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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Author: 김원호
눈앞에 있는 셋은 최강 절정에 전부 사상 절정이었다.

그런데 염군이 세 사람이 힘을 합쳐도 그 스님의 손아귀에서 열 수도 못 건넨다는 말에 모두들 믿지 않았다.

“염군께서 저 스님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은데요?”

왼쪽에 서 있던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불쾌감을 드러내자 나사 염군이 말했다.

“못 믿겠다 싶으면 직접 해봐! 죽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말을 마친 그는 별다른 설명 없이 몸을 번쩍이며 밤 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세 명의 유명전 절정들은 스님이 떠난 방향을 슬며시 쳐다보더니 결국 각자 각자의 생각을 품고 떠났다.

...

서울의 밤거리를 따라 스님은 은설아의 집으로 돌아왔다.

걸음을 옮기던 스님은 뒤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듯 뒤를 돌아보며 살폈다.

스님의 이상한 행동을 본 은설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뭘 보고 있는 거예요?”

스님은 맨머리를 문지르며 히죽 웃었다.

“사람이요!”

“사람? 사람이 어딨어요?”

은설아는 스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고개를 돌려 뒤쪽의 텅 빈 거리를 바라보았지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저 녀석들이 내가 무서워서 도망갔나 봐요!”

스님은 또 한 번 환한 미소를 지었고 은설아는 그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진심이 가득한 스님의 모습을 본 은설아는 결국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가 갑자기 저 멀리서 고급 승용차 네 대가 달려왔고 넉 대의 차량은 전부 벤츠였다.

도착하자마자 차 문이 덜컹 열리더니 정장 차림의 경호원이 10명 남짓 재빨리 뛰어 내려왔다.

“은설아 씨, 드디어 찾았네요! 괜찮아요?”

알고 보니 이들은 은설아의 경호원이었고 은설아가 납치된 이후 줄곧 그녀를 찾아다녔다.

정신을 차린 은설아는 가장 먼저 경호원들에게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전 괜찮아요! 오늘 밤 이분 덕분에 살았어요!”

은설아는 스님을 가리키며 말했고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스님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스님일까.

“은설아 씨, 시간이 늦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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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1181화

    “그건 그렇고, 아까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은설아는 당시 너무 무서워서 스님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제 이름은 수이, 공수이에요!” 스님이 고개를 들고 싱긋 웃었다.수이?그 이름을 듣자 은설아는 의아했다. 세상에 이렇게 이상한 이름을 짓는 사람도 있나?하지만 차마 그녀는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어쨌든 오늘 제 목숨을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오늘은 일단 여기서 지내세요.”이 말을 들은 스님의 눈빛이 환해졌다.“정말요, 여신님?”“물론이죠! 제 목숨 구해주셨으니 제가 지내실 곳 준비해 드리는 건 당연하죠.”“고마워요, 여신님! 여신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공수이는 신이 나서 말했고 은설아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이 아름다운 연예인에게 홀딱 반했다.그는 곤륜 지역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을 본 적이 없었다!지금 은설아가 오늘 밤 그에게 이곳에서 머무르라고 하는 건 무슨 뜻일까?두 사람이 같은 곳에서 지낸다는 말이 아닌가!밤은 깊고 남녀가 한방에 있다니, 스님은 생각만 해도 들떴다.“참, 여기 물건 거의 다 정리했으니까 얼른 쉬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은설아가 가방을 들고 방을 나갈 준비를 했다.“엇, 어디 가세요, 누나?”떠나는 은설아를 바라보던 스님은 깜짝 놀랐다.“시간도 늦었는데 저도 자러 가야죠.”“엇, 여기서 안 자고요?”스님이 물었다.“당연히 아니죠! 옆 방 마련해 달라고 했어요!”은설아의 말에 스님은 김이 빠졌다.알고 보니 본인의 헛된 망상이었고 예쁜 은설아는 자신과 같이 지낼 생각이 없었다.젠장, 창피하다!스님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그럼 전 쉬러 갈게요, 내일 봐요!”은설아는 스님을 향해 하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방을 나섰다.스님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은설아를 바라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예쁜 누나를 만나는 건 쉽지 않네... 어떡하지... 됐어! 어차피 이제 막 곤륜 지역에서 나왔는데 이 공수이가 예쁜 여자 하나 못 만날까!”중얼

  • 구주, 왕의 귀환   제1182화

    “젠장! 왜 이러는 거야? 내가 간만에 나와서 즐겁게 지내겠다는데 왜 다들 그렇게까지 긴장해?”꼬마 스님은 화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고 흰 수염 늙은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어떻게 긴장하지 않겠어, 당신은 공씨 가문 아들인데!’하지만 그는 감히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꼬맹이에게 밉보였다가 자칫 무슨 화를 당할지 몰라 두려웠기 때문이었다.“도련님, 저는 결코 주인님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습니다! 단지 선조님께서 도련님을 지키라고 명령하셨을 뿐입니다...” 흰 수염 늙은이가 서둘러 말했다.“지켜? 지킨다고? 너 같은 늙은이한테 내가 보호받아야 해?” 공수이가 곧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네...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공수이는 자신이 욕을 해도 굽신거리기만 하는 노인을 보며 흥미를 잃은 채 이렇게 말했다.“가서 집안 늙은이들한테 내가 나와도 사람 붙이지 말라고 해! 안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흰 수염 늙은이는 그 말에 두피가 저릿했다.“그건...”“왜, 내 말을 거역해?”공수이가 눈을 부릅떴다.“제가 어찌 감히!”“감히 못 하겠으면 꺼져. 그만 따라오라고!”공수이가 쏘아붙이자 흰 수염 영감은 늙은 얼굴에 경련을 일으켰지만 감히 반박할 생각은 하지 못했고 한참 후 그가 굽신거렸다.“도련님, 곤륜 지역에서 이십여 년 만에 나오셨는데 선조님께서 전해드릴 게 있다고 하셨습니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공수이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네네! 도련님, 그 유명한 9주왕을 아세요? 곤륜 지역에서 따라다녔던 그 형님 말입니다.”흰 수염 늙은이가 갑자기 윤구주를 언급했다.“퉷, 내가 기억 못할 수가 있어?”스님은 윤구주 얘기를 꺼내자 속에서 열불이 솟구쳤다.“도련님께서 기억하고 계시니 제가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말해!”“과거 그분이 곤륜 지역을 떠난 후 화진의 왕이 되어 천하의 권력을 쥐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반역자에게 살해되어 죽음의 바다에 떨어졌습니다... 도련님께선 모르시겠지만 그 9주왕이 사실

  • 구주, 왕의 귀환   제1183화

    “뭐? 우리 공씨 가문에서 형을, 아니, 윤구주 그 자식을 상대하라고?”공수이는 그 소리에 펄쩍 뛸 뻔했고 흰 수염 늙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련님.”“젠장, 마씨 가문 사람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야? 감히 우리 공씨 가문에게 윤구주 그놈을 상대하라고?”제자백가 중 가장 큰 가문은 공씨, 맹씨, 마씨, 장씨, 그리고 반씨, 예씨, 제갈 가문이며 나머지는 그들의 뜻에 따랐다.제자백가 중 가장 강한 공씨 가문은 언제나 신비로운 존재였는데 공수이라 부르는 스님이 그런 가문의 아들이다!마씨 가문의 마자가 죽었는데 공씨 가문을 찾아오다니?“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마씨 가문은 얕봐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곤륜 지역에도 그쪽 사람들이 있어요.”흰 수염 늙은이가 말했다.“하하하! 말하지 않았으면 마씨 가문 그 쓸모없는 자식을 잊어버릴 뻔했어. 걱정하지 마!! 그놈들한테 우리 형, 아니... 윤구주 그 자식을 상대하게 해!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덤비라고!”공수이의 말을 들은 흰 수염 늙은이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공씨 가문의 아들인 상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곤륜 지역에 보내져 난가사원의 미친 수도승과 함께 수련받은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갔다.공수이가 윤구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자 흰 수염 늙은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오늘 밤 도련님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혹시 눈치채셨나요?” 흰 수염 늙은이가 갑자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모를 줄 알아?”공수이가 눈을 흘기자 흰 수염 늙은이가 싱긋 웃었다.“저 사람들은 몰래 따라다니긴 해도 하나같이 수련 내공이 낮지 않습니다. 제가 관찰한바 그들 중엔 육도 절정도 있습니다. 그러니 도련님도 조심하셔서 더 많은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이런 젠장, 내 걱정은 하지 마! 미리 말하는데 육도든 칠살이든 감히 나타나기만 하면 하나하나 목을 꺾어버릴 거야!” 공수이가 위압적인 태도로 말하자 흰 수염 늙은이가 그 말에 답했다.“도

  • 구주, 왕의 귀환   제1184화

    날아간 재떨이는 당연히 이미 몸이 흐려진 늙은이를 맞히지 못했고 그는 히죽 웃더니 몸을 굽히며 공수이에게 말했다.“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러고는 조용히 사라졌다!흰 수염 늙은이가 사라진 후 공수이는 다시 소파에 누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영음 지체? 세상에, 이 속세에 영음 지체가 나타났다니 믿을 수가 없네! 젠장, 곤륜 지역의 그 노마들이 알면 큰일 나겠지? 히히, 운이 좋아서 나랑 마주쳤네! 하하하, 연예인 누나는 앞으로 이 공수이 것이라고! 이중 수련? 쯧, 생각만 해도 흥분되네.”스님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기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그날 밤 그는 꿈속에서 은설아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고 그녀와 이중 수련을 하는 야릇한 꿈까지 꾸게 되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쩐 일인지 스님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샤워를 마친 스님은 일찍 일어나 은설아를 찾으러 갔다.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은설아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면 자신은 그녀와 이중 수련을 할 수 있으니...옷을 갈아입은 스님은 더듬더듬 대스타 은설아의 방문으로 향했고 문 앞에는 경호원 두 명이 서서 은설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다.스님이 다가오자 그들이 차가운 눈빛이 이쪽으로 향했다.“여신님 아직 안 일어났어요?”공수이가 다가와 물었다.“무슨 여신님?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그중 우람한 체격의 경호원이 물었다.“어젯밤 그 연예인 누나요!”공수이가 설명하자 이 스님이 은설아를 찾고 있다는 말에 건장한 경호원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은설아 씨는 아직 쉬고 계십니다!”“엇, 아직도 안 일어났어요? 누나 좀 불러줄 수 있어요?”스님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안 됩니다.”경호원은 단번에 거절했고 그의 말을 들은 공수이는 조금 화가 났다.“정말 안 돼요?” 공수이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세요. 스님, 여기서 함부로 장난치면 안 됩니다. 안 그럼 저희도 가만있지 않아요

  • 구주, 왕의 귀환   제1185화

    이토록 파격적인 장면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눈을 가린 스님이 거듭 사과했고 안에 있던 은설아는 어젯밤 스님이란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밖에서 공수이가 합장을 한 채 입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아미타불, 예의에 어긋나면 보지 말아야 하는 법, 보지 말아야 하는 법!”이런 스님의 모습을 보고 은설아는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이렇게 일찍 내 방엔 왜 왔어요?”젖은 머리를 닦으며 은설아가 다가왔고 스님은 은설아가 옷을 챙겨입은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전 여신님께서 깨신 줄 알고...”“잠깐! 여신님 말고 그냥 은설아라고 불러요.”그녀는 이런 호칭이 싫었다.“네네, 그럼 예쁜 누나라고 부를게요!”“마음대로 해요!”은설아는 이 스님이 점점 더 재밌어지는 것 같았다!“당신 이름이 공수이 맞죠? 전에 만나서 따져야 할 사람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은 찾았나요?”은설아는 소파에 앉아 공수이에게 물었다.“찾긴 했는데 그곳에 없었어요.”공수이가 중얼거렸다.“아, 그렇군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은설아가 말했다.어젯밤 스님에게 구원받은 이후부터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서울에 볼일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자신이 조금이라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히히, 예쁜 누나는 참 착해요! 하지만 이번 일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요.”“왜요?”은설아가 물었다.“그 자식은 너무 지독하거든요!”공수이는 윤구주를 떠올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래요?”“그럼요! 그 자식이 예전에 곤륜 지역에서 나를 괴롭혔어요! 심지어 내 누나도 그놈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참 나쁜 사람 아니에요?”공수이가 중얼거렸다.“음, 나쁘긴 하네요.”“다음에 그놈을 찾으면 제대로 혼내줄 거예요!”공수이가 다짐하듯 말했고 은설아는 스님이 찾으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기에 그저 웃으면서 말했다.“네, 저도 그쪽 편이에요.”공수이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 구주, 왕의 귀환   제1186화

    응?갑자기 남자 친구가 있느냐는 스님의 질문에 은설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예쁜 누나. 그냥 아무렇게나 물어본 거예요! 불편하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공수이는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걸 깨달았다.은설아는 스님을 힐끗 쳐다보고는 잠시 후 대답했다.“저 남자 친구 없어요.”“정말요? 너무 좋네요!”은설아의 대답을 들은 스님은 그 순간 흥분한 나머지 펄쩍 뛰었고 설레는 스님의 표정을 보며 은설아는 할 말을 잃었다!‘내가 남자 친구가 없는게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하지만 이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요!”스님이 흥분한 가운데 은설아가 한 마디 덧붙이자 그 말에 한창 신이 나던 스님은 바늘로 쿡 찍은 풍선처럼 김이 샜다.그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은설아에게 물었다.“누나, 벌써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네!”이 말을 하는 순간 은설아의 머릿속에 잘생긴 외모의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를 구하고 도와줬던 남자, 바로 윤구주였다.사실 윤구주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한눈에 반해버렸지만 이 사랑을 줄곧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오늘 입 밖에 꺼낸 이유는 스님이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에 관해 이야기할 사람을 찾고 싶었다.은설아에게 이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공수이는 전혀 숨길 수 없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은설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예쁜 누나가 좋아하는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나한테 조금만 말해줄 수 있어요?”공수이는 이상했다.그의 마음속엔 이 세상에 윤씨 성을 가진 그놈을 제외하고는 자신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렇게 좋아하던 여신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자 스님의 마음이 심란해졌다!좋아하는 남자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아름다운 눈동자를 들어 올리며 천천히 말

  • 구주, 왕의 귀환   제1187화

    곧 안에서 멋진 노래가 흘러나왔다!만나지 않았다면놓치지도 않았겠죠그저 지나가는 사람이라기엔헤어져도 아쉬움이 남네요왜 우린 멀어져야 할까요쉽게 포기할 수가 없네요잊지 못하는 내 탓이겠죠뒤돌아봐도 이미 늦었나 봐요...CD 재생기에서 아름답고도 슬픈 노래가 천천히 흘러나왔다.스님은 들으면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이렇게 대단한 누나가 왜 그런 쓰레기를 좋아해요? 젠장, 대체 어떤 자식이면 예쁜 연예인 누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대요? 천하의 몹쓸 놈!”스님은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눈앞에 있는 대스타 은설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설아가 윤구주를 위해 작곡한 노래를 들려줬을 때 그는 절망하기 직전이었다.이 노래엔 가사나 선율이나 전부 그 남자에 대한 은설아의 사랑이 가득했다.노래가 울려 퍼지자 은설아는 아름다운 눈빛으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녀는 윤구주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했다...안타깝게도 잠깐의 인연을 끝으로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생각하니 은설아의 눈꼬리에서 수정 같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예쁜 누나, 슬퍼하지 마세요! 내가 나중에 그 사람 만나면 제대로 혼내 주겠다고 약속할게요!” 스님은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은설아를 보고 더욱 화가 났다.은설아는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날 위해 나서지 말아요. 그 사람은 진짜 대단해요.”“허? 예쁜 누나 내 자랑은 아니지만 이 공수이는 태어나서 평생 누구도 무서워한 적이 없어요. 곤륜 지역에 날고 기는 천재들도 지역밖에 나타나는 노마들도 난 무섭지 않아요! 평생 딱 한 놈만 무서워했는데... 그 자식 말고는 누구든 때려눕힐 수 있어요!”스님이 기세등등하게 말하자 은설아는 그저 농담인 줄 알고 미소만 지을 뿐 말하지 않았다.“참 예쁜 누나, 혹시 술무도를 접해본 적 있어요?” 공수이가 갑자기 물었다!“술무도가 뭐예요?”은설아는 무술의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공중을 날아다니며 손가락

  • 구주, 왕의 귀환   제1188화

    자신이 타고난 수련자라니?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일까.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하고 병약했다!게다가 손으로 벌레 하나 못 죽이는데 어떻게 수련자가 된단 말인가.“예쁜 누나, 내 말 믿어요! 어젯밤에 그 나쁜 놈들이 왜 누나를 납치했는지 알아요?” 공수이가 상황을 설명했다!“왜요?” 은설아가 서둘러 물었다!어젯밤에 발생한 납치 사건에 대해 그녀는 여전히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영음 성체인 당신 몸을 노린 거예요. 그래서 납치한 거죠. 다만 나와 마주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죠.” 공수이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은설아는 더더욱 어리둥절했다.“하지만...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노래와 연기 외에 무술은 전혀 접해본 적이 없어요!”“그러니 매달 복부가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거예요. 화산처럼 언젠가 폭발하고 말 거예요!”은설아는 자리에 굳어버렸다.‘내가 수련 지체라고? 복부의 타는 듯한 통증이 그것 때문이라고? 세상에, 이 스님 말이 과연 진짜일까?’“예쁜 누나, 걱정하지 말아요! 자, 내가 주는 단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스님은 말하면서 낡은 가방 속 도자기 병을 꺼내더니 안에서 손톱만 한 배원단 한 알을 꺼냈다.스님이 이상한 단약을 꺼내자 은설아는 의아한 듯 물었다.“이건 뭐죠?”“배원단이라고 제 스승님이 제련한 거예요. 무술가들의 기를 바로잡는 데 아주 유용하죠! 일반인에게는 더욱 유용하고요. 예쁜 누나가 이 단약을 먹으면 복부에 타는듯한 통증이 앞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스님은 은설아에게 손에 든 단약을 건네며 말했고 그가 건네준 약을 보며 은설아는 솔직히 망설여졌다!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약이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예쁜 누나. 전 절대 당신을 해치지 않을 테니까 마음 놓고 먹어요.”스님은 은설아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이렇게 설득했고 은설아가 스님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상대방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고 자신을 속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당신을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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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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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3화

    백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어느덧 이백오십 계단까지 올라왔다. 이 단계부터는 실체화된 술법이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바람, 불 번개와 같은 속성의 영기가 점점 강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육신 횡련의 수련자는 강력한 체질로 버티고 술도 재능이 뛰어난 수련자는 천지 영기를 다루는 능력으로 버텨야 했다. 한마디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갈리는 구간이었다. 어느 한 분야라도 특출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백호는 술도에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강인한 육체 하나로 견디고 있었다.웅!성수의 피가 진동하며 백호의 몸을 지탱했다. 각종 속성의 영기가 몰아쳤지만 백호는 성수혈의 힘을 빌려 억지로 앞으로 나아갔다.수련자에게 있어서 성수의 혈맥이나 법보 등은 모두 신체 외적인 재능으로 간주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꼼수나 편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 가지 변화와 만 가지 신통력이 있어도 결국 만법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법기든 혈맥이든 이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천지 영기를 이용한 술법도 결국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감당하지 못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맞게 된다. 따라서 수련의 길에는 애초에 편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성수 혈맥 같은 천지의 보물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윤구주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감당하는 건 백호 자신이었다. 성수 혈맥의 힘을 온전히 감당하며 백호는 결국 삼백 계단까지 올라섰다.계단의 꼭대기 근처에는 이미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이 여럿 서 있었다. 서요산 검종은 근대에 들어 삼백 계단을 넘는 인재가 드물었다. 최근 백 년 동안 삼백 계단을 넘은 사람이 고작 열 명 남짓이었고 그중 대부분이 삼백여 계단에서 멈췄다. 그런데 지금 백호는 삼백이십 계단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 정도면 서요산 검종 전체가 떠들썩해질 만한 성과였다.이런 제자가 나타난다면 종문 전체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서요산의 진인들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22화

    “한 사람의 품성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그렇게 많은 수련자를 키워낸다면 결국 천하의 마인을 직접 만들어 내는 꼴이 아니겠어?”청현이 바로 그 실패한 예다. 서요산 검종 종주가 청현의 천재성을 아까워한 나머지 그의 인성을 무시하고 양성한 끝에 결국 역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그럼 저하 서요산에 입문한 무술 무인들은 평균적으로 몇 계단까지 오르는지 아십니까?” 백호가 호기심에 물었다. 윤구주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무술 무인의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지만 검종 종주와 잡담할 때 들어보니 검종 제자들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서 천 년 전만 해도 평균 삼백 계단 정도였는데 요즘엔 백 계단도 못 오른다고 하더구나. 가끔 삼백 계단을 오르는 자라도 나오면 검종 전체가 몇 년은 떠들썩할 정도라고 했어.”“구백구십구 계단까지 있는 시험인데 천 년 전 전성기에도 겨우 삼백 계단이요?” 백호는 입술을 삐죽이며 서요산 검종의 수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때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야?” 윤구주는 흥미롭게 백호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당장이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윤구주의 허락을 구한 뒤 바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두 계단... 오십 계단까지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백호는 오십 계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서요산 검종이 별것 아니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육십 계단쯤 올랐을 때 처음으로 압력을 느꼈다. 마치 몸 위에 작은 차 한 대가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백호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백 계단에 도달하자 압력이 갑자기 커졌다. 등에 작은 승용차 대신 소형 트럭이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지만 아직 백호의 한계에도 가지 못했다.“근래 사람들의 평균이 백 계단도 못 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예전의 무인 횡련은 황제도 오를 수 있었지만 요즘 무인 횡련은 죽어라 노력해도 소형 트럭 하나 못 버티는 수준이니 말입니다.”백호는 농담을 던지며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1화

    전에 임정설은 구오 지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힘쓰며 수모를 견뎌내고 살아남으려 했다.하지만 이제 황제가 된 그는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그 탓에 이번 관문 앞에서 그는 망설였다.살아 있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죽음을 마음에 품은 자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관문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청해만이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황제가 되면 곤륜 구역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죽음을 택하려는 거지?’“저하, 국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저하도 사랑하던 이에게 배신당했어도 결국 극복해 나갔잖습니까.”백호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여전히 국주보다는 왕이 더 낫다고 여겼다.“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느냐.” 윤구주가 단호하게 말했다.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는 어리숙하고 말솜씨도 없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내가 문아름에게 배신당한 건 억울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그녀가 날 배신한 거다. 하지만 국주는 그 반대였지. 그가 그녀를 저버린 거야. 정이 깊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지혜가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쓰라린 후회는 가진 뒤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생사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윤구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도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그럼 복수하면 되지 않나요?” 백호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이때 청해가 눈치를 채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상대가 너무 강해서 못 이기는 거지. 황제에 오르기 전까진 제대로 맞붙을 힘도 안 돼. 오르고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 못 하고.”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그 말이 맞았다.“그럼 우리가 국주님 대신 복수해 드리면 되잖아요? 국주님은 제 왕이기도 하지만 제 윗사람이기도 하잖아요.”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하하! 만약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솔직하다면 이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0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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