홍보해 줄 줄은 몰랐다.김태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우리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이번 결혼식은 세계에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국내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어. 그러니 미리 관심을 끌 필요가 있지...”“게다가 해원시에서 우리가 해 온 사업도 국가의 인정을 받았잖아. 우리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모범적인 부부야.”강지현도 김태하의 말뜻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가장 걱정스러웠다.“대중의 사랑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어. 지금 우리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너무 큰데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해.”강지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안했다.김태하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고 미간에 입을 맞춰 주름을 펴 줬다.“네가 평생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지금처럼 사랑해 준다면 우리에게 문제가 될 일은 없어.”강지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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