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남을 속이며 장사를 했더니 결국 일 푼도 남지 않게 되었다.물론, 이것은 다 나중의 일이다.현재 2층에서 구경하던 윤성호가 또 중재를 나섰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3층으로 가시죠. 경매가 곧 시작합니다.그러자 신분이 있는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볼 뿐이다.3층으로 올라가면서 염구준은 무술할 줄 아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초상비에게 물었다.“지금 강호 사람들은 다 사는 게 어렵나? 그 좋은 무술 실력을 갖고 경호원 노릇이나 하면서 빌붙어 살아?”초상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제대로 된 무술을 배우지 못하면 다 그렇게 살지. 단진 무성 고수가 문지기하는 것도 봤어.”강호 무술인들은 겉보기에 멋지지만 실제로 사는 것이 힘들었다.특히 용하국에서 무술인이 한 번 나쁜 짓을 하면 평생 쫓기느라 편안한 날이 없다.여자는 그 말을 듣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이번 경매장소는 화려한 룸에서 진행했다.염구준은 아무 자리에 앉아 경매가 시작되길 기다렸다.실은 속으로 상대방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어떻게 맞춰줘야 할지를 생각했다.그는 밑지는 장사는 절대하지 않았다.옆에서 전우철이 분노로 가득 찬 시선으로 그를 노려봤다.“계속 그렇게 보면 눈알을 뽑아 버린다.”염구준이 도끼 눈을 뜨고 경고했다.그 눈길 하나에 전우철은 식은 땀을 흘리며 바로 시선을 돌렸다.‘그냥 말을 할 것이지 뭐 하러 째려봐.’경매장에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더니 드디어 의자에 참가자들이 착석했다.참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20명도 안 되었다.그때 윤성호가 벌떡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미소를 띄면서 발언했다.“다들 오셨으니 이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경매에서 전부 귀한 물품을 내놓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때마다 10단위 이상으로 부탁합니다.”“첫 번째 귀중한 물품은 50년 산 산삼입니다. 시작가는 200만 원입니다.”귀중한 물품이지만 참여자들에게 배춧값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놀라운 것
상대방이 일부러 가격을 올렸다는 것을 눈치챈 전우철은 2억을 손해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급하게 사용할 일이 있고, 시장에 적합한 산삼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윤성호는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보고 두 번째 물품을 꺼냈다.“전우철 씨 낙찰을 축하합니다. 이어서 다음 경매 물품은 루비입니다. 가격은 20억부터 시작합니다.”그러자 수백 키로의 무게가 되는 큰 돌 하나가 나타났다.‘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염구준은 그 돌에서 수상한 느낌을 받았다.무술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감지 능력이 강해서 아무리 두껍게 포장을 해도 똑똑히 느낄 수 있다.‘아니야. 가짜야.’돌 속에 감지되는 기류는 인위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챘다.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무술인을 측근으로 두고 있는 거물들은 달랐다.무술인들이 거물들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소곤거렸다.이번 경매장에서 윤씨 가문의 목표는 염구준일 뿐만 아니라 이 틈을 타서 돈을 끌어 모으려는 수작이다.다들 살펴보더니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30억.”“40억”…가격은 급상승해 50억까지 이르렀다.이것은 최고 가격이다.필경 누구도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전우철 씨, 더 부르시겠습니까?”윤성호가 물었다.다들 가짜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심지어 품질이 보통이고 금이 많이 갔다면 큰손해를 보게 된다.결국 전우철이 그 루비를 사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염구준, 이번에 왜 참여하지 않았어?”그는 또 비아냥거렸다.“하하. 난 40억씩 주고 저런 돌은 사지 않아. 몇 만원 하는 물건을 몇 십억씩 사야겠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멍청하게 쓰면 안 되지.”염구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마시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전우철이 노발대발했다.“돌이라고 했어? 오늘 내가 얼마나 값이 나가는지 보여줄게. 도끼야. 현장에서 돌을 열어라.”전우철은 펜을 꺼내더니 돌에 직선을 그었다.그는 안에 루비가 있다고 자신만만했다.돌을 깨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니 거물들이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기계는 필요 없으니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쿵!양손에 검을 잡은 도끼의 팔에 힘줄이 불끈 솟더니 갑자기 휘두르기 시작했다.검광이 스쳐 지났지만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실은 이미 깨진 상태다.“검의 속도가 엄청 빠르네.”초상비가 경악했다.“화려한 초식은 실전에 아무런 쓸모 없어.”염구준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지금까지 그의 앞에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은 한두 명뿐이었다.멀리서 전우철이 그 말을 듣고도 무시하고 루비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다른 거물들은 루비가 나온다면 바로 나눠가질 생각을 품고 기대에 찬 시선으로 봤다.하지만 도끼가 검을 거두고 앞으로 가더니 손을 루비석에 올려놓고 천천히 절개한 부분을 들어올렸다.그 순간 전우철의 심장 소리가 세차게 울렸다.‘돌이다.’도끼는 잘라낸 한 부분을 들고 확인했다.절단면이 모두 돌이었다.‘이럴 리가 없어.’전우철은 믿기지 않아 앞으로 다가가 물을 뿌리고 강한 불빛을 비추며 반복적으로 살펴봤다.그런데 어떻게 해도 돌의 색갈이 바뀌지 않았다.전우철이 또 두 개 선을 긋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열받아서 루비가 나올 때가지 자를 작정이었다.하지만 염구준의 말이 더 열받았다.“전우철 대표, 다 확인했으면 여기 와서 뺨을 맞아.”“인정한다.”전우철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억지를 부릴 용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다가갔다.짝!!!염구준이 손을 휘둘러 뺨을 치자 전우철은 눈앞에 별이 반짝이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컥!”이어서 피를 토하자 이발이 두 개 섞여서 나왔다.‘너무 지독하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독한 남자를 건드리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하지만 염구준이 가볍게 쳤다는 사실을 몰랐다.만약 힘을 주어 뺨을 쳤다면 뇌진탕으로 장례식장에 갔을 것이다.“한 번 더 내기하자.”전우철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염구준은 아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도끼가 다시 선을 따라 두 번 잘랐지만 여전히 돌이었다.
돌덩어리에 루비가 숨어져 있다 해도 몇 푼의 가치도 되지 않았다.“당장 치워.”전우철은 자리에 돌아와 앉더니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수많은 거물, 무술인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으니 너무 불쾌했다.다들 윤씨 가문의 잔꾀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돌이 가짜라고 떠벌리지 않았다.도리를 따져도 소용없으니 그냥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다.그 뒤로 몇 개의 진품이 나타났다.염구준은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강철선을 사서 초상비에게 주었다.이 물건은 그와 함께 일하게 되어서 인사 치례로 주는 선물이다.경매가 시작하고 진품들이 낙찰되고 이제 거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마지막 진품입니다. 백 년 산 붉은 영지입니다. 시작 가격은 200억입니다.”윤성호의 말이 떨어지자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김이 빠져 있던 전우철마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한껏 기대했다.이런 귀한 약재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 개 밖에 되지 않는다.“1000억!”다들 신기하게 붉은 영지를 보고 있을 때 염구준이 처음으로 가격을 불렀다.고조된 분위기에 찬물에 끼얹은 듯 주변이 조용해졌다.붉은 영지는 귀한 물건이지만 이 가격을 부르면 다들 뒷걸음을 치게 된다.“염구준 씨. 윤씨 가문의 부탁으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겁니까?”한 사장이 불쾌해서 툭 쏘아붙였다.“2000억. 능력 있으면 가격을 부르고 없으면 닥치고 있어요.”염구준은 가격을 2배나 높게 불렀다.그 상황을 지켜보던 윤성호는 너무 기뻐서 대놓고 껄껄 웃을 뻔했다.염구준이 작정하고 가격을 부를수록 그는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까.2000억은 염구준에게 있어 적은 액수이니 가격을 더 오릴 셈이다.“붉은 영지는 용하국에 모두 3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백 년 된 것은 하나밖에 없지요. 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적어도 5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50년이라는 말에 다들 수근거렸다.이 자리에 참석한 거물들은 나이가 적지 않아 50년이 지난 후에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백 년 된 붉은 영지는 수명을
전우철은 가격을 올릴수록 흥분되어 저도 모르게 입이 떨 벌어질 가격을 불렀다.‘망했다.’윤성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러다가 가격이 너무 높아 그의 계획을 망치는 게 아닌가 싶었다.“가자.”염구준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솔직히 속으로 엄청 기뻤다.누가 나대는 바람에 윤성호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이렇게 높은 가격이라면 그가 낙찰을 포기해도 상대방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뭐야, 안 사?’전우철이 당황했다.“염구준, 너 얼마를 내서라도 산다고 했잖아.”“하. 날 엿 먹이는 걸 아는데 내가 미쳤다고 가격을 계속 부르겠어?”염구준은 단호하게 입구로 향했다.경매가 끝났으니 다른 거물들도 머무르지 않고 서로 인사를 나누다가 자리를 떴다.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윤성호였다.일이 이렇게 되어서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랐다.“전우철 씨. 그만한 돈이 있어요?”윤성호는 다른 생각이 떠올라 급하게 물었다.“주둥이가 방정맞아서 가격을 잘못 불렀어요. 양해해 주세요.”전우철은 진짜가 아니라면서 바로 해명했다.회사를 팔고 온몸의 피를 뽑아서 팔아도 20조를 모으기 힘들다.“유찰하고 경매를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요?”윤성호가 기뻐하며 염구준을 향해 소리쳤다.하지만 그는 돌아도 보지 않고 사라졌다.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됐다.“맞습니다. 다시 경매를 시작해요.”전우철은 식은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웃기고 있네. 오늘 자정까지 20조를 내놓지 않으면 죽을 각오를 하세요.”윤성호는 한마디를 남기고 경매장에서 나갔다.멍청한 놈이 판을 흐려서 정말 괘씸했다.마지막 말은 그가 임시로 생각해낸 대안이다.독을 바른 붉은 영지를 반드시 염구준에게 줘야 하기 때문이다.전우철은 머리가 하애졌다.오매불망 바라던 붉은 영지가 그를 파산과 죽음으로 몰아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도망치자.’지금으로서 이 길밖에 없다.염구준은 이미 차를 타고 지사로 가는 중이다.“붉은 영지가
“당연히 되지. 내 기억력을 좀 봐.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어.”전우철은 어색하게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200억을 이체했다.“감사합니다, 대표님.”두 사람은 첫 거래를 마치고 몰래 밖으로 나갔다.그들은 순조롭게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어디로 가시나?”그때 어둠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전우철은 등골이 오싹했다.‘윤성호다.’희미한 불빛 속에서 두 그림자가 다가왔다.한 사람은 흑풍 존주였다.전우철이 그들의 계획을 망치고 붉은 영지를 갖고 도망치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리가 없다.“윤 대표님. 영지를 돌려주고 200억 배상금을 드릴 테니까 나를 용서해 줘요.”전우철은 조건을 제시할 때 가슴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한 순간의 실수로 200억을 내놓게 되다니 대가가 정말 컸다.“20조, 일 푼이라도 적으면 안 돼.”윤성호는 상의할 여지를 주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협박하지 마!”전우철이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하. 내가 협박한 게 아니라 스스로 네 무덤을 팠잖아. 누굴 탓하겠어.”윤성호가 조소가 섞인 투로 말했다.“지금 내가 가겠다면 어쩔 건데?”전우철은 두 사람을 뒤로 하고 바로 본인의 차를 향해 빠르게 걸었다.“그럼 죽어.”어둠속에 한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빠른 속도로 전우철을 공격했다.그 사람은 바로 흑풍 존주다.윤성호가 순조롭게 염구준을 상대할 수 있다면 기꺼이 더러운 일, 힘든 일, 사람 죽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조심해요.”무서운 기운을 느낀 도끼가 망치를 들고 전우철의 등을 막았다.아직 나머지 400억을 받지 못했는데 고용주가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촤아악!흑풍이 혼신의 힘을 다해 칼을 내리쳤다.단진 무성은 반천인의 앞에서 그저 애송이일 뿐, 도끼는 돈도 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이게 무슨…”전우철은 그 장면을 보고 기겁해 뒤로 자빠졌다.잔뜩 겁을 먹은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방금 죽인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20조를 줄게요. 일 푼도 빼먹지 않을게요.”살기 위해 어쩔
“그 방법으로 염구준이 붉은 영지를 산다고 보장할 수 있어요?”“80%는 확신해요. 근데 지금 상황에서 이 방법밖에 없어요. 영문도 모른 채 영지를 주면 분명 의심할 거예요. 영지로 치료하지 않으면 우리 계획은 물거품이 됩니다.”윤성호는 걱정이 되었다.비록 그가 세운 계획이지만 왠지 자신이 없었다.“에휴. 어쩔 수 없죠.”흑풍이 탄식했다.거의 완벽에 가까운 계획이었는데 전우철이 망쳐서 정말 열 받았다.이용 가치가 없었다면 진작에 살해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모른다.절묘한 계획이라고 자부하지만 염구준은 진작에 알아채고 일부러 망쳤다는 사실을.장기를 두는 사람과 장기말의 신분을 바꾸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다.“구준 씨. 약재는요?”이제마가 회사에 오자마자 염구준을 찾아와서 붉은 영지에 대해 물었다.“아직 얻지 못했어요. 근데 누군가 곧 가지고 올 거예요.”염구준은 태연하게 소파에 앉아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여유가 철철 흘러넘치네.’이제마는 그런 염구준을 보고 속이 타서 벌떡 일어섰다.24시간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전체 팔이 전성기로 회복할 수 없으니 무술인에게 치명상이 된다.“흥. 본인이 급하지 않는데 나도 급하지 않아요.”이제마는 다시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백 년 된 붉은 영지가 없으면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없다.“정말 급할 거 없어요. 내가 짠 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어떤 일은 대놓고 할 수 없거든요.”염구준이 일어서더니 찻주전자를 들고 이제마에게 차를 따랐다.“마음대로 하세요. 어쨌든 약재가 있으면 치료하고 없으면 운에 맡겨요.”이제마가 벌컥 화를 냈다.하지만 속으로 붉은 영지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치료할지 생각하고 있었다.“전우철이 왔어. 입구에 있는데 들어오라고 할까?”초상비가 빙그레 웃으면서 보고하러 들어왔다.모두 염구준이 말한대로 흘러가고 있었다.“들여보내.”염구준이 지시하면서 옆에 앉은 이제마를 쳐다봤다.“영지가 왔어요. 수술도구를 준비하세요.”“너무
“그럼 반값으로 10조. 더 내릴 수 없어.”하지만 염구준은 차를 마시고 과일을 먹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초상비는 전우철을 잡아당겼다.“말이 안 통하네. 굳이 내가 끌고 나가야겠어?”그제야 전우철은 가격이 높다는 것을 깨닫고 바닥에 털썩 꿇고 빌었다.“염구준 씨. 제발 살려줘요. 가격은 직접 부르셔도 돼요.”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서 정말 쫓아낼까 봐 두려웠다.염구준이 과일을 내려놓고 그를 내려봤다.“나도 싸게 갖고 싶지 않아. 내가 최고로 부른 가격 2조로 줄게. 일 푼이라도 많으면 안 사.”전우철이 생각에 잠겼다.비록 20조에 비해 차이가 엄청 나지만 이미 높은 가격이다.사는 사람이 있어도 기껏해야 4분의 1 가격을 부를 것이다.“좋습니다. 거래하죠.”어쩔 수 없이 대답한 전우철이 붉은 영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그는 본인의 회사까지 매매해야 해서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참. 염구준 씨. 내 회사에 관심이 있습니까?”전우철은 눈앞의 전주를 보며 물었다.“관심 없어.”염구준은 생각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그럼 이만 갈게요. 돈은 급하게 쓸 데가 있어서 돈을 이체해 주세요.”전우철이 일어서며 독촉했다.하지만 염구준은 휴대폰을 들더니 윤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염구준 씨, 늦은 밤에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별일 아니에요. 방금 전우철이 영지를 갖고 왔는데 성호 씨에게 20조를 갚아야 한다네요. 근데 전 2조만 줄 수 있으니 나머지는 이틀 뒤에 이체할게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틀 뒤라면…”윤성호가 일부러 난처한 듯 말했다.“도와주실 거죠?”염구준이 떠보았다.“네. 그러죠. 염구준 씨가 그렇게 말하는데 이틀을 더 기다리죠.”“그럼 감사합니다.”염구준이 예의 바르게 감사인사를 했다.두 사람의 연기는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훌륭했다.전화를 끊은 후, 염구준이 말했다.“이미 다 처리했으니까 가도 돼.”“네.”전우철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