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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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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ulis: 목련청

제1화

Penulis: 목련청
“남설아 씨, 모르셨어요? 아이의 병은 유전성 골암이에요. 남은 시간이 길면 두 달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설아 씨 어머님도 이 병으로 돌아가셨죠. 제 생각엔 설아 씨도 정밀 검사를 받으시는 게 좋겠네요...”

남설아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싶었다. 의사의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고 몸이 멈출 수 없이 떨려왔다.

“엄마, 왜 그래요?”

배나은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남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제가 사과할까요?”

남설아는 병상 위 배나은의 깡마른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자신의 전부인 아이의 남은 시간이 겨우 두 달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부모도 가족도 없었고 결혼 생활은 허울뿐이었다. 나은이는 그녀가 살아갈 유일한 이유였다.

남설아는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엄마는 슬프지 않아. 너무 행복해. 나은이가 곧 나을 테니까.”

배나은의 눈이 빛났다.

“정말이요? 너무 좋아요. 아빠는... 오늘 저 보러 올까요?”

맑고 까만 눈에 살짝 기대가 스쳤지만 아이는 금세 고개를 떨궜다. 또 실망할까 봐 기대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 말은 남설아의 가슴을 더 무겁게 짓눌러 고통스럽게 했다.

남설아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말했다.

“올 거야. 엄마가 약속해. 오늘 아빠가 나은이 만나러 꼭 올 거야.”

“정말이에요...?”

아이의 목소리는 불안했고 확신이 없이 되물었다.

남설아는 그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나은이를 낳아준 엄마인 자신이 나은이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네 살짜리 아이는 어른들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평범한 가족의 온기와 아주 조금의 아버지 사랑을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원하는 걸 줄 수 없었다.

“나은아, 엄마가 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꼭 아빠 데려올게. 생일 축하해.”

남설아는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배나은은 환하게 웃었다.

남설아는 아이를 재운 후, 떨리는 손으로 배서준의 비서인 장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배서준 씨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서준 씨한테 제 생각이 바꿨다고 전해주세요.”

잠시의 정적 후, 장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은 지금 서유라 씨 생일을 축하하고 계십니다. 설아 씨, 하실 말씀이 있다면 내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서유라’라는 이름이 들리자 남설아는 목이 막혔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전해주세요.”

전화를 끊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장우진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배서준이 있는 주소를 전해주었다. 바로 연경 호텔이었다.

...

남설아가 도착했을 때, 장우진이 그녀를 맞이하였다.

두 사람이 룸 앞에 도착해 남설아가 들어가기도 전에 안에서 대화가 들려왔다.

“서준이 형, 오늘 우리 누나 앞에서 솔직히 말해봐요. 남설아랑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됐고 애까지 낳았는데 정말 아무 감정도 없어요?”

남설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윽고 들려오는 낮고 차가운 배서준의 목소리에 공기가 얼어붙는 듯싶었다.

“내가 그렇게 비열하고 치사한 여자를 좋아할 리가 있겠어? 그리고... 그 버러지 같은 애? 진짜 내 애인지도 모르잖아. 나한테 다시는 그런 역겨운 물음 묻지 마.”

아무 감정의 기복도 없는 평온한 말투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시가 되어 남설아의 심장을 찔렀다.

배서준이 그녀를 싫어하는 건 괜찮았다. 증오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모욕하고 부정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남설아는 문을 벌컥 열었다. 순간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남설아가 밖에 서 있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배서준은 센터에 앉아있었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배서준은 그녀를 보고 눈빛이 싸늘하게 식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옆에는 화려하게 꾸민 서유라가 앉아있었다. 배서준의 전 여자친구이자 장우진이 전화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서유라’였다.

서유라도 남설아를 보자마자 순간 얼굴이 굳었다.

“설아?”

서유라는 놀란 척 물었다.

“여긴 무슨 일이야? 서준아, 왜 말 안 했어...”

방 안의 사람들은 이미 남설아와 배서준이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유라는 아무렇지 않게 안주인처럼 남설아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배서준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다들 나가...”

서유라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남설아는 배서준의 차가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니... 나가지 말아요. 우리 일은 굳이 숨길 필요 없으니까요. 다들 앉아있어요.”

5년 전이라면 절대 이런 말을 담담하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배서준은 한때 그녀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처참하게 부서진 상처뿐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해 싸우려는 게 아니었다. 오직 아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었다.

서유라는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배서준의 팔뚝을 잡았다.

배서준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 조건은 그대로야. 무슨 조건을 더 추가하고 싶은 거야?”

남설아의 검은 눈동자는 평온했다.

“제 조건은 딱 하나에요. 나은이 곁에서 한 달만 아버지로 있어 줘요. 오늘부터.”

방 안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서유라의 동생, 서도현은 버럭 분노를 터뜨렸다.

“내가 뭐랬어! 이 뻔뻔한 여자가 또다시 서준 형을 붙잡으려는 거잖아! 당초에 이 여자만 아니었으면 우리 누나랑 서준 형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을 이유도 없었어!”

서유라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다급히 서도현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해, 제발...”

하지만 그런 모습일수록 서도현은 더 화가 치밀었다.

“누나! 누나가 우울증으로 몇 년 동안 고생했는데 그걸 보고도 내가 어떻게 화를 안 낼 수가 있어? 형, 이번에도 또 저 여자한테 속아 넘어가려고요?”

배서준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더니 곧바로 남설아에게 향했다.

“그럴 일은 없어.”

그 대답은 남설아가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다.

“저는 재산도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아요. 내 이혼 조건은 딱 하나에요. 한 달 동안 아빠로서 나은이랑 함께 있어 줘요.”

나은이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남설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만약 당신이 이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저는 끝까지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쾅!”

서도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그대로 집어 던졌다.

그릇 조각이 남설아의 치마 위로 튀었다.

“미친년아, 너 양심이라는 게 있긴 해?”

하지만 남설아는 놀라는 기색조차 없이 서늘한 눈빛으로 배서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분했다.

“배서준 씨, 저한테서 벗어나고 싶으면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그게 싫다면 저랑 이혼하려면 앞으로 최소 2년은 계속 얽혀 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나은이랑 한 달만 있어 주면 그 이후에는 바로 이혼 서류에 도장 찍을게요. 절대 시간을 끌지는 않을 거예요.”

배서준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유라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준아, 요구를 들어줘.”

그 말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누나?”

서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서유라는 배서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우리를 위해서야. 난 너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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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06. 07. AM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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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8화

    [배서준: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하지만 절대 용서하지도 않을 거야. 네가 잃은 건 사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인 거야.]짧은 몇 줄뿐이었지만 배서준은 숨이 막혔다.사람의 마음... 예전엔 자신이 가장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가장 가볍게 여겼던 것이었다.편지는 떨리는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지만, 다시 집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그는 그저 멍하니 작은 창문만 바라봤다. 창밖의 오동나무에서 잎이 빙글빙글 돌며 떨어져 땅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그건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계절, 마찬가지로 오동잎이 흩날리던 때였다.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시절도, 그때의 사람도 다시는 없었다.가슴은 텅 빈 듯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없었다. 결국 그는 모든 걸 잃은 패자가 되고 말았다.저녁이 내려앉은 강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 잔디밭, 장미꽃과 불빛이 어우러져 은은한 향과 분위기를 자아냈다.공기에는 꽃향기와 하객들의 잔잔한 대화, 그리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렀다.남설아는 샴페인 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바닥을 스치는 드레스 자락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렸고 조명 아래 한층 더 우아하게 빛났다.그녀는 강연찬의 팔에 팔을 걸고 천천히 레드카펫을 걸어갔다. 그 끝에는 꽃으로 장식된 화려한 아치형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강연찬은 짙은 색 예복 차림으로 한층 더 당당해 보였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남설아를 바라봤고 그 눈빛엔 따스함이 가득했다.모여든 하객들은 대부분 재계에서 이름난 인사들이었다.그들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향했고 호기심과 축복이 함께 담겨 있었다.아치형 문 아래, 강영수는 한복 차림을 하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이 그 앞에 서자 강영수가 힘 있는 목소리로 장내에 인사를 건넸다.“여러분,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는 두툼한 족보를 펼쳐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오늘 우리가 모인 건, 한 가지 큰 경사를 함께 맞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강씨 가문의 족보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

  • 굿바이 쓰레기   제10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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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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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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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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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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