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굿바이 쓰레기
굿바이 쓰레기
Author: 목련청

제1화

Author: 목련청
“남설아 씨, 모르셨어요? 아이의 병은 유전성 골암이에요. 남은 시간이 길면 두 달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설아 씨 어머님도 이 병으로 돌아가셨죠. 제 생각엔 설아 씨도 정밀 검사를 받으시는 게 좋겠네요...”

남설아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싶었다. 의사의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고 몸이 멈출 수 없이 떨려왔다.

“엄마, 왜 그래요?”

배나은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남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제가 사과할까요?”

남설아는 병상 위 배나은의 깡마른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자신의 전부인 아이의 남은 시간이 겨우 두 달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부모도 가족도 없었고 결혼 생활은 허울뿐이었다. 나은이는 그녀가 살아갈 유일한 이유였다.

남설아는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엄마는 슬프지 않아. 너무 행복해. 나은이가 곧 나을 테니까.”

배나은의 눈이 빛났다.

“정말이요? 너무 좋아요. 아빠는... 오늘 저 보러 올까요?”

맑고 까만 눈에 살짝 기대가 스쳤지만 아이는 금세 고개를 떨궜다. 또 실망할까 봐 기대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 말은 남설아의 가슴을 더 무겁게 짓눌러 고통스럽게 했다.

남설아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말했다.

“올 거야. 엄마가 약속해. 오늘 아빠가 나은이 만나러 꼭 올 거야.”

“정말이에요...?”

아이의 목소리는 불안했고 확신이 없이 되물었다.

남설아는 그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나은이를 낳아준 엄마인 자신이 나은이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네 살짜리 아이는 어른들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평범한 가족의 온기와 아주 조금의 아버지 사랑을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원하는 걸 줄 수 없었다.

“나은아, 엄마가 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꼭 아빠 데려올게. 생일 축하해.”

남설아는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배나은은 환하게 웃었다.

남설아는 아이를 재운 후, 떨리는 손으로 배서준의 비서인 장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배서준 씨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서준 씨한테 제 생각이 바꿨다고 전해주세요.”

잠시의 정적 후, 장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은 지금 서유라 씨 생일을 축하하고 계십니다. 설아 씨, 하실 말씀이 있다면 내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서유라’라는 이름이 들리자 남설아는 목이 막혔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전해주세요.”

전화를 끊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장우진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배서준이 있는 주소를 전해주었다. 바로 연경 호텔이었다.

...

남설아가 도착했을 때, 장우진이 그녀를 맞이하였다.

두 사람이 룸 앞에 도착해 남설아가 들어가기도 전에 안에서 대화가 들려왔다.

“서준이 형, 오늘 우리 누나 앞에서 솔직히 말해봐요. 남설아랑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됐고 애까지 낳았는데 정말 아무 감정도 없어요?”

남설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윽고 들려오는 낮고 차가운 배서준의 목소리에 공기가 얼어붙는 듯싶었다.

“내가 그렇게 비열하고 치사한 여자를 좋아할 리가 있겠어? 그리고... 그 버러지 같은 애? 진짜 내 애인지도 모르잖아. 나한테 다시는 그런 역겨운 물음 묻지 마.”

아무 감정의 기복도 없는 평온한 말투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시가 되어 남설아의 심장을 찔렀다.

배서준이 그녀를 싫어하는 건 괜찮았다. 증오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모욕하고 부정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남설아는 문을 벌컥 열었다. 순간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남설아가 밖에 서 있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배서준은 센터에 앉아있었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배서준은 그녀를 보고 눈빛이 싸늘하게 식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옆에는 화려하게 꾸민 서유라가 앉아있었다. 배서준의 전 여자친구이자 장우진이 전화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서유라’였다.

서유라도 남설아를 보자마자 순간 얼굴이 굳었다.

“설아?”

서유라는 놀란 척 물었다.

“여긴 무슨 일이야? 서준아, 왜 말 안 했어...”

방 안의 사람들은 이미 남설아와 배서준이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유라는 아무렇지 않게 안주인처럼 남설아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배서준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다들 나가...”

서유라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남설아는 배서준의 차가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니... 나가지 말아요. 우리 일은 굳이 숨길 필요 없으니까요. 다들 앉아있어요.”

5년 전이라면 절대 이런 말을 담담하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배서준은 한때 그녀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처참하게 부서진 상처뿐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해 싸우려는 게 아니었다. 오직 아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었다.

서유라는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배서준의 팔뚝을 잡았다.

배서준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 조건은 그대로야. 무슨 조건을 더 추가하고 싶은 거야?”

남설아의 검은 눈동자는 평온했다.

“제 조건은 딱 하나에요. 나은이 곁에서 한 달만 아버지로 있어 줘요. 오늘부터.”

방 안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서유라의 동생, 서도현은 버럭 분노를 터뜨렸다.

“내가 뭐랬어! 이 뻔뻔한 여자가 또다시 서준 형을 붙잡으려는 거잖아! 당초에 이 여자만 아니었으면 우리 누나랑 서준 형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을 이유도 없었어!”

서유라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다급히 서도현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해, 제발...”

하지만 그런 모습일수록 서도현은 더 화가 치밀었다.

“누나! 누나가 우울증으로 몇 년 동안 고생했는데 그걸 보고도 내가 어떻게 화를 안 낼 수가 있어? 형, 이번에도 또 저 여자한테 속아 넘어가려고요?”

배서준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더니 곧바로 남설아에게 향했다.

“그럴 일은 없어.”

그 대답은 남설아가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다.

“저는 재산도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아요. 내 이혼 조건은 딱 하나에요. 한 달 동안 아빠로서 나은이랑 함께 있어 줘요.”

나은이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남설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만약 당신이 이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저는 끝까지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쾅!”

서도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그대로 집어 던졌다.

그릇 조각이 남설아의 치마 위로 튀었다.

“미친년아, 너 양심이라는 게 있긴 해?”

하지만 남설아는 놀라는 기색조차 없이 서늘한 눈빛으로 배서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분했다.

“배서준 씨, 저한테서 벗어나고 싶으면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그게 싫다면 저랑 이혼하려면 앞으로 최소 2년은 계속 얽혀 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나은이랑 한 달만 있어 주면 그 이후에는 바로 이혼 서류에 도장 찍을게요. 절대 시간을 끌지는 않을 거예요.”

배서준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유라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준아, 요구를 들어줘.”

그 말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누나?”

서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서유라는 배서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우리를 위해서야. 난 너를 믿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굿바이 쓰레기   제2화

    배서준은 서유라의 손을 바라보며 점점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그럼 딱 한 달이야. 남설아, 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마. 네가 다른 속셈이라도 품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남설아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좋아요. 당신이 나은이랑 함께 있어 주기만 한다면, 전 뭐든지 협조할게요. 아버지로서, 최소한 생일 선물은 챙겨야 하지 않나요?”배나은은 남설아의 품에 안겨 있었고 차는 천천히 배 씨 저택을 향해 달렸다.“엄마, 아빠 정말 오는 거예요...?”배나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눈에 비친 간절함은 숨길 수 없었다.남설아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당연하지.”배나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럼 엄마, 아빠한테 제가 아픈 거 말하지 마요. 아빠가 속상해할까 봐요.”그 말을 들은 순간 남설아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는 조용히 아이의 잔머리를 쓰다듬었다.“알았어. 엄마가 약속할게.”배나은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남설아는 이해했다는 듯 손가락을 걸었다.“엄마가 우리 나은이랑 손가락을 걸고 약속할게.”배나은은 해맑게 웃었지만, 남설아의 시야는 점차 흐릿해졌다.그녀의 아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와 혈연으로 이어진 소중한 존재가 곧 떠날 것이다.아이가 떠나기 전에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배 씨 저택에 도착하자, 집사는 두 사람의 짐을 받았다.“대표님은 안에 계시는가요?”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에 계십니다.”그 말을 듣고 남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 후, 배서준이 이 집에 머문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은이가 아빠를 본 건, 대부분 TV 화면 속에서였다.남설아는 배나은의 손을 잡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멀리 소파에 앉아 있는 배서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배나은의 눈빛이 반짝였다. 남설아는 살며시 아이의 손을 놓으며 어깨를 두드렸다.“얼른 아빠한테 가.”배나은은 조심스럽게 아빠에게 다가갔다.

  • 굿바이 쓰레기   제3화

    나은이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아빠가 나은이를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엄마를 조금 더 좋아해 줄 수는 없나요? 앞으로 엄마한테 좀 더 잘해주실 수 있나요...?”아이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작고 가벼웠다. 크고 또렷한 눈망울이 배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배서준의 눈빛이 흔들렸다.‘역시.’그는 남설아의 의도가 순수하게 아이 때문일 리 없다고 예상했었다.“그 말 네 엄마가 시킨 거야?”배서준의 목소리는 차갑고 그 속엔 냉기가 섞여 있었다.“아니에요!” 배나은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배서준은 쉽게 믿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배나은은 자신이 아빠를 화나게 한 것 같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사실 아이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인어공주처럼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말이다. 엄마는 병이 나았다고 했지만, 나은이는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은 분명 심각하게 아팠다.그런데도 아이는 만약 자신이 거품이 되어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 후에도 엄마가 사랑받기를 바랐다.배나은은 일어나 푹신한 카펫을 밟으며 작은 책장으로 갔다. 그리고 오래된 가죽 노트 하나를 꺼내 배서준에게 건넸다.“아빠, 엄마가 아빠를 정말 좋아해요. 여기 안에 그게 다 적혀 있어요.”배서준은 멈칫하며 나은이의 간절한 눈빛을 바라봤다. 그는 마지못해 그 오래된 노트를 받았다.“꼭 읽어보세요.” 나은은 해맑게 웃었다.배서준은 남설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굳이 글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트를 펼칠 마음이 없었다.그저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그날 밤, 남설아가 따뜻한 우유를 가지고 오는 동안, 나은은 곧장 잠이 들었다.남설아는 조심스럽게 배서준을 방 밖으로 이끌었다. 문을 닫고 멀리 떨어지자 그녀가 말했다.“내일 아침에 직접 나은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세요. 손님방은 안 쓰셔도 돼요. 제가 잘 테니까요.”배서준은 그 말을 듣고 냉소를 지었다.“왜? 또 밤에 내

  • 굿바이 쓰레기   제4화

    이 피드는 그녀를 차단하는 걸 잊은 게 분명했다.그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그 어떤 감정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어제 보낸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오늘은 서유라의 손에 쥐어진 걸 보니 그 빠른 처리 속도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그럴 만도 했다. 어차피 서유라는 배서준이 마음속에 가장 아끼는 사람이니까.남설아는 희미하게 웃었다. 막 휴대폰을 끄려던 찰나,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설아야, 나 열흘 후에 귀국해.]프로필 사진은 새까맸고 이니셜 ‘kyc'가 적혀있었다..오랫동안 연락처 목록에 잠들어 있던 사람, 계산해보면 둘이 연락하지 않은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남설아는 가라앉은 숨을 내쉬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후 4시 20분, 배서준은 무거운 회의에서 막 빠져나온 참이었다. 장우진의 알림이 없었더라면 배나은을 데리러 가야 한다는 걸 잊을 뻔했다.곧장 차량에 올라타 유치원으로 향했다.배서준은 피곤한 이마를 문지르며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빨리 가.”운전기사는 그 눈빛을 보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배서준은 아이를 데려다 남설아에게 맡긴 후 서유라의 집으로 갈 계획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침묵을 깨고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선명하게 ‘서유라'라는 세 글자가 떠 있었다.배서준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유라는 울먹이며 말했다.“서준아, 짱아가 너무 아파. 지금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번엔 정말 힘들 수 있다고...”짱아는 서유라가 키우는 강아지로 한때 배서준이 생일 선물로 준 아이였다.둘이 헤어진 뒤로도 짱아는 줄곧 서유라의 곁을 지키며 그녀가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큰 위안이 되어줬다.서유라에게 짱아는 둘 사이의 아이 같은 존재였다.배서준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목소리는 평온했다.“걱정하지 마. 이따가 금방 갈게.”“아니야... 지금 빨리 와줘...”서유라의 목소리는 이미 완전히 무너져 있

  • 굿바이 쓰레기   제5화

    “콜록, 콜록...” 배나은은 다시 한번 심하게 기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조그마한 몸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피를 한입 가득 토해냈다.“나은아!” 남설아의 목소리가 떨려왔고 그녀는 황급히 아이에게 다가갔다.배나은의 얼굴은 열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엄마, 괜찮아요...”남설아는 서둘러 아이를 품에 안았다. “엄마가 병원에 데려갈게.”배나은은 작은 손으로 남설아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이미 눈가가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병원에 도착해 혈액 검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배나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엄마, 아빠는 저를 싫어하는 거예요...?”그 말을 듣는 순간, 남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나은아, 아빠는 너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아빠가 싫어하는 건... 나야. 만약 네가 서유라의 아이로 태어났다면 지금쯤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했을 거야.’남설아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은아. 아빠는 널 싫어하지 않아. 그냥 너무 바빠서 그래...”배나은은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창백한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작은 손으로 엄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가 행복하면 돼요.”그 말에 남설아는 눈물이 무너질 뻔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눈물을 삼키고 오히려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 순간,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의사 선생님!”남설아는 온몸이 굳었다. 두 모녀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곳에는 여기 있을 리 없는 배서준이 서 있었다.그의 두 팔에는 또 다른 여자가 안겨 있었다. 서유라였다.배나은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아빠.”그 한마디에 배서준의 눈길이 순간 흔들렸다. 그는 남설아와 배나은을 보며 잠시 멈칫했다.그 순간, 배서준의 품 안에 있던 서유라가 그의 소매를 꼭 잡았다.

  • 굿바이 쓰레기   제6화

    “서준아, 설아 씨가 너랑 얘기하고 싶다니까 천천히 이야기해. 아이 앞에서는 싸우지 마.”서유라는 배서준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억울함을 꾹 눌러 담은 눈빛을 보냈지만, 여전히 이해심 많은 사람처럼 행동하려 애썼다.그 모습을 본 배서준은 살짝 불만스러워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으로 물러섰다.얼마나 오래된 일인지도 모를 만큼, 둘만의 시간이 이렇게 주어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그래서인지 남설아는 한동안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배서준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에게는 이미 남설아에게 쏟을 인내심 따위는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대체 뭘 말하고 싶은데? 애를 데리고 이런 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엄마라는 사람이 이래도 돼?”그녀가 과거에 자신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았다는 생각에 심지어 그 수단으로 자기 아이까지 이용한다고 느껴져서 배서준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당신이 나은이랑 한 달만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 한 달 동안, 제발 서유라 씨는 나은이 앞에 나타나지 않게 해주세요.”남설아는 이제 배서준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었다.그녀는 그저 딸이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랄 뿐이었다.“난 나은이랑 한 달 같이 있겠다고 했지, 네가 뭘 요구하든 더 들어줄 생각은 없어. 넌 참 한결같다. 예전에도 더럽고 비열한 수법으로 내 침대에 기어들더니... 너만 아니었어도 난 누구의 아빠도 되지 않았을 거야!”배서준의 눈빛이 점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그는 나은을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만 떠올려도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역시나 몇 년이 흘러도 그는 끝내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그날 밤은 정말 의도치 않은 사고였고 남설아조차 왜 그 방에 있었는지, 왜 그의 침대에 누워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그런데 그렇게 하루 만에 나은을 품에 안게 되었을 때, 남설아는 그저 하늘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 여겼다.하지만 지금...나은의 병약한 모습을 떠올리면 그녀는 가슴이 무너

  • 굿바이 쓰레기   제7화

    온 병원이 배나은 때문에 소란스러웠다.그런데 남설아는 마치 머릿속이 텅 빈 듯했다.들리는 건 발소리와 사람들의 외침뿐, 눈앞에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남설아 씨? 괜찮으세요?”의사가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제야 정신이 조금 돌아온 듯 남설아는 멍하니 의사를 바라봤다.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며 모든 이성이 한꺼번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제 딸... 어떻게 됐나요?”“일단 상태는 안정시켰습니다. 그런데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서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다. 우선은 ICU에 입원시켜서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고 그 이후에 수술할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설아 씨, 지금 아이의 상태로 봐서는 수술은...”의사는 말을 흐렸다.굳이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남설아는 이해했다.수술은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컸다. 그저 아이의 몸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었다.그런데도,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자신의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떤 희망도 놓고 싶지 않았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는 순간, 눈물이 예고도 없이 터졌다.그녀는 다급히 손으로 눈물을 닦았지만 닦을수록 더 쏟아졌다.결국 복도에 주저앉아, 온몸을 웅크리고 자신을 꼭 끌어안았다.이 순간, 그녀는 절망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깊고 아픈지 뼛속까지 깨달았다.위생복을 입고 중환자실에 들어간 남설아는 나은이의 침대 옆에 앉았다.나은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온몸에는 수많은 튜브와 기계들이 연결돼 있었다.그런데도 느껴졌다. 그녀의 소중한 딸의 생명이 손끝에서 조용히 흘러나가는 듯했다.“나은아, 미안해. 다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남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아이의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쥐었다.지난 일들이 스쳐 갔다. 만약 자신이 배서준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나은이는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태어나지 않았을까?이렇게 착하고

  • 굿바이 쓰레기   제8화

    “나은아!”남설아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눈물이 멈출 수 없이 쏟아졌고 가슴이 뭔가에 꽉 막힌 듯 답답해져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그녀는 알았다.나은이가 떠났다.세상에 잠시 왔다가 이 세상을 보고 결국 실망한 채 하늘로 돌아갔다.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돌아갔다.“나은아,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남설아는 아이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았다.차가워진 나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고 떨리는 입술로 수없이 입을 맞추며 사죄했다.모든 게 자기 잘못이었다.무리하게 배서준에게 매달린 것도 아이에게 이런 고통을 준 것도 모두 다 자신 때문이었다. 그런 자신이 나은의 엄마가 될 자격이 없었다.나은이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추슬렀다. 직접 아이의 몸을 씻기고 나은이 가장 좋아하던 분홍색 공주 드레스로 갈아입혔다.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내주고 싶었다.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모두가 작은 천사 같던 나은을 정말 아꼈기에 이 갑작스러운 이별이 믿기지 않았다.그런데 정작 남설아는 더 이상 울지도 않았다.눈물조차 말라버린 듯한 얼굴로 울고 있는 간호사들을 오히려 다독였다.“그동안 나은이를 잘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그녀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설아 씨... 괜찮으신 거예요?”간호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떤 엄마가 아이를 잃고도 이렇게 담담하게 웃을 수 있을까.그 모습이 오히려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 후, 남설아는 남은 마지막 현금 400만 원으로 분홍색 유골함을 샀다. 나은이 가장 좋아했던 색이었다. 이게 그녀가 나은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나은의 유골함을 품에 안고 그녀는 온기가 사라진 집으로 돌아왔다.아이의 물건을 정리하고 모든 걸 정리한 뒤 조용히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그런데 집 앞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마주쳤다.남설아의 인생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모든 비극의 시작점인 사

  • 굿바이 쓰레기   제9화

    “유라야, 너 어디야? 무슨 일이야?”“배서준, 네가 내 조카를 그렇게 괴롭혔다며? 내가 널 쉽게 놔줄 것 같아? 네가 그렇게 아끼는 그 여자는 죽게 될 거야!”남도일의 목소리는 전화기 너머로 날카롭고 잔인하게 울렸다.“헛소리하지 마!”배서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평소엔 늘 차가운 그였지만 서유라와 관련된 일에서는 두려움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살리고 싶으면 당장 와.”남도일은 이 한마디를 내뱉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곧장 휴대폰으로 주소가 전송되었고 그는 곧바로 서유라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다 너 때문이야. 뻔뻔한 불륜녀 주제에 남의 가정을 망쳐놓고도 당당해?”“아, 아니야. 내가 먼저 서준이랑 사귄 거야.”서유라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썼다.하지만 남도일은 배서준이 아니었다.그에게는 동정심 같은 건 없었다.남설아가 이혼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렇게 되면 자신 역시 아무런 이득도 볼 수 없다는 걸 뼛속 깊이 알고 있었다.그는 분노를 참지 않고 서유라의 뺨을 거칠게 내리쳤다.“합법적으로 부부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든 게 사랑이야? 너 같은 더러운 계집애는 맞아야 정신 차리지.”“날 때렸어? 당신 가만 안 둘 거야! 배서준이 널 가만 안 둘 거라고!”서유라는 고통에 얼굴을 감싸 쥐었지만 이내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협박했다.하지만 남도일은 이제 막다른 길에 선 사람이었다.그런 위협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으며 그녀가 울면서 애원할 때까지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한편, 남설아는 조용히 아이의 물건들과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사실 이 결혼은 진작 끝냈어야 했다.아이까지 떠난 마당에 더 이상 붙잡을 이유는 없었다.나은이가 마지막까지 자신을 걱정했다는 걸 떠올리며, 남설아는 이를 악물었다.‘반드시 살아야 해. 그래야 나은이에게 부끄럽지 않지...’마지막으로 몇 년 동안 살던 집을 돌아봤다.그들이 남긴 물건이 사라지자, 집은 오히려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그 순간,

Latest chapter

  • 굿바이 쓰레기   제290화

    “말했잖아요, 전 그런 일 한 적 없다고요!”강연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지금 이건 명백한 조작이에요!”“강연찬 씨, 진정하세요.”형사가 말했다.“저희는 절차에 따라 조사 중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전 제 변호사를 부르겠습니다.”강연찬은 단호하게 말했다.“변호사 도착 전까진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겠습니다.”강연찬의 강경한 태도에 경찰은 더 이상 묻지 못하고 그를 임시 유치장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남설아는 경찰서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다.혹시나 강연찬이 억울한 대우를 받고 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대표님, 너무 걱정 마세요.”곁에 있던 천기준이 위로하듯 말했다.“강연찬 씨는 운도 따르는 분이잖아요. 분명 괜찮으실 겁니다.”“그랬으면 좋겠어요.”남설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제발 큰 고통은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그때, 송우민이 급히 걸어왔다.“남설아!”그가 말했다.“강연찬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찾았어.”“정말?! 너무 잘됐네!”남설아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어디 있어? 얼른 보여줘!”송우민은 준비해온 서류를 그녀에게 건넸다.문서를 받은 남설아는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이건...!”남설아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이게 바로 선배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야!”“맞아.”송우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서류만 있으면 경찰에 정식으로 석방 요청할 수 있어.”“잘됐다!”남설아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지금 바로 가자.”그렇게 두 사람은 그 증거를 들고 사건을 담당한 형사를 찾아갔다.“형사님, 이게 강연찬 씨의 결백을 증명하는 증거입니다.”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당장 풀어주세요.”형사는 서류를 받아 꼼꼼히 읽어보았다.하지만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이게... 이게 어떻게...”형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 자료 어디서 나신 겁니까?”

  • 굿바이 쓰레기   제289화

    남설아는 꿈에도 몰랐다.배서준이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비열해질 줄은.무고한 강연찬을 덫에 빠뜨리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이걸 어쩌면 좋지...”남설아는 마치 불에 달궈진 솥 위의 개미처럼 초조하게 사무실 안을 서성였다.그녀는 누구보다도 강연찬의 성격을 잘 알았다.그런 사람이 기업 기밀을 유출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고 분명 배서준이 꾸민 계략이다.“대표님, 우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천기준이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겁니다. 강연찬 씨를 반드시 구해낼 수 있어요.”“대표님, 지금은 침착하셔야 해요.”천기준이 진정시키려 애썼다.“우선은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그분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요.”남설아가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 송우민이 급히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남설아! 강연찬 잡혀갔다고 들었어. 무슨 일이야?!”들어서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다 배서준 그 비열한 놈이 한 짓이야!”남설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날 무너뜨리겠다고 선배까지 끌어들였어. 기업 기밀 유출 혐의로 덮어씌운 거야. 진짜 너무 뻔뻔하지 않아?!”“그 자식,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거야?!”송우민도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가자. 당장 경찰서로 가서 따져보자. 배서준 그 자식, 자기가 진짜 법 위에라도 있는 줄 아나 본데?”송우민은 말하자마자 남설아의 손을 잡고 나가려 했다.하지만 남설아는 걸음을 멈췄다.“잠깐만.”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지금 당장 달려가는 건 좋지 않아. 그럼 배서준만 신나게 해주는 꼴이야.”“그럼 어쩌자는 거야?”송우민이 물었다.“강연찬이 억울하게 잡혀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그럴 순 없지.”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증거를 찾아야 해. 선배가 억울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증거라니... 어디서 그런 걸 찾는다는 건데?”송우민은 고개를 저었다.“배서준 그 여우가 얼마나 치밀한데.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을 거야.

  • 굿바이 쓰레기   제288화

    “안 돼요!”남설아는 단호했다.“확실한 증거 없이는 누구도 선배 데려갈 수 없어요!”“설아 씨, 이거 지금 공무집행 방해하시는 겁니다!”간호사가 다급해졌다.“상관없어요!”남설아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증거 가져오기 전엔 누구든 손도 못 댈 거예요!”“설아야, 이러지 마.”강연찬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말했다.“잠깐 가서 설명하면 돼. 금방 끝날 거야.”하지만 남설아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그녀의 눈빛엔 여전히 깊은 불신과 걱정이 가득했다.“정말 괜찮아.”강연찬이 조용히 위로하듯 말했다.“여기서 기다려줘. 금방 돌아올게.”“선배”남설아가 뭔가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강연찬이 먼저 말을 이었다.“말 들어.”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나 믿어줘.”남설아는 잠시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응, 기다릴게. 꼭 돌아와.”그렇게 강연찬은 경찰과 함께 병실을 나섰고 남설아의 가슴엔 불안이 가득 밀려들었다.“배서준, 당신의 진짜 비열하고 더러운 짓을 끝까지 봐줄 줄 알았어?”남설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곧장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천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천 비서님, 누가 선배 뒤통수쳤는지 당장 찾아봐요.”남설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세세한 내막까지 다 밝혀야 해요.”“네, 대표님. 지금 바로 조사해보겠습니다.”천기준은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전화를 끊은 남설아의 눈빛은 분노로 불타올랐다.한편, 강연찬이 경찰에게 끌려간 이후 배씨 가문 쪽도 평온하지 않았다.서유라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된 것이다.그녀는 병상에 누운 채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렸다.“서준아... 나 너무 힘들어...”서유라는 배서준의 손을 꼭 쥐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나... 나 정말 죽는 거 아니야?”“무슨 소리야!”배서준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절대 그렇게 안 놔둘 거니까.”“근데...

  • 굿바이 쓰레기   제287화

    배서준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며 모든 책임을 단번에 남설아에게 떠넘겼다.“그 여자한텐 이익밖에 없어. 진심 같은 건 애초에 없었어.”배서준의 목소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지금은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렸고 강연찬 혼자만 멍청하게 그 여자 편에 서 있지. 당연히 제거하고 싶겠지!”“서준아, 혹시... 설아 씨를 오해한 건 아닐까?”서유라가 조심스레 물었다.“강연찬 씨가 다친 것도 정말 단순한 사고였을 수도 있잖아.”“사고?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고가 어딨어!”배서준의 감정은 갈수록 격해졌다.“넌 몰라, 그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 여잔지! 예전에도 나한테 보복하겠다고 우리 딸한테까지 손을 댈 뻔했어! 그런 여자라면 뭐든 할 수 있어!”“서준아, 진정해. 너무 흥분하면 몸 상해.”서유라가 다급히 그를 달래려 애썼다.“내 말은... 그래도 한때 부부였잖아. 뭔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오해? 나랑 그 여자 사이엔 오해 같은 거 없어. 오직 증오뿐이야!”배서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 여자가 내 인생을 망쳤어. 난 절대 용서 못 해!”서유라는 그런 배서준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역시나, 남설아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배서준은 이성을 잃었다.“서준아, 그럼 어떻게 할 거야?”서유라가 물었다.“이대로 설아 씨가 날뛰는 걸 두고만 볼 순 없잖아?”“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배서준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강연찬이 중요하지? 그럼 두 눈 뜨고 그 인간이 무너지는 걸 보게 해주지.”“서준아,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면 안 돼.”서유라는 일부러 걱정스러운 척 말을 보탰다.“강씨 가문도 만만한 가문은 아니잖아. 괜히 건드렸다가...”“걱정 마. 난 계산 다 하고 있어.”하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번엔 반드시 남설아한테 값을 치르게 만들 거야.”서유라는 그의 단호한 눈빛을 보며 입가에 얄미운 웃음을 지었다.‘남설아, 이제 네 차례야. 각오하라고.’한편, 병원 정원에서는

  • 굿바이 쓰레기   제286화

    “지금도 강연찬 씨는 병원에 누워 계세요, 대표님은...”천기준이 망설이다 말끝을 흐렸다.“알고 있어요.”남설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선배는 내가 잘 돌볼게요. 걱정하지 마요.”“대표님, 대표님도 몸 좀 챙기셔야 합니다.”천기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이렇게 계속 버티시면 몸이 먼저 무너집니다.”“알겠어요. 천 비서님은 먼저 들어가요.”남설아가 말했다.“회사 일은 천 비서님이 맡아줘요.”“네, 대표님. 소식 있으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그렇게 천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남설아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강연찬은 잠든 상태였다.그의 고요한 얼굴을 바라보며 남설아는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선배... 고마워.’속으로 말을 걸었다.‘항상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줘서 정말 고마워.’남설아는 수건을 들어 따뜻한 물에 적신 뒤, 강연찬의 이마와 뺨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혹시라도 잠을 깰까 봐 손길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선배, 꼭 빨리 나아야 해.”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하고 싶은 말도, 같이 해야 할 일도 아직 정말 많으니까.”그렇게 밤이 새도록 남설아는 강연찬 곁을 지켰다.다음 날 아침, 강연찬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남설아는 그와 함께 병원 정원을 천천히 산책했다.두 사람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따스한 햇살을 느꼈다.“설아야, 며칠 동안 정말 고마웠어.”강연찬이 말했다.“너 아니었으면 난 지금쯤...”“선배, 그런 말 마.”남설아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날카롭던 평소의 분위기를 거두고 남설아는 조용히 웃었다.“내가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야. 지금은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어.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자고.”이 말에 강연찬은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더는 하지 않았다.그저 눈을 감고 이 평온한 순간을 누렸다.그 시각, 배건 그룹.“남설아, 그 여자 진짜 사람 우습게 보네!”배서준이 책상을 쾅

  • 굿바이 쓰레기   제285화

    병원 안에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 퍼져 있었고 그 기운은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들 만큼 무겁고 침울했다.남설아는 병상 옆에 앉아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강연찬을 바라보며 죄책감과 자책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꼬박 사흘 밤낮을 병실 곁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 탓에 눈엔 실핏줄이 가득하고 얼굴도 많이 수척해졌다.그 사흘 동안, 그녀는 자신과 강연찬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을 떠올렸고 마음속엔 후회와 미안함이 끝없이 밀려들었다.만약 강연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었다.그리고 4일째 되는 아침, 강연찬이 마침내 눈을 떴다.남설아의 수척한 얼굴을 보자 그는 가슴이 아려왔다.“설아야, 너 지금 뭐야, 왜 이렇게까지 됐어...”강연찬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나 이제 괜찮잖아.”“선배, 드디어 깨어났네!”기쁨에 북받쳐 남설아는 눈물을 쏟았다.“정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죽는 줄 알았어.”“바보야,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강연찬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꿈쩍도 하지 않았다.“울지 마. 또 울면 예쁜 얼굴 망가져.”남설아는 눈물 섞인 웃음을 지으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선배,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선배를 이런 일에 끌어들이면 안 됐는데...”“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강연찬은 나직이 말했다.“우린 친구잖아.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 그리고 말이야, 나도 사실 너 때문만은 아니야. 배서준이라는 인간, 나도 예전부터 보기 싫었거든.”그 말을 들은 남설아는 가슴이 찌릿해졌다.강연찬은 그녀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애써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선배, 말하지 말고 푹 쉬어.”남설아가 조용히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그러셨거든. 과다출혈로 회복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응.”강연찬이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너는? 너 요 며칠 거의 못 잤지? 어서 가서 좀 자.”“안 피곤해.”남설아는 고개를 저

  • 굿바이 쓰레기   제284화

    그 말을 들은 서도현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알았어, 누나. 이 일은 나한테 맡겨.”그는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누나가 만족할 만큼 깔끔하게 처리할게.”서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럽게 말했다.“도현이 너라면 믿을 수 있어. 하지만 절대 흔적을 남기면 안 돼.”“걱정 마, 누나.”서도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전문가들이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그렇게 서도현은 조용히 킬러 몇 명을 접선해 남설아를 제거하라고 지시했다.“성공만 하면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그 말에 킬러들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돈 냄새에 눈이 먼 그들은 바로 행동에 나섰다.그들은 남설아를 몰래 따라다니며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한편, 강연찬은 최근 배서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배서준이라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인물이었다.남설아의 안전이 걱정된 강연찬은 그녀 주변의 보안을 은밀히 강화했다.신뢰할 수 있는 경호원들을 붙여 24시간 감시하게 하고 그녀의 집 주변에는 감시 카메라도 설치했다.그리고 결국 암살 시도가 벌어진 날, 킬러들이 남설아의 집 안으로 침입했다.완벽하게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생각한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행동이 이미 감시망에 포착된 줄은 꿈에도 몰랐다.남설아에게 칼끝이 겨누어지려는 순간, 강연찬이 경호원들과 함께 들이닥쳤다.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강연찬은 혼자서도 여러 명을 상대할 만큼의 실력을 지녔기에 전혀 물러섬 없이 킬러들과 싸웠다.경호원들까지 가세하자 상황은 격렬해졌고 결국 킬러들은 모두 제압되었다.남설아는 다치지 않았지만 강연찬은 심하게 부상을 입었다.칼에 복부를 찔렸고 피가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경호원들이 급히 강연찬을 병원으로 이송했고 긴급 수술이 시작됐다.소식을 들은 남설아는 모든 걸 제쳐두고 병원으로 달려갔다.수술실 앞, 그녀는 눈물과 함께 기다림을 견뎠다.가슴은 쿵쾅거리며 터질 듯 뛰었다.‘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해.’그녀는

  • 굿바이 쓰레기   제283화

    배건 그룹의 주가는 끝없이 추락했고 시가총액은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 주주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배서준은 깊은 고민 끝에 결국 남설아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이건 그의 마지막 기회였다. 만약 남설아가 용서해주지 않는다면 그는 진짜 끝장날 것이었다.그는 남설아의 사무실을 찾았다. 한때 이곳은 배서준도 함께 쓰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그저 외부인, 불쑥 찾아온 침입자일 뿐이었다.남설아는 책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손안에 쥐고 있는 사람처럼, 그녀는 놀라울 만큼 평온하고 침착해 보였다“남설아.”입을 열었지만 배서준의 목소리는 몹시 갈라져 있었다.남설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눈빛은 차가웠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왜 왔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물었다. 말투에서도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나... 얘기 좀 하려고 왔어.”배서준은 애써 침착한 척했다.“우리가 아직 무슨 얘기를 더 해야 하죠?”남설아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눈빛엔 조롱이 가득했다.“내가... 예전에 잘못했어.”배서준은 고개를 숙이며 후회의 기색을 보였다.“하지만 지금은 내 잘못을 인정하고 벌도 받았어. 그러니까 나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어?”“봐달라고요?”끝내 남설아는 비웃음을 터뜨렸다.“배서준 씨, 미안하다 한마디로 나한테 준 고통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난...”입을 뗐지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남설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저지른 일들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였다.“당신은 우리 딸을 죽였고 내 인생을 망가뜨렸어요. 나로 하여금 모든 걸 잃게 만들었죠!”남설아의 목소리는 높아졌고 눈빛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냥 한 번만 봐달라고요? 당신이 뭔데요?”“보상할게.”배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나를 용서만 해준다면 뭐든 다 줄게. 배건 그룹도 넘기겠어. 네가 원하면 다 줄 수 있어!”“보상?”남설아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 굿바이 쓰레기   제282화

    두 사람이 달콤한 상상에 빠져 있을 때 배서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배서준은 전화를 받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배 대표님, 큰일 났어요!”전화 너머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인터넷에 갑자기 대표님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폭로됐어요, 지금 이미 난리가 났습니다!”“뭐?!”배서준은 깜짝 놀라며 서둘러 컴퓨터를 켰다.정말로, 인터넷에는 배서준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도배처럼 퍼져 있었다. 사생활 문란, 직권 남용, 상업 사기 혐의 등, 하나하나가 그를 사회적으로 몰락시킬 만큼 심각했다.“이... 이게 무슨 일이야?”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진 배서준은 자신이 이렇게 강력한 공격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준아, 무슨 일이야?”서유라는 배서준의 얼굴이 안 좋아지자 급히 물었다.“문제가 생겼어.”배서준의 목소리가 떨렸다.“누군가 내 불법적인 정보들을 인터넷에 폭로했어.”“뭐?!”서유라도 크게 놀라며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누가 그랬어?”“남설아 그 악질인 여자 말고 누가 있어?”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건 분명 나에게 복수하려는 거야!”“못된 사람, 진짜 끝까지 집착하네?!”서유라도 분노했다.“서준아, 그럼 우리 지금 뭐 해야 해?”“뭘 어떡하긴? 빨리 대처해야지!”배서준이 고함을 질렀다.“언론에 연락해서 이 부정적인 뉴스를 덮어야 해!”“하지만 대표님, 이번 일은 너무 커서 쉽게 덮기 어려울 것 같아요.”비서의 목소리에는 무기력함이 묻어났다.“상관없어! 돈이 얼마나 들든지, 이 부정적인 뉴스는 무조건 덮어야 해!”배서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이것도 못 덮으면 너희들 다 잘려야지!”비서는 배서준의 분노에 놀라 몸을 떨며 급히 대답했다.“네, 대표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비서가 사무실을 떠난 후, 그의 뒤로 욕설이 퍼져 나왔다.처음엔 부부였고 남설아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