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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Author: 재인
레스토랑에서 나가자마자 간병인 아줌마도 전화를 걸어왔다.

간병인의 목소리가 매우 다급했다.

“하리 씨, 얼른 병원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마치 미친 것처럼 달려들고 있어요.”

강하리가 전화를 끊자마자 구승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차에 태웠다.

“이미 근처 경찰서에 연락해서 인력들 그쪽으로 보냈어. 민우도 이미 보디가드들 보냈고. 아무 일 없을 거야. 일단 걱정하지 마.”

강하리의 안색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정서원에게 힘은 되지 못할망정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졌다.

강하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음속엔 비통함과 분노만 남았다.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송유라와 싸우지 말 걸 그랬나?

하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왜 참고 지내야 하지? 왜 송유라에게 당하고만 살아야 하지?

송유라도 그렇고 구승훈도 그렇고 잘난 사람이었다. 서로 첫사랑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빛과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며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강하리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 희생양이 되기 싫었다.

구승훈은 그런 강하리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자 핏줄이 서서히 드러났다.

구승훈은 알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 강하리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와 강하리는 정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걸 말이다.

강하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서원이 있는 층을 달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하리는 넋을 잃었다. 밖은 아수라장이었고 바닥에는 사진이 적잖이 흩뿌려져 있었다. 어떤 팬은 그녀의 사진을 프린트해 전단을 만들었다. 위에 적힌 X 년, 세컨드 같은 단어들이 강하리의 눈을 찔렀다.

팬들은 이미 정리되고 없었지만 복도에는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강하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사람들의 눈길이 그녀에게로 쏠렸고 이내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강하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정서원의 병실로 향했다.

구승훈이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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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아이가 한껏 난감한 표정을 짓자 강하리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쪼그리고 앉아 그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괜찮아요. 제가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볼게요.”이때, 남자아이가 눈을 도로록 돌리더니 다시 답했다.“내가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잠깐 기다려봐.”그리고 말을 마치자마자 어디론가 뛰어갔다.강하리는 원래 그 남자아이를 불러세우려고 했지만 달리기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깜쪽같이 대나무 숲으로 사라졌다.어차피 그가 진짜로 자신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것도 아니었기에 담장 주변을 한 바퀴 돌며 뒷문 같은 곳이 있는지 찾아보려던 이때, 그 남자아이가 다시 눈앞에 나타나더니 웬 종업원의 옷을 강하리에게 건네줬다.“이 옷으로 갈아입으면 들어갈 수 있을 거야.”강하리는 놀라기도 했고 너무 기뻐서 옷을 건네받자마자 남자아이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그러자 남자아이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남편을 잡으면 내가 이 총으로 한 방에 죽여줄게!”‘그, 그럴 필요까지는 없단다.’그 뒤로 강하리는 구석 쪽에 가서 옷을 갈아입은 후, 다른 종업원의 뒤를 따라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선글라스와 마스크는 이미 모두 벗었기 때문에 들어갈 때 고개를 숙여야 했다.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는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얼굴이 다 가려져 오롯이 뾰족한 턱만 드러낸 채 술을 들고 다른 종업원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정 가운데 앉은 사람은 여재천이 아니었다.그는 상석이 아닌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한창 사람들에게 굽신거리며 아첨을 떨고 있었다.강하리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조용히 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다 놓은 뒤 한 병 한 병씩 열었다.그리고 술을 따는 틈 타 살짝 고개를 들었으나 상석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어디선가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 다 안 왔어요?”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여자가 안쪽에서 걸어 나왔는데 연보랏빛 치맛자락이 눈에 확 들어왔다.그러다가 병따개를 잡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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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4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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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430화

    여재천은 굳은 얼굴을 한 채 외교부 안으로 들어갔다.그러다가 오고 가는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자 어쩔 수 없이 덤덤한 척 받아줘야 했다.역시 강하리라는 여자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았다.여재천은 진태형과 그렇게 오랫동안 동료로 지냈지만 여태껏 단 한 번도 사이가 틀어진 적이 없었는데 그의 딸은 외교부로 들어오자마자 여재천을 협박하고 있었다.그 생각만 하면 여재천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요즘 참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짜증이 나있던 상황이었는데 여명희마저 그의 속을 뒤집고 있었다.처음에는 강하리가 외교부로 돌아온 날, 두 사람이 싸운 일로 사람들 앞에서 호되게 꾸짖었는데 이번에는 조명현의 결혼식에 그런 일까지 벌여 아예 잡혀 들어갔다.그는 여명희의 친아버지로서 비밀리에 임명우를 꺼내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뻔히 보는 앞에서 여명희를 빼내 주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리고 강하리는 이러한 상황을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여재천은 자기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책상에 내팽개쳤다.비서가 들어오면서 마침 이 장면을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부장관님, 30분 후에 운강시 외교단과 미팅이 있으시고 점심에 오찬이 끝난 후 오후에는...”그러나 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재천이 그의 말을 잘랐다.“오후에 미팅들은 모두 취소해. 다른 일 있어.”“그게...”“뭐가 그게야, 일 있다는 소리가 안 들려?”비서는 순간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얘지더니 원래 하려던 말을 다시 삼키고는 서둘러 답했다.“네, 알겠습니다.”비서가 떠나간 뒤 여재천은 차를 따르며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운강 외교단은 그들의 상급자들과 같이 오는데 이번 방문은 주로 양측의 군사 전략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 양국 외교단뿐만 아니라 국방부도 함께 참여한다.하여 여재천은 원래 통역가로 여명희를 내세우려 했다.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또 사람들 앞에서 자기 딸을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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