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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ผู้เขียน: 재인
욕을 내뱉자 손연지는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그제야 가장 중요한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애는 지울 거지? 내일 검사 끝나고 바로 시술 예약해 줘?”

강하리는 아랫배를 만지작대다가 욱신대는 가슴을 애써 무시하고 짧게 대답했다.

“응.”

대답을 마친 동시에 눈물 한 방울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환영받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그녀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평범한 여자이다. 아이는 태어나봤자 평생 아빠 없이 손가락질만 받고 살 것이다. 그리고 구승훈은 아이에게 마땅한 명분도, 기회도 주지 않을 것이다.

사랑, 결혼, 아이... 구승훈에게서는 절대 바랄 수 없는 것이었다.

강하리는 눈을 꼭 감더니 눈물을 단호하게 닦아냈다.

...

저녁에 강하리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어느 순간, 그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 강하리는 어머니 정서원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보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강가의 어촌 마을이었다. 그 자그마한 마을은 그녀가 구승훈과 처음 만난 곳이기도 했다.

어린 구승훈은 지금처럼 음침하지 않았다. 태생부터 잘생겼던 그는 마치 곱게 빚은 도자기 인형과 같았다. 후에 알고 보니 그는 이름 모를 병에 걸려 한적한 마을에서 요양 중이었다.

요양 생활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는지 그는 강가에서 혼자 눈물을 훔치는 시간이 아주 많았다. 강하리는 그를 발견할 때마다 사탕 한 알을 들고 가서 위로해 주곤 했다.

처음에 그는 강하리를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천히 친해진 다음에는 종종 대문 앞에 찾아와서 “하양아!”하고 큰 소리로 불러주고는 했다.

얼마 후 그의 병이 다 나았는지 한 무리의 사람과 함께 마을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그는 무조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하리와 약속을 나눴다.

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10년 후의 재회는 거의 사고와 마찬가지였다. 강하리의 17살 생일에 배다른 동생이 바닷가에서 팔찌를 잃어버렸다면서 그녀에게 찾아달라고 했다.

그날의 바닷가에서 강하리는 구승훈을 한눈에 알아봤다. 애티를 벗은 19살 구승훈은 어두운 기운을 몰고 다녔다. 그리고 한 발짝 한 발짝 거칠게 파도치는 바닷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구승훈을 발견한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달려가 그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차갑고 냉철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언짢은 눈길을 보냈다. 강하리가 겁먹은 듯 뒷걸음질 치자 그는 피식 웃으며 다시 바닷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죽는 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야!”

강하리는 힘껏 외쳤다. 그러자 구승훈도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이때 키보다도 높은 파도가 밀려왔고 강하리의 가녀린 몸집은 순식간에 쓸려가고 말았다.

바닷속에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는 진작 잊었다. 하지만 무엇이라도 잡고 싶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그 공포만큼은 생생했다.

의식이 점점 몽롱해지고 있을 때, 힘 있는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파도가 지나가고 몸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남자의 차갑고도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구승훈이 어떻게 바다를 빠져나갔는지,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 속에 남은 것이라고는 구승훈의 냉정한 말밖에 없었다.

“자기 목숨 하나 지키지 못하겠으면, 남의 생사에 개입하지 마.”

말을 마친 구승훈은 바로 몸을 돌려서 떠났다.

“구승훈!”

강하리는 꿈속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꿈에서도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손연지의 전화였다.

“시술 예약 완료~ 금식하는 거 잊지 마.”

“...응.”

강하리는 잠깐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야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먹먹했다.

배 속의 아이는 그녀와 구승훈의 아이이다. 그녀가 오랫동안 좋아해 온 남자의 아이 말이다. 그런데도 시술은 미룰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들키기 두렵다기보다는 아이에게 정이 들까 봐 두려웠다.

...

대충 정리하고 난 강하리는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호텔 정문에서 아주 익숙한 차량을 발견했다.

구승훈이 그녀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건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연성시에서 그의 손바닥 안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보다는,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강하리는 어젯밤 이미 얘기가 깔끔하게 끝났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그녀는 지금 구승훈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 힘들게 내린 결심이 그의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무너질까 봐 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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