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 3화. 면접관은 반칙입니다
“지원자 한소이 씨를 평가하는 면접관으로.”
윤재혁의 말이 떨어진 순간, 한소이의 머릿속에서 여러 장면이 빠르게 스쳐 갔다.
면접실 한가운데 앉아 있는 자신.
맞은편에서 무표정하게 서류를 넘기는 윤재혁.
그리고 지원 동기를 묻는 대신 오늘 맞선에서 파스타를 흘린 이유를 설명해 보라는 질문.
상상만으로도 손바닥에 땀이 났다.
“그건 반칙 아닙니까?”
소이가 저도 모르게 말했다.
윤재혁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뭐가?”
“교수님께서 면접에 들어오시는 거요.”
“내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왜 반칙이지?”
“오늘 저를 보셨잖아요.”
“지원자 중 한 명을 봤지.”
“병원 밖에서요.”
“그래서?”
“제가 빈 물잔을 마시려고 한 것도 보셨고, 파스타를 흘린 것도 보셨고, 교수님을 보고 도망치고 싶어 한 것도 다 보셨잖아요.”
“그게 면접 점수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까?”
“안 줍니까?”
“빈 잔을 마시는 습관이 외과 업무와 관련 있다는 근거가 있다면 생각해 보죠.”
소이는 입을 다물었다.
역시 이 남자와 말로 싸워서는 안 됐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자신만 이상한 사람이 됐다.
“어쨌든 불공정합니다.”
“아까는 다른 지원자와 똑같이 평가해 달라더니.”
“교수님이 저를 이미 너무 많이 아시니까 그렇습니다.”
“한 시간도 안 봤는데?”
“그 한 시간 동안 제가 평생 보여 줄 실수의 절반을 보여 드린 것 같습니다.”
“절반밖에 안 됩니까?”
소이는 윤재혁을 노려봤다.
정확히는 노려보려고 했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자 본능적으로 시선이 그의 어깨쯤으로 내려갔다.
윤재혁은 그런 소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냅킨을 접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면접관이 지원자와 사적으로 만났다는 사실이 문제라는 겁니까?”
“네.”
“오늘 만남이 사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깊었나?”
“맞선이잖아요.”
“서로 거절하기로 한 맞선.”
“거절했어도 맞선은 맞선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소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윤재혁이 면접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한 인턴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예정된 면접관을 바꿔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건 더 큰 특혜였다.
“제가 알아서 잘 보겠습니다.”
고민 끝에 나온 말이었다.
윤재혁이 물었다.
“무엇을?”
“면접이요.”
“방금까지 반칙이라더니.”
“교수님한테 사정을 봐 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소이는 등을 곧게 세웠다.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으니 교수님도 면접에서는 저를 처음 보는 지원자라고 생각해 주세요.”
“가능할 것 같습니까?”
“해 주셔야죠.”
“내가 아니라 본인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마주치면 반대편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면접실에서는 도망갈 곳이 없으니까요.”
윤재혁의 입가가 다시 아주 조금 움직였다.
웃음을 참는 얼굴처럼 보였다.
그게 괜히 자존심을 건드렸다.
소이는 턱을 들었다.
“그리고 교수님이 계셔도 합격할 겁니다.”
“자신 없다면서?”
“버틸 자신이 없다고 했지, 합격할 자신이 없다고는 안 했습니다.”
“말장난은 잘하는군.”
“면접도 말로 보는 거니까 도움이 되겠죠.”
이번에는 윤재혁이 확실히 웃었다.
소이는 처음보다 덜 놀랐다.
대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저 표정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자신만 알고 있다는 게 묘하게 느껴졌다.
곧 정신을 차렸다.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것도 아니었다.
내일부터는 정말 모르는 사이가 될 사람들이었다.
식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호텔 로비에서 헤어졌다.
윤재혁은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소이 역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럼 병원에서는 아는 척하지 않는 겁니다.”
소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면접에서도 오늘 이야기는 하지 마시고요.”
“파스타 이야기도?”
“절대로요.”
“빈 물잔은?”
“교수님.”
“알겠습니다.”
윤재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소이는 그에게 짧게 고개를 숙인 뒤 빠른 걸음으로 호텔을 빠져나왔다.
바깥 공기가 차가웠다.
입구를 벗어나자마자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엄마: 어땠어?]
소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나: 최악이야.]
답장은 곧바로 돌아왔다.
[엄마: 그렇게 잘생겼는데?]
[나: 얼굴이 문제가 아니야.]
[엄마: 직업도 좋잖아.]
[나: 직장 상사야.]
잠시 대화창이 조용해졌다.
김정숙 여사도 이번만큼은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한 듯했다.
그러나 십 초 뒤 도착한 답장은 소이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엄마: 출퇴근 같이하면 좋겠네.]
소이는 휴대전화를 꺼 버렸다.
며칠 뒤, 레지던트 면접 날이 찾아왔다.
소이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눈을 떴다.
사실 거의 자지 못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윤재혁이 면접실에서 파스타 접시를 들이밀며 실수의 원인을 설명하라고 하는 꿈을 꿨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지원 동기를 세 번 연습했다.
외과를 선택한 이유.
힘든 수련을 버틸 방법.
실수했을 때 대처하는 방식.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준비했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면접 대기실에는 지원자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
그중에는 인턴 동기 배하린도 있었다.
하린은 소이의 옆자리에 앉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얼굴이 왜 그렇게 하얘?”
“원래 하얘.”
“아닌데. 어제까지만 해도 누런색이었어.”
“걱정해 줘서 고맙다.”
“긴장했어?”
“조금.”
소이는 손에 든 지원서를 괜히 다시 펼쳤다.
하린이 주변을 살피며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오늘 윤재혁 교수도 들어온다는 얘기 들었지?”
소이의 손가락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응.”
“미쳤어. 난 윤 교수 앞에서 말 못 할 것 같아.”
“왜?”
“저번에 회진 따라갔다가 질문받았는데, 모르겠다고 했더니 공부해서 다시 오라는 말만 하고 가더라.”
“그게 왜?”
“표정이 사람을 이미 해고한 것 같았다니까.”
소이는 깊이 공감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괜찮아. 면접이라고 잡아먹기야 하겠어.”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더 불안하다.”
면접실 문이 열렸다.
교육책임자인 오현석 교수가 얼굴을 내밀었다.
“첫 번째 지원자 들어오세요.”
지원자가 한 명씩 들어갔다가 나왔다.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울 것 같은 사람도 있었고, 해탈한 사람도 있었다.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소이의 심장이 빨라졌다.
그녀는 손바닥을 가운에 문질렀다.
마침내 이름이 불렸다.
“한소이 선생.”
소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면접실 문을 열자 긴 테이블 뒤에 세 명의 교수가 앉아 있었다.
오현석 교수.
일반외과 과장.
그리고 빈자리 하나.
윤재혁은 없었다.
소이는 자신도 모르게 빈 의자를 바라봤다.
오현석이 말했다.
“윤재혁 교수는 이번 면접에서 빠졌습니다.”
소이의 눈이 조금 커졌다.
“네?”
“지원자 중 한 명과 개인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자진 신고했습니다. 공정성 문제로 평가에서 회피하겠다고 했어요.”
개인적인 접촉.
그 표현이 너무 건조해서 소이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맞선 자리에서 빈 잔을 마시려 했던 일이 병원 공식 기록에는 개인적 접촉이 된 모양이었다.
“문제 있습니까?”
과장의 질문에 소이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시작하죠.”
면접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지원 동기.
응급 상황에서 우선해야 할 판단.
동료가 실수했을 때의 대응.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인턴 업무.
소이는 준비한 답을 그대로 읊지 않았다.
실제로 경험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혼자 해결하려다가 보고가 늦어지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과에서는 자존심보다 환자 상태가 먼저니까요.”
오현석이 서류 위에 무언가를 적었다.
“본인은 보고가 빠른 편입니까?”
소이는 잠시 고민했다.
“빠르려고 노력합니다.”
“빠르다는 뜻은 아니군요.”
“아직은 그렇습니다.”
“솔직하네요.”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과장이 이어서 물었다.
“외과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죠?”
“네.”
“중간에 그만두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소이는 맞선 자리에서 윤재혁에게 했던 대답을 떠올렸다.
“자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교수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하지만 소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부족하다면 배우고, 실수하면 보고하고,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오현석이 서류를 덮었다.
“좋습니다. 나가 봐요.”
소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면접실 문을 닫고 나온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끝났다.
윤재혁은 정말 면접에서 빠졌다.
자신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공정성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그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규정 때문일 수도 있었다.
자신의 평판을 위해서일 수도 있었다.
소이는 그 이유를 생각하며 복도를 걷다가 멈춰 섰다.
복도 끝 창가에 윤재혁이 서 있었다.
수술복 위에 흰 가운을 걸친 채 환자 차트를 읽고 있었다.
분명 우연한 마주침이었다.
병원에서는 모르는 사이로 지내기로 했다.
소이는 그를 지나치려 시선을 정면에 고정했다.
윤재혁도 차트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소이가 바로 옆을 통과하려는 순간이었다.
“한소이 선생.”
발걸음이 멈췄다.
소이는 천천히 돌아봤다.
“네, 교수님.”
윤재혁은 차트를 덮었다.
“면접은 잘 봤습니까?”
“모르는 사이로 지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병원에서 인턴에게 면접 결과를 묻는 것도 사적인 대화인가?”
“교수님은 면접관도 아니셨잖아요.”
“그래서 묻는 겁니다.”
소이는 그를 잠시 바라봤다.
“덕분에 공정하게 봤습니다.”
“내 덕분은 아니지.”
“맞습니다. 제 실력으로 봤습니다.”
윤재혁의 눈빛에 희미한 만족이 스쳤다.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소이를 보다가 면접과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한소이 선생.”
“네.”
“어젯밤에는 몇 시간 잤습니까?”
# 외전 5화. 이번에는 가족이 먼저입니다윤재혁의 어머니를 만나기로 한 날.한소이는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이나 일찍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지난번 윤재혁과 맞선을 봤던 곳과 같은 호텔이었다.처음에는 서로를 가장 빨리 잊고 싶어 했고, 두 번째에는 정식으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오늘은 양쪽 가족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앉을 예정이었다.“왜 하필 여기예요.”소이는 로비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윤재혁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정확히는 약속 시간까지 이십칠 분이나 남아 있었으니 늦은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혼자 기다리고 있으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어머니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교수와 전공의라는 관계를 문제 삼으면.나이 차이가 크다고 걱정하면.혹시 결혼 이야기를 너무 빨리 꺼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긴장하자 생각이 많아졌고, 생각이 많아지자 말하고 싶은 문장들이 머릿속에 쌓였다.“한소이 씨.”익숙한 목소리에 소이가 고개를 들었다.윤재혁이 검은 정장 차림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윤서진이 꽃다발을 들고 따라왔다.“왜 둘이 같이 와요?”“오빠가 아침부터 너무 긴장해서 감시하러 왔어요.”서진이 대신 대답했다.“제가 긴장했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넥타이 세 번 바꿨잖아.”소이는 윤재혁의 넥타이를 바라봤다.짙은 남색 바탕에 작은 무늬가 들어간 것이었다.“잘 골랐네요.”“첫 번째가 더 나았어.”서진의 말에 윤재혁의 미간이 좁아졌다.“그럼 그때 말했어야지.”“오빠가 물어봤어?”“네 의견이 필요해서 보여 준 거잖아.”“같이 결정해야지. 보여 주기만 하면 어떻게 알아?”소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재혁 씨도 당하네요.”“한소이 씨가 가르친 방식입니다.”그는 소이의 손에 들린 가방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다.“언제 왔습니까?”“방금요.”윤재혁의 시선이 얼굴 오른쪽으로 향했다.소이는 반사적으로 눈썹을 눌렀다.“십 분 정도 됐어요.”“메시지는 왜 안
# 외전 4화. 남자 친구의 보호자 면담토요일 오후 네 시 오십 분.윤재혁은 한소이의 본가가 있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차를 세운 뒤 시동을 끄지 못했다.소이는 조수석에 앉아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도착했어요.”“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왜 안 내려요?”“준비 중입니다.”“마음의 준비요?”“네.”윤재혁은 룸미러로 자신의 넥타이를 확인했다.평소 병원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집을 나선 뒤 벌써 네 번째로 매듭을 만지고 있었다.소이는 그의 손등을 가볍게 눌렀다.“그만 만져요. 그러다 목 졸리겠어요.”“많이 이상합니까?”“넥타이는 안 이상해요.”“그럼요?”“재혁 씨가 너무 긴장했어요.”그는 부정하지 않았다.차량 뒷좌석에는 과일 바구니와 꽃, 견과류가 들어가지 않은 수제 양갱 세트가 놓여 있었다.처음에는 건강식품을 사겠다고 했고, 소이가 말렸다.그다음에는 한우를 준비하려 했고, 그것도 거절당했다.결국 김정숙이 좋아한다는 꽃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선물만 골랐다.그 과정에서 소이는 같은 말을 열 번 넘게 했다.“엄마 수술받는 거 아니에요.”그때마다 윤재혁은 같은 대답을 했다.“수술보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얼굴이었다.“재혁 씨.”“네.”“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바로 잘못했다고 하지 마요.”“내가 잘못한 일이라면 인정해야 합니다.”“그건 맞는데, 우리 엄마는 질문하면서 답을 정해 놓는 사람이에요.”“한소이 씨와 비슷하군요.”소이의 눈이 가늘어졌다.“지금 들어가기 전에 싸울래요?”“아닙니다.”윤재혁은 바로 안전벨트를 풀었다.“가죠.”“도망 안 가고요?”“도망갈 생각 없습니다.”그가 뒷좌석의 선물을 챙겼다.소이는 차에서 내리며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제가 옆에 있을게요.”윤재혁이 소이를 바라봤다.병원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위험한 수술을 설명할 때도 흔들리지 않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네.”“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마요
# 외전 3화. 맞선 주선자의 사후 관리한소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방바닥에 길게 번져 있었다.소이는 베개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더듬어 시간을 확인했다.오후 한 시 십이 분.“한 시?”그녀는 벌떡 일어나다가 이마를 감쌌다.밤샘 근무를 마치고 오전에 잠들었으니 오래 잔 것은 아니었다.문제는 오후 다섯 시가 마지막 입장 시간이었던 전시회였다.씻고 준비한 뒤 이동하면 늦지는 않겠지만, 식당 예약까지 맞추려면 시간이 빠듯했다.소이는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갔다.주방 쪽에서 규칙적인 칼질 소리가 들렸다.회색 티셔츠를 입은 윤재혁이 도마 앞에 서 있었다.식탁에는 달걀과 샐러드, 과일이 준비돼 있었다.소이는 주방 입구에 기대어 그 모습을 바라봤다.“뭐 해요?”윤재혁이 고개를 돌렸다.“깼습니까?”“네.”“몸은 괜찮고요?”“어깨가 조금 뻐근해요.”그의 시선이 즉시 소이의 어깨로 향했다.“어디가 불편합니까?”“밤새 일하고 소파에서 세 시간 자고, 여기서 또 잤으니 당연한 거예요.”“진통제 필요합니까?”“의사 말고 남자 친구처럼 물어봐요.”윤재혁은 칼을 내려놓고 소이에게 다가왔다.“많이 아픕니까?”“아니요.”“마사지해 줄까요?”소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해 본 적 있어요?”“해부학적 구조는 압니다.”“그건 믿음이 더 안 가는데요.”그의 손이 소이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닿았다.“여깁니까?”“조금 아래요.”윤재혁이 손가락으로 굳은 부위를 눌렀다.생각보다 정확한 위치였다.소이는 자신도 모르게 짧은 소리를 냈다가 입을 다물었다.그의 손이 바로 멈췄다.“아픕니까?”“시원해서 그런 거예요.”“계속해도 됩니까?”“네.”소이는 그의 가슴 쪽으로 등을 기대었다.따뜻한 손이 목 아래부터 어깨를 천천히 눌렀다.“전시회 갈 수 있겠습니까?”“당연하죠.”“피곤하면 가지 않아도 됩니다.”“그 말 하면서 예약 시간 계속 확인했죠?”윤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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