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8화

Author: 목련청
남설아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그녀가 아직은 무력한 상태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설아는 줄곧 집에서 아이를 키우느라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적이 오면 막고 물이 넘치면 둑을 쌓으면 돼. 이건 꼭 되갚아야겠어.”

남설아는 주먹을 꽉 쥐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이런 일에 연연할 사람이 아니었다.

배씨 가문의 재산 따위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배서준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눈앞에서 그들의 아이가 죽어가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배나은을 잃게 만든 장본인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까지 무력하다면 자신은 어머니로서의 자격도 없었다.

‘배서준이 가장 아끼는 것이 ‘이익’이라면 그걸 하나씩 빼앗아주겠어. 가장 소중한 걸 빼앗아버린 뒤, 그 사람한테 대체 뭐가 남는지 끝까지 지켜보겠어.’

남설아의 결연한 눈빛을 확인한 강연찬은 그제야 안심했다.

내심 그녀가 마음 약해질까 걱정했으니 말이다.

“좋아. 그럼 조심해. 난 먼저 간다. 회사에 회의가 있어서.”

핸드폰을 확인한 강연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말에 남설아는 순간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설마 서준 씨가 오빠를 압박하는 거야?”

“그 녀석한테 그럴 힘은 없어.”

강연찬은 비웃듯이 낮게 웃었다.

배건 그룹이 대단하긴 해도 그들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연찬은 여전히 잘 살아 있지 않은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남설아는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다.

햇살처럼 밝게 웃던 그 소년이 말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게 바뀐 것 같지만 또 많은 게 그대로였다.

강연찬이 떠나고 곧바로 배서준이 도착했다.

그를 보는 순간 남설아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여긴 왜 온 거예요?”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배나은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이 남자가 얼마나 불길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감히 나은이 앞에 설 자격이 있기나 해?’

“지금 회사가 여론 압박을 받고 있어. 네가 나와서 해명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굿바이 쓰레기   제49화

    “X발!”남설아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욕설을 내뱉었다.이 세상에 이렇게까지 뻔뻔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말을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거지?’과거의 남설아라면 참았을 것이다.모든 걸 속으로 삭이고 묵묵히 감내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아니다.남설아는 망설임 없이 물리적으로 공격했다. 거침없이 손을 휘둘러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인 것이다.그리고 그의 멱살을 단단히 움켜쥐었다.그러고는 있는 힘껏 끌어당겨 배나은의 영정 앞에 그를 내던졌다.“똑바로 봐요. 나은이를 보고도 당신이 방금 했던 말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어요?”배서준은 예상치 못한 힘에 순간 당황했다.그녀가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마주한 배나은의 사진, 맑고도 천진난만한 웃음을 한 아이가 영정 속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오히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때 치료를 했더라도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뿐이었어.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잖아. 살아 있었다 해도 결국 고통뿐이었을 거야.”“맞아요, 나은이는 고통스러웠죠.”남설아는 그의 말을 끊고 차갑게 응수했다.하지만 그녀가 덧붙인 말은 완전히 달랐다.“하지만 그 고통은 병 때문이 아니었어요. 바로 당신 때문이었지!”“나은이가 가장 힘들었던 이유는 당신 같은 인간이 아빠였기 때문이에요!”“당신이 대체 뭔데 나은이의 운명을 결정해요? 무슨 권리로?”남설아는 있는 힘껏 그의 옷깃을 움켜쥐며 분노를 터뜨렸다.그녀는 배서준이 자신을 증오하는 것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단 하나,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자신의 딸에게조차 이렇게 냉정할 수 있는지 말이다.그럼에도 배서준은 미동도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리고 마침내 배서준이 입을 열었다.“내가 아빠니까.”‘뭐?’이 말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남설아의 온몸이 굳었다.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했었다.수십, 수백 개의 대답을 예

  • 굿바이 쓰레기   제50화

    “배건 그룹 일? 난 신경 안 써요. 온라인에서 무슨 난리가 나든 그것도 상관없어요.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따위 해명? 나랑 아무 관련 없어요!”“당신이 스스로 한 짓이잖아요. 그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당신이 감당해야지!”“내기에서 졌으면 깨끗이 인정하고 물러나. 사랑이랍시고 방종한 대가, 이제 당신도 치를 때가 됐어.”남설아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비수처럼 날아갔다.그 말 속에는 단 한 점의 감정도 없었다.오직 차가운 냉소와 경멸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그녀는 이제 이 남자에게 철저히 절망했고 완전히 질려버렸다.한때 그는 체면을 위해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애써 다가가며 ‘다정한 부부’인 척 연기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한심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남설아, 후회하지 마.”배서준은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다.그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이 여자가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이 모든 행동이 결국 자신을 붙잡기 위한 발악일 뿐이라고.“네가 협조만 한다면 당장은 이혼을 얘기하지 않아도 돼.”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듯한 말을 던졌다.하지만 남설아는 더 이상 몇 년 전의 순진한 바보가 아니었다.그의 속셈이 뻔히 보였다.여전히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얼마나 한심하고 가소로운 착각인지 배서준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이혼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뭐겠어요? 바로 지분 때문이잖아요. 할아버지의 유언, 당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내 앞에서 연극을 한 거예요?”“그동안 나랑 부부로 사는 게 그렇게 끔찍했으면서 돈 때문에 참고 견뎌 줬다 이거죠?”남설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치 비수가 되어 배서준의 가면을 산산조각냈다.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비웃음이 가득했다.“참 대단하네요. 당신 정말 대단해요.”“그렇게까지 참고 버티면서 살아왔으니 참

  • 굿바이 쓰레기   제51화

    배나은의 장례식이 이미 끝난 지 오래지만 남설아의 마음은 여전히 배나은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지도 몰랐다. 배나은이 떠나지 않고 여전히 곁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아까 서준 씨가 했던 말... 혹시 나은이도 듣고 있었을까?’남설아는 아이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닦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은아, 착한 우리 나은이. 상처받지 마, 저 사람 헛소리하는 거야. 엄마 눈에는 우리 나은이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쁜 아이야. 엄마는 정말 행복했어, 네 엄마가 될 수 있어서.”“나은아,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 그런데 넌 왜 한 번도 엄마 꿈에 오지 않는 거니? 혹시 엄마를 원망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정말 네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아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지만 남설아에게 시간은 그저 무능한 돌팔이였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배나은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숨이 막힐 듯 괴로웠다.아이의 사진을 꼭 끌어안고 남설아는 한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한참이 지나서야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녀는 부모님의 위패 앞에도 향을 올렸다.“엄마, 아빠. 어릴 때부터 저한테 착하게 살라고 하셨죠. 그래서 지금까지 착하게 심지어는 바보처럼 살아왔어요. 모든 일에 정성을 다했는데... 그런데 왜, 왜 이런 결말이 된 거죠?”“왜 제가 사랑한 사람은 저를 사랑하지 않았고, 왜 제가 붙잡고 싶은 사람은 끝내 잡을 수 없었을까요?”“엄마, 아빠... 죄송해요. 이제는 더 이상 착하게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아이를 위해서라도 복수할 거예요. 저와 나은이의 것을 반드시 되찾을 거예요.”배씨 가문의 것이든 아니든 남설아는 한 번도 탐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배나은을 위해서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걸 되찾을 것이었다.부모님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며 절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남설아의 눈빛은 한층

  • 굿바이 쓰레기   제52화

    시간을 확인한 남설아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컴퓨터를 켜고 데이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이 데이터들은 모두 강연찬이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배건 그룹의 최근 5년간 경영 및 재무 상황은 물론 배서준이 외부에서 운영하는 몇몇 자회사들의 수상한 움직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비록 자료를 건네주긴 했지만 강연찬은 그 어떤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는 걸 남설아는 알고 있었다.만약 이 정도 자료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다면 배서준과 겨뤄볼 자격조차 없었다. 손에 쥐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분도 결국 빼앗길 것이 뻔했다.대학교 시절, 남설아는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특히 데이터 분석은 그녀의 특기였다. 비록 결혼 후 몇 년간 가정에 묶여 있었지만 기본기는 여전했다. 그래서인지 자료를 검토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료 속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역시나 배서준은 그동안 헛되이 바깥에서 움직인 게 아니었다.그는 이미 충분히 세력을 키워 놓았고 그렇기에 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돌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이러니까 할아버지가 유언장을 바꿨다는 걸 알면서도 저토록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남설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배서준에게 치밀한 계획이 있을지 몰라도 남설아에게도 그에 맞설 방법이 있었다.이처럼 이사회에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일을 꾸몄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땐 단순히 평판이 나빠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콩밥을 먹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묵직했던 남설아의 가슴이 한결 시원해졌다.다음 날 오전 9시.천기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저희와 친분이 있는 몇몇 언론사는 이미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반드시 올 거야.”배서준은 손에 쥔 라이터를 굴리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이미 충분히 말했고 제시한 조건도 그 정도면 부족함이 없었다.그러나 천기준은 여전히 불안한 듯 고민하다가 조심스

  • 굿바이 쓰레기   제53화

    단 한 마디가 현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이런 방식의 폭로는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특히 최전선에서 뛰는 기자들은 마치 본능적으로 셔터를 미친 듯이 눌러댔다.그제야 배서준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역시나 그에게 있어 중요한 건 오직 자신의 이익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심지어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 있어도 상관하지 않는 인간이었다.“남설아, 미쳤어?”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내뱉으며 남설아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하지만 그녀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이 차갑게 손을 뿌리치고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모두 세상에 공개했다.“저희는 결혼 후 딸을 하나 낳았습니다. 이름은 배나은. 그리고 얼마 전 우리 딸이 세상을 떠났죠. 하지만 아이가 병실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배서준 씨는 연인과 함께 1억 2000만 원 어치의 불꽃놀이를 터뜨리며 축하하고 있었습니다.”“아내로서 남편이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다는 것, 그건 제가 무능했던 탓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로서 제 아이가 이렇게 억울하게 떠나는 걸 두고 볼 순 없습니다.”한 마디 한 마디가 강렬하게 꽂혔다.이 자리에 있는 언론사들은 대부분 배건 그룹과 가까운 곳들이었다. 그래서 배서준의 행태를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폭로를 듣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지겠다는 뜻인가?’“남설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여러분, 믿지 마세요! 충격이 너무 커서 제정신이 아닌 겁니다!”배서준은 황급히 남설아의 손목을 붙잡고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오늘 현장에는 그가 부른 언론사들만 있는 게 아니었고 강연찬이 따로 준비한 기자들도 있었다.그녀가 한 말들은 단 두 시간 안에 온라인을 뒤덮을 것이고 그때쯤이면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다.배서준이 얼마나 추악하고 천박한 인간인지.그렇게 해서 그를 끝장낼 것이었다.배나은을 위해서 그

  • 굿바이 쓰레기   제54화

    남설아는 마지막 말을 남긴 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배서준이 자신을 붙잡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신경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으니 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배씨 가문의 추문은 온라인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홍보팀이 전력을 다해 진화하려 해도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배씨 가문의 더러운 진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떠들썩해졌다.곧이어 온라인에서는 관련자들이 나서서 추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네티즌들이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사건의 시간대를 정리하고 인물 관계를 분석하고 심지어는 배씨 가문의 숨겨진 비밀까지 파헤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마치 누가 먼저 재벌가의 비리를 폭로할 수 있을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했다.이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는 걸 보니 강연찬이 뒤에서 움직였다는 게 확실했다.그녀는 피식 웃으며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 자회사들부터 정리해야겠어.”전화를 받은 강연찬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문 너머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에 남설아는 순간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전화를 끊고 문을 열자 바로 앞에 서 있는 강연찬과 눈이 마주쳤다.그가 너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 혹시 환영을 보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반가워하는 기색으로 그녀는 전화를 끊으며 물었다.강연찬은 별말 없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허름한 방을 둘러본 그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집을 하나 구해놨어. 지금 당장 이사해야 해. 지금 위험한 건 배서준만이 아니라 너도 마찬가지야. 여기 보안은 엉망이야. 너 혼자 지내기엔 너무 위험해.”남설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렇게 좋은 기회에 강연찬은 배서준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데만 집중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 먼저 자신을 챙기러 왔다는 사실이 의외였다.오랜 세월

  • 굿바이 쓰레기   제55화

    “돌아서 가.”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지금은 엮이고 싶지 않았고 빨리 배서준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진 않은데?”강연찬은 코웃음을 치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팔짱을 낀 채 배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그는 가볍게 비아냥댔다.“배 대표님,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나 있나요? 뭐 하는 거죠? 혹시 증거라도 모으러 온 겁니까? 본인이 불륜 저지른 게 맞다는 증거?”배서준은 그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대신 곧장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설아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내려.”“안 내려요.”남설아는 단호했다.더 이상 이 남자에게 순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서준 씨, 우리 이미 이혼했어요.”“이혼서류에 도장 안 찍었으니까 아직 아냐.”배서준은 짜증을 억누르며 다시 말했다.“우리는 아직 부부야. 그러니까 넌 나랑 같이 가야 해.”이 말에 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는 결혼이라는 관계가 구속이라며 거부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는 그 관계를 핑계 삼아 자신을 붙잡으려고 한다?결혼이라는 줄에 묶여 있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그녀 혼자뿐이었다.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배서준은 철저한 이기주의자였고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인간이라는 것을.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부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있는 힘껏 차 문을 닫아버렸다.문이 세게 닫히는 순간, 배서준의 손이 문틈에 낀 것이 보였다.그리고 곧이어 ‘악’ 하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렸다.그 소리에 남설아는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그 순간, 강연찬이 지체 없이 차에 올라타더니 곧바로 엑셀을 밟았다.모든 동작이 하나로 이어진 듯 깔끔했다.그리고 차가 빠르게 멀어지는 동안 뒤늦게 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삼키던 배서준이 본 것은 오직 그들의 차량이 남긴

  • 굿바이 쓰레기   제56화

    하지만 지금은 배나은도 없다. 아이가 없는 이상 남설아와 배서준 사이는 이제 정말로 끝이 난 거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께 약속한 일도 결국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서준을 놓아줄 수는 있어도 배건 그룹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배건 그룹은 사실 배서준과 큰 관계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온 힘을 다해 일궈낸 기업이었고 아버지 세대가 피땀 흘려 운영해온 곳이었으니 말이다.그리고 배서준은 그저 거저 얻은 것뿐이었다. 그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까지 죄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이렇게 생각하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남설아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배씨 가문이었다.배서준과 결혼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배씨 가문의 인정이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오직 할아버지만이 그녀를 아껴줬을 뿐. 배서준의 부모는 늘 해외에서 생활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소문이라도 들었는지 급히 돌아와 그녀를 심문하려는 모양이었다.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예상대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저녁, 본가에서 저녁 먹자.”“어머님, 저희 이미 이혼했는데요.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처음으로 남설아가 반기를 들었다.그전까지는 배씨 가문에서 무슨 말을 하든 묵묵히 따랐지만 이번만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녀의 예상대로 상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한 번도 자신에게 대들지 않던 며느리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겠지.’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상대의 냉랭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쏟아졌다.“남설아, 주제 파악 좀 해. 오늘 저녁 안 오면 밥상도 안 차릴 거야.”그러더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차피 남설아는 올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담긴 태도였다.남설아는 끊어진 전화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지었다.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배서준이 사람을 이토록 무시하는 태도를 어디서 배웠는지.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유심 칩을 빼내더니 잠시 망설이며 한숨을 쉬었다.“이 번호, 내

Latest chapter

  • 굿바이 쓰레기   제302화

    그는 줄곧 자신과 남설아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생각해왔지만 지금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강연찬이 회복되자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특히 남설아는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한편, 멀리 리조트에 머무르고 있던 서유라는 무척 불안하고 초조했다.서도현은 자신이 보낸 사람들이 전부 체포되어 한 명도 빠짐없이 구속되었다는 정보를 이미 입수했다. 남설아가 다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다친 사람마저 회복되었으니 그동안 벌인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되고 만 것이다.“뭐라고? 강연찬이 회복했다고?”서유라의 목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로웠다.“그 사람들이 엄청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여자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남설아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여자잖아. 그런데도 그 여자 하나 못 건드려서 이 지경이 된 거야? 돈을 그렇게 많이 받고는 뭐 하겠다는 거야? 적은 돈이 아니었잖아.”서도현은 배서준의 감시를 피해 몰래 리조트 안으로 숨어들어와 서유라와 만났다.그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누나, 나도 최선을 다했어. 그놈들이 이런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이렇게 쓸모없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그래도 다행인 건 그놈들이 입이 무지하게 무겁다는 거야. 지금껏 한마디도 안 했어. 나도 계속 지켜볼 거니까 우리한테 불똥이 튀게 두진 않을 거야.”“쓸모없는 놈들! 전부 다 쓸모없어!”서유라는 온몸을 떨며 분노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어 바닥에 힘껏 내던졌다.“이제 어떡해? 강연찬이 회복됐다고? 혹시 이 일을 남설아한테 말하면 어쩌려고? 남설아가 알게 되면, 나는...”“누나, 진정해봐.”서도현은 급히 달래며 말했다.“강연찬이 회복됐다고 해도 우리가 한 짓이라는 증거는 없어. 게다가 그 킬러들은 내가 따로 구한 사람들이라서 우리랑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없어.”“그래도...”서유라는 여전히 불안했다.“남설아 그 여자는 워낙 교묘해서 무슨 단서라도 찾아내게 되면 우리는 순식간에

  • 굿바이 쓰레기   제301화

    “알겠어.” 송우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희가 그렇게 말한다면 따를게.”“우민아, 고마워.” 남설아가 말했다.“네가 얼마나 복수를 원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우리는 냉정해야 해. 감정에 휘둘리면 안 돼.”“응, 알아.” 송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너희 계획에 최선을 다해 도울게.”“좋아.”남설아가 미소 지었다.“우린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야.”세 사람은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더 논의한 후,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연회가 끝난 후, 남설아는 사무실로 돌아와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때 강연찬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설아야, 우유 좀 마시고 일찍 쉬어.”강연찬이 우유를 건네며 말했다.“요즘 너무 무리하고 있어. 몸을 챙겨야지.”“응, 고마워, 오빠.”남설아가 우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오빠도 일찍 쉬어.”“난 안 피곤해.” 강연찬이 말했다.“너 일 마칠 때까지 같이 있어 줄게.”“괜찮아, 오빠. 몸도 아직 완벽히 회복된 건 아니잖아. 푹 쉬는 게 좋아.”남설아가 말했다.“이 서류들은 나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어.”“그래도 옆에 있어 줄게.”강연찬이 말했다.“너도 너무 늦지 않게 마무리하고 쉬어.”“응, 알겠어.”강연찬이 나간 뒤에도 남설아는 계속해서 일을 처리했다.그녀는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더 강해져야만 배서준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나은이를 위해 복수할 수 있었다.깊은 밤이 되어서야 남설아는 마침내 모든 서류를 정리했다.그녀는 기지개를 켜면서 창가로 가서 불빛이 번쩍이는 도시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나은아, 보고 있어?”남설아는 혼잣말처럼 속삭였다.“엄마가 반드시 복수할 거야. 기다려줘.”다음 날, 남설아는 이른 아침부터 회사에 출근했다.그녀는 회사의 핵심 팀을 소집해 다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여러분, 우리 그동안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남설아가 말했다.“배건 그룹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지만

  • 굿바이 쓰레기   제300화

    “선배...”남설아는 강연찬을 바라보며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송우민은 두 사람 사이의 다정한 분위기에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기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연회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중, 남설아가 잔을 들어 모두와 함께 축하의 건배를 하려는 찰나 강연찬이 재빨리 손을 내밀어 그녀를 막았다.“설아야, 요즘 너무 무리했잖아. 술은 좀 줄여.”강연찬의 목소리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남설아는 그의 따뜻한 눈빛을 마주하며 마음이 포근해졌다.하여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대신 주스를 들었다.“알겠어. 선배 말 들을게.”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그 광경을 본 송우민은 잔을 들고 조용히 다가왔다.“남설아, 내가 한 잔 올릴게.”송우민은 잔을 들며 말했다.“이번 성공, 정말 축하해.”남설아는 주스를 들고 잔을 맞댔다.“고마워, 우민아.”남설아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네 도움이 없었으면 이렇게 빠르게 결과를 얻진 못했을 거야.”“우린 친구잖아. 서로 도와야지.”송우민은 웃으며 말했다.“근데 정말 대단하다. 네가 이렇게 멋진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우민아, 너무 띄우지 마.”남설아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웃었다.“운이 좋았을 뿐이야.”“그건 아니지.”송우민은 단호히 말했다.“너의 실력, 결단력, 배짱, 모두 내가 본 사람들 중 최고야.”“그 얘기는 그만하고...”남설아는 말을 돌리며 미소 지었다.“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해보자.”“좋아.”송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설아, 내 생각엔 지금이 기회야. 우리가 배건 그룹을 한 방에 무너뜨리고 배서준한테 확실하게 복수해야 해!”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집념이 가득했다.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배서준을 단죄하고 싶은 듯했다.그러나 강연찬은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난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왜?”송우민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배건 그룹은 거의 끝장난 상태잖아. 이

  • 굿바이 쓰레기   제299화

    “서준아, 나 너무 힘들어...”서유라는 침대에 누운 채 핏기없는 얼굴로 힘없이 중얼거렸다.“유라야, 어디 아파?”깜짝 놀란 배서준은 침대로 다가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온몸이 다 불편하고 아파...”서유라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의사 부를게!”배서준은 급히 몸을 일으키며 나가려 했다.“안 돼...”하지만 서유라가 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의사 부르지 마. 나 병원 가기 싫어...”“근데 지금 상태가... 그냥 둘 수 없잖아.”배서준은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정말 괜찮아. 그냥... 네가 곁에 있어 주면 돼...”서유라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어, 옆에 있을게.”그렇게 배서준은 서유라의 손을 살며시 잡고 말했다.“아무 데도 안 갈게. 여기서 널 지킬 거야.”“응...”서유라는 그의 품에 기대며 살짝 웃었고 그 입가엔 희미하지만 분명한 만족감이 스쳐 지나갔다.배서준은 서유라의 달콤한 말과 애정 어린 행동에 완전히 빠져 있었고 그녀의 진짜 속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었다.한편, 남설아의 세심한 간호 아래 강연찬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그는 점차 회사 일에도 다시 참여하기 시작했고 남설아와 함께 나란히 전선에 서며 경영에 힘을 보탰다.그 사이 남설아는 잇따라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따내며 사업적으로 완전한 전성기를 맞이했다.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성과가 이어졌고 배건 그룹은 연일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이러한 성과를 기념하고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남설아는 대규모의 축하 연회를 열기로 했다.연회는 고급 호텔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고 현장은 화려하게 꾸며졌으며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직원들은 모두 정장을 차려입고 참석했고 모두의 얼굴엔 성취와 기쁨이 가득했다.그들은 서로 잔을 부딪치며 축하했고 성공의 기쁨을 나누었다.남설아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한가운데에 서서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 굿바이 쓰레기   제298화

    천기준은 조용히 배서준의 현재 상황과 결정을 남설아에게 전했다.“대표님, 이제 배 대표님은 완전히 사방에서 외면당하고 있습니다.”천기준의 말투에는 깊은 체념과 실망이 묻어났다.“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그 여자 곁에 붙어 있으려 하네요.”“후, 그야말로 자업자득이죠.”남설아는 비웃듯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자기가 아직도 예전처럼 뭐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착각하나 본데 지금의 배서준은 그냥 여자한테 정신 팔린 멍청이일 뿐이에요.”“대표님,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천기준이 물었다.“지금처럼 그 사람이 회사에 없는 틈이야말로 우리가 움직일 절호의 기회입니다.”“당연히 병들었을 때는 끝장내는 게 기본이죠.”남설아의 눈빛엔 싸늘한 결의가 번뜩였다.“이젠 그 인간도 잃는 게 뭔지 뼈저리게 느껴봐야 해요.”“역시 대표님답습니다.”천기준이 말했다.“지시하신 대로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좋아요.”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듯 말했다.“기억해요. 이번엔 반드시 속전속결로, 숨 돌릴 틈도 주지 마요.”“네, 대표님!”남설아와 송우민이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배건 그룹의 위기는 한층 더 깊어졌다.남설아의 회사는 굶주린 늑대처럼 배건 그룹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고 원래 배건 그룹 쪽에서 따냈던 주요 프로젝트들마저 차지해버렸다.그 결과, 배건 그룹의 주가는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대폭 줄어들었으며 고객사들은 잇따라 이탈했고 사내 분위기는 혼란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주주들의 손실은 상상을 초월했고 배서준에 대한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배서준, 진짜 쓸모없네!”“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어떻게 대표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지?”“당장 끌어내려야 해!”“그래! 더는 회사 말아먹게 놔두면 안 돼!”분노한 주주들의 외침은 마치 화산처럼 폭발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천기준은 그 상황을 남설아에게 보고했고 남설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계속 감시해요. 그 둘이 무슨 짓을

  • 굿바이 쓰레기   제297화

    천기준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깊은 무력감에 휩싸였다.소파에 앉은 배서준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고민에 잠겨 있었고 서유라는 그의 곁에 꼭 붙어 앉아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대표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천기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지금 회사 상황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더 늦기 전에 돌아가셔서 직접 수습하셔야 합니다. 이러다 진짜 배건 그룹이 무너집니다!”“근데 유라가 지금 몸이 안 좋아. 어떻게 이럴 때 내가 유라를 혼자 두고 가겠어.”배서준의 말투에는 깊은 피로와 한숨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대표님...”천기준이 설득을 이어가려던 순간, 서유라가 조용히 말을 가로막았다.“서준아, 천 비서님 탓하지 마.”서유라의 목소리는 마치 곧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나약했다.“회사 일이 중요한 건 나도 알아. 그냥 돌아가. 난 괜찮아.”“유라야, 무슨 소리야.”배서준은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제일 중요한 건 네 건강이야. 내가 어떻게 널 놔두고 가.”“그래도...”서유라의 눈가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내가 네 일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해.”“바보야, 너 하나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어.”배서준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회사 일은 내가 방법을 찾을게.”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천기준은 속으로 실소를 터뜨렸다.‘정말 기가 막히네. 내가 본 배 대표님 중에 제일 한심한 버전이야. 예전엔 그렇게 단호하고 냉정했던 사람이 이젠 여자가 곁에만 있으면 정신줄을 놓고 있잖아.’“대표님, 진짜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천기준은 다시 입을 열었다.“주주들은 이미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어요. 계속 이렇게 계시면 정말로 해임당합니다!”“알아, 나도 알아.”배서준은 초조한 듯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렇지만 유라가...”“서준아, 돌아가.”서유라가 조용히 말했다.“나 혼자서도 괜찮아.”“유라야, 너 지금...”배서준은 놀란 눈으로 서유라를 바라봤다.“정말

  • 굿바이 쓰레기   제296화

    “네.”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해요. 이 일은 최대한 시끄럽게 만들어요. 배서준이 모두의 표적이 되도록 말이에요.”“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천기준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남설아는 사무실에 홀로 남아 싸늘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봤다.‘배서준, 당신이 의리를 저버렸으니 나도 더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곧이어 배서준이 리조트에서 서유라와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소문이 각종 언론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배서준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무능하다’, ‘책임감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배서준, 진짜 너무하네!”“회사는 지금 무너지고 있는데 밖에서 여자나 만나고 앉았어?”“이런 사람을 어떻게 대표 자리에 앉혔는지 이해가 안 가.”“저 사람한테 회사를 맡긴 게 큰 실수였지.”“이참에 그냥 물러나게 해야 돼!”결국 회사는 긴급 주주총회를 소집했다.얼마 전, 배서준이 자신의 자금을 담보로 위기를 넘기겠다고 한 뒤 감쪽같이 사라졌고,오히려 남설아가 한발 물러나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간신히 버텨온 상황이었다.하지만 정작 의사결정을 할 실권자는 자리에 없고 남은 이사들은 완전한 권한도 없는 상태라 회사 운영은 갈수록 마비되어가고 있었다.거기에 이번 스캔들까지 터지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이게 지금 어느 땐데 여자를 챙겨?! 본인 위치도 잊었나?!”“천 비서님, 배 대표님 떠나기 전에 천 비서님한텐 아무 말도 안 하고 갔어요?”천기준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사실 함께 일한 지 오래됐지만 배서준이 모든 걸 공유하진 않았다.“지금 당장 리조트로 가서 배 대표님 데려와요!”한 이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든 끌고 와야 해요. 회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네, 이사님.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천기준은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답했다.‘정신적으로 남 대표님한테 매일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두 사람을 만나러 내가 가야 한다고? 이게 대체 무

  • 굿바이 쓰레기   제295화

    “서준아, 제발 이번만은 내 말 들어줘, 응? 그냥 나를 위해서 우리 미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잠깐이라도 푹 쉬면 안 돼?”서유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배서준을 올려다봤다.그 애처로운 눈빛에 배서준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렸다.“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결국 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유라는 곧장 환하게 웃으며 배서준을 꼭 껴안았다.“역시 나를 제일 아껴주는 사람은 서준이 너야.”배서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안아주었지만 눈빛은 복잡하기만 했다.회사의 상황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남설아와 송우민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거세졌고 배건 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 중이었다.시장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고 내부는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대로라면 배건 그룹은 정말 그의 손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서유라의 모습을 보면 차마 그녀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배서준의 가슴속은 끝없는 갈등과 번민으로 뒤엉켰고 도대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었다.그때, 그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이번엔 천기준이었다.배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배 대표님, 도대체 언제 돌아오실 겁니까?”천기준의 목소리엔 조급함과 절박함이 가득 묻어났다.“지금 회사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에요. 주주들도 다 대표님만 기다리고 있습니다!”“나, 나도 지금...”배서준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서유라가 손을 뻗어 전화기를 낚아챘다.한편, 천기준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통화 종료’ 소리에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리찍을 듯 내려놓으며 이를 악물었다.“이 서유라란 여자는 정말 재앙이라니까!”천기준은 이를 갈듯 말했다.“배 대표님도 왜 저 여자 말만 듣는 건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나?”곁에 있던 다른 비서도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천 비서님,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주주들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죠?”“설명할 방법이 어딨어요...”천기준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

  • 굿바이 쓰레기   제294화

    “네, 송 대표님!”모두가 힘찬 목소리로 외쳤고 회의실 안은 결의에 찬 열기로 가득 찼다.송우민의 지휘 아래 남설아의 회사는 굶주린 늑대처럼 배건 그룹의 시장을 거침없이 잠식해 들어갔다.배건 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크게 줄어들며 내부 분위기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흩어진 조직력에 동요하는 임직원들 사이로 불만이 번졌고 결국 주주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배서준에게 줄줄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배 대표님, 도대체 언제 돌아오실 겁니까?”한 주주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회사 상황이 완전히 개판이에요! 더 늦으면 정말 끝장납니다!”“맞아요, 대표님! 이대로 가다간 정말 회복 불가능합니다!”또 다른 주주도 강하게 덧붙였다.“지금 당장 돌아와서 진두지휘하셔야 합니다!”끊임없이 쏟아지는 전화에 배서준은 머리를 싸매고 이마를 짚었다.그 역시 당장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문제는 서유라였다.그녀는 절대 그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서준아, 가지 마...”서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운 채 배서준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나 너무 힘들어. 옆에 있어 줘야 버틸 수 있어.”“유라야, 네가 힘든 거 알아. 하지만 회사도 지금...”배서준은 난처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몰라! 나한테 중요한 건 네가 곁에 있어 주는 거야! 너 없이 나는 단 하루도 못 버텨!”서유라는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그런 말 하지 마.”배서준은 가슴 아프다는 듯 그녀를 껴안았다.“널 내버려 두고 갈 수 없지. 하지만 회사 쪽 상황도 정말 더는 미룰 수가 없어.”“결국 날 버릴 거지? 날 두고 가겠다는 거잖아!”서유라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며 말했다.“내 몸은 누가 챙겨? 나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해... 넌 가면 안 돼!”“유라야, 그러지 마.”결국 배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좋아, 당분간은 여기 있을게. 회사 일은 전화랑 화상회의로 처리할 테니까 괜찮지?”“진짜지?”서유라는 눈물로 젖은 눈을 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