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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내 약혼자를 죽인 용의자였다
그 남자는 내 약혼자를 죽인 용의자였다
Author: 에이르

[01]사라진 그림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4 09:25:12

결혼식을 열흘 앞두고 약혼자가 살해당했다.

그의 시신 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다.

“제가 죽인 게 아닙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내 시간은 결혼식 열흘 전, 그 밤에 멈춰 있었다.

◇

“설주야, 나 오늘 늦어.”

오후 9시 17분. 이태광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낮았다.

“또 야근이야? 내일 웨딩홀 같이 가기로 했잖아.”

“알아. 오늘 중요한 사람만 만나고 갈게.”

“누군데?”

“만나고 나서 설명할게.”

수화기 너머로 발소리가 들렸다. 이어 낯선 남자가 말했다.

“이태광 씨, 준비됐습니다.”

태광은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통화였다.

오후 11시 42분,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태광이 도시 외곽의 폐관한 미술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미술관 앞에는 경찰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출입 통제선을 붙잡고 외쳤다.

“이태광 약혼녀예요! 어디 있어요?”

형사는 태광이 2층 비공개 전시실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얼굴만이라도 보여 달라고 매달리던 순간, 전시실 문이 열렸다.

경찰관 사이로 키 큰 남자가 걸어 나왔다.

하늘색 셔츠에 검은 슬랙스. 걷어 올린 오른쪽 소매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저 사람 누구예요?”

“현장에 함께 있던 분입니다. 조사 중이고요.”

나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이 태광이 죽였어요?”

남자는 피 묻은 팔을 내려다보더니 나와 눈을 맞췄다.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 피는 뭔데요?”

“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죽었는데!”

경찰이 나를 말렸다. 남자는 끝내 변명하지 않았다.

“이름이 뭐예요?”

“강무겸입니다.”

나는 그 이름을 마음속에 새겼다.

다시는 볼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언젠가 반드시 다시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수사 과정에서 미술관의 CCTV가 20분간 꺼졌고, 전시실의 그림 한 점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무겸을 범인으로 단정할 증거는 없었다. 그는 풀려났고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

정확히 1년 뒤, 발신인 없는 봉투가 내 사무실로 도착했다.

안에는 사진과 전화번호가 들어 있었다.

사진에는 쓰러진 태광과 그 옆에 무릎을 꿇은 강무겸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 뒤에 걸린 그림이 이상했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

거울 앞에 선 여자의 옆얼굴이 어딘가 익숙했다.

사진 뒷면에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사라진 그림을 찾으세요.’

나는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강무겸 씨죠?”

“누구십니까?”

“채설주예요. 이태광 약혼녀.”

침묵 끝에 그가 물었다.

“그 번호를 어디서 받았습니까?”

나는 대답 대신 만나자고 했다. 그는 장소와 시간을 짧게 알려줬다.

◇

한 시간 뒤, 우리는 조용한 북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이 사진 설명해요.”

무겸은 사진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

“이걸 누가 보냈습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그날 그림도 당신이 가져갔어요?”

그는 사진 속 액자를 유심히 살폈다.

“제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저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는 걸려 있잖아요.”

“그래서 이상한 겁니다. 제가 찍힌 장면과 그림이 있던 장면은 같은 순간일 수 없어요.”

나는 다시 사진을 들여다봤다. 누군가 사건 사진을 조작했다는 뜻일까.

바로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인 ‘이태광’.

죽은 약혼자의 번호였다.

‘설주야. 그 남자를 믿지 마.’

이어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

‘그 남자를 사랑하면 너도 죽어.’

손이 떨렸다. 무겸에게 화면을 보이자 그가 곧바로 창밖을 살폈다.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다시 메시지가 왔다. 우리가 앉아 있는 모습을 창밖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 아래 짧은 문장.

‘그림 속 여자가 누구인지 물어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강무겸 씨. 저 그림 속 여자 누구예요?”

무겸의 시선이 사진에 고정됐다.

“정말 모르겠습니까?”

“말해요.”

그가 낮게 대답했다.

“채설주 씨예요.”

숨이 멎었다.

“그 그림에 그려진 사람,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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