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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재인
겁먹은 여자는 이제야 슬슬 뒤로 물러났다.

“죄, 죄송합니다.”

여자가 떠난 다음 룸에 있던 다른 여자들도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남자들만 남게 되었다.

구승재는 조금 전 장난이 지나쳤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예전에 같은 장난을 쳤을 때 강하리가 하도 잘 받아줘서 방심한 탓이었다.

예전의 그녀는 떠나기는커녕 SH그룹에 뼈까지 묻을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달라져 있었다.

“형, 강 부장을 다시 데려와서 그냥 장난이었다고 하는 게 낫지 않아? 강 부장 일 잘하잖아. 갑자기 사직한다는 게 말이 돼? 오늘도 야근한 모양인데, 너무 피곤해서 말이 헛나왔을 거야.”

구승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회사에 부장 자리 하나 대신할 사람이 없을까 봐? 간다는 사람을 잡아서 뭐 하게.”

안현우는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쯤이면 그도 구승훈과 강하리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아냈다.

“저는 장난으로 한 말이었어요. 구 대표님 직원을 제가 어떻게 함부로 데려가겠어요.”

안현우의 말에도 구승훈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래, 감히 내 사람을 건드릴 어리석은 인간은 없겠지. 하지만 그 여자 마음이 떠난걸, 남이 뭐 어쩌겠어?’

...

클럽에서 나간 강하리는 택시를 타고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3년 전, 정서원이 입원한 후로 처음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녀의 계부 강찬수는 성격이 더러운 데다가 술까지 좋아했다. 그래서 쩍하면 모녀에게 손을 대고는 했다.

그녀는 수도 없이 정서원을 설득해서 두 사람을 이혼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한 정서원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만취 상태인 강찬수를 데리러 간 어느 날 밤 길가에서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정서원이 입원한 다음 강찬수는 술을 점점 더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대부분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돌아온다고 해도 제정신인 적이 없었다.

강하리는 오늘 밤도 집이 텅 비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도착해보니, 그가 집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도 데리고 있었다.

출입문 밖에서도 들리는 간드러진 소리에 강하리는 열쇠를 든 채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러다 갑자기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아서 부랴부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자, 그녀는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건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호텔을 알아봤다.

호텔에 들어가 샤워하고 나온 그녀는 친구 손연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내일 출근해? 나 병원에 갈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손연지는 금방 답장을 보냈다.

「왜? 어디 아파?!」

강하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나 임신한 것 같아.」

강하리가 문자를 보내기 바쁘게 손연지는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야, 강하리! 이게 무슨 상황이야!! 너 남자친구 있었어?!”

강하리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니.”

“아니라고? 그런데 어떻게 임신해? 너 설마 아무나 막 만나다가 실수로 임신한 건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 강하리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아니면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건가?”

강하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시술인지 수술인지 그거나 예약해 줘.”

“누구 앤지 진짜 안 알려줄 거야?”

“모르는 사람은 아니고... 그냥 파트너랑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

“그 사람은 알아?”

“안 알려줄 거야.”

“또! 또! 또 멍청한 짓 하려고 한다! 뭐든 혼자 감당하려고 하지 마. 임신이 애들 장난이야? 남자 쪽 책임이 더 크니까, 당당하게 책임지라고 해!”

“...됐어. 헤어지기로 결심한 마당에, 책임은 무슨.”

손연지는 하도 답답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한참이나 감정을 추스르다가 욕을 내뱉었다.

“개자식, 그 집안 대가 끊어지도록 내가 아주 간절히 기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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