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식, 아주 건방지구나!”중년 스님은 진심으로 화가 난 듯 보였다.그는 합장하더니 온몸에서 금빛의 룬 문자가 나타났다. 룬 문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마치 올챙이처럼 그의 앞에 있는 선장으로 들어갔다.선장에 룬 문자가 주입되자 섬뜩한 힘이 느껴졌다.“이 자식, 내가 너의 금강 호신 법을 파괴해 주마!”중년 스님은 크게 외치면서 허공을 훌쩍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가 들고 있던 거대한 선장이 엄청난 기세로 떨어졌다.펑!엄청난 폭발음이 두 사람 사이에서 들려왔고 곧이어 중년 스님은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멀리 날아갔다.그러나 공수이는 멀쩡했다. 그의 금강 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젠장,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금강 법을 저런 경지까지 수련한 거지?”충격을 못 이겨서 날아간 중년 스님은 숨을 헐떡이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근처에 있던 다른 종문 사람들도 법정조차 금강 법을 파괴하지 못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다들 놀라워하고 있을 때 공수이가 갑자기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스님, 패배를 인정할 건가요?”“흥! 넌 금강 법 뒤에만 숨어있잖아. 금강 법만 없었어도 난 널 손쉽게 죽였을 거야!”법정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는 화가 난 얼굴로 호통을 쳤다.“흠, 패배했으면 쿨하게 인정해야죠. 제가 금강 법 뒤에 숨어있다고 말하다니, 그렇게 거만을 떨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오늘 제가 그 소원을 이뤄줄게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한 뒤 오른손을 움직였다.그의 앞을 막고 있던 금강 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어? 저 스님 보호막을 없앴어.”칠수방의 차비연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아무도 공수이가 정말로 금강 법을 없앨 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제 됐죠? 제가 금강 법을 없앴으니 이제 할 말 없죠?”공수이는 눈을 접어 웃으면서 법정에게 말했다.법정은 공수이가 정말로 금강 법을 없애자 선장으로 지면을 힘껏 내리쳤다.“죽으려고!”법정은 고함을 지르면서 마치 광풍처럼 공수이를 향해 날
또 누가 덤빌 거냐는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종문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공수이의 실력이 이렇게 엄청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때 문창정의 뒤에 있던 두 노인이 손을 쓰려는 듯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문창정이 고개를 저었다.문창정이 고개를 젓자 두 사람은 물러났다.아무도 찍소리하지 못하자 드디어 만불종의 살심스님이 나섰다.“넌 대체 누구지?”질문을 받은 공수이는 살심스님을 힐끗 보면서 말했다.“얘기했잖아요. 제 법호는 나최고라고요!”공수이의 말을 들은 살심스님은 표정이 어두워졌다.“나 살심의 사제를 한 주먹에 죽였으니 실력이 강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오늘 젊은이 혼자서 우리 종문과 싸우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아.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지.”공수이가 말했다.“제가 바위라는 뜻인가요?”살심스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공수이는 정말로 멍청한 걸까? 아니면 멍청한 척하는 걸까?설마 정말로 오늘 혼자서 종문 사람들과 맞서 싸우려는 걸까?“아이야, 오늘 너처럼 출가한 사람의 입장에서 충고 하나 하마. 만약 오늘 우리에게 투항한다면 널 살려줄 수도 있다.”살심스님이 느긋한 어조로 말하자 공수이는 웃음을 터뜨렸다.“뚱뚱한 스님, 제가 당신들을 두려워하는 것 같나요?”그의 말에 살심스님은 말문이 턱 막혔다.공수이는 오늘 당당하게 이곳에 쳐들어왔고 혼자서 종문 전체와 싸우려고 했다.그런데 공수이가 그들을 과연 두려워할까?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살심! 저 자식과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 구주왕의 사람이라면 우리 종문의 적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놈은 오늘 우리 두 종문의 사람을 죽였어요.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이때 현문의 장로 구진철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구진철의 말에 자운각의 젊은 주인 현지욱도 음산한 얼굴로 말했다.“저도 구진철 장로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우리 종문 앞에서 건방을 떤 놈인데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종문의 체면이 뭐가 됩니까?”“이
공수이와 칠수방의 차비연이 애정행각을 벌이자 종문 사람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칠수방은 화진의 6대 종문 중 하나인데 다른 세 종문과 연합하지는 않고 오히려 공수이와 썸을 타고 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내분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그래서 자운각의 현지욱이 입을 열었다.“흥! 칠수방이 부족하다고 해서 우리 세 종문이 널 상대하지 못할 것 같아?”말을 마친 뒤 그는 공수이를 죽어라 노려보았다.“죽입시다!”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뒤에 있던 자운각의 고수들이 순식간에 튀어 나갔다.그와 동시에 현문, 만불종의 절정 강자 또한 모두 달려 나갔다.세 종문이 연합해서 십여 명의 절정 강자가 공수이를 공격했다.공수이는 절정 강자들이 동시에 공격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웃는 얼굴로 칠수방의 차비연을 향해 말했다.“예쁜 누나, 전 일단 이 빌어먹을 놈들부터 죽여야 해서 우리 잠시 뒤에 얘기 나눠요!”말을 마친 뒤 공수이의 몸이 갑자기 떨렸다. 그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세 종문 출신의 절정 강자 십여 명을 향해 달려들었다.공수이는 홀로 그들을 상대했다.“어머, 저 스님 정말 대단한데요? 홀로 세 종문과 맞서 싸우잖아요.”칠수방의 한 미녀가 말했다.“흥! 정말 뻔뻔한 놈들이에요. 저렇게 많은 절정 강자가 어린 스님 한 명을 괴롭히다니, 소문이라도 나면 세상의 모든 무인들이 비웃을 거예요.”“그러니까 말이야.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 놈들이야.”칠수방의 미녀들은 공수이의 편을 들어주었다.칠수방 여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절정 고수 십여 명이 함께 싸우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이 순간, 기둥 같은 무홍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오래된 저택을 전부 뒤덮었다.“이 자식, 이래도 살아남을 수 있겠어?”자줏빛의 장포를 입은 자운각의 노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가 두 손을 들자 검은색의 현기가 뱀이 되어 공수이를 덮쳤다.“당신이요?
후3품은 말할 것도 없었다.그런데 공수이는 기껏해야 스물 초반처럼 보였는데 벌써 전설 속 후3품 칠살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실로 엄청난 재능이었다.“저 스님이 전설 속 칠살 절정이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참 놀라워. 진짜 말도 안 돼!”차비연은 매우 흥분하며 신처럼 보이는 공수이를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바라볼 뿐이었다.칠수방의 다른 미녀들도 전부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세기의 대전을 바라보았다.“칠살? 가주님, 저 자식 실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저희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이때 문창정의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검은색 장포를 입은 노인들이 음침한 얼굴로 공수이를 노려보며 말했다.문창정의 눈빛이 빛났다.한참 뒤 그는 손을 저었다.“괜찮아. 만약 세 종문이 저런 어린애 한 명도 상대하지 못한다면 윤구주는 어떻게 상대하겠어?”문창정의 말을 들은 두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은 물러났다.쿵, 쿵, 쿵!공수이가 칠살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을 때, 만불종, 현문, 자운각은 모두 다시 공수이를 공격했다.만불종은 불문이지만 살성이 아주 강했다.특히 살심스님은 미륵불처럼 생겼지만 사람을 죽일 때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게다가 그는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유명했다.이 순간 살심스님이 들고 있는 선장에서 금색의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한 번씩 공격할 때마다 공간이 그의 선장에 의해 부서질 것만 같았다.쿠구궁!무시무시한 선장이 허공에 여러 개의 금빛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그것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공수이를 공격했다.현문 쪽은 도자 손형재를 선두로 했다.손형재는 이미 자신의 흑사검을 꺼냈다. 흑사검이 움직이자 섬뜩한 검은색 뱀들이 하늘에서 꿈틀대며 공수이를 공격하려고 했다.자운각은 전력으로 공수이의 뒤쪽을 공격했다.세 종문의 포위 공격에 공수이의 칠살 기운은 점점 더 짙어졌다. 들끓는 살기에 화창하던 하늘도 검은색으로 변했다.“세상에, 전부 덤빈다고요? 제가 무서워할 것 같나요?”공수이는 크게 소리치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세 종문을 상대하면서도 공수이가 이렇게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줄은.그 광경에 칠수방의 미녀들은 모두 흥분했다.반대로 세 종문의 사람들은 전부 안색이 좋지 않았다.어쩔 수 없었다.얼마나 창피한 일인가?화진의 6대종문인 그들은 언제나 무도 최강으로 불리면서 영예를 누렸다.그런 그들이 이번에 하산하여 이런 말도 안 되게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공수이는 홀로 세 종문과 맞서 싸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종문 사람들을 죽였다.“잘 죽였어! 수이 동생 정말 최고야!”정태웅은 사실 공수이가 걱정됐었지만 전쟁의 신과 같은 그의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뻤다.“헤헤, 만약 오늘 수이 동생이 이 빌어먹을 놈들을 전부 죽인다면 아마 우리 저하께서 우리를 엄청나게 칭찬해 주실지도 몰라.”정태웅은 그렇게 생각했다.“수이 동생, 화이팅! 저 빌어먹을 종문 놈들을 전부 죽여버려!”정태웅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곧바로 옆에 있는 공수이를 응원하기 시작했다.공수이가 홀로 세 종문과 싸우고 있을 때, 오래된 저택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흰옷을 입은 사람 한 명이 손에 복사꽃 가지를 들고서 그윽한 눈길로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늘씬하고 늠름했으며 흰옷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의 준수한 얼굴에서는 부드러우면서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그는 옷차림이 괴상했고 등에는 검집을 메고 다녔다.칼집에는 금빛으로 서요산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그는 저택의 상공에서 느껴지는 칠살의 기운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싸우기 시작한 건가? 재밌군!”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 걸음 내디뎠다.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이미 30미터는 넘는 곳에 있었다.그리고 그가 다시 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졌다....쿵!쿵!쿵!문씨 일가 저택에서 대전은 계속되었다.공수이는 칠살의 실력을 선보인 뒤로 세 종문의 사람들을 완전히 제압했다.게다가 엄청난 금강 법이 몸을 지켜주는 덕분에
문창정은 싸늘한 눈빛으로 공수이를 바라보며 말했다.공수이는 문창정이 손을 쓰자 아주 강렬한 압박감이 정수리 위에서 전해지는 걸 느꼈다.그러나 공수이는 여전히 두려워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저한테 투항하라고요? 꿈 깨요!”“이렇게 죽음을 자초한다면 내가 그 꿈을 기꺼이 이뤄주마!”’문창정은 말을 마친 뒤 손을 들어 공수이를 향해 움직였다.파멸적인 위압감이 전해졌다.쿠구궁!상공의 소용돌이 속에서 검은색 불꽃이 일렁이면서 갑자기 사슬 8개가 나타났다.사람 팔뚝만큼 두꺼운 검은색 사슬들에서는 검은색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그것들은 하늘에서 내려와 공수이의 두 손과 두 발을 묶었다.“음? 이건...”어마어마한 마기를 뿜어대는 검은색 사슬에 묶이자 공수이는 순간 이상함을 눈치챘다.검은색 사슬이 그의 체내에 있는 칠살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젠장, 감히 내 기운을 흡수해?”공수이는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고 버둥대면서 검은색 사슬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근처에 있던 세 종문의 사람들은 공수이가 문창정의 검은색 사슬에 묶이는 걸 본 순간 다들 흥분했다.“역시 문창정 선배님이시군요. 단번에 저 발칙한 놈을 제압하셨어요!”현문 도자가 일그러진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문창정 선배님은 백여 년 전 이미 후3품 절정에 달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입니다!”만불종의 살심스님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사부님께서 그러셨죠. 문씨 일가는 절대 얕보면 안 된다고. 지금 보니 모두 사실이었네요!”자운각의 젊은 주인 현지욱도 참지 못하고 말했다.공수이가 문창정의 여덟 사슬에 묶이는 순간 정태웅은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수이 동생... 내가 구해줄게!”정태웅은 그를 구해주려고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날아가자마자 문창정이 소매를 움직였고 정태웅은 저 멀리 날아갔다.“풉!”정태웅은 입에서 피를 토했고 다시 일어나기 힘들어했다..“태웅 형님...”정태웅이 자신을 구
공수이가 팔부동천의 실력을 선보일 때 문창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동천의 기운이 공수이의 몸에서 하나둘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팔부 동천이 나타난 순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기운들까지 모조리 팔부의 기운에 뒤덮이는 것만 같았다.“이 자식! 감히 체내의 혈맥을 희생하여 억지로 팔부 동천을 개시해?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게냐?”문창정이 갑자기 호된 목소리로 공수이에게 말했다.공수이는 이미 온몸이 빨갰다.피부도 붉은색이었고 심지어 동공까지 붉은색이었다.“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들 모두 나와 함께 죽게 할 겁니다.”공수이는 그렇게 많은 걸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그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 이곳에 왔다.첫 번째는 종문을 처단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칠수방의 미녀들을 보는 것이었다.칠수방의 미녀들은 이미 보았으니 이제 이 자리에 있는 종문의 사람들을 전부 처단하면 끝이었다쿵!하늘과 땅을 뒤덮을 듯한 동천의 기운이 나타나는 순간, 저택 전체가 핏빛으로 되었다절그럭, 절그럭.공수이의 몸을 휘감고 있던 검은색 사슬도 공수이가 팔부 동천을 완전히 열자 부서지기 시작했다..“세상에, 팔부 절정이라니! 다들 물러나요...”현문의 구진철은 팔부 절정의 기운이 하늘과 땅을 뒤덮는 걸 느낀 순간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현문뿐만 아니라 자운각, 만불종 사람들도 전부 뒤로 물러났다.그들은 팔부 동천의 위압감을 감당할 수 없었다.“어르신... 저희는 어떡해요?”칠수방의 미녀들은 서둘러 그들을 이끌고 온 안희정에게 물었다.안희정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팔부 동천을 시전한 공수이를 바라보며 말했다.“팔부 동천은 아주 파멸적이야.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다들 얼른 피해!”“하지만 그러면 저 스님은 어떡해요?”차비연은 공수이가 걱정되었다.“그것까지 신경 쓸 새는 없어. 팔부가 열렸으니 이 공간은 저 스님이 혼자 지배하게 되. 여기 있으면 우리 모두 죽게 될 거야!”안희정은 그렇게 말한 뒤 빠르게 철수했다.차비연은 비록
상대가 되지 않았다.공수이는 팔부 동천까지 열었는데도 여전히 문창정의 상대가 되지 않을 줄은 몰랐다.그러나 공수이는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는 오늘 싸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죽으면 어떠한가?“하하, 이 자식. 이제 안 되겠지?”현문 쪽에서 공수이가 점점 밀리는 걸 보게 된 손형재는 흥분을 참지 못했다.다른 만불종, 자운각도 세기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어디서 나타났을지 모르는 스님이 팔부 동천을 열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정말 말도 안 되는 실력이었다.그러나 다행히도 그들에게는 문창정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들 모두 오늘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역시 문씨 일가의 가주님답네요! 팔부 절정까지도 제압할 수 있다니 대단해요!”자운각의 현지욱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비록 문씨 일가는 종문이 아니지만 우리 종문에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가졌죠.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이네요!”만불종의 살심스님도 말했다.이 순간 모든 종문의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오직 칠수방의 미녀들만이 다들 걱정 가득한 얼굴로 공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큰일이에요. 저 스님 곧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그러게요! 몸이 아주 핏빛이 됐는데요!”“휴, 저렇게 귀여운 스님인데... 아쉽게 됐어요... 오늘 죽겠네요.”미녀들은 안타까운 얼굴로 싸우고 있는 공수이를 바라보았다.쿠구궁!저택 중앙,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면서 허공에 서 있던 문창정이 검은색 검을 휘둘러 다시 한번 공수이의 금강 법을 베는 것이 보였다.철컥!엄청난 공격이었다.검이 닿는 순간 공수이의 몸을 지키고 있던 금강 법이 부서졌고 심지어 공수이 등 뒤의 대지에 30여 미터는 훌쩍 넘을 듯한 긴 검흔이 생겼다.퍽!공수이는 공격 때문에 멀리 날아가서 코와 입에서 피를 토했다.“수이야...”공수이의 다친 모습을 본 정태웅은 눈에서 피눈물을 흘렸다.그는 일어나서 공수이를 도와주고 싶었으나 조금 전 문창정의 공격에 심하게 다친 상태라 두어 걸음 걷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