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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Author: 목련청
“나는 그냥 여자는 가정에 더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서유라는 약간 우쭐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결국 남편 뒷바라지하고 아이 잘 키우는 게 여자의 본분이잖아.”

“유라 씨 생각은 꽤 보수적이네.”

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 그럼 설아 씨는 여자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보는 거야?”

서유라는 다소 공격적인 어조로 물었다.

“여자는 자립심을 가지고 자기 일과 꿈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남자에게 의지하거나 남자의 부속품이 되어서는 안 되지.”

“설아 씨 생각 참 특이하네.”

서유라는 차가운 비웃음을 지었다.

“근데 나는 여자가 너무 강한 것도 별로라고 생각하거든.”

“강한 게 나쁘고 약한 건 좋은 건가?”

남설아가 되물었다.

“유라 씨는 자신이 어떤 쪽이라고 생각해?”

“나는...”

서유라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만해, 유라야. 그만 말해.”

배서준이 더는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 끼어들었다.

“사람마다 각자의 선택이 있는 거고 우리는 그걸 존중해야 해.”

“서준아, 나는 그냥...”

서유라는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배서준이 말을 잘랐다.

“됐어, 그만하자.”

배서준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우리 저쪽 가보자.”

서유라는 배서준이 화가 난 걸 눈치채고 입을 닫았다.

그녀는 남설아를 노려보듯 쏘아보더니 배서준을 따라 자리를 떴다.

남설아는 그런 서유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서 회장 부부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서 회장님, 사모님, 제가 하나 제안해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들어보실 의향 있으신가요?”

남설아가 말했다.

“오? 무슨 제안인가요?”

서기찬이 흥미롭게 물었다.

“저는 두 분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남설아는 차분하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 프로젝트는...”

그녀는 자세하게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고 서 회장 부부는 그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남 대표님의 아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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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회장님, 사모님, 과찬이세요.”남설아가 겸손하게 말했다.“그냥 가볍게 내린 것뿐이에요.”“남 대표 너무 겸손하시네.”서기찬이 말했다.“이건 아무렇게나 내려서 나올 맛이 아니야. 확실히 기본기와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그러게요, 설아 씨.”차혜미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차 내리는 솜씨가 정말 대단해요. 제가 제자로 들어가고 싶어질 지경이에요.”“사모님, 또 농담하시네요.”남설아가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다.“이런 사소한 재주가 어찌 사모님의 눈에 찰 수 있겠어요?”“설아 씨가 너무 겸손하신 거예요.”차혜미는 찻잔을 바라보며 더욱 남설아에게 호감을 드러냈다.“차를 이렇게 잘 내리시는 걸 보니 정말 감탄밖에 안 나와요.”“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남설아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유라는 마음속에 질투심이 더욱 불타올랐다.남설아가 이렇게까지 다도에 능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자신이 의도한 모욕은커녕 오히려 남설아는 그 자리에서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칭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서유라는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설아 씨의 다도 실력 정말 대단하네. 그런데 듣기로 다도도 여러 유파가 있다고 하던데 설아 씨는 어느 쪽이야?”그녀는 남설아의 다도를 비하하려는 의도로 체계 없는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암시하고자 했다.“특정 유파를 따로 배우진 않았어.”남설아는 침착하게 말했다.“그저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내 느낌에 따라 우려내는 것뿐이야.”“그래?”서유라는 다시 비웃듯 말했다.“그럼 설아 씨만의 파가 생긴 거네? 대단해.”그녀는 남설아만의 파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며 남설아의 다도가 비전문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유라 씨, 또 농담하네.”남설아는 작게 웃으며 조롱이 섞인 말투로 답했다.“나는 그냥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일 뿐이야. 감히 한 유파라니.”“남 대표님 너무 겸손하세요.”차혜미가 곧장 나섰다. 그녀는 서유라의 말에 담긴 악의를 알아차리고

  • 굿바이 쓰레기   제312화

    “고마워.”남설아가 말했다.“설아 씨, 예전에 서준이 곁에 있을 때도 이렇게 늘 꾸미고 다녔어?”서유라가 불쑥 물었다. 말투에는 살짝 떠보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남설아가 한때 배서준의 곁에 있었던 시절을 언급하며 남설아의 과거를 상기하려 했다.남설아는 서유라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유라 씨, 농담이 지나치네. 그때의 나는 그저 서준 씨의 아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했을 뿐이야.”“그래?”서유라는 다소 우쭐한 말투로 말했다.“나는 설아 씨가 차를 따라주고 시중드는 데 능한 줄 알았어. 내조를 하는 데는 정성이 필요하잖아?”그녀는 차를 따라주고 시중든다는 것을 일부러 강조해서 말하며 남설아를 모욕하려 했다.“유라 씨 말이 맞아. 내조를 하는 데는 정말 정성이 필요해.”남설아는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는 사업을 하는 데 더 능한 편이야.”“그래?”서유라는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오늘 설아 씨가 잘해야겠네. 여기 모인 분들 다 업계 내로라하는 분들이니까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겠어.”“걱정해줘서 고마워, 유라 씨.”남설아는 작게 미소 지으며 빈정거림이 담긴 말투로 답했다.“하지만 나는 유라 씨를 실망하게 할 일은 없을 거야.”“그래야지.”서유라는 속으로 비웃으며 남설아가 뭘 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듯 말했다.“설아 씨, 차 따르는 데 능하다니까 오늘 여기서 차 한 번 내려보지?”서유라가 제안했다. 말투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묻어 있었다.“여기 좋은 차도 있고 멋진 다기 세트도 있어. 설아 씨의 손재주로는 딱 어울릴 것 같네.”그녀는 손재주라는 말을 다시금 강조하여 말하며 남설아를 하찮은 시중 드는 사람으로 몰아가려 했다.하지만 남설아는 그런 의도를 바로 눈치챘음에도 전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도전을 받아들였다.“좋아, 유라 씨가 이렇게 운치 있는 제안을 하니 한 번 해볼게.”남설아는 여유 있는 말투로 대답했다.“다만 한 가

  • 굿바이 쓰레기   제311화

    연회장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손님들은 잔을 부딪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수정 샹들리에는 부드러운 빛을 뿜어내며 연회장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남설아와 강연찬이 연회장 중앙에 모습을 드러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뒤 춤을 추기 시작했다.강연찬은 부드럽게 남설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를 이끌며 연회장에서 빙그르르 돌았다.남설아의 스텝은 가볍고 우아했으며 마치 나비가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그녀는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드레스 자락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살랑거리며 활짝 핀 제비꽃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호흡은 놀라울 만큼 잘 맞았고 모든 동작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그들의 춤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었고 단숨에 연회장의 중심이 되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배서준은 남설아의 모습을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강연찬의 품에서 행복한 미소를 띠며 춤을 추는 남설아를 바라보며 설명하기 힘든 질투와 상실감에 사로잡혔다.“서준아, 뭘 그렇게 보고 있어?”서유라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오며 배서준은 생각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배서준의 달라진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함을 느꼈다.“아무것도 아니야.”배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감정을 감추려 애썼다.“서준아, 혹시 아직도 남설아 생각하고 있는 거야?”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말투에는 질투심이 스며 있었다.“아니야.”배서준은 날카롭게 부인했다.“서준아,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서유라는 약간 서운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네 마음속에 아직 그 여자가 있는 거 알아.”“유라야,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마.”배서준의 말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터무니없는 소리 아니야.”서유라는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며 말했다.“서준아, 혹시 후회하는 거야? 나랑 있는 거 후회해?”“유라야, 그런 거 아니야.”배서준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들며 말했다.“후회하는 건 아니야. 그냥... 머릿속이 좀 복잡해.”그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무척 심란했다.“서준

  • 굿바이 쓰레기   제310화

    “나는 그냥 여자는 가정에 더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유라는 약간 우쭐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결국 남편 뒷바라지하고 아이 잘 키우는 게 여자의 본분이잖아.”“유라 씨 생각은 꽤 보수적이네.”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그래? 그럼 설아 씨는 여자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보는 거야?”서유라는 다소 공격적인 어조로 물었다.“여자는 자립심을 가지고 자기 일과 꿈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남자에게 의지하거나 남자의 부속품이 되어서는 안 되지.”“설아 씨 생각 참 특이하네.”서유라는 차가운 비웃음을 지었다.“근데 나는 여자가 너무 강한 것도 별로라고 생각하거든.”“강한 게 나쁘고 약한 건 좋은 건가?”남설아가 되물었다.“유라 씨는 자신이 어떤 쪽이라고 생각해?”“나는...”서유라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만해, 유라야. 그만 말해.”배서준이 더는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 끼어들었다.“사람마다 각자의 선택이 있는 거고 우리는 그걸 존중해야 해.”“서준아, 나는 그냥...”서유라는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배서준이 말을 잘랐다.“됐어, 그만하자.”배서준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우리 저쪽 가보자.”서유라는 배서준이 화가 난 걸 눈치채고 입을 닫았다.그녀는 남설아를 노려보듯 쏘아보더니 배서준을 따라 자리를 떴다.남설아는 그런 서유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서 회장 부부와의 대화에 집중했다.“서 회장님, 사모님, 제가 하나 제안해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들어보실 의향 있으신가요?”남설아가 말했다.“오? 무슨 제안인가요?”서기찬이 흥미롭게 물었다.“저는 두 분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남설아는 차분하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그 프로젝트는...”그녀는 자세하게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고 서 회장 부부는 그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남 대표님의 아이디

  • 굿바이 쓰레기   제309화

    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배서준과 서유라를 한번 훑고 지나갔다.“정말 우연이네.”“배 대표님, 요즘 회사는 잘 돌아가시죠?”강연찬이 배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럭저럭요.”배서준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다행이네요.”강연찬은 짧게 웃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주변 공기가 어색해졌다.“자, 다 같이 한잔하시죠.”서기찬이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앞으로의 좋은 협력을 위해!”“건배!”사람들은 일제히 잔을 들어 마셨다.파티는 계속 이어졌고 남설아와 강연찬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많은 이들이 다가와 인사를 나누고 함께 협력할 기회를 엿보려 했다.배서준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서준아, 무슨 생각해?”서유라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깨뜨렸다.“아무것도 아니야.”배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었다.“우리 저쪽도 좀 둘러보자.”“응.”서유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배서준이 도망가기라도 하는 듯 배서준의 팔을 꼭 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녔지만 끝내 이 열기 속에 어울리지는 못했다.배서준은 이미 마음이 떠 있었고 시선은 자꾸만 남설아 쪽으로 향했다.반면 서유라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주변의 시선과 부러움을 즐기며 자부심에 젖어 있었다.남설아는 능숙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뛰어난 사교 능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드러냈고 강연찬은 항상 그녀 곁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서유라는 그런 광경을 보며 더욱 만족스러워했다.배서준의 팔을 끼고 있는 자신이 마치 이 파티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하지만 차혜미가 자신에게는 형식적인 인사만 건네고 남설아에게는 유난히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불쾌한 기분이 들고 질투심이 일었다.“사모님, 남설아 씨랑 오래 알고 지내셨어요?”서유라는 조심스레 떠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네, 설아 씨와는 좀 됐죠.”차혜미는 예의를 갖춰 대답했지만 더 이상 깊이 말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설

  • 굿바이 쓰레기   제308화

    차 안으로 돌아온 서유라는 여전히 드레스를 고른 기쁨에 들떠 있었다.“서준아, 우리 이번 파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커플이 되지 않을까?”그녀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그럴 거야.”배서준이 대답했지만, 말투에는 영혼이 없었다.“다행이네.”서유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준아, 네가 이렇게 같이 와줘서 정말 좋아.”그녀는 배서준의 어깨에 기대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배서준은 말없이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계속 남설아의 모습이 떠올랐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파티 당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행사장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분위기 또한 고급스럽고 활기찼다.남설아와 강연찬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서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남설아는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자태를 뽐냈고 강연찬은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여유롭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두 사람은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었고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남 대표님, 강 대표님, 파티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서 회장 부부가 반갑게 맞이했다.“서 회장님, 사모님, 축하드립니다.”남설아가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남 대표님께서 참석해 주시다니 저희가 정말 영광이에요.”서 회장의 부인인 차혜미가 남설아의 손을 잡으며 따뜻하게 말했다.“별말씀을요, 사모님.”남설아가 정중하게 답했다.“이분이 바로 강 대표님이시죠?”서기찬이 강연찬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서 회장님.”남설아가 소개했다.“저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좋은 친구인 강연찬 대표님이에요.”“강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서기찬이 손을 내밀었다.“반갑습니다, 서 회장님.”강연찬은 예의를 갖춰 악수했다.“두 분 안으로 들어가시죠. 자리를 미리 준비해두었어요.”서기찬이 손짓했다.“감사합니다.”남설아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세 사람은 함께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조금 떨어진 곳에 배서준과 서유라도 행사장

  • 굿바이 쓰레기   제307화

    배서준은 서유라가 들뜬 모습으로 웃고 있는 걸 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괜히 불편하고 답답했다.그는 말없이 남성복 코너로 가서 대충 눈에 들어오는 정장을 집어 들었다.“손님, 정말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건 저희 매장에서 가장 최근에 들어온 신상이에요. 이탈리아산 원단으로 수제 재단된 제품이라 고객님 체형에 정말 잘 어울리실 거예요.”점원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배서준은 아무 말 없이 검은색 정장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정장을 갈아입고 거울을 바라본 그는 문득 거울 속 자기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저 사람이 정말 내가 맞아?’한때 야망으로 가득하고 세상을 거머쥘 듯 당당했던 배서준은 이제는 서유라의 기대와 기준에 맞춰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보였다.“서준아, 다 입었어?”서유라가 탈의실 밖에서 재촉했다.“응.”배서준은 문을 열고 나왔다.“와, 서준아, 너 이 정장 입으니까 진짜 멋있다.”서유라는 마치 영화 속 배우를 보는 듯 눈에 감탄이 가득했다.“진짜 영화배우 같아.”배서준은 가볍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유라가 이런 말들을 듣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이걸로 할게.”배서준은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매장 입구 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남설아와 강연찬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눈이 마주친 순간,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배서준의 시선은 남설아에게 고정되었고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남설아는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드레스는 그녀의 몸매를 자연스럽게 살려주었고 살짝 올려 묶은 머리 사이로 드러난 목선과 쇄골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그녀는 마치 한 송이 활짝 핀 제비꽃 같았다. 요란하지 않지만, 눈에 띄는 아름다움이었다.배서준의 가슴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그녀의 당당함과 여유는 서유라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강 대표님과 설아 씨도 드레스 고르러

  • 굿바이 쓰레기   제306화

    “그날 같이 가자.”“응.”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배서준 역시 서 회장 부부가 주최하는 파티의 초대장을 받았다.그는 원래 서유라와 함께 참석해 둘의 관계와 입지를 보여줄 생각이었다.“유라야, 서 회장 부부가 비즈니스 파티를 연대. 우리 둘 다 초대했어.”배서준은 초대장을 들고 서유라에게 말했다.“같이 갈래?”“당연히 가야지.”서유라는 웃으며 말했다.“이런 기회에 좋은 인맥도 많이 만들 수 있잖아.”“그래.”배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같이 가자.”“응.”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서준아. 넌 정말 다정해.”서유라는 배서준의 품에 기대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배서준은 남설아도 그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피어올랐다.“뭐? 남설아도 간다고?”배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네, 대표님.”천기준이 답했다.“서 회장 부부가 남 대표님도 초대했답니다.”배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설아가 강연찬과 함께 파티에 나타나는 모습을 상상하자 괜히 기분이 불편해졌다.“서준아, 무슨 일 있어?”서유라는 그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고 물었다.“아니야.”배서준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남설아가 올 줄은 몰랐어.”“오면 어때.”서유라가 말했다.“우리가 남설아를 무서워할 이유는 없잖아.”“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야.”배서준이 대답했다.“그냥...”그는 어떻게 얘기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그저 가슴이 무척 답답했다.“됐어, 너무 신경 쓰지 마.”서유라가 달래듯 말했다.“우리 둘이 함께 가서 보여주자. 우리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그래, 그게 좋겠다.”배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유라야, 네가 있어서 정말 든든해.”서유라는 배서준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서준아, 이런 자리에는 내가 같이 가야지.”그녀는 부드럽게 말하며 따뜻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네 연인이니까 함께 이겨내야 할 책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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