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대…… 표님?”서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그 부름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눈에서 참아왔던 눈물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흐어어엉…… 흑, 아아…….”서린은 수혁의 목을 붙잡고 어린아이처럼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그에게 매달려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마치 생명줄을 붙잡고 놓치 않겠다는 듯.얼마나 세게 잡고 매달렸는지 수혁의 뒷목이 뻐근했다.수혁의 옷이 눈물로 흠뻑 젖어갔다.서린을 안은 수혁의 팔이 점점 더 단단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어젯밤에 그냥 돌아가지 말걸.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너를 혼자 두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수혁이 낮게 말했다.“괜찮아…….”그는 서린을 품에 더 깊이 안고 땀에 젖은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아무 일도 안 일어나.”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였다.“내가 다 막을 거니까.”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수혁은 서린을 더욱 세게 끌어 안았다.“내가 있잖아.”“응...”수혁은 서린의 몸을 살짝 떼어내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수혁은 엄지로 그녀의 눈물을 천천히 닦아주었다.“왜 항상 혼자 감당하려고 해.”서린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대표님...”“무슨 일인지 말 안 해도 돼. 애써서 말하려고 하지 마.”“...네.”“잘한다. 착하네.”“여긴... 어떻게 오셨어요?”서린이 울음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오긴. 차 타고 왔지.”픽-서린의 입에서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 말이 아니잖아요.”“아니. 어떻게 왔냐길래 차 타고 왔다 했는데 그게 왜?”“농담하지 말고요. 지금 몇 시예요?”“직원이 무단 결근을 했더라고. 그래서 잡으러 왔지.”“아...”“아아? 그게 다야?”“죄송해요. 미리 연락도 못했네요.”“괜찮아. 괜찮은데 좀 서운하네.”“뭐가요?”“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무슨 일인지는 말할 수 없어도 옆에 있어 달라고는 할 수 있잖아.”수혁이 서린을 가만히 바라봤다.“내가
수혁이 휴대폰을 내려다봤다.통화 기록 맨 위에 같은 이름이 반복되고 있었다.공서린.다시 한 번 발신 버튼을 눌렀다.전화를 거는 순간, 기계적인 안내음이 흘러나왔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결할 수 없습니다.”수혁의 턱이 미묘하게 굳었다.“…….”그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전화기는 꺼져 있었다.조금 전 민우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공 상무님? 우동 배달된 거 확인하고는… 먹지도 않고 그냥 가셨어.먹지도 않고.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수혁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밤공기가 차갑게 가슴으로 파고들었다.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엔진 소리가 고요한 지하 주차장에 낮게 울렸다.오피스텔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수혁은 잠시 차 안에 앉은 채 건물을 올려다봤다.불빛이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혹시 몰라 차에서 내렸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그리고 그녀의 집 앞에 섰다.벨을 눌렀다.…아무 반응이 없었다.수혁의 시선이 문 아래로 내려갔다.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잠시 문 앞에 서 있던 수혁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손을 들어 비밀번호를 누르려다가, 결국 멈췄다.약 먹고 쉰다고 했으니 지금은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수혁은 한 발 물러섰다.집으로 돌아왔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어두운 방 안에서 휴대폰 화면만 희미하게 빛났다.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고객님의 전화기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수혁의 시선이 천천히 창밖으로 향했다.새벽 공기가 유리창에 흐릿하게 맺혀 있었다.왠지 모르게—가슴 한쪽이 계속 불편했다.마치, 어딘가에서 좋지 않은 일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는 것처럼.다음 날 아침 7시.눈을 뜨자마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만 흘러나왔다.수혁의 턱선이 단단하게 굳었다.오전 9시.수혁은 출근하자마자 비서실장을 불렀다.“전략기획
서린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아니야.”입술 사이로 아주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손이 떨렸다.젓가락으로 면을 조금 들어 올렸다.국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그리고—기억이 번쩍 떠올랐다.늦은 밤.대학생이었던 시절.서류 더미 사이에서 고개를 들던 강민재.“배고프지?”포장마차 봉투를 내려놓던 손.“야식.”그날도 우동이었다.서린은 늘 유부를 젓가락으로 먼저 빼냈다.“이거 기름져.”대신 김치를 국물에 조금 넣고, 쑥갓을 더 올려 먹었다.그 모습을 보던 강민재가 웃었었다.“너는 우동 먹는 것도 특이하다.”“……이게 더 맛있어요.”그 기억이—지금 눈앞의 우동과 완벽하게 겹쳐졌다.서린의 손에서 젓가락이 툭 떨어졌다.탁.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아침.7시. 전화벨.— 이 오빠가 매일 아침마다 모닝콜을 해 줄게. 어때?점심.12시 정각.“점심 맛있게 먹어요.”— 그러면 저는 오빠한테 점심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할게요.그리고 지금—이 우동.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졌다.강민재.그가 지금 말하고 있었다.‘나는 네가 누군지 알고 있다.’순간 속이 뒤틀렸다.“윽—”서린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그가.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서린의 시선이 사무실 문을 향했다.익숙했던 공간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왜 그래요? 이 우동 뭐 이상해요?”입을 틀어막고 신음을 내는 서린을 보고 민우가 물었다.“아, 아니에요. 맛있어요. 드세요, 변호사님.”“아니… 지금 공 상무 안색이 창백해요.”숨을 고르며 억지로 웃었다.“아까 점심 먹은 게 소화가 안 됐나 봐요.”“정말 괜찮겠어요?”민우가 걱정스레 서린의 얼굴을 살폈다.“네. 변호사님 죄송하지만… 저 이만 가 봐야겠어요. 소화제라도 사서 먹고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대표님께는… 그냥 일찍 갔다고만 해 주세요. 괜히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요.”“알았어요.”서린은 사무실을 나왔
유정은 레스토랑을 빠져나오며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강민재가 자신을 떠봤다. 그것도 서린과 도윤을 미끼로.당장 전화하고 싶었지만 혹시 모를 시선이 마음에 걸렸다.유정은 몇 번이나 휴대폰을 들었다 놓으며 전화를 해야 할지 망설였다.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다 마침내 연결되었다.“어, 유정아.”— 서린아, 지금 어디야?“집 앞. 막 들어가려던 참이야.”— 그래? 오늘 별 일 없었어?“있었지.”순간, 전화기 너머로 유정이 숨을 삼키는 기척이 느껴졌다.“긴장 하지마. 좋은 일이야, 좀 있다 말해줄게. 너는?”— 나도 뭐, 그냥 그랬지. 일단 집에 들어가. 밤공기 차다.“갑자기 웬 걱정이야?”— 들어가면 얘기해.유정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서린은 걸음을 조금 재촉하다 뒤를 돌아보았다.수혁은 아직 차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서린은 작게 웃어 보이고는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들어왔어. 그런데 왜 그래?”잠깐의 침묵 끝에 유정이 낮게 말했다.— 서린아, 오늘 나 강민재 만났어.서린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강민재를?”— 응. 나 떠보려고 부른 거였어.“무슨 말 했는데?”유정은 강민재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서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새끼, 눈치챈 것 같아. 조심해.“…응. 알았어. 유정아, 고마워.”전화를 끊은 뒤에도 서린은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강민재가 눈치챈 것 같다.내가 공지안이라는 걸.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한기가 밀려왔다.하지만 두려워할 필요 없다.아직 아무것도 확인된 건 없으니까.그렇게 애써 마음을 다독이며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이었다.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지이잉—서린은 잠결에 눈을 떴다.창밖으로 희미한 아침빛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더듬어 집어 들었다.화면에는 오전 7:00이 떠 있었다.“누구지….”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아, 서린이요?”강민재의 시선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공 상무님과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십니까?”“그날 처음 만났어요.”유정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대표님이 소개해주셨거든요.”“처음 만난 사이치고는 꽤나 각별해 보이던데요.”강민재의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유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대화가 너무 잘 통했거든요. 미술 보는 안목도 뛰어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잠시 어깨를 으쓱했다.“서린이 같은 동갑내기 친구가 생겨서 저야 너무 좋죠.”“……동갑내기 친구라.”강민재는 와인잔의 기둥을 천천히 굴렸다.“공 상무님이 참 매력이 많은가 봅니다.”그리고 피식 웃었다.“차 대표도 홀딱 빠져 있고, 작가님도 하루 만에 베프가 되시고.”잠깐의 침묵.강민재의 입꼬리가 비틀렸다.“그런데 작가님.”“네?”“너무 정 주지 마세요.”그가 낮게 말했다.“사람 속은 모르는 겁니다.”유정의 눈매가 살짝 좁아졌다.“무슨 뜻이시죠?”“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더군요.”강민재가 말을 이어갔다.“제가 우연히 목격했는데, 차 대표랑 그렇게 공개 연애를 하면서 뒤로는 자기보다 어린 남자애를 오피스텔로 끌어들이더군요.”그는 유정을 똑바로 바라봤다.쿵-유정의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양다리도 그런 양다리가 없습니다.”흔들리면 안 돼.“그것도, 한참 어린 애라니... 쯧- 취향이 뭐, 말 안해도 알죠?”강민재가 혀를 찼다.“하긴, 그 나이대 애들은 순진해서 다루기 쉽잖아요.”달그락.유정이 들고 있던 나이프가 접시 위에 내려앉았다.하지만 이건, 참을 수 없다.“말씀...”유정이 숨을 한번 내쉬고 한 박자 늦게 말을 이었다."가려서 하시죠.”강민재가 고개를 기울였다.“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이 얘기 하려고 저 만나자고 하셨어요?”유정의 눈이 번뜩였다.“그러면 제가, 서린이와의 관계를 정리라도 할 줄 아셨어요?”유정이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의원님이 어떤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지
“……뭐?”수혁이 서린과 도윤을 오피스텔 입구에 내려주고 돌아가던 그 시각, 국회의원회관 의원실.강민재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현재 공 상무와 어떤 청년이 함께 공 상무의 오피스텔로 들어갔습니다.“분명히 차수혁 차였어?”— 예. 사진 보내드렸습니다. 확인하십시오.그는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막 전송된 사진들이 화면에 떠 있었다.첫 번째 사진.차수혁이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그 앞에서 공서린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다음 사진.뒷좌석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강민재의 눈썹이 꿈틀했다.“이건…….”사진을 확대했다.“공도윤이잖아?”그의 시선이 급격히 가라앉았다.사진을 몇 장 더 넘겼다.차수혁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도윤.그리고 마지막 사진.공서린과 공도윤이 나란히 팔짱을 끼고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강민재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여기까지 겹치는데, 우연일 리가 없잖아.”강민재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좋아.”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어디까지 가나 보자고.”똑똑.“들어와.”비서관이 두툼한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의원님. 지시하신 2차 자료입니다.”서울의 야경이 유리창 너머로 흐르고 있었다.천천히 의자를 돌려 앉은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가져와.”[의료 기록 조회 결과 - 2차: 흉부 및 정형외과]서류 사이에서 두 장의 엑스레이 필름 사본이 미끄러져 나왔다.하나는 5년 전 공지안의 것.그리고 다른 하나는 최근 공서린의 건강검진 흉부 엑스레이였다.강민재는 아무 말 없이 엑스레이 필름 두 개를 들고, 천천히 사무실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머리 위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필름을 들어 올렸다.얇은 필름 너머로 희미하게 뼈의 윤곽이 떠올랐다.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갈비뼈.흉곽.그리고—쇄골.“……여기.”그의 손가락이 공지안의 엑스레이 위에 멈췄다.왼쪽 쇄골.미세하게 금이 갔다가 붙은 흔적.골절이 유합되며 남은 선이 희미하게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