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누군가 미친듯이 웃는 소리가 사방에 울리더니 한 그림자가 숲에서 뛰쳐나왔다.“염구준의 목은 내가 따겠다!”그는 오래 전부터 숲에 숨어서 이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염 선생, 위험해!”고대영이 반보천인의 기운을 감지했어도 방어하기에 이미 늦어 주의를 줄 수밖에 없었다.당황한 4대 전존도 불청객과 맞설 여력이 없었다.습격자의 비수가 빠른 속도로 염구준의 목을 겨누며 가까이 다가왔다.그대로 목을 베면 아무리 대단한 반보천인이라도 죽게 된다.위험한 순간에 염구준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면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푸악!”그는 재빠르게 검을 뽑아 습격자의 비수를 막으며 뒤로 물리쳤다.“하, 이제 반보천인에 도달했으면서 나를 죽이겠다고? 주제를 알고 덤벼!”방금 염구준은 조기운식하면서도 주변 상황을 계속 주시했었다.“음흉한 놈! 날 일부러 유인했지?”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알아챈 습격자가 입가에 묻은 피를 쓱 닦으며 물었다.“유인이랄 것도 없어. 네가 자처한 거야.”염구준은 기운을 조금밖에 회복되지 않았지만 놈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도망쳐!’그와 정면 승부할 자신이 없는 습격자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줄행랑을 쳤다.하지만 도망치게 내버려둘 염구준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이내 뒤를 쫓아가 몇 초식만에 습격자를 깔끔하게 살해했다.그 장면을 본 성조국의 고수는 순간 당황했다.“염구준이 기운을 회복했어. 이제 어떡해?”지금 라누엘이 없어서 염구준과 정면으로 맞설 고수가 없었다.스스슥!습격자를 제거한 염구준은 이내 전투에 참여하여 가까이 있는 리아성전의 수천 명의 정예병들을 무참하게 학살했다.멀리 떨어진 정영병들은 죽을까 두려워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누가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는지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리아성전의 정영병을 물리친 후, 염구준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반보천인 무술인들이 싸우는 곳으로 달려갔다.성조국의 무술인들은 그의 기운이 바닥 났을 때 각종 협박으로 윽박질렀다.지금 전
바람이 불면 바로 날아갈 것처럼 생겼지만 명부상실한 반보천인 고수가 틀림없었다.막강한 힘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으로 헤로드를 쳐다보았다.“라누엘, 무슨 일로 불렀어?”헤로드가 볼품없이 허물어진 리아성전을 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지금 그는 오로지 무술만 추구해서 외계의 일에 더는 참견하지 않았다.“전대 전주님, 저놈이 리아성전을 멸망시켰습니다. 제발 저놈을 죽여주세요!”라누엘은 힘겹게 손을 들어 염구준을 가리켰다.처음부터 사상진법이 이토록 강한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바로 헤로드를 불렀을 것이다.“그래?”염구준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헤로드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순한 기운에 검의까지 연마했구나. 육체의 강도가 쓸만한 것을 보니 확실히 강한 녀석이네. 아쉽게도 방금 격전으로 소진된 기운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어. 기껏해야 절반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군.”노인의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했다.충격을 받은 염구준은 겉으로 아주 태연하게 행동했다.“이 정도 실력이라도 충분합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얼른 덤벼!”그때 브루니를 물리친 공무적이 바로 헤로드에게 돌진하며 전의를 태웠다.만약 그를 이긴다면 염구준보다 실력이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조심하세요. 저 영감 이상해요.”염구준이 그에게 경고를 주었다.“내가 알아서 할게요. 저 영감은 내 사냥감이니 누구도 끼어들지 마세요!”공무적은 수상할 정도로 큰소리 치면서 전신의 기운을 폭발시켰다.“한참이나 멀었어.”헤로드가 여유 있게 대답하더니 똑같이 막강한 기운을 폭발시켰다.그러자 쭈글쭈글하던 피부가 빠른 속도로 생기를 되찾고 왜소한 몸집도 장대해졌다.순식간에 영감에서 건장한 중년 남자로 변신한 것이었다.“참 신기한 영감이네.”그 모습을 보던 구경꾼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며 속으로 감탄했다.쿵!두 사람이 맞붙은 순간, 헤로드는 끄떡없고 공무적만 뒤로 물러섰다.순수한 힘겨루기에서 공무적
헤로드는 흔쾌히 대결을 받아들였다.“네 말이 맞다.”마침 전의가 고조에 도달한 그가 작은 도끼를 들고 먼저 공격했다.작은 도끼라도 차가운 빛을 발산하는 것이 평범한 도끼는 같지 않았다.윙!염구준의 검이 이명 소리를 내며 검기를 끌어올렸다.상대방이 강적이라도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육체가 반보천인 극한에 도달했고 오랫동안 명성이 자자했던 고수와 육체, 의경, 기운의 순수한 강도가 비슷하고 경지가 높은 고수가 싸우기 시작하면 한동안 승부를 가릴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염구준이 아직 초절정 실력으로 회복하지 못했으니 굳이 싸우지 않아도 이미 진 싸움이었다.쿵쿵!두 사람이 맞붙자마자 일련의 굉음이 울리며 공기가 진동하고 작은 기류가 형성되었다.이것이 극한 반보천인 고수의 진정한 힘이었다.이제 막 반보천인에 도달한 고수가 나선다면 몇 초식만에 참살될 것이다.구경꾼들의 시선은 두 사람이 어디로 가면 그곳으로 옮기며 주의 깊게 살폈다.스스슥!전투장 내에서 염구준은 교묘한 검술로 주도권을 잡아 헤로드를 제압했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진 사람처럼 지쳐 있었다.관전하던 고수들이 각자 견해를 말하기 시작했다.“주상이 저렇게 공격하면 상대방도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염 선생의 실력은 누구도 감당하지 못해. 상대방이 강해도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서 걱정할 거 없어.”“헤로드 대선배가 질 거 같아요. 우리 먼저 철수할까요?”지금 그들이 본 상황을 이랬다.“콜록콜록!”그때 혈색이 돌아온 공무적이 일어서며 모두가 깜짝 놀랄 말을 했다.“소용없습니다. 저 노인의 방어를 뚫지 못하면 아무리 거센 공격도 무용지물이에요.”방금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극한 반보천인이 얼마나 까다로운 상대인지 알게 되었다.공격할 때마다 극한 육체에 반사된 힘으로 오히려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그제야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공무적은 정직하여 헛소문을 낸 적이 없고 자신의 위세를 꺾이는 일은 절
주전투 내에서 헤로드는 여유롭게 대처하며 비아냥거렸다.“방금 큰소리를 치더니 왜 공격 속도가 느려졌어?“느립니까?”염구준이 되물었다.방금 전신전에서 특별히 제작한 약을 하나 주입했더니 기운이 많이 회복되었다.이것은 이제마가 연구한 약인데 보조 효과는 눈에 확 띄지 않지만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그때 약효가 급속이 상승하며 염구준이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그는 계속 헤로드를 제압했다.“짜증 나 죽겠네. 시간을 끌면 재미있어? 그럴수록 천천히 죽게 될 거야.”헤로드는 공격을 계속 막아야 해서 짜증이 밀려왔다.그제서야 염구준이 꾸물거리는 이유를 알아채고 인상을 구겼다.“너… 너 지금 검기를 모으고 있지?”염구준이 공격하는 과정에서 체내 기운은 빠른 속도로 소모되었지만 주변에 모인 검기는 전보다 강해졌다.헤로드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불안감이 몰려들었다.“이제야 눈치채다니 반응이 너무 느리네요.”염구준은 말하는 사이에도 검기를 모았다.“전부 파괴해!”화가 치밀어 오른 헤로드는 반격하면서 염구준의 공격 리듬을 방해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처음부터 수동적인 방어만 해서 짧은 시간에 반격할 수 없었다.쿵!그때 염구준이 검을 번쩍 들어 헤로드를 물리치고 모은 검기를 전부 검에 주입시켰다.눈앞의 강력한 적을 물리치려면 새로운 초식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겁에 질린 헤로드는 반보천인의 극한 육체를 가졌으면서도 처음으로 자신감을 잃었다.“구자겁법, 검삼파만물!”윙!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꽉 움켜쥐었다.거대한 에너지 충격으로 검을 잡은 두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지면이 진동하면서 공기가 빠르게 타올랐다.지금 체내의 기운이 바닥났어도 모은 기운은 전례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이 검에 모든 힘을 담아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미친놈. 제정신이 아니지?”헤로드가 버럭 화를 내며 부하가 건넨 방패막을 받아 앞을 막고는 주변에서 토 원소의 힘을 끊임없이 흡수했다.모든 힘이 몸에 흡수되면서 근육이 점점 부풀어올랐지만 어마어마
극한 육체를 가진 반보천인을 상대로 새로 연구한 세 번째 검초식을 사용해도 1센티미터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막았어. 하하하! 염구준, 네가 초절정 실력일 때 이 초식을 사용했다면 내가 중상을 입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기회는 이제 없어. 대결은 이미 끝났어!”헤로드가 긴 숨을 내쉬며 큰소리로 웃었다.방금 그 검초식이 너무 무서워서 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내가 살아 있는 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요.”염구준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두 손으로 검을 꽉 움켜잡았다.계속 힘을 주어 찔렀지만 검기가 사라져서 더 깊게 파고들지 못했다.지금 염구준의 상태로 강력한 검초식을 두 번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다.“인정해. 넌 리아성전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헤로드가 몸으로 염구준의 검을 튕기더니 다시 방어하기 시작했다.비록 양쪽 어깨를 다쳤어도 극한 육체에게 있어 찰과상에 불과했다.탕탕!염구준이 몸을 피해 계속 검으로 막으며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그의 실전 경험에 따르면 몸이 너덜너덜할지라도 상대방은 짧은 시간에 죽이지 못했다.“계속 몸부림치고 반항해!”우세를 차지한 헤로드는 거침없는 공격을 퍼부었다.희열에 찬 그는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변태 같은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0분 넘게 공격했는데도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했다.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염구준이 입을 열었다.“너희들은 싸움에 연연하지 말고 당장 철수해.”그 말에 전신전의 정영팀은 당황했다.염구준은 혼자 남아 적의 공격을 끝까지 막으려는 셈이었다.“우린 주상님과 생사를 함께 하겠습니다!”전신전의 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죽을 맹세를 했다.“청룡, 네가 책임지고 저 녀석들을 데리고 가. 이건 명령이야!”염구준은 부하들과 도리를 따지지 않고 단호하게 명을 내렸다.“다들 철수한다!”청룡은 이성을 잃은 주작의 뒷목을 쳐서 쓰러트리고 전신전의 부하들과 함께 해변으로 철수했다.지금 그의 표정은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전신전의 일원으로서 우정은 중요하지
결국 일련의 공격을 당한 염구준은 물러날 곳이 없어 정면으로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모든 기운을 사용해서 맨몸으로 막아내야 했다.몸을 극한까지 연마했어도 일련의 공격을 맞고 곳곳에 부상을 입었다.그렇게 후진하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까지 오고 말았다.“하하, 빌어먹을 놈! 꼴 좋다.”그 모습을 본 라누엘이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호탕하게 웃었다.이제야 그의 원한을 갚을 수 있게 되었다.“너부터 죽여 줄게!”염구준은 검을 한 바퀴 돌리더니 마지막 힘을 다해 재빠르게 던져버렸다.“안 돼!”갑작스러운 상황에 라누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본래 목숨이 위태로워서 이런 공격을 막을 힘도 피할 힘도 없었다.그냥 얌전히 찌그러져 있었으면 목숨이라도 건졌을 텐데, 굳이 나서서 죽음을 자초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젠장. 아직도 죽이려고 들어?”헤로드가 염구준의 검을 막아보려고 빠르게 움직였지만 이미 한 발 늦어서 분노만 터트렸다.“푸헙!”검은 정확하게 라누엘의 오른쪽 눈을 찔렀다.손에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리아성전의 주인이 이렇게 죽고 말았다.펑펑!우르릉 쾅!그때 방어를 포기한 염구준은 연달아 발사하는 공격을 맞고 절벽에서 떨어졌다.“휴.”그를 포위 공격했던 반보천인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드디어 저놈을 처단했어.”“정말 무서운 놈이야. 헤로드 님이 견제해서 체력을 바닥내지 않았다면 누구도 감당하지 못했을 거야.”“이렇게 강력한 반보천인은 왜 우리 성조국에 없는 거야? 정말 아쉬워.”쌍방은 적국이지만 염구준의 일련의 전투를 회상해보면 아직도 무섭고 경의로웠다.헤로드는 인상을 구기고 절벽 끝으로 가서 확인하더니 전리품인 구자검을 들었다.“모두 여러분의 덕분입니다. 제가 연회를 열어서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부디 남아서 자리를 빛내 주십시오.”이렇게 공손하게 말하는 것도 그저 입에 바른 소리일 뿐이었다.필경 전신전의 대군이 리아성전을 포위하고 있으니 아직도 위험이 존재했다.이미 떠난 4대 전존이 이성을 잃고
“이 시대의 영웅인 내가 억울하게 죽을 수 없지.”그는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면서 반보천인의 회복력으로 상처를 치료했다.단전에 고갈되었던 기운이 차츰 채워지기 시작했다.그렇게 앉은 채로 이튿날 아침까지 수련했다.한 줄기 햇빛이 안개를 뚫고 그의 몸에 비추고 영롱한 이슬이 덩굴 줄기를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휴. 날이 밝았어.”그는 한숨을 내쉬며 수련을 멈추었다.지금 몸 상태는 3할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았다.어제 연거푸 강력한 초식을 사용한 데다 중상까지 입어서 짧은 시간에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무리였다.꾸르륵!염구준이 다시 치료하려고 할 때 배에서 소리가 울렸다.그런데 주변에 돌과 덩굴밖에 없고 절벽 위에 있어서 음식을 찾아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일단 찾아보자.”염구준은 덩굴을 잡고 암벽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위로 올라간다면 지금 회복한 상태로 저들의 공격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시간이 일분일초 흘러 해가 완전히 안개에 가려졌을 때서야 바닥에 도착했다.이곳은 안개가 자욱하여 분위기가 몹시 음산했다.스스슥!그가 바닥에 닿았을 때 뒤에서 미세하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이것은 반보천인 고수의 기운이 흐르는 소리였다.다행히 염구준이 항상 주변을 경계해서 몸을 피할 수 있었다.강철 바늘 두 개가 그의 옷깃을 뚫고 석벽 깊숙이 꽂혔다.염구준은 속으로 참 답답했다.사람이 재수가 없다 하면 자빠질 때 코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다.모기만 살 것 같은 절벽 아래에서 초강력 반보천인을 만나다니 정말 운이 지지리도 없었다.“숨어서 공격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염구준은 전방의 안개를 향해 소리쳤다.스스슥!그런데 상대방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암기에 기운을 담아 발사하는 것이었다.지금 염구준은 검도 없고 실력도 예전과 같지 않아서 암기를 피하는 것에만 집중했다.실력이 약하니 그에 알맞은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훌륭한 전사는 실력이 강해야 하지만 각종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얼마 후, 암기가 거의 떨어졌는지 공
먼 친척이나 다름없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경계를 거두고 동시에 물었다.“여기 어떻게 왔어요?”“…”말을 하고 보니 괜히 어색했다.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깬 사람은 에빈이었다.“내가 먼저 말할게요.”알고 보니 그녀는 리아성전의 고수들을 유인하여 손중석이 도망칠 시간을 벌다가 잡힌 것이었다.이곳에 잡혀온 후, 리아성전에서 그녀가 결혼한 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낳은 것을 알고 극분노하며 성화로 그녀의 가족을 태워 죽이려고 했었다.그래서 며칠 전에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쳤는데 또 쫓겨서 어쩔 수 없이 절벽 아래로 투신한 것이었다.염구준은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라누엘에게 인질을 내놓으라고 할 때 단호하게 거절한 이유가 이미 도망치고 없어서였다.염구준이 어떻게 여기에 떨어지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말하자 에빈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구준 씨가 라누엘 전주를 죽이고 전대 전주님을 강제로 출관시켰다고요? 그래서 반보천인 고수들이 구준 씨를 절벽에 내몬 거예요?”이것을 휘황찬란한 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부끄럽습니다!”염구준이 겸손하게 말했다.상대방이 몇 명이든 결국은 패배하고 여기에 떨어졌으니 자랑할 일도 아니었다.그러다 정신을 차린 에빈이 고개를 숙이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죄송해요. 우리 가족 때문에 이런 곳에 떨어졌네요.”“아닙니다.”염구준이 손사래를 치며 덤덤하게 말했다.“이 일은 조금 복잡해요. 전부 에빈 씨 때문은 아니에요.”바다를 건너 멀리 떨어진 이국 땅에 모든 전신전의 부하를 동원해 싸우러 온 것은 리아성전에서 용하의 재무 총담당자를 살해했기 때문이었다.만약 에빈만 구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이 정도로 일을 벌이지 않았다.“제이든과 그 사람은 잘 있어요?”에빈이 긴장하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제이든과 형님은 청해에서 잘 계세요. 지금 에빈 씨를 몹시 걱정하고 있어요.”어차피 충격적인 일은 없으니 염구준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래요? 참 다행이에요. 그런데 이 귀신 같은 곳은 나가기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