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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Author: 목련청
“남설아 사는 데로 가자!”

“빨리, 빨리! 특종이야!”

와르르 사람들이 일제히 흩어지며 한 방향으로 몰려갔다. 목적지는 단 하나, 남설아의 아파트였다.

금세 고요하던 고급 아파트 입구는 기자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각종 방송사의 카메라와 기자들이 출입구를 향해 몰려들었고 보안요원들이 급히 나와 통제선을 쳤다.

아파트 안, 거실 TV에선 점심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화면에는 배건 그룹 건물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배서준의 모습과 그의 마지막 멘트가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강연찬은 화면 속 무표정한 배서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곧 카메라가 자택 아래에 몰린 기자들 생중계로 넘어가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리모컨을 집어 들더니 바로 TV를 꺼버렸다. 거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배서준, 진짜 기자들을 여기까지 끌고 왔네.”

강연찬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서려 있었다.

“소미란이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를 리 없잖아. 근데 저 자식이 진짜 거기 편을 들어?”

남설아는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 표정은 크게 변함없지만, 눈빛은 조금 더 심각했다.

그녀는 컵을 내려놓고 창가로 가서 커튼 한 귀퉁이를 걷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기자들과 쉴 새 없이 번쩍이는 플래시가 보였다.

“모를 리가 없지.”

남설아가 조용히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엔 감정이 없었다.

“소미란이 내가 망가지는 꼴을 보고 싶어 하는 거, 배서준도 아마 잘 알 거야.”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강연찬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그냥 이 성가신 일 나한테 떠넘기고 싶은 걸 수도 있고.”

“설아야.”

강연찬은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손끝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신경 쓰지 마. 내가 기사님 시켜서 저 기자들 다 내보낼게. 저런 유치한 짓에 너까지 휘말릴 필요 없어.”

남설아는 그의 손을 가볍게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맑고 단단했다.

“소미란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고 돈 쓰고 사람도 풀고, 결국은 내가 뭘 말하는지 듣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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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898화

    소미란은 눈을 깜빡이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엄마, 그 뜻은...?”“내 말은.” 소씨 사모님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앞으로 배건 그룹에서 우리 소씨 가문을 조금이라도 무시하거나 이상한 수작을 부릴 생각을 한다면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어. 세간의 여론이 먼저 그들을 질식시킬 거야. 사랑을 위해 투자한다는 소씨 가문을 욕할 사람이 어디 있겠니? 그 공로자인 네가 무시라도 당하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걔네야.”소미란의 눈이 반짝였다.“맞네요! 우리한테 함부로 굴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꼴이 되는 거죠!”“그뿐이 아니지.” 소씨 사모님은 말을 이었다.“이젠 너도 당당하게 배건 그룹에 드나들 수 있어. 소씨 가문이 투자한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러 간다는 명분이 충분하잖아. 누가 널 막을 수 있겠어?”소미란은 더 이상 불만도 없고 얼굴엔 다시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엄마 품에 안기며 투정을 부렸다.“엄마가 최고예요! 흥, 남설아 따위가 나랑 붙겠다고? 어림도 없지!”소씨 사모님은 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됐어, 너무 우쭐대진 말고. 배서준 쪽도 잘 살펴야 해.”“알았어요, 엄마!” 소미란의 목소리가 다시 들떴다.“저 준비해서 내일 바로 배건 그룹에 시찰 다녀올게요!”다음 날 아침, 소씨 가문 저택 밖에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짜증이 치밀었다.“아가씨, 차는 준비됐습니다. 뒷문으로 가실까요?” 가정부가 조심스레 물었다.“당연하지! 정문으로 나갔다간 귀찮은 파리떼만 늘잖아.”소미란은 가정부를 흘겨보며 머리카락을 살짝 정돈하고는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뒷문으로 향했다.길이 막히지 않아 소미란은 곧바로 배건 그룹 빌딩으로 향했다.배건 그룹의 프런트 직원은 소씨 가문의 장녀인 그녀를 알아보고는 허둥지둥 접대하더니 곧장 그녀를 최상층 사장실로 안내했다.배서준은 문서 작업 중이었는데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는 소미란을

  • 굿바이 쓰레기   제897화

    문밖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플래시가 번쩍이고 마이크가 얼굴을 찌를 듯이 밀려들었다.“남설아 씨! 소씨 가문의 배건 그룹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그 돈은 전남편 회사에 투자된 건데 미리 알고 계셨나요?”“남설아 씨, 그동안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어요?”남설아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발 물러섰고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로 목이 멘 채 말했다.“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씨 가문의 투자 소식은 저도 들었습니다. 정말... 정말 소미란 씨와 소씨 가문에 감사드립니다.”여기저기서 질문이 이어졌다. 한 여자 기자가 날카롭게 물었다.“그런데 왜 이제야 입장을 밝히신 거죠? 몸이 안 좋으셨나요?”남설아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최근에 몸이 좀 안 좋아서 집에서 요양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나서지 못했어요.”또 다른 기자가 묻는다.“강연찬 씨는요? 왜 함께하지 않으셨나요?”“연찬 씨는...”남설아는 눈을 떨구며 말했다.“그 사람도 집에서 쉬고 있어요. 요즘 저를 많이 챙기느라 지쳤거든요. 제발... 그 사람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기자들 틈에서 누군가 말을 던졌다.“소미란 씨의 투자가 강연찬 씨에 대한 사적인 감정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는데요.”남설아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물이 다시 차올랐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미소는 눈물보다 더 아파 보였다.“소미란 씨의 마음... 그분은 솔직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분은 저와 연찬 씨 앞에서 분명히 말했어요. 이미 다 정리했다고요. 얼마 전엔 저희에게 휴양지로 함께 여행 가자고 권유까지 하셨죠.”그녀는 말을 잠시 멈추고 목소리를 낮췄다.“그때 그 리조트에서 사고가 있었잖아요? 하마터면... 연찬 씨가 절 감싸지 않았더라면 전 정말...”그녀는 적절한 시기에 후유증이 남은 듯한 표정을 지었고 기자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그럼 지금 이 자리에서 소미란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남설아는 코끝을 훌쩍이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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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895화

    우 부장은 지령을 듣고 밖으로 나갔다.소미란이 시킨 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되었다.다음 날 아침, 소명 그룹이 배건 그룹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소식이 소미란의 ‘사랑을 위한 헌신’, ‘너그러운 마음’이라는 미화된 수식어와 함께 모든 언론 채널을 통해 대대적으로 퍼졌다.기사 하나하나마다 소미란의 진심을 치켜세우는 말들이 넘쳐났고 소씨 가문이 얼마나 통 크게 강연찬의 옛 연인 남설아의 옛 회사를 도와주었는지를 강조했다.그 결과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많은 이들이 소미란을 책임감 있고 의리 있는 사람이라며 칭찬하기 시작했다.자연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배서준에게 향했다.배건 그룹 본사 앞, 수많은 기자가 갓 건물에서 나오는 배서준을 벌떼처럼 둘러쌌다.“배 대표님! 소미란 씨의 이번 지원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이번 자금이 배건 그룹의 위기 상황을 해소해줄 수 있나요?”“일각에선 소미란 씨가 강연찬 씨 때문에 이 일을 결정했다고들 하는데,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는가요?”터지는 플래시에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였고 마이크는 거의 배서준 입에 닿을 듯 들이밀어졌다.회사의 일로 이미 속이 뒤집힌 배서준에게 소미란의 자의적인 지원은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게다가 이렇게 기자들까지 몰려드니 짜증은 정점에 달했다.그는 굳은 얼굴을 한 채로 코앞까지 들이댄 마이크를 밀쳐내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드릴 말이 없습니다.”“배 대표님, 한 말씀만 해주세요!”“모두가 배건 그룹의 상황이 궁금해하고 있어요!”배서준이 이를 악물고 이 상황을 벗어나려던 때,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고 상대는 서유라였다.“서준아, 나 뉴스 봤어. 기자들 많이 몰렸던데, 괜찮아?”“안 죽어.” 배서준은 애써 화를 누르며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서준아, 너무 화내지 마. 미란 씨도 도와주려는 마음이었을 거야... 근데 기자들 질문도 사실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잖아.”서

  • 굿바이 쓰레기   제894화

    소미란의 웃음소리가 잠시 멈췄다.“그야 물론이죠.”그녀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우리 소씨 가문이 하는 일에는 항상 원칙이 있죠. 설아 씨, 조만간 시간 되면 차 한잔 어때요? 우리... 제대로 얘기 좀 할까요?”“좋죠, 미란 씨. 조만간 제가 꼭 차 한잔 대접할게요. 배건 그룹에 투자해주신 거 감사 인사도 드릴 겸요. 다만 지금은 좀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남설아는 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소미란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통화 종료음을 들으며 콧소리를 냈다. 여전히 남설아는 느긋한 태도였지만 괜찮았다.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효과는 얻었으니까 화낼 일도 아니다.강연찬이 남설아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방금 선언한 거야. 싸움하겠다고.”남설아는 그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알아. 하지만 그쪽이 먼저 시작한 거잖아. 나도 끝까지 상대해줄 거야. 근데 오빠가 고생하겠네.”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소씨 가문이 이렇게 움직이면 배서준 쪽도 가만 있진 않을 거야.”강연찬은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다 대책이 있어. 배건 그룹은 이미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야. 소씨 가문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그 큰 구멍을 메울 능력이 있을지 두고 보지 뭐.”그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차분했고 그 자체로 신뢰감을 줬다.“소미란이 배건 그룹을 발판 삼아 나한테 접근하려는 거면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를 보여줄 거야.”강연찬의 말에 남설아는 조용히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며 그의 안정된 심장 소리를 들었다.한편 소미란은 전화를 끊고 손을 홱 내저었다.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 쿵 하고 떨어졌다.“남설아!”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 이름을 내뱉었다. 남설아의 싸늘하고 능청스러운 말투에 별안간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곧 그녀는 생각을 바꾸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지금 밖에서는 모두 소미란이 정 많고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강연찬을 위해 체면도 버리고 남설아의 옛 회사에까지 돈을 넣어줬다고 말이다.그렇게 곱씹으

  • 굿바이 쓰레기   제893화

    “나한테 숨길 생각이었어?”남설아는 고개를 갸웃하고 그의 어깨에 살짝 몸을 기댔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의 목을 스쳤다.“오빠, 이렇게 큰일인데 내가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강연찬은 그녀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고는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는 턱을 남설아의 머리 위에 살짝 기대며 숨을 골랐다.소미란의 저런 태도가 누구를 겨냥한 건지는 말 안 해도 뻔했다.“그 여자가 날 노리고 한 짓이야. 미안해, 괜히 너까지 끌어들여서.”그는 목소리를 낮췄지만, 분노는 숨기지 못했다.“나도 알아.”남설아의 말투는 여전히 흔들림 없었다.“하지만 소미란이 뭘 하든, 오빠가 그만하라고 한다고 진짜 그만둘 사람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나도 오빠를 원망하지 않아. 애초에 오빠 잘못은 아니니까.”그녀는 마치 그를 달래는 듯이 부드럽게 그의 팔을 토닥였다.강연찬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남설아는 언제나 자기보다 남을 더 걱정하는 사람이었다.“다시는 그 여자가 너한테 상처 주게 두지 않을 거야.”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단단하고 진중했다.남설아는 그의 품에 몸을 조금 더 기대고는 고개를 들어 그의 턱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이번 일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야.”강연찬은 시선을 떨구고는 그녀가 무슨 말을 이어갈지 기다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소미란은 배건 그룹 같은 진흙탕을 좋아하잖아?”남설아의 말에는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그 여자가 스스로 얼마나 지극정성인지 보여주고 싶다면, 보여주게 놔두자. 소씨 가문이 배건 그룹에 돈을 퍼붓고 싶다면 우리 이설 그룹은 이번 기회에 배건 그룹한테서 살점이나 더 떼어오면 되는 거고. 그 여자가 갖다 바친 사다리인데, 내가 굳이 안 밟을 이유는 없잖아?”강연찬의 가슴 어딘가가 묘하게 일렁였다. 그녀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한 순간이었다.소미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배건 그룹을 더 빠르게 갉아 먹고 동시에 소씨 가문까지 함께 수렁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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