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기양은 다시는 강만여를 보지 않았다. 강만여 또한 침상에 누워 조용히 몸을 보살필 뿐,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매일 찾아오는 우란야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놀아주며 무료함을 달래주었다. 우란야는 강만여와 함께 설단을 데리고 놀았다.설단은 원래 사람을 싫어하는 고독한 성품이었지만, 우란야에게만은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가 안고 쓰다듬는 것을 허락했고, 때로는 우란야의 침전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강만여는 그들 둘과 함께 있으면 가끔 멍하니 정신을 잃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제빈이 살아 있을 때로 되돌
기양은 자신의 조건을 모두 말하고는 강만여에게 물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해 보아라.”강만여가 말했다. “오직 한 가지 바람뿐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후궁들에게 고루 은혜를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기양은 불현듯 주먹을 꽉 쥐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 뼈마디가 딱 하는 소리를 냈다. ‘고루 은혜를 내리라?’ 그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 여인의 유일한 바람이 바로 그에게 다른 여인들에게 은혜를 베풀라는 것이라니.’ 그를 싫어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를 다른 곳으로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위해 온
기양이 다시 들어왔을 때는 이미 용포로 갈아입은 뒤였다. 존귀한 황금빛 용포가 밤샘의 피로를 감추었고, 냉정한 얼굴에는 다시 황제의 위엄이 깃들었다. 등 뒤에 감춘 손에는 누런 비단으로 된 성지 한 폭이 들려 있었다. 그의 시야로 심장안의 부축을 받아 침상 머리에 기대앉은 강만여가 들어왔다. 혹여 그녀가 제대로 앉지 못할까 염려하여 이불로 몸을 빈틈없이 둘러주고, 옆에 베개까지 받쳐주었다. 그녀의 온몸이 베개와 이불에 파묻혀 있었고, 오직 창백한 작은 얼굴만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수척해져 푹 꺼진 그 눈은 유난히 커 보였
기양은 말을 마치고는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갔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는 심장안이 쉰 목소리로 강만여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우리 만여.”‘우리 만여? 심장안은 그녀를 이리 부르고 있었구나. 한 명은 만여야, 한 명은 우리 만여. 하지만 내게는 없구나.’“만여야.”따스한 노란 촛불이 흔들리고, 강만여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다급하고 초췌한 심장안의 얼굴이었다. “장안아.” 그녀는 바싹 마른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고 공허한 눈에서 눈물 한줄기가 흘렀다. “심장안, 너야?” “그래, 만
하지만 기양의 말에도 강만여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문발이 가볍게 흔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자, 서청잔이 밖에 서 있었다. 서청잔은 강만여에게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황급히 달려왔다. 그의 몸에는 비 갠 하늘빛 고운 비단으로 지은 홑겹 속옷 한 벌만 걸쳐져 있었다. 깃을 겹쳐 만든 넓은 소매의 옷은 옷감이 얇고 가벼워 그의 길고 마른 몸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발 너머로도 뼛속까지 마른 그의 형체를 느낄 수 있었다. 기양은 이전부터 서청잔이 강만여와 지나치게 어울리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였다. 그러나 지금 그를
“비켜!” 기양이 낮은 소리로 호통쳤다. 그의 눈에는 집착과 광기가 가득했다.그녀가 흘린 피는 모두 그 때문이었다. 이제, 그가 그녀에게 되돌려주는 것이었다.이것이 피로 빚을 갚는 것이 아니겠는가?손량언은 더 이상 말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뒤로 물러나, 태의가 쓰고 남은 흰 천 조각을 뜯어, 기양의 손목을 감싸주었다.기양은 차가운 얼굴로, 그릇을 들고 침상 앞으로 갔다. 두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고 있는 자소에게 강만여를 부축하게 하고, 직접 인삼탕을 그녀에게 먹였다.인삼탕 한 그릇을 다 먹인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