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과연 그렇군요." 초록색 눈동자가 차갑고 강경하게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사람을 실제로 알아가기도 전에 항상 혼자서 답을 내리곤 합니까?"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의… 관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여자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없죠."
지난 몇 분 사이 시몬 해밀턴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가라앉았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로 한 여자가 어리석은 것처럼 말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결론이라도 내리신 모양이군요…?"
오, 세라는 이 남자가 작정하고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할 때면 연기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불길이 치솟을 것이라 확신했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그녀는 건조하게 단칼에 잘라냈다. "제게는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눈과 상식이 있을 뿐이죠."
그의 콧구멍이 벌렁였다. "하지만 당신은 어제 일어난 불상사 하나 때문에 이미 날 불신하기로 작정했잖습니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도 말이죠."
세라가 내린 결론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경계하기에 충분할 만큼은 알고 있죠, 네." 그녀가 말했다.
시몬 해밀턴의 턱끝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제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마음은 전혀 없다는 건가요?"
"어떤 면에서요?"
"어제 일어난 일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마도 없겠죠, 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거 안타깝군요."
"그런가요?"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딱딱하게 고개를 기웃했다. "내가 당신의 오늘 저녁 흥을 깨트린 게 아니길 바랍니다."
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당신이 다가와 말을 걸기 전부터 딱히 즐겁진 않았어요."
"내 대화가 그 불쾌함에 한몫을 더했다는 뜻입니까?"
세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시몬. 정말 개인적인 감정은 아니니까요."
"글쎄요. 날 향한 당신의 언사는 아주 개인적인 비난으로 들렸는데 말입니다." 그가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세라는 그를 올려다보며, 그가 겉으로는 자제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조용히, 으스스할 정도로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팽팽하게 조여든 턱선과 초록색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분노의 빛이 그 증거였다. 그와 이런 부질없는 쥐잡기 놀이를 한 것이 자신의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그냥 제게 매력을 발산하려고 괜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도와드린 것뿐이에요."
"과연 낭비였을까요?"
"아주 확실하게요." 세라가 감정을 담아 확답했다.
그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내 동석을 견뎌야 하는 고통을 더 이상 겪지 않도록 이만 물러나 드리죠."
그 남자가 자신의 모질고 단호한 퇴짜를 순순히 받아들이자 세라에게 밀려든 이 기분은 설마 아쉬움일까? 그가 얼마나 냉혈한인지 이미 알고 있는 마당에, 설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 남은 저녁 시간 잘 즐기세요." 그녀는 마침내 비웃듯 응수했다. "여기 계신 다른 모든 숙녀분께서 당신을 기꺼이 상대해 줄 테니까요."
시몬은 어깨의 긴장을 강제로 풀었다. "당신—"
"아, 여기 있었네, 세라 베이비."
30대 후반의 키 크고 금발인 남자가 세라의 곁으로 다가왔다. 까무잡잡한 피부 위로 하얗고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시몬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의 파란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멋진 파티죠, 안 그래요?"
"멋지네요." 시몬이 중얼거렸다. 상대 남자의 팔이 세라의 허리를 소유욕 가득하게 감싸 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속에서 불쾌감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세라가 자신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그토록 명백히 한 마당에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어쩌면 저 남자의 독점적인 태도가 그녀의 무관심을 설명해 주는 지도 몰랐다. 혹시 모르지. 비록 세라가 '세라 베이비'라고 불리는 것에 딱히 기분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녀는 소개를 하기 전에 허리를 감싼 그 소유욕 어린 팔에서 슬그머니 몸을 떨어뜨렸다. "시몬, 이쪽은 마크 포브스예요. 마크, 이쪽은 시몬 해밀턴 씨예요."
"정말요? 그 시몬 해밀턴 씨라고요?"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자 마크가 반갑게 되물었다.
'마크가 시몬에 대해 알고 있단 말인가?' 세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어쨌다고?' 마크가 그를 만나 너무나 명백하게 감격해하는 모습에 세라는 짜증이 났다. 인정하자면 그 남자는 부자였지만, 잘생기고 매력적인 게 탈이었다. 그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리고 마크는 왜 저렇게 감탄한 표정인 걸까?
"해밀턴 타워는 아름다운 건축물의 정수죠." 마크가 찬사를 보냈다.
그 순간 세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시몬 해밀턴이 진짜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해밀턴 엔터프라이즈는 전용기는 물론 전 세계에 부동산을 소유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 중 하나였다. 그 점에 있어서는 그녀도 마크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 80층 높이에, 옅은 장밋빛 대리석으로 지어지고 빛을 반사하는 색조 유리로 둘러싸인 해밀턴 타워는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중 하나이자, 내로라하는 다른 유명 건물들과 어깨를 견주는 곳이었다.
그러니 남자가 그토록 한결같이 오만할 수밖에. 너무나 부유하고 막강해서 자신이 결코 틀릴 리 없다고 믿고, 그 무엇에 대해서도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는 눈 하나 눈쩍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전망을 가로막는 흔한 높은 건물 중 하나일 뿐이에요, 마크."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잘라말했다.
시몬 해밀턴은 그녀의 불평에 불쾌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감사합니다." 그가 마크에게 건조하게 말했다.
세라의 짜증은 더욱 깊어졌다. "마크,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마크는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우리 방금 도착했는데…"
자신의 평판에 대한 세라의 가시 돋친 언사에 솟구쳤던 시몬의 불쾌감은, 오늘 저녁 그녀와 동행한 남자에게 점점 더 짜증을 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완벽히 녹아내렸다. 만약 그녀에게 진지한 상대가 있다면, 그게 마크 포브스는 아닐 것이었다. 그리고 시몬의 상식으로는 세라와 만나는 남자가 그녀를 다른 남자—특히 마크처럼 잘생기고 명백히 성공한 남자—와 함께 파티에 참석하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그러니, 진지한 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냥 세라'로만 알고 있는 이 여인은 자신에게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명백히 할 수 없을 만큼 보여주지 않았던가. 역설적이게도, 그 점이 시몬에게 그녀를 훨씬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는 단 한 한 번도 스스로를 피학증환자(마조히스트)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뉴욕으로의 이주와 지난 한 주 동안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던 수많은 아름다운 여성들 탓에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지도 몰랐다—지난 몇 분 사이 세라를 향한 그의 끌림은 오히려 한층 더 깊어지기만 했으니 말이다.
그는 반쯤 감긴 눈꺼풀 사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크 씨가 파티에 조금 더 머물고 싶다면, 제가 세라 씨를 집까지 기꺼이 바래다주겠습니다."
pale alabaster 빛 뺨에 화사한 홍조가 피어오르는 와중에도, 그녀의 눈은 그 제안에 공포에 질린 듯 크게 벌어졌다. "마크가 더 머물길 원한다면, 전 혼자서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갈 능력이 충분해요. 사양하죠." 그녀가 쏘아붙이듯 대답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내 차가 아래층에 주차되어 있는데 그럴 필요까지야 없죠."
"과연 그렇군요." 초록색 눈동자가 차갑고 강경하게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사람을 실제로 알아가기도 전에 항상 혼자서 답을 내리곤 합니까?"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의… 관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여자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없죠."지난 몇 분 사이 시몬 해밀턴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가라앉았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로 한 여자가 어리석은 것처럼 말이다."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결론이라도 내리신 모양이군요…?"오, 세라는 이 남자가 작정하고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할 때면 연기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불길이 치솟을 것이라 확신했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그녀는 건조하게 단칼에 잘라냈다. "제게는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눈과 상식이 있을 뿐이죠."그의 콧구멍이 벌렁였다. "하지만 당신은 어제 일어난 불상사 하나 때문에 이미 날 불신하기로 작정했잖습니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도 말이죠."세라가 내린 결론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경계하기에 충분할 만큼은 알고 있죠, 네." 그녀가 말했다.시몬 해밀턴의 턱끝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제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마음은 전혀 없다는 건가요?""어떤 면에서요?""어제 일어난 일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아마도 없겠죠, 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거 안타깝군요.""그런가요?"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딱딱하게 고개를 기웃했다. "내가 당신의 오늘 저녁 흥을 깨트린 게 아니길 바랍니다."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당신이 다가와 말을 걸기 전부터 딱히 즐겁진 않았어요.""내 대화가 그 불쾌함에 한몫을 더했다는 뜻입니까?"세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시몬. 정말 개인적인 감정은 아니니까요.""글쎄요. 날 향한 당신의 언사는 아주 개인적인 비난으로 들렸는데 말입니다." 그가 퉁명스럽게 받아쳤다.세라는 그를 올려다보며, 그가 겉으로는 자제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조용히, 으스스할 정도로 화가 나
"내가 먼저 다가와 자기소개를 한 걸 이해해 주겠어요?" 미스터리한 초록색 눈동자 위로 검은 눈썹을 찡긋거렸다. "시몬 해밀턴입니다."그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섹시했다고 세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낮고 굵직하면서도, 그 안에 어둡고 관능적인 음색이 깔려 있었다. 여자의 등골을 따라 자릿한 전율을 선사하기에 딱 좋은 그런 목소리 말이다. '다른 여자들의 등골이겠지.' 세라는 단호하게 생각을 바로잡았다. 다행히도 그녀는 시몬 해밀턴 같은 잘난 체하는 남자들에게는 완전히 면역이 있었다. 특히 시몬 해밀턴 본인에게는 더더욱."해밀턴 씨가 누구인지 알 필요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어떤 부류의 남자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던 남자들은 세라와는 다른 이유일지언정 그가 경계해야 할 남자라는 것을 알아챈 듯했고, 뉴욕에서 가장 부유하고 세련된 사람들로 가득 찬 연회장 안에서 두 사람만을 완전히 혼자 남겨둔 채 안전한 거리로 슬그머니 물러나 있었다."알 필요가 없다라?" 그의 눈썹이 의아하다는 듯 위로 곡선을 그렸다.그녀는 꾸짖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히 없죠. 어제 우리가 부딪쳤을 때 당신이 했던 행동을 보고도,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알고 싶어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시몬은 가늘어진 눈꺼풀 사이로 핏되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관찰했다. 그녀의 그늘진 음색 너머에 깔린 조소를 눈치채면서였다. 뾰족한 턱 끝 위로 펼쳐진 깊은 갈색 눈동자, 완벽한 코, 두툼하고 관능적인 입술까지, 가까이서 바라본 그녀의 아름다움은 훨씬 더 눈부셨다. 끈 없는 드레스 위로 드러난 맨 어깨의 창백한 설화석고 피부는 도자기처럼 결이 고왔고 매끈했다.그리고 그녀는 그 드레스 아래에 분명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글쎄… 가슴만큼은 확실했다. 딸기 열매 같은 노출된 젖꼭지가 실크 소재 너머로 유혹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녀의 풍만한 골반 위로 완벽하게 핏되는 드레스 라인으로 보아 기껏해야 하늘하늘하고 얇
주변의 남자들 머리 위로 시선을 던지며 지루함이 역력한 기색으로 연회장을 둘러보던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시몬은 숨이 턱 막혔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왜인지는 전혀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를 둘러싼 흠모자들과 이 환경 전체에 완전히 질려 있다는 그의 좀 전의 인상은, 그녀가 하품을 참아내는 순간 사실로 확인되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시선이 마주쳤고, 그녀의 눈길이 천천히 그에게로 돌아와 멈추었다… 그러고는 쾅…. 그녀가 그를 알아본 것이다!그는 그녀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지는 것을 보고 그녀가 자신을 알아챘음을 확신했다. 그는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는 모양새… 뺨으로 올라오는 붉은 기운… 빠르게 시선을 돌리기 직전 얼굴에 스친 미간의 찌푸림까지. 그녀의 반응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시몬은 속으로 씨익 웃었다. 그녀가 자신을 기억해 주었다는 사실에 이상한 종류의 기쁨이 느껴지는 것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나 보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그녀가 다시 그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 남자가 맞는지 확인하려는 듯했고, 시몬은 물음표를 던지듯 한쪽 눈썹을 찡긋해 보였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멍한 시선과 관심 없다는 듯한 힐끗거림뿐이었다. 시몬이 속으로 이미 '붉은 드레스의 여인'이라 부르기 시작한 그녀는, 주변의 남자 중 한 명이 건네는 새 샴페인 잔을 받으려 고개를 돌려버렸다. 마치 그의 존재 따위는 까마득히 잊어버렸다는 듯이.지난 한 주와 최근 몇 시간 동안 여자들이 제물이라도 되듯 자신 앞에 몸을 던져대던 것에 비하면 신선한 변화일지 몰라도, 아름다운 여성에게 관심을 표했을 때 시몬이 받던 반응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전 세계에 사업체를 두고 상상을 초월하는 재력을 지닌 해밀턴 가문의 두 사촌 중 한 명으로서, 시몬은 여자들을 끌어당기는 것이 자신의 외모뿐이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글쎄, 날을 완전히 망친 건 차치하더라도 남자가 거기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었고, 세라는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다. 백미러로 아직 뒤에 있을 남자를 흘낏 살피던 세라는, 그가 이미 차 안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할 뻔했다. 그녀는 오기 어린 눈빛으로 몇 초간 그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쳐 낸 뒤에야 눈을 돌렸다.미팅도 취소되었으니 그냥 집으로 직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게 참 좋은 생각 같았고, 다행히 그 진상 녀석을 다시는 볼 일이 없을 테니까.세라 맥콜은 칵테일파티를 한 번도 즐겨본 적이 없었다. 과거에—주로 오빠인 스콧 맥콜 때문에—너무 많은 파티에 강제로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원의원이 주최하는 파티는 더더욱 싫었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중 하나의 거대한 연회장은 도심의 부유하고 화려한 이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왁자지꺼한 대화 소리와 그보다 더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성들의 손목과 목, 귀를 장식한 보석들이 천장에 달린 십여 개의 크리스털 샹들리에 빛을 받아 화려하게 반짝였다. 동시에 세라의 감각은 에어컨 바람이 흐르는 연회장을 가득 채운 수십 가지의 고급 향수 냄새에 공격받고 있었다.하지만 어머니가 즐겨 말씀하시듯,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치유할 수 없는 것은 견뎌야 한다)'라고 하지 않던가.이번에 방문한 로버트 애시크로프트 상원의원이 주최한 이 칵테일파티를 이 악물고 버텨내는 데는 세라의 모든 인내심이 동원되고 있었다. 오빠의 비서실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참석하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저녁 자신의 데이트 상대인 그 남자가 이 파티를 얼마나 좋아할지 몰랐다면 초대에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 파티는 딱 마크 포브스가 즐길 만한 종류의 사교 모임이었다. 그건 상관없었다. 다만 그녀가 그를 다시 만나고자 했던 진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사실 세라는 마크와 침대에 누울 생각 따위는—영원히—없으며, 다른 어떤 남자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설명할 기회를
세라 맥콜은 며칠 뒤 인테리어를 맡게 될 건물 주차장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굽 높은 구두가 허락하는 한 가장 빠른 걸음이었다.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은 그녀는 새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지각에 너무 화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워드 켄드릭과의 미팅이 예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탓이었는데, 이는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거의 하워드를 탓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남자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그녀가 온갖 제안을 짜내야만 했다. 그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을 때 다음 클라이언트와의 약속 시간에 늦으리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계획을 넉넉히 잡지 못한 제 잘못이었다.서두르는 와중에 안전운전까지 하려니 가슴이 터질 듯 답답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전방에 꽉 막힌 도로가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분명 새 클라이언트를 날려버릴 운명인가 보다 싶었다. 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지금 당장 차를 돌리기만 한다면 다른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부디 그쪽 도로는 뻥 뚫려 있기를 바라면서.그녀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옆 차선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후진을 시도했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쾅 하는 충돌음이 들리기 전까지는. 소리만 들린 게 아니라 몸으로도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확실히 지각할 것이며, 이를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생겨버렸다.차에서 내려 자신의 차 상태를 확인하고 뒤에서 받아버린 그 개자식에게 따지려 하자, 불안감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안타깝게도 미등 하나가 박살 나 있었고, 범인은… 아무튼 그 빌어먹을 남자는 앞범퍼에 작은 긁힘 자국 하나 남은 게 전부였다.세라는 화가 나서 고개를 들었다. 마침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가 지독하게 잘생긴 남자라는 걸 알아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