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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건축업 왕씨
은빛 갑옷을 두른 사내가 성큼성큼 대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허리에 찬 단검이 갑옷에 부딪히며 철썩거렸다.

유연희가 반색하며, 자기를 부여안고 있던 상궁을 홱 밀치고 기어가다시피 다가가 사내의 품에 안겼다.

“오라버니!”

그녀는 사내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목청껏 울부짖었다.

"한 걸음만 더 늦었어도 저는 이 독한 언니한테 대전에서 죽을 뻔했습니다!"

유 통령은 그녀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유연희의 옷소매가 찢겨나간 것을 보자 얼굴색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질렸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전하께서 네게 내려 주신 천하제일의 명주가 왜 찢어진 것이냐?”

유연희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머리를 돌려,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언니가...”

“언니가 전하께서 친히 골라주신 비단을 찢었을 뿐만 아니라, 저더러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라며 내쫓으려 했습니다!”

“오라버니, 저더러 어찌 살란 말입니까!”

유 통령은 고개를 홱 돌려, 칼날 같은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

그는 아래위로 나를 훑어보더니 비웃음을 터뜨렸다.

“누구냐 했더니, 바로 이 앉은뱅이 감투였구나!”

나는 유 통령의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

‘앉은뱅이 감투?’

바로 궁에 들어온 지 오 년이 되도록 동궁 대문 한번 나서지 못한 얼간이 며느리를 두고 하는 소리였다.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뺨을 맞아 얼굴이 부어오른 이 대인이 엉금엉금 기어 와서는 유 통령 앞에 달라붙었다.

"유 통령님! 드디어 오셨습니까!"

이 대인은 돼지머리처럼 부은 뺨을 감싸고, 나를 가리키며 고자질했다.

"이 독한 여인이 질투심에 눈이 멀어 대중들 앞에서 조정 신하를 때렸답니다!"

"어서 잡아들여 전하께 고발하시지오!"

유 통령은 이 대인의 얼굴에 선명하게 드러난 손자국을 보더니, 한 걸음 다가서며 내게 욕을 퍼부었다.

"건방지기도 해라!"

"자식 하나 못 낳는 주제에, 내 누이 앞에서 정실인 양 떠벌이다니!"

"전하께서는 벌써 너한테 진저리가 나서 휴서 한 장으로 내쫓고 싶어 하신다!"

"오늘 전하의 경사스러운 날에, 일부러 잔치를 망치려는 거냐?"

주변의 빈객들이 하나둘 거들었다.

"맞소! 실세도 없는 주제에 잘난척하기는!"

"유 통령님, 이런 투기에 빠진 여인은 혼내줘야 마땅합니다!"

칭송이 가득한 소리를 들은 유 통령은 더욱 거만해졌다.

그는 단검을 반쯤 뽑아 들고, 손을 높이 치켜들며 문밖을 향해 외쳤다.

"이봐라! 문을 닫아라!"

"오늘 전하 대신 제대로 길들여 주겠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동궁 대전의 대문이 포졸들에 의해 바깥에서 굳게 닫혔다.

단검을 찬 수십 명의 포졸들이 대전 안으로 밀려 들어와 나를 빙 둘러쌌다.

주변의 빈객들은 겁에 질려 벽 쪽으로 물러서며, 피라도 묻을까 두려워했다.

유연희는 유 통령의 품에 안긴 채,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띠었다.

"언니,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저한테 머리를 세 번 조아리면..."

그녀는 가식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한테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녀는 관자놀이의 잔머리를 쓰다듬으며 더욱 방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전하께서 저를 너무 총애하셔서, 친히 사고(私庫)로 구미 봉비녀를 찾으러 가셨는데..."

"곧 돌아오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돌아오셔서 언니가 저를 이토록 괴롭히는 걸 보시면, 반드시 언니 가죽이라도 벗겨내려 하실 겁니다!"

"무릎을 꿇으라고?"

나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구미 봉비녀? 그건 황후와 태자비만이 착용할 수 있는 비녀이다!

동궁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썩어빠져 있었다.

나는 코앞에 겨누어진 단검은 개의치 않고, 상좌로 걸어가 태자의 자리에 당당히 앉았다.

그리고 곁에 있는 과일 접시에서 포도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나를 혼내겠다고?"

나는 포도 씨를 뱉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대전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모두가 미친 자를 보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유 통령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지금... 나를 욕한 것이냐?"

그는 눈을 부릅뜨며 되물었다.

"그래, 목숨이 아깝지 않은 개 같은 놈아."

나는 곁에 있던 비단 수건을 집어 들어 천천히 손을 닦았다.

"검을 차고 동궁에 함부로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나한테 무례하게 굴다니!"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

유 통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볼살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한테 감히!"

유 통령은 그간 동궁에서 함부로 굴어도 누구도 손대지 못했기에,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유연희가 옆에서 불을 지폈다.

"오라버니! 금방 감히 오라버니한테 목숨이 아깝지 않은 개 같은 놈이라고 했습니다!"

유 통령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검을 번쩍 뽑아 나한테 겨누었다.

"목숨이 아깝지 않구나!"

"이봐라! 먼저 뺨을 쉰 대 내리치라, 그 입을 찢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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