슥, 슥.관씨가문 자제 두 명이 무도 호위 세 명을 데리고 앞으로 나와 재빨리 사당으로 뛰어들어가 넋이 나간 관박을 억지로 끌어냈다.“오빠!”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관신주는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가 관박의 품에서 가냘프게 울었다. “오빠, 제발 정신 좀 차려! 이 사람들에게 아빠가 남긴 기업을 빼앗길 수는 없잖아! 오빠가 지금 연기하고 있다는 거 다 알아! 오빠 연기하고 있는 거잖아! 오빠가 이 정도의 좌절에 무너질 리가 없잖아! 오빠 빨리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없었다.관박은 땅바닥에 앉아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바보같이 웃으며 계속 흐리멍덩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없어! 이제 아무것도 없어! 정말 다 없어졌어...”정말 큰 충격을 받아 멍청해진 것만 같았다.“아이고, 참 안타깝게 됐군!”안채 주좌에 앉아 있는 관총은 눈을 가늘게 뜨고 관박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훑어보았다. 눈에선 티 안 나는 음흉함이 스쳐 지나갔다. “박이의 이 모습은 무도를 수련하다가 착오가 생긴 거 같은데.. 이런 상황은 주화입마하기가 쉽다. 내가 이제 막 가주가 되었으니 박이를 구하지 않을 수가 없지! 조카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하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거 같구나! 박이의 모든 경맥을 끊어버리면 주화입마만은 피할 수 있을 거야!”이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그림자가 되어 흐릿해지더니 安채의 주좌에 앉아 있던 관총은 바로 관박 앞으로 덮쳐왔다. 오른쪽 손은 짐승의 발 모양을 하고 관박의 아랫배에 향해 호되게 내리치려 하면서 관신주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신주야, 큰아버지가 못됐다고 탓하지 말거라. 너와 네 오빠는 나한테 위협이 되니 이 세상에 살아남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다 죽어야지. 하하하!”관총이 손을 뻗는 순간, 관신주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다 포기해버린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뼛속까지 파고드는 절망이 점점 가득차고 있었다.관신주는 비록 유구한 무학 전통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 아빠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남자, 어릴 때의 죽마고우, 하지만 커서는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된 남자인 구준이다.“내가 오지 말아야 할 때 온 거 같은데..?”착지한 염구준은 관신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빚을 독촉하러 온 거라면 때를 가릴 필요도 없겠지. 비록 관원은 죽었지만 내게는 아직 상환하지 못한 빚이 있다. 신주그룹의 40%의 지분을 지금 당장 내놓거라!”40%의 지분?관총은 염구준 손에 의해 날아가 겨우 비틀거리던 몸을 바로잡고 주위에 있는 관씨가문의 자제들과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상대방의 눈에서는 놀라운 기색을 발견할 수 있었다.그는 갑자기 나타난 이 낯선 청년이 누구인지 몰랐다.관총은 비록 가문의 직계는 아니였지만 관씨가문의 무학을 수련할 자격이 있었다. 자질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곧 종사경지에 이를 수준이었다. 그래서 강자라고도 할 수 있다.눈앞의 이 청년은 젊지만 무공이 매우 강했다. 한방에 관총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리고 분명 악의를 품고 왔다.“그쪽은 누구인가?”충격에서 벗어난 관총은 재빨리 마음을 안정시키고 염구준의 눈을 차갑게 쳐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관원은 이미 죽었고, 그에게 빚이 있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관씨가문이 얼마나 존귀한데! 신주그룹의 40%의 지분은 수십조 원의 가치가 있다. 네가 원한다고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게다가 관원이 너에게 빚을 졌다니! 차용증과 증거는? 네가 함부로 지껄이는 말을 믿을 것 같느냐!”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의 생각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염구준은 담담하게 관총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용증은 없고 내 말이 곧 증거다! 관원은 내 친구를 다치게 했고, 신주그룹의 40%의 주식은 그 배상이다! 비록 관원은 죽었지만 그의 빚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관씨가문에서 그 빚을 갚아야지!”차용증이 없다니?!관씨가문 자제들은 염구준의
존엄이 땅에 떨어져 버렸다. 당당한 관씨가문의 신임 가주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듣보잡에게 뺨을 맞아 날아갔다. 만약 이 소식이 전해지면 관씨가문은 북방의 웃음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평생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너, 너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대다니!”관총은 간신히 화원에서 발버둥 치며 일어섰다. 손으로 높게 부어오른 볼을 감싸고 염구준의 두 눈을 뚫어져라 주시면서 히스테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관씨가문이야! 누구도 여기서 행패를 부릴 수 없다! 새로운 가주인 내가 명령한다! 다 같이 덤벼 이 겁 없는 놈을 잡거라! 죽여도 상관없다!”그때, 관총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끊겼다.염구준은 30미터 거리를 한걸음에 다가가 양손으로 좌우로 관총을 죽도록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총을 발로 걷어차서 넘어뜨리고 고개를 돌려 주위에 있는 관씨가문의 자제들을 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누가 먼저 맞을래? 나와 보거라!”그러자 쥐 죽은 듯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그 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떠들어대던 관씨가문 자제들은 전부 입을 다물고 전전긍긍하며 땅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울부짖고 있는 관청을 바라보았는데, 숨도 감히 크게 쉬지 못했다.그들은 정말 겁이 났다.그들은 관씨가문의 지맥으로서 평소에 가문의 관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저 매달 2000만 원의 생활비를 받고 호강을 누리며 가문의 무학마저 열심히 수련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가주” 관총은 관원이 죽은 혼란을 틈타 요행히 이 자리에 올랐을 뿐, 아무런 실질적인 권력마저도 없었다.관총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관총은 그럴 가치가 없다!“이 가주라고 하는 놈, 좀 유명무실한 거 같은데..?”염구준은 피 범벅된 관총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관씨가문이 내게 진 빚은 연체할 수 없다! 당장 내게 주식을 내놓지 못한다면, 목숨으로 받겠다! 전임 가주 관원은 이미 죽었으니, 관원이 진 빚은 신임 가주인 네가 목숨으로 갚으면 되겠군! 관총, 내 말 충분히 이해했지?
”아니야, 아마 관신주가 맞을 것이야. 관박의 꼴을 좀 보거라. 얼이 너무 빠져있지 않느냐! 게다가 그녀는 신주그룹의 전 키잡이였다!”“맞아, 관신주, 관신주가 맞다! 우린 모두 관신주를 새로운 가주로 추천했었다. 빚을 받으려면 그녀를 찾거라. 우리와는 상관이 없으니까......!”고함소리는 아주 요란했다. 관신주는 광박옆에 웅크려 앉아 있었는데, 예쁘장한 얼굴에는 미묘한 처량함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함이 얽혀있었다.‘구준 아저씨... 아저씨는 나더러 가주를 순조롭게 이어받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관씨 가문에 위세를 벌이러 온것인가요? 말끝마다 저의 구준 아저씨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분명히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어렸을 떄의 정, 어린 시절의 친구, 한때의 혼약… 아저씨는 잊지 않았어요. 분명이 잊지 않았어요!’관신주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관씨 아가씨.”지금 이 순간, 염구준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관신주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관원은 내가 직접 죽인 것이 아니다. 당연히 원래 죽어야 할 인간이였어! 이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신주그룹 지분 40%는 내가 꼭 얻어야겠다. 내 결심을 아마 너는 잘 알고 있을거야. 그럼, 이제 내놓거라!”지분...관신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염구준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말로 다 할수 없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었다.‘구준 아저씨, 이 40%의 지분은 왜 가져가려 하시죠? 정말 돈에 욕심이 생긴건가요?”그럴리 없어..! 아저씨는 알고 있잖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북방의 큰 세력들이 관씨 가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걸. 그리고 저는 지금 소용돌이 중심에 있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산산조각이 나게 될거라는 걸!신주그룹의 마지막 지분마저 가져가게 디면 관씨 가문은 빈 껍데기밖에 남지 않아요. 그 호문 세력들도 관씨가문을 노릴 이유가 없단 말이에요! 구준 아저씨,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한 일들은 다 묵묵히 저를 보호하는 것이었어요. 마
“신주야, 넌 아직 너무 어리석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관박의 두 눈을 지그시 주시했다. 여전히 응집되어 있는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미친 척하고 바보인 척 하면 다른 사람을 속일수는 있겠지만, 내 앞에서도 과연 그게 통할까? 관원이 죽었다고 해서 그의 죄가 없어지진 않아. 여러차레 나와 적이 된건, ‘존주’의 이간질을 받았기 때문이야. 그야말로 진정한 장본인이라고! 당장 말해. 존주가 대체 누구지? 니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 될 것이야. 흑풍의 존주라는 사람이야 말로 우리의 모두의 적이니까!”모두의 적이라니!관박은 그제서야 미친 짓을 멈추었다. 그리고 관신주와 관씨 가족의 자제들이 아연실색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염구준과 눈을 마주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한자 한자 내뱉었다.“존… 존주의 실체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도 의심만 하셨어…. 그러니 전씨 가문 출신일 수도 있다…”북방의 10대 일류가문의 우두머리, 3대 호문에 버금가는 전씨 가문?!염구준은 잠간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쓸데없는 말 없이 모든 사람을 무시한체 관신주에게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큰 보폭으로 자리를 떠났다.흑풍 존주는 정말 전씨 가문 사람일까?지금 바로 조사를 시작하자!......한편, 염씨가문.관원의 죽음으로 인해 북방에서의 관씨 가문의 지위는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완전히 일류 가문으로 전락하였다. 한편 진정한 톱클래스 가문은 역사가 유구한 염씨 가문을 제외하면 한씨 가문만이 남게 되었다. “고모부.”염씨 가문 마을의 정당, 한씨 가문의 적장자 “한룡”은 손에 아기자기한 옥 비휴를 들고 미소를 띈 채 염진에게 전해줬다. “고모부, 고모부가 골동품을 좋아하시는 것을 알고 조카가 사람을 부탁해서 비싼 돈을 주고 이 옥 비휴룰 샀사옵니다. 고모부께서 받아주시옵소서!”염진은 옥 비휴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살짝 웃었다.니가 괜히 찾아오지는 않겠지!염씨 가문과 한씨 가문은 비록 인척이지만 사
”제 사촌 형이 아니라면 일이 더 쉬워지겠군요!”한룡은 염진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하하 웃었다. “고모부, 제가 지금 사람을 데리고 신주그룹에 다녀오겠습니다. 많진 않지만 한씨 가문도 신주그룹에 투자를 좀 했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쉽게 염구준 손에 들어가게 할순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염진에게 인사를 한 한룡은 몸을 돌려 떠났다!“정말 다사다난하군. 한씨 그룹도 신주그룹에서 한몫 챙기려 하는구나.”염진은 한룡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이 살짝 반짝였고 미간은 서서히 찌푸려졌다.만약 북방의 다른 가문이 나선다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한씨 가문은 정말 최고의 명문가이고 오래된 가주 “한양”은 더더욱 이름 있는 강호이다. 이런 실력을 가져다면 구준도 쉽게 건들지는 못할것이다.….북방, 신주그룹 공업원구.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신주는 약속대로 그룹의 변호인 단체와 함께 양도 계약을 직접 채결하였다. 기업 전체가 손씨 그룹한테 철저히 장악되었다.“구준 아저씨..... 아니, 염선생님.”공업원구의 최상층 회장 사무실에 있는 관신주의 얼굴을 처량해 보였고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저는 기꺼이 신주그룹을 드리겠사옵니다. 아버지의 죽음도 결코 선생님을 탓했던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건 선생님의 마음속에는 손가을만 있었나요? 제 자리는 정말 조금도 없었던 것인가요?”염구준은 탁자 뒤의 회전 의자에 앉아 관신주를 조용히 바라봤다.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완전히 없었던건 아닐 것이다. 그건 정말 불가능하잖아!“너에 대한 나의 감정은 그저 15년전에 머물러 있을 뿐이야.”그의 아득한 눈빛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당시의 풋풋한 소년소녀를 바라보고 있는것 같았다. “너는 내 어렷을적 친구이자 친한 동생이였어. 이건 부정하지 않을게. 하지만, 그냥 동생일 뿐이지. 그 이상은 아니였어.”그러자 관신주의 가녀린 몸이 살짝 흔들렸다. 마음속에는 조금의 기대마저 사라졌고 눈에는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그가 인정했어, 직접 인정했다고…!이번
“관씨 아가씨”염구준을 담담히 손을 젓더니 한룡 무리를 완전히 무시한채 나지막히 말했다. “아까 질문을 다 못한 것 같은데 지금 계속 하거라.”관신주는 잠시 당황해 얼이 나갔다. 한편 맞은 편에 앉은 한룡의 안색도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게 대체 뭐하자는 것인가?안하무인?!소문이 정말 틀리지 않았다. 천하의 염구준은 한룡앞에서도 제멋대로였다!“너희 손씨 그룹의 보안팀은 방금 나에게 엄청 무례하게 대했어! 직접 혼내고 싶지 않다면 내가 대신 나서야겠군.”한룡은 염구준의 눈을 차갑게 염구준의 눈을 바라보며 뒤에 선 스무여명의 보디가드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밖에 선 보안들 있지. 한쪽 다리를 모두 분질러놔. 그들에게 우리의 규칙을 알려주라고! 여기는 북방이야, 청해가 아니라고. 그딴 “청해의 왕”같은 소리는 여기서 안먹혀! 우리 한씨 가문에게 무례하게 대했으니 이건 그들이 바쳐야 할 대가다! 어서 덤벼!”한씨 가문 보디가드의 실력은 어떨까?오래된 무도 가문출신으로서 아주 평범한 한씨 보디가드일지 몰라도 최소한 내진방선일 것이다! 그러나 한룡이 데려온건 모두 한씨 가문의 최정예. 거희 모두 내진 대성이고 무도종사가 되기에 반걸음도 채 남지 않은 사람들이다!“알겠사옵니다!”한룡의 명령과 함께 스무여명의 최정예 보디가드들은 한꺼번에 덤볐다. 온몸에 기운이 솟구치며 마치 흉폭한 호랑아가 양을 덮지듯 복도에 있는 보안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나갔다.바로 그 순간, 펑!하며 폭발 소리가 울려퍼졌다!복도 전체에 무려 스물 네명의 한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이 열차에 치인듯 저도 모르게 구르고 날며 모두 복도 벽에 부딪혀 스물 네개의 움푹 패인 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벽을따라 힘었이 떨어졌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 뼈가 대체 몇군데나 부러진건지 고통에 울부짖으며 일어나지도 못했다!하지만 이것은 약과였다!더 충격적인 것은 또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온듯한 복도의 공기였다. 염구준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누구도 본 사람이 없었다. 무도 종사의 한룡일지라도 이상함을
이것은 한씨 가문 대대손손으로 내려오는 무학으로 종사의 실력으로는 정진왕자에 버금가는 무시무시한 우력을 발휘하기엔 충분하다. 주먹이 옅은 금색 기운은 무엇이든 가를수 있다. 심지어는 현재 용하국의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백금도 한 주먹으로 깨뜨릴 수 있다. 하지만......!“어리석은 놈. 내가 많은 사람들을 봐왔지만 너같이 멍청한 자제는 처음본다!”염구준은 회장 의자에 앉아 날아오는 주먹을 본 척도 하지 않은채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쾅!그러자 파도가 소용돌이쳤다!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한룡의 몸을 손쉽게 휩쓸었다. 마치 썩어가는 나무를 넘어뜨리는 12급 태풍처럼, 작은 개미를 든것처럼 그는 반대쪽 사무실 벽에 완벽히 꽂혔는데, 뼈가 녹아내리고 붉은 피가 뿜어져나왔다!가벼운 한 수 같지만 말로 형용할수 없는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한룡의 장기가 진동했고 힘은 전부 궤멸되어 반항의 힘을 철저히 잃게 되었다.“아,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한룡은 땅에서 몇번 몸부림쳤다. 머리속에는 놀라움으로 가득차있었고 얼굴은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염구준이 겨우 몇살인데?!이 “창해왕자”에 관한 전설은 한씨 가문에서 일찍이 들은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룡은 본인이야말로 북방 젊은 세대의 제일강자이기에 한씨 가문의 철권을 이길만한 무술을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사실을 반박할수 없었고, 그는 주먹으로 똑똑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항상 자랑으로 여기던 한씨 가문의 무술이 염구준 앞에서는 명함도 못내민다니…! 정말 충격이였다. “염구준, 죽일테면 한 번 죽여봐!”한룡은 땅에 주저앉아 염구준의 두눈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우리 한씨 가문과 염씨 가문은 인척이야. 니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너의 신분이 달라지지는 않아. 너는 염씨 가문이 혈통이고 염진의 아들이다! 네가 날 죽인다면 염씨 가문과 한씨 가문 모두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염진도, 내 고모도 말이야! 내 할아버지도 기필코 너를 직접 죽이려 할 것이야, 기필코!”“그래, 죽여, 한번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