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찬은 남설아가 송우민 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는 남설아와 송우민이 단순한 협력 관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모습에 마음 한편이 쓰라렸다.“설아야, 정말 그렇게까지 송우민을 위해서 할 필요가 있어?”어느 날, 강연찬은 결국 마음속에 있던 의문을 꺼내 놓았다.“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너도 알잖아.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남설아는 문서를 정리하던 손길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강연찬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빠가 걱정하는 거 알아. 하지만 나는 송우민이 배서준한테 무너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송우민은 나를 도와준 사람이고 지금 그 사람을 외면하는 건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하지만 너 자신은 생각 안 해봤어?”강연찬의 목소리에는 깊은 걱정이 묻어 있었다.“배서준은 한을 품으면 절대 그만두지 않는 사람이야. 넌 이미 그 사람을 코너로 몰았어. 이제부터는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알아.”남설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하지만 나는 이미 돌아갈 수 없어. 복수를 결심한 그 날부터 모든 걸 감수할 준비는 돼 있었어.”“설아야...”강연찬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 하자 남설아가 먼저 말을 이었다.“오빠,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남설아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약속할게. 나 자신은 꼭 지킬 거야.”강연찬은 그녀의 웃음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쓰라렸다.남설아의 마음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 바로 나은이의 죽음이 자리하고 있었다.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이상, 남설아의 복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그래, 설아야.”강연찬은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미 결심했다면 내가 도와줄게. 내가 가진 모든 인맥과 자원을 동원해서 너와 함께 배서준에 맞설게.”“정말 고마워, 오빠.”남설아의 눈에는 진심 어린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오빠가 있어 줘서 든든해.”강연찬이 가세하면서 남설아의 복수 계획은 한층 더 탄력을 받았다.그는 자신의 인맥
배서준은 아무 말 없이 서유라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어두운 기운이 어렸다.서유라의 말이 불편하게 들리긴 했지만 동시에 남설아와 송우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서준아, 우리 예전에 함께했던 시간 기억나?”서유라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말을 이어갔다.“그때 우린 정말 행복했잖아. 그런데 남설아가 나타난 이후로 모든 게 변했어.”그 말을 들은 배서준은 갑자기 그녀의 말을 끊었다.“과거 얘기 그만 좀 하면 안 돼?”“나는...”서유라는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터뜨렸다.“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으면 해서 그래. 너무 힘들어. 난 네가 남설아 같은 여자한테 또 상처 입는 걸 보고 싶지 않아.”“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상관하지 말라고 했지!”배서준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네 할 일이나 제대로 해. 내 일에 끼어들지 마.”배서준의 고함에 서유라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배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더 짜증이 치밀었다.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변했는지, 그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너무 지쳐 있었고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이었다.“이제 그만 가봐.”그의 말투는 냉담하고 무심했다.“혼자 있고 싶으니까.”서유라는 배서준의 말에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사무실을 떠났다.그녀가 떠난 뒤, 배서준은 혼자 남은 사무실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남설아와 송우민이 함께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생각할수록 남설아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만 더 강해졌다.“남설아,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거야?”배서준은 낮게 중얼거렸다.“설마 송우민이라는 그 사생아를 진짜 사랑하게 된 거야?”분노가 점점 끓어오르던 배서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설아, 지금 어디야?”전화를 받은 배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회사에 있어요.”남설아의 목소리는
남설아는 책상 앞에 앉아 손에 든 만년필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만년필이 부딪히는 규칙적인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그녀의 이마에는 잔잔한 주름이 잡혀 있었고 무언가 중요한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똑똑 노크 소리가 그녀의 사색을 끊었다.“들어오세요.”남설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문이 열리고 송우민이 들어섰다.그는 남설아의 찌푸린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혹시 아직 내 일로 고민 중인 거야?”남설아는 고개를 들어 송우민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야.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 네 일은 곧 내 일이기도 해.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은 필요 없어.”송우민은 그녀의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이건 내가 찾아낸 배서준에 대한 자료야. 아마 도움이 될 거야.”남설아는 서류를 받아들고 빠르게 훑어보았다. 점점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해갔다.“이 증거들... 어디서 찾은 거야?”“전에 말한 적 있지. 우리 아버지 사건 말이야.”송우민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배서준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사람이지만 완벽하진 않아. 주의 깊게 보면 흔적은 반드시 남기기 마련이지.”남설아는 서류를 덮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 자료들 분명히 쓸모는 있어. 하지만 이걸로는 배서준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없어. 그 사람은 의심이 많고 경계를 잘해서 쉽게 덫에 걸리진 않거든. 확실한 계획이 필요해.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 전략 말이야.”“계획이 있어?” 송우민이 물었다.“전에 얘기한 거 기억나? 서유라를 이용하자는 거.”남설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스쳤다.“이젠 시기가 왔어.”“어떻게 할 건데?”송우민의 눈에는 의심이 비쳤다.“서유라, 그 여자가 그렇게 쉽게 당할 인물은 아닌데.”“알아.”남설아는 차분하게 말했다.“그래서 우리가 미끼를 던져야 해. 그 여자가 스스로 움직이게 할 만큼 달콤한 미끼를.”“미끼?”송우민은 더 혼란스러워졌다.“무슨 미끼를 말하는 거야
예전에 송우민한테 두 번이나 거절당했지만, 서유라가 일부러 퍼뜨린 소문으로 그의 마음을 정말 돌릴 줄은 예상치 못했다.서유라는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민 씨, 듣기로 요즘 좀 힘든 일 겪고 있다던데 혹시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요?”송우민은 서유라를 바라보며 속으로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했다.“유라 씨, 소문 참 빠르시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돼.”“우민 씨, 왜 그렇게 거리 둬요.”서유라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우린 친구잖아요. 친구끼리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그리고 우민 씨랑 남설아 씨 사이가 특별한 사이라고 들었어요. 내가 도와드리는 게 어쩌면 그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죠.”“오?”송우민은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유라 씨, 그 말이 무슨 뜻이지?”“모르는 척하지 말아요.”서유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우민 씨가 남설아 씨를 좋아한다는 거 나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여자는 지금 배서준을 증오하고 있죠. 만약 우민 씨가 나를 도와서 배건 그룹을 되찾게 해준다면 나도 그 여자를 다시 배서준 곁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요. 그러면 우민 씨에게도 기회가 생기겠죠?”송우민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이 여자는 여전히 똑같군. 목적을 위해선 뭐든 하는 타입이지.’하지만 그런 태도는 그에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원하던 대로 잘 맞아떨어졌다.“그쪽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송우민은 일부러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나는 남설아와 그냥 친구일 뿐이야. 오해하지 마.”“거짓말 말아요.”서유라는 단호하게 말했다.“그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남설아 씨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말이에요. 나를 도와주세요. 그러면 반드시 원하는 걸 얻게 해드릴게요.”송우민은 잠시 침묵했다. 마치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보였다.서유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우민 씨,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이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남설아는 서유라가 이미 덫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그렸다.“역시, 그 여자는 끝까지 참지 못했네.”“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송우민이 물었다.“이제 서유라를 통해 배서준한테 가짜 정보를 흘리게 할 거야.”남설아가 말했다.“배서준이 우리 내부에 문제가 생긴 줄 착각하게 만들어서 경계를 늦추도록 해야지.”“그런데 서유라가 우리 말을 쉽게 믿을까?”송우민은 의아해했다.“그 여자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니잖아.”“걱정 마, 이미 다 준비해놨어.”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천 비서님 쪽은 이미 얘기 끝났고 우리한테 협조하기로 했어.”“천 비서?”송우민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그 사람하고 언제 연락했어?”“네가 서유라 만나러 간 그때.”남설아가 말했다.“천 비서님은 한때 배서준 사람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우리 쪽으로 돌아섰어.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그랬구나.”송우민은 감탄하듯 말했다.“역시 이미 다 계산하고 있었네.”“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 괜히 있는 게 아니야.”남설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배서준은 자기가 똑똑하다고 착각하고 남 얘기는 듣지도 않는 사람이야. 약점만 제대로 건드리면 반드시 무너뜨릴 수 있어.”“그럼 이제 재미있는 구경만 남았겠네.”송우민이 웃으며 말했다.“아니, 진짜 재미는 지금부터야.”남설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배서준, 이번엔 당신이 가진 걸 전부 잃게 해줄게.”며칠 뒤, 천기준은 일부러 회사 신사업 관련 ‘기밀 문서’를 서유라가 자주 드나드는 장소에 흘려두었다.예상대로 서유라는 그 문서를 발견했고 보물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즉시 그 내용을 배서준에게 전달했다.“아침에 막 손에 넣은 자료야.”서유라는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설아 씨 회사의 신사업 계획서인데 우리가 먼저 치고 들어가면 반드시 이길 수 있어!”배서준은 문서를 건네받아 꼼꼼히 살펴보았다.이마엔 주름이 깊게 잡혔고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걱정 마, 서준아.”서유라는 단호하게 말했다.“이번엔 꼭 설아 씨한테 대가를 치르게 만들 거야!”배서준은 서유라가 넘긴 정보를 바탕으로 남설아를 겨냥한 일련의 계획을 세웠다.회사 전체의 자원을 총동원하며 전면전을 준비했다.하지만 그는 전혀 몰랐다. 이 모든 게 남설아가 짜놓은 함정이라는 걸.기밀이라던 정보는 전부 남설아가 의도적으로 서유라에게 흘린 것들이었고 그 목적은 단 하나, 배서준을 덫에 빠뜨리는 것이었다.남설아는 자신이 준비한 판에 점점 빠져드는 배서준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배서준, 당신은 여전히 너무 순진해.”혼잣말하듯 조용히 중얼거렸다.“이번엔 제대로 깨닫게 해줄게. 네가 졌다는 걸 말이야.”“대표님,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 중입니다.”천기준이 들어서며 공손히 말했다.“배 대표님은 서유라한테 받은 정보들을 완전히 믿고 지금 회사 전력을 총동원해서 맞대응 준비에 들어갔습니다.”“좋아요.”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송우민한테 전해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라고.”“네.”천기준은 명령을 받들고 돌아섰다.그는 배건 그룹 내에서 남설아가 심어놓은 ‘눈’이자 ‘귀’였다.그날도 천기준은 평소처럼 문서를 하나 슬쩍 전달하며 말했다.“대표님, 이건 최근 배 대표님의 자금 흐름 내역입니다.”천기준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지금 비밀리에 자금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반격을 준비하는 것 같아요.”문서를 받아 훑어보던 남설아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예상보다 배서준의 움직임이 빠른 걸 보니 위기감을 감지한 것 같았다.“알겠어요. 잘했어요.”남설아는 고개를 들며 천기준에게 말했다.“계속 주시해요. 움직임이 보이면 즉시 보고해주고요.”“네, 대표님.”천기준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섰다.그렇게 천기준을 보내고 난 뒤, 남설아는 곧바로 송우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야.”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배서준이 지금 자금을 모으고 있어. 반격할 작정인 것 같아. 우리 쪽도 속도 올려야 해.”“
남설아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영향력 있는 몇몇 언론사들과 접촉했고 배건 그룹의 각종 비리와 관련된 정보를 흘렸다.그 내용은 천기준이 이전에 수집해둔 자료들로 탈세와 뇌물 수수 등의 정황이 담겨 있었다.곧이어 배서준과 배건 그룹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고 순식간에 여론은 들끓었다.배서준은 대중의 비난을 한몸에 받으며 회사 주가도 또 한 번 폭락했다.“저 남설아, 진짜 악착같이 달라붙는군!”배서준은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서준아, 너무 화내지 마.”서유라가 옆에서 달래듯 말했다.“이건 그냥 루머야. 우리가 제대로 해명하면 금방 잠잠해질 거야.”“해명? 뭘로 해명해?”배서준이 목소리를 높였다.“지금 사람들은 이미 다 믿어버렸어.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고!”“그럼 어떡하지?”서유라도 점점 불안해졌다.“진짜 이렇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 해?”“난 절대 그렇게 안 놔둘 거야!”배서준의 눈빛이 살기 어린 듯 빛났다.“이번엔 반드시 남설아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줄 거야!”그 시각, 송우민 쪽에서도 소식이 전해졌다.그는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몇몇 은행과 접촉했고 결국 은행들은 배서준에게의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그 결과, 배서준의 자금줄이 완전히 끊겨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비서가 허둥지둥 뛰어 들어오며 외쳤다.“은행 쪽에서 갑자기 대출을 전부 끊어버렸습니다. 자금 흐름이 완전히 막혔습니다!”“뭐라고?”배서준이 벌떡 일어났다.“그게 무슨 말이야?”“저도 정확한 건 모르겠습니다만...”비서는 다급하게 말했다.“은행 쪽에서 최근 저희 회사 관련 악성 보도가 너무 많아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합니다.”“젠장!”배서준은 분노에 차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이건 분명히 남설아 짓이야!”“그럼 이제 어떡하죠?”비서는 조심스레 물었다.“자금이 없으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전부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생각 좀 하게..
남설아는 서유라가 배서준을 배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꽤 놀랐다.‘그렇게 독한 여자일 줄은 몰랐는데...’“서유라, 정말 다시 보게 되네.”남설아는 송우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배서준까지 배신할 줄은 몰랐어. 그 여자는 이익 앞에서는 누구든 버릴 수 있는 사람이야.”송우민은 냉정하게 말했다.“배서준이 더는 쓸모없다고 판단했으니까 바로 등을 돌린 거지.”“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남설아가 물었다.“혹시 우리가 꾸민 계획을 배서준한테 흘릴 수도 있지 않을까?”“그럴 가능성은 없어.”송우민은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와서 입을 열면 자기도 같이 무너지는 거야. 지금 그 여자는 물러설 데가 없어.”“다행이네.”남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한 걸음 더 앞서간 셈이야.”한편, 배서준은 서유라가 송우민과 몰래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그는 서유라를 찾아가 따져 물었다.“서유라, 대체 왜 그랬어?”배서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배신감이 뒤섞여 있었다.“왜 날 배신했냐고!”“아니야!”서유라는 억울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서준아, 오해야. 내가 왜 널 배신하겠어?”“이제 와서 발뺌해?”배서준은 분노를 터뜨렸다.“내 눈으로 봤어. 송우민이랑 만나는 것도, 몰래 얘기하는 것도! 내가 바보로 보여?”“서준아,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서유라는 다급하게 해명하려 애썼다.“내가 송우민을 만난 건 널 도우려고 그랬던 거야.”“서준아, 정말 오해하고 있어. 난 절대 널 배신한 게 아니야.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일은 다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거야!”서유라는 울먹이며 말을 이었고 그 모습을 본 배서준은 순간 자신이 오해한 건 아닐까 흔들렸다.그는 이를 악물고 서유라를 끌어안았다.“미안해, 내가 너무 흥분했어.”배서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요즘 정신이 너무 없어. 나중에 꼭 제대로 보상할게.”그러자 서유라는 고개를 저으며 착한 척 말했다.“괜찮아, 서준아. 나 다 이해하고 있
그는 줄곧 자신과 남설아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생각해왔지만 지금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강연찬이 회복되자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특히 남설아는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한편, 멀리 리조트에 머무르고 있던 서유라는 무척 불안하고 초조했다.서도현은 자신이 보낸 사람들이 전부 체포되어 한 명도 빠짐없이 구속되었다는 정보를 이미 입수했다. 남설아가 다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다친 사람마저 회복되었으니 그동안 벌인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되고 만 것이다.“뭐라고? 강연찬이 회복했다고?”서유라의 목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로웠다.“그 사람들이 엄청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여자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남설아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여자잖아. 그런데도 그 여자 하나 못 건드려서 이 지경이 된 거야? 돈을 그렇게 많이 받고는 뭐 하겠다는 거야? 적은 돈이 아니었잖아.”서도현은 배서준의 감시를 피해 몰래 리조트 안으로 숨어들어와 서유라와 만났다.그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누나, 나도 최선을 다했어. 그놈들이 이런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이렇게 쓸모없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그래도 다행인 건 그놈들이 입이 무지하게 무겁다는 거야. 지금껏 한마디도 안 했어. 나도 계속 지켜볼 거니까 우리한테 불똥이 튀게 두진 않을 거야.”“쓸모없는 놈들! 전부 다 쓸모없어!”서유라는 온몸을 떨며 분노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어 바닥에 힘껏 내던졌다.“이제 어떡해? 강연찬이 회복됐다고? 혹시 이 일을 남설아한테 말하면 어쩌려고? 남설아가 알게 되면, 나는...”“누나, 진정해봐.”서도현은 급히 달래며 말했다.“강연찬이 회복됐다고 해도 우리가 한 짓이라는 증거는 없어. 게다가 그 킬러들은 내가 따로 구한 사람들이라서 우리랑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없어.”“그래도...”서유라는 여전히 불안했다.“남설아 그 여자는 워낙 교묘해서 무슨 단서라도 찾아내게 되면 우리는 순식간에
“알겠어.” 송우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희가 그렇게 말한다면 따를게.”“우민아, 고마워.” 남설아가 말했다.“네가 얼마나 복수를 원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우리는 냉정해야 해. 감정에 휘둘리면 안 돼.”“응, 알아.” 송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너희 계획에 최선을 다해 도울게.”“좋아.”남설아가 미소 지었다.“우린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야.”세 사람은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더 논의한 후,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연회가 끝난 후, 남설아는 사무실로 돌아와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때 강연찬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설아야, 우유 좀 마시고 일찍 쉬어.”강연찬이 우유를 건네며 말했다.“요즘 너무 무리하고 있어. 몸을 챙겨야지.”“응, 고마워, 오빠.”남설아가 우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오빠도 일찍 쉬어.”“난 안 피곤해.” 강연찬이 말했다.“너 일 마칠 때까지 같이 있어 줄게.”“괜찮아, 오빠. 몸도 아직 완벽히 회복된 건 아니잖아. 푹 쉬는 게 좋아.”남설아가 말했다.“이 서류들은 나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어.”“그래도 옆에 있어 줄게.”강연찬이 말했다.“너도 너무 늦지 않게 마무리하고 쉬어.”“응, 알겠어.”강연찬이 나간 뒤에도 남설아는 계속해서 일을 처리했다.그녀는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더 강해져야만 배서준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나은이를 위해 복수할 수 있었다.깊은 밤이 되어서야 남설아는 마침내 모든 서류를 정리했다.그녀는 기지개를 켜면서 창가로 가서 불빛이 번쩍이는 도시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나은아, 보고 있어?”남설아는 혼잣말처럼 속삭였다.“엄마가 반드시 복수할 거야. 기다려줘.”다음 날, 남설아는 이른 아침부터 회사에 출근했다.그녀는 회사의 핵심 팀을 소집해 다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여러분, 우리 그동안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남설아가 말했다.“배건 그룹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지만
“선배...”남설아는 강연찬을 바라보며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송우민은 두 사람 사이의 다정한 분위기에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기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연회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중, 남설아가 잔을 들어 모두와 함께 축하의 건배를 하려는 찰나 강연찬이 재빨리 손을 내밀어 그녀를 막았다.“설아야, 요즘 너무 무리했잖아. 술은 좀 줄여.”강연찬의 목소리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남설아는 그의 따뜻한 눈빛을 마주하며 마음이 포근해졌다.하여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대신 주스를 들었다.“알겠어. 선배 말 들을게.”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그 광경을 본 송우민은 잔을 들고 조용히 다가왔다.“남설아, 내가 한 잔 올릴게.”송우민은 잔을 들며 말했다.“이번 성공, 정말 축하해.”남설아는 주스를 들고 잔을 맞댔다.“고마워, 우민아.”남설아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네 도움이 없었으면 이렇게 빠르게 결과를 얻진 못했을 거야.”“우린 친구잖아. 서로 도와야지.”송우민은 웃으며 말했다.“근데 정말 대단하다. 네가 이렇게 멋진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우민아, 너무 띄우지 마.”남설아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웃었다.“운이 좋았을 뿐이야.”“그건 아니지.”송우민은 단호히 말했다.“너의 실력, 결단력, 배짱, 모두 내가 본 사람들 중 최고야.”“그 얘기는 그만하고...”남설아는 말을 돌리며 미소 지었다.“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해보자.”“좋아.”송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설아, 내 생각엔 지금이 기회야. 우리가 배건 그룹을 한 방에 무너뜨리고 배서준한테 확실하게 복수해야 해!”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집념이 가득했다.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배서준을 단죄하고 싶은 듯했다.그러나 강연찬은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난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왜?”송우민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배건 그룹은 거의 끝장난 상태잖아. 이
“서준아, 나 너무 힘들어...”서유라는 침대에 누운 채 핏기없는 얼굴로 힘없이 중얼거렸다.“유라야, 어디 아파?”깜짝 놀란 배서준은 침대로 다가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온몸이 다 불편하고 아파...”서유라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의사 부를게!”배서준은 급히 몸을 일으키며 나가려 했다.“안 돼...”하지만 서유라가 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의사 부르지 마. 나 병원 가기 싫어...”“근데 지금 상태가... 그냥 둘 수 없잖아.”배서준은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정말 괜찮아. 그냥... 네가 곁에 있어 주면 돼...”서유라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어, 옆에 있을게.”그렇게 배서준은 서유라의 손을 살며시 잡고 말했다.“아무 데도 안 갈게. 여기서 널 지킬 거야.”“응...”서유라는 그의 품에 기대며 살짝 웃었고 그 입가엔 희미하지만 분명한 만족감이 스쳐 지나갔다.배서준은 서유라의 달콤한 말과 애정 어린 행동에 완전히 빠져 있었고 그녀의 진짜 속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었다.한편, 남설아의 세심한 간호 아래 강연찬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그는 점차 회사 일에도 다시 참여하기 시작했고 남설아와 함께 나란히 전선에 서며 경영에 힘을 보탰다.그 사이 남설아는 잇따라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따내며 사업적으로 완전한 전성기를 맞이했다.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성과가 이어졌고 배건 그룹은 연일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이러한 성과를 기념하고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남설아는 대규모의 축하 연회를 열기로 했다.연회는 고급 호텔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고 현장은 화려하게 꾸며졌으며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직원들은 모두 정장을 차려입고 참석했고 모두의 얼굴엔 성취와 기쁨이 가득했다.그들은 서로 잔을 부딪치며 축하했고 성공의 기쁨을 나누었다.남설아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한가운데에 서서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천기준은 조용히 배서준의 현재 상황과 결정을 남설아에게 전했다.“대표님, 이제 배 대표님은 완전히 사방에서 외면당하고 있습니다.”천기준의 말투에는 깊은 체념과 실망이 묻어났다.“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그 여자 곁에 붙어 있으려 하네요.”“후, 그야말로 자업자득이죠.”남설아는 비웃듯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자기가 아직도 예전처럼 뭐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착각하나 본데 지금의 배서준은 그냥 여자한테 정신 팔린 멍청이일 뿐이에요.”“대표님,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천기준이 물었다.“지금처럼 그 사람이 회사에 없는 틈이야말로 우리가 움직일 절호의 기회입니다.”“당연히 병들었을 때는 끝장내는 게 기본이죠.”남설아의 눈빛엔 싸늘한 결의가 번뜩였다.“이젠 그 인간도 잃는 게 뭔지 뼈저리게 느껴봐야 해요.”“역시 대표님답습니다.”천기준이 말했다.“지시하신 대로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좋아요.”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듯 말했다.“기억해요. 이번엔 반드시 속전속결로, 숨 돌릴 틈도 주지 마요.”“네, 대표님!”남설아와 송우민이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배건 그룹의 위기는 한층 더 깊어졌다.남설아의 회사는 굶주린 늑대처럼 배건 그룹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고 원래 배건 그룹 쪽에서 따냈던 주요 프로젝트들마저 차지해버렸다.그 결과, 배건 그룹의 주가는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대폭 줄어들었으며 고객사들은 잇따라 이탈했고 사내 분위기는 혼란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주주들의 손실은 상상을 초월했고 배서준에 대한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배서준, 진짜 쓸모없네!”“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어떻게 대표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지?”“당장 끌어내려야 해!”“그래! 더는 회사 말아먹게 놔두면 안 돼!”분노한 주주들의 외침은 마치 화산처럼 폭발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천기준은 그 상황을 남설아에게 보고했고 남설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계속 감시해요. 그 둘이 무슨 짓을
천기준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깊은 무력감에 휩싸였다.소파에 앉은 배서준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고민에 잠겨 있었고 서유라는 그의 곁에 꼭 붙어 앉아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대표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천기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지금 회사 상황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더 늦기 전에 돌아가셔서 직접 수습하셔야 합니다. 이러다 진짜 배건 그룹이 무너집니다!”“근데 유라가 지금 몸이 안 좋아. 어떻게 이럴 때 내가 유라를 혼자 두고 가겠어.”배서준의 말투에는 깊은 피로와 한숨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대표님...”천기준이 설득을 이어가려던 순간, 서유라가 조용히 말을 가로막았다.“서준아, 천 비서님 탓하지 마.”서유라의 목소리는 마치 곧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나약했다.“회사 일이 중요한 건 나도 알아. 그냥 돌아가. 난 괜찮아.”“유라야, 무슨 소리야.”배서준은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제일 중요한 건 네 건강이야. 내가 어떻게 널 놔두고 가.”“그래도...”서유라의 눈가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내가 네 일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해.”“바보야, 너 하나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어.”배서준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회사 일은 내가 방법을 찾을게.”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천기준은 속으로 실소를 터뜨렸다.‘정말 기가 막히네. 내가 본 배 대표님 중에 제일 한심한 버전이야. 예전엔 그렇게 단호하고 냉정했던 사람이 이젠 여자가 곁에만 있으면 정신줄을 놓고 있잖아.’“대표님, 진짜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천기준은 다시 입을 열었다.“주주들은 이미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어요. 계속 이렇게 계시면 정말로 해임당합니다!”“알아, 나도 알아.”배서준은 초조한 듯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렇지만 유라가...”“서준아, 돌아가.”서유라가 조용히 말했다.“나 혼자서도 괜찮아.”“유라야, 너 지금...”배서준은 놀란 눈으로 서유라를 바라봤다.“정말
“네.”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해요. 이 일은 최대한 시끄럽게 만들어요. 배서준이 모두의 표적이 되도록 말이에요.”“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천기준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남설아는 사무실에 홀로 남아 싸늘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봤다.‘배서준, 당신이 의리를 저버렸으니 나도 더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곧이어 배서준이 리조트에서 서유라와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소문이 각종 언론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배서준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무능하다’, ‘책임감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배서준, 진짜 너무하네!”“회사는 지금 무너지고 있는데 밖에서 여자나 만나고 앉았어?”“이런 사람을 어떻게 대표 자리에 앉혔는지 이해가 안 가.”“저 사람한테 회사를 맡긴 게 큰 실수였지.”“이참에 그냥 물러나게 해야 돼!”결국 회사는 긴급 주주총회를 소집했다.얼마 전, 배서준이 자신의 자금을 담보로 위기를 넘기겠다고 한 뒤 감쪽같이 사라졌고,오히려 남설아가 한발 물러나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간신히 버텨온 상황이었다.하지만 정작 의사결정을 할 실권자는 자리에 없고 남은 이사들은 완전한 권한도 없는 상태라 회사 운영은 갈수록 마비되어가고 있었다.거기에 이번 스캔들까지 터지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이게 지금 어느 땐데 여자를 챙겨?! 본인 위치도 잊었나?!”“천 비서님, 배 대표님 떠나기 전에 천 비서님한텐 아무 말도 안 하고 갔어요?”천기준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사실 함께 일한 지 오래됐지만 배서준이 모든 걸 공유하진 않았다.“지금 당장 리조트로 가서 배 대표님 데려와요!”한 이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든 끌고 와야 해요. 회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네, 이사님.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천기준은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답했다.‘정신적으로 남 대표님한테 매일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두 사람을 만나러 내가 가야 한다고? 이게 대체 무
“서준아, 제발 이번만은 내 말 들어줘, 응? 그냥 나를 위해서 우리 미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잠깐이라도 푹 쉬면 안 돼?”서유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배서준을 올려다봤다.그 애처로운 눈빛에 배서준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렸다.“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결국 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유라는 곧장 환하게 웃으며 배서준을 꼭 껴안았다.“역시 나를 제일 아껴주는 사람은 서준이 너야.”배서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안아주었지만 눈빛은 복잡하기만 했다.회사의 상황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남설아와 송우민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거세졌고 배건 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 중이었다.시장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고 내부는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대로라면 배건 그룹은 정말 그의 손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서유라의 모습을 보면 차마 그녀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배서준의 가슴속은 끝없는 갈등과 번민으로 뒤엉켰고 도대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었다.그때, 그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이번엔 천기준이었다.배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배 대표님, 도대체 언제 돌아오실 겁니까?”천기준의 목소리엔 조급함과 절박함이 가득 묻어났다.“지금 회사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에요. 주주들도 다 대표님만 기다리고 있습니다!”“나, 나도 지금...”배서준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서유라가 손을 뻗어 전화기를 낚아챘다.한편, 천기준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통화 종료’ 소리에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리찍을 듯 내려놓으며 이를 악물었다.“이 서유라란 여자는 정말 재앙이라니까!”천기준은 이를 갈듯 말했다.“배 대표님도 왜 저 여자 말만 듣는 건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나?”곁에 있던 다른 비서도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천 비서님,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주주들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죠?”“설명할 방법이 어딨어요...”천기준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
“네, 송 대표님!”모두가 힘찬 목소리로 외쳤고 회의실 안은 결의에 찬 열기로 가득 찼다.송우민의 지휘 아래 남설아의 회사는 굶주린 늑대처럼 배건 그룹의 시장을 거침없이 잠식해 들어갔다.배건 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크게 줄어들며 내부 분위기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흩어진 조직력에 동요하는 임직원들 사이로 불만이 번졌고 결국 주주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배서준에게 줄줄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배 대표님, 도대체 언제 돌아오실 겁니까?”한 주주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회사 상황이 완전히 개판이에요! 더 늦으면 정말 끝장납니다!”“맞아요, 대표님! 이대로 가다간 정말 회복 불가능합니다!”또 다른 주주도 강하게 덧붙였다.“지금 당장 돌아와서 진두지휘하셔야 합니다!”끊임없이 쏟아지는 전화에 배서준은 머리를 싸매고 이마를 짚었다.그 역시 당장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문제는 서유라였다.그녀는 절대 그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서준아, 가지 마...”서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운 채 배서준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나 너무 힘들어. 옆에 있어 줘야 버틸 수 있어.”“유라야, 네가 힘든 거 알아. 하지만 회사도 지금...”배서준은 난처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몰라! 나한테 중요한 건 네가 곁에 있어 주는 거야! 너 없이 나는 단 하루도 못 버텨!”서유라는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그런 말 하지 마.”배서준은 가슴 아프다는 듯 그녀를 껴안았다.“널 내버려 두고 갈 수 없지. 하지만 회사 쪽 상황도 정말 더는 미룰 수가 없어.”“결국 날 버릴 거지? 날 두고 가겠다는 거잖아!”서유라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며 말했다.“내 몸은 누가 챙겨? 나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해... 넌 가면 안 돼!”“유라야, 그러지 마.”결국 배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좋아, 당분간은 여기 있을게. 회사 일은 전화랑 화상회의로 처리할 테니까 괜찮지?”“진짜지?”서유라는 눈물로 젖은 눈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