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갖고 왔는데?”염구준은 안영애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대답했다.암야클럽에 배은망덕한 사람을 찾으러 왔으니 잡것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용하인, 잘 생각하고 말해. 여기는 사라국의 암야클럽이야! 너희들 같은 햇병아리들은 한 방이면 끝이야.”대머리는 무기를 꺼내며 부하들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20명이 되는 놈들도 무기를 들고 염구준을 포위했다.지나가던 행인들은 살벌한 분위기를 감지하더니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멀리 떨어져 구경하고 있었다.암야클럽에서 쩍하면 싸웠기에 그들도 이미 적응한 것이다.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하자 안영애가 재빨리 조건을 내세웠다.“지금 돈 주면 내가 해독약을 줄게.”이런 상황이 닥치자, 그녀는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오직 살아남기만 바랬다.하지만 염구준은 사람을 찾은 이상 고분고분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마지막 통보를 보냈다.“너희들 살고 싶으면 꺼져!”일단 공격한다면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대머리는 아직 심각한 상황인 것을 모르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큰소리를 쳤다.“용하인, 나를 화나게 만든 대가로 죽어야겠어.”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이 거리라면 평범한 사람이 죽는 것은 순식간이었다.스스슥!염구준이 드디어 움직였다.순식간에 원래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테이블에 놓인 과일칼을 집어 들고 상대방의 한쪽 팔을 잘라버렸다.주변 사람들은 눈이 침침해서 잘못 본 줄 알고 두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염구준의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너무 빨라서 미처 눈이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악!”대머리는 한참 뒤에야 팔이 잘린 것을 알아채고는 피가 흐르는 것을 막으려고 손으로 움켜쥐었다.“뭐 하는 거야? 저놈을 죽여!”그래도 부하들이 남아있기에 염구준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죽어라!”부하들이 동시에 외치며 무기를 들고 돌진했다.암야클럽의 직원들은 전부 전과자들이라 좋은 일을 제외한 일은 마다하지 않고 악행만 저질렀다.“너희들이나 죽어!”그들이
“들어오세요!”염구준은 몸을 일으켜 앉아 리모컨으로 문을 열었다.사라국에서 낯선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중요한 단서를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각별히 주시했다.또각또각!하이힐 소리가 들리더니 검정 스타킹에 메이드 복장을 입은 여직원이 들어왔다.용모와 미모가 상당히 뛰어난 미녀였다.“고객님, 음식을 갖고 왔습니다. 부족하시면 얼마든지 리필 가능합니다.”여직원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카트에 있는 음식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그러면서 전혀 허튼 짓을 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라누보가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답변 하나에 200만 원 줄게요. 어때요?”“네, 대답할게요.”여직원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이내 대답했다.염구준은 동의한 것도 대답으로 여기고 200만 원을 건네며 질문했다.“사라국이 혹시 신비한 세력의 통제를 받았어요?”여기까지 오면서 관찰해 보았는데, 그들의 일상이 너무 정상적이어서 오히려 문제가 있어 보였다.도로에 일반 자동차와 자전거들이 오갈 때에도 누구도 신호를 위반하지 않은 것이 너무 이상했다.“무슨 얘기 하는지 모르겠네요. 다른 서비스가 필요하면 다시 불러주세요.”당황한 여직원은 이미 받은 200만 원을 테이블에 놓으며 서둘러 방을 나갔다.“천천히 조사하자.”염구준도 급하지 않으니 일단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코로 살짝 냄새를 맡아보니 독약 같은 것은 없었다.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액정을 확인해보니 안영애에게서 온 전화였다.“나 돈이 필요해. 20억을 보내줘.”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두 번째로 돈을 요구했다.사라국에 오면서 안영애에 대해 조사를 해봤더니 돈을 흥청망청 쓰는 습관이 있어서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했다.이런 인간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았다.“그래. 나 지금 사라국에 있어. 주소를 말하면 직접 찾아가서 줄게.”염구준은 하던 식사를 멈추고 명백하게 대답했다.이미 사라국에 왔으니 상대방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사라국의 국왕이 편찮으시다는데 염구준도 억지로 만나자고 할 수 없으니 먼저 호텔에 묵기로 했다.차 행렬이 공항을 떠나 번화한 시내로 향했다.그들이 떠나자 탑 위에 강력한 기운을 소유한 그림자 몇 명이 나타났다.“염구준이 직접 오다니, 이제 어떡합니까?”“아니면 우리가 습격해서 죽일까요? 그러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미쳤어요? 우리 몇 명이서 상대가 된다고 생각합니까?”염구준의 강력한 실력에 겁을 먹고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때 단풍잎 무늬가 새겨진 흑포를 입은 남자가 뒤에 나타났다.“일단 염구준과 정면충돌을 피하고 감시를 강화하세요. 누구도 접촉하지 못하게 막으면 됩니다.”그 남자는 바로 흑풍 존주였다.염구준을 상대하는 큰일에 가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몸이 망가져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먼저 도착한 일행은 흑풍 존주의 부하가 아니니 그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았다.며칠 동안 만날 때마다 계속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했었다.일행 중에서 한 사람이 다가가 흑풍 존주의 흑포를 홱 하고 벗겨버렸다.“병신 주제에 어디서 명령질이야? 저리 꺼져!”“흥.”흑풍 존주는 콧방귀를 끼며 강력한 실력으로 일행을 공격했다.일 대 다수인데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대략 30분 뒤에 탑은 완전히 무너지고 일행은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을 쳤다.“당신 일극 반보천인이었어?”한 무술인이 흑풍 존주의 실력에 깜짝 놀라 경악했다.매일 설리번의 앞에서 아첨하던 병신이 절세 강자라니, 이제 보니 그동안 실력을 감쪽같이 숨긴 것이었다.흑풍은 그들을 죽이지 않고 흘겨보았다.“앞으로 내 명령에 따르세요. 알겠어요?”사라국에서 대신 일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살려두는 것이었다.“알, 알겠습니다.”일행은 간신히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흑풍 존주가 그들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니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여기 적힌 내용을 본 후에 태워버리고 당장 임무를 수행하세요.”흑풍 존주는 서류 봉투를 그들에게 던지며 지시했다.그러자 일행은
“공격해!”대장이 명령하자 사방에서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인원수가 많은 만큼 기세도 대단했다.“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덤벼.”윙!염구준은 검갑을 열어 구자검을 뽑고는 몰려오는 위병대와 맞섰다.상대방이 먼저 죽이려 든다면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철푸덕, 철푸덕!순식간에 살기가 주변을 압도하며 검기가 횡포하자 위병대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실력이 너무 약해서 일방적인 학살 장면이 되어버렸다.그런 부하들을 이끌고 포위 작전을 지시하다니, 대장은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는지 궁금했다.윙!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수많은 검기를 발사하여 무자비하게 살해했다.나머지 위병대가 전부 쓰러져서야 싸움이 끝났다.해외 군대를 상대로 사정을 봐주지 않았기에 빨리 끝낼 수 있었다.충격을 받은 대장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렇게 하늘을 거스르는 전력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탁!염구준은 서늘한 빛이 감도는 검을 들고 냉정하게 물었다.“말해 봐. 어떻게 죽고 싶어?”상대방이 먼저 죽이려 했으니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악…”대장은 이판사판으로 무기를 휘두르며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본인이 저지른 일이니 죽더라도 끝까지 버틸 셈이었다.“죽는 게 두려우면서 애를 쓰네.”염구주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여유롭게 맞섰다.상대방은 이미 이성을 잃어 공격 리듬이 깨져서 곳곳에 약점이 드러났다.같은 일극 반보천인 경지라도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데, 하물며 전신지상은 말할 것도 없었다.스스슥!구자검이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스쳐가자, 상대방은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염구준이 기운을 실어 공격했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너희 고위층 담당자를 불러. 당장!”그는 날카로운 구자검을 대장의 목에 겨누고 재촉했다.이렇게 된 이상, 조용하게 움직이는 것은 글렀으니 강력하게 밀어붙일 생각이었다.지금 사라국 왕실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었다.그런데 대장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꽥 소
“아버지, 방금…”염구준은 방금 기절시킨 일을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버벅거렸다.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것은 불효였다.정작 염진은 진작에 잊고 있어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됐다. 네가 어릴 때 때린 걸 되돌려 받았다고 생각할게.”한마디 우스갯소리에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졌다.가족들도 염구준이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게다가 부자간에 어떤 성격인지 잘 알아서 서로 이해한 것이다.염구준은 아버지의 몸에 남은 여독이 떠올라 지체하지 않고 자세히 물었다.“그 가정부 있잖아요...”방금 의식이 희미하게 돌아왔을 때 한설이 하는 말을 듣고 바로 상황을 설명했다.“가정부 이름이 안영애야. 우리 집 앞에 쓰러진 걸 가엽게 생각해서 가정부로 들였거든. 휴… 그 여자의 농간에 놀아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가엽게 여기고 거둬준 은혜도 모르고 이런 식으로 해치다니, 마음이 너무 씁쓸했다.염구준은 배후 세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듣고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불쌍한 사람은 당연히 도와야 하지만 이런 인간은 경계하는 게 좋아요.”상대방이 돈만 원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염구준이 오늘 상복을 입었을 것이다.안영애는 가련한 척하면서 염씨 가문의 경호원을 속여 침입한 것이었다.이렇게 음흉한 사람은 정말 무서웠다.“걱정하지 마. 이제마 선생이 치료할 수 있다고 했잖아.”염진은 근심으로 가득한 가족들을 보고 웃으면서 위로했다.잠시 방심한 사이에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할아버지 분명 좋아지실 거예요.”염희주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나이는 어려도 할아버지의 병세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았다.염구준이 아내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가을, 잠깐 나와봐.”그는 아내에게 청해와 아버지를 맡기고 혼자서 사라국으로 향했다.본래 삼 일을 기다렸다 출발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용하에 공무적과 전신전이 있어서 큰일이 발생하지
북쪽 변경 염씨 가문.염진은 테이블 앞에 앉아 이를 악물고 업무를 보았다.몸이 너무 아파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땀투성이였지만 여전히 버텼다.“여보, 우리 병원에 가요.”한설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계속 설득했다.염진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러다 잘못될 것 같아 너무 걱정이 되었다.“됐어요. 고질병이 발작했을 뿐이라 조금만 버티면 나아져요.”염진은 고집을 부리며 죽어도 병원에 가려 하지 않았다.고질병이라는 것은 한설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평소 발작해도 십여 분이면 통증이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반나절이나 지속되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왜 이렇게 고집을 피워요? 한 번만 내 말을 들어주면 안 돼요?”한설은 홧김에 감정이 격해져 눈물까지 흘렸다.계속 이렇게 버티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그때 밖에서 별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세요?”염구준이 도착한 것이다.그는 소파에서 계속 진동하는 휴대폰 소리를 듣고 걱정하던 가슴을 쓸어내렸다.이제 보니 휴대폰을 진동으로 설정해서 받지 못했던 것이다.그런 줄도 모르고 큰일이 난 줄 알고 오는 내내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랐다.“구준, 네 아버지를 좀 설득해 봐.”한설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달려나가 도움을 청했다.염구준이 재빨리 뛰어와 서재에서 억지로 버티며 일하는 염진을 보았다.“아버지, 어디가 아프세요?”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바로 다가가 염진의 맥을 짚어보았다. 맥이 아주 혼란스러운 것이 심각했다.“아버지, 만성중독에 걸렸어요.”“뭐라고? 이 증상은 일 년 전부터 시작했는데.”한설은 경악하며 황급히 의심할만한 정보를 말했다.두 사람이 매일 붙어 있고 먹는 음식도 똑같은데 갑자기 중독되었다니 너무나 갑작스러웠다.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중독되어야 정상인데 한설만 멀쩡한 것도 이상했다.“아버지, 어서 병원에 가요.”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이제마에게 연락했다.맥이 불안정하니 이런 일은 절대 지체할 수 없었다.“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