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금영은 이제 귀비의 자리에 있었다.아래 자리에 누가 오르든 그녀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어차피 누구도 자신의 자리를 넘어설 수 없었으니까.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절대로 현비와 서 황후의 앞잡이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전에 안빈과 용빈만으로도 그녀는 적지 않은 골치를 앓았다.그런 두 사람의 사람이 비의 자리에까지 오른다면 대체 어떻게 되겠는가.비록 지금 당장 끌어들일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이 후궁 안에서 현비와 서 황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영리한 두 사람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어쨌든 그녀는 이 후궁이라는 물을 반드시 흐트러뜨려야 했다.*날이 어두워진 뒤.황제는 소녕전에 오지 않고 손복안을 보내왔다.“마마, 폐하께서 달을 구경하자 하시어 소인을 보내 모셔 오라 하셨사옵니다.”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구나.”손복안은 한마디를 덧붙였다.“폐하께서 마마께 옷을 따뜻하게 더 챙겨 입으시라 하셨사옵니다. 봄 추위가 아직 매서우니 부디 차가운 바람을 맞지 말라 하셨사옵니다.”금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이 말은 확실히 황제가 할 법한 말이었다.그런데 요즘 황제는 점점 더 잔소리가 많아지는 것 같았다.제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른처럼 느껴졌다.무슨 일이든 직접 챙기고 걱정하는 사람이 된 듯했다.손복안은 앞에서 금영을 안내했고, 해수는 곁에서 금영을 부축했다.뒤로는 여러 내관들이 함께 따랐다.그렇게 걷던 중이었다.금영은 문득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해수가 깜짝 놀라 재빨리 손을 뻗어 그것을 붙잡았다.그리고 다급히 물었다.“마마, 괜찮으시옵니까?”금영은 고개를 저었다.“괜찮다.”손복안은 이미 등불을 들고 다가왔다.“무슨 일이냐?”해수가 손바닥을 펼쳤다.그 안에는 반쯤 타버린 지전 한 장이 놓여 있었다.방금 날아올 때만 해도 희미한 불빛이 남아 있었다.분명 누군가 이 근처에서 종이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손복안은 손끝으로 살짝 집어
황제는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짐은 아직 처리해야 할 상소문이 많다. 금영이가 심심하다면 먼저 소녕전으로 돌아가거라.”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신첩도 우리 염아가 보고 싶었사옵니다. 먼저 돌아가 염아를 보고 오겠사옵니다.”황제는 금영이 말한 우리 염아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그 말 하나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진 듯했고, 마치 자신이 금영의 마음속 한자리를 차지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황제가 나직하게 말했다.“가 보거라.”금영은 현청전을 나선 뒤, 웃으며 손복안과 위명에게 인사를 건넸다.그 후 해수와 손탁 등을 데리고 돌아갔다.손복안은 멀어져 가는 금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조급하지도 않고 교만하지도 않으니, 앞날이 밝겠구나.”“누가 앞날이 밝다는 것이냐?”위명이 물었다.손복안은 요즘 위명만 보면 머리가 아팠다.“나에게 말 걸지 마시오!”이 둔한 기운은 전염되는 법이었다.금영은 소녕전으로 돌아온 뒤에도 바로 아기 황자를 보러 가지 않았다.해수는 금영의 표정이 어딘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마마, 어찌 그러시옵니까?”금영이 입을 열었다.“지금 네 곳의 비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은 두 곳뿐이지만, 그 자리를 탐내는 것은 후궁의 여인들뿐만이 아니야. 궁 밖의 사람들까지 마음을 두기 시작했어.”태후가 비를 책봉하는 일을 이야기할 때 해수도 곁에 있었다.하지만 해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궁 밖이라 하시면…… 누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씀이시옵니까?”금영이 말했다.“이미 폐하께 선발을 청하는 상소문이 올라왔어.”해수의 얼굴에 곧바로 걱정이 떠올랐다.“그럼 폐하께서 받아들이셨사옵니까? 정말 선발을 진행하시는 것이옵니까?”금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직접 황제가 무엇이라 적었는지 본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붓을 움직이던 모습을 보면, 그 상소문을 물리치셨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해수는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소인은 역시 알고 있었사
금영이 황제의 허리띠를 매어 주다가 손이 살짝 멈췄다.문득 또 다른 일이 떠올랐다.전생.황제는 정말 작산 행궁의 설동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 지병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일까?황제는 이렇게 많은 상처를 입고도 지병 하나 남기지 않았다.직설전에서 입었던 그 상처 역시 황제의 몸에 남은 수많은 상처들과 비교하면 가장 심한 상처도 아니었다.그런데 어째서 지병이 생겼단 말인가?자신이 죽은 뒤, 태자가 태자비를 바꾸려 할 때였다.태자는 배명월을 데리고 황제를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그때가 금영이 회양에서 돌아온 뒤 처음으로 황제를 본 날이었다.그전에는…… 조부가 세상을 떠나기 전, 황제가 안성당에 찾아왔을 때였다.그녀는 문 뒤에 숨어 조용히 황제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어쨌든 죽은 뒤 처음 황제를 마주했을 때, 금영은 마음이 슬프면서도 황제를 다시 본 것이 신기했다.그래서 황제의 곁을 두어 바퀴나 맴돌았다.물론 그녀도 의아했다.소문으로는 귀신은 황제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자신은 황제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일까.그때의 황제는 분명 중상을 입고 막 회복한 상태였다.그럼에도 위엄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고, 한창 기세가 왕성한 모습이었다.그런 황제가 어째서 삼 년 뒤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까?설마……황제가 누군가의 이익을 건드렸고, 그 때문에 누군가 황제를 해치려 한 것은 아닐까?금영은 잠시 생각하다 황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은 폐하께서 대량의 조정을 바로잡고 문벌세가를 억누르려 하시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심지어 그 시작을 서가에서부터 하시려는 것도 알고 있사옵니다.”“하지만 그렇게 하신다면 반드시 폐하를 원망하는 자들이 생길 것이옵니다. 폐하를 없애고 싶어 하는 자들도 나타날 수 있사옵니다.”“폐하께서는 반드시 조심하셔야 하옵니다.”황제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짐은 조심할 것이다.”이것이 금영이 몇 번째로 자신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위명이 매번 실수를 저질러도 고작 한두 달치 봉급을 삭감하는 것으로 끝났다.한 번도 크게 벌을 받은 적이 없었다.황제는 지난 정을 쉽게 잊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마치 금영이 처음 황제에게 다가갔을 때에도 황제가 늘 그녀에게 조금씩 여지를 남겨 두었던 것처럼.그 또한 조부 때문이 아니었던가.금영은 고개를 숙여 황제의 몸을 바라보았다.황제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가로로 몇 줄이나 남아 있었다.황제는 다시 금영의 손을 이끌어 한 곳에 올려놓았다.“이곳은 북융이 침입했을 때, 짐이 직접 군을 이끌고 출정했다가 입은 상처다.”“이번 전투는 비록 짐의 목숨을 잃을 뻔한 싸움이었지만, 짐은 오히려 기뻤다. 장병들의 희생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황제는 천천히 금영에게 대량의 국운과 관련되었던 몇 차례의 전쟁을 이야기해 주었다.그때 황제는 아직 젊은 왕일 뿐이었다.대량의 국운이 점점 기울어가던 시기에 변방을 지키며 공을 세운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황제가 금영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의 군공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금영은 느낄 수 있었다.황제가 이 일들을 이야기할 때, 승리의 기쁨은 조금도 없었다.오히려 그 안에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과 아직도 남아 있는 두려움이 가득했다.황제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전장에서 돌아온 뒤, 반드시 황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만약 짐이 황제가 된다면, 다시는 이 천하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리라 생각했다.”“다시는 백성들의 지아비와 아들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짐은 짐을 위해, 강산을 위해, 백성을 위해 목숨을 버린 망자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좋은 황제가 되고 싶었다.”“하지만 황제가 되는 일은 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황제는 지금까지 그 어떤 여인에게도 이렇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금영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알리고 싶었다.금영
금영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금영은 황제가 말한 ‘알아간다’는 것이 이런 의미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이때 황제는 이미 현색 겉옷의 끈을 풀고 있었다.금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폐하, 이곳은 현청전이옵니다. 게다가 아직 대낮이옵니다.”설령 황제가 정말 무언가를 하려 한다 해도, 굳이 대낮에 이곳에서……금영은 더 이상 생각하지 못했다.물론 이런 일은 이미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겪은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아무리 금영이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세가 여인이 가진 예법과 체면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황제는 눈앞의 금영이 두 뺨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가슴이 살짝 떨리는 모습까지 더해지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황제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금영의 귓가에 내려앉았다.그 순간 금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예전에는 자신이 대담하게 여러 방법으로 황제를 유혹할 때도 이렇게 부끄럽지는 않았다.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황제와 함께 있을 때면, 설명하기 어려운 수줍음이 조금씩 생겨났다.황제는 이미 옷을 벗어 내려놓고 있었다.금영은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 했다.최근 두 사람은 이미 몇 차례나 서로의 몸을 가까이했다.하지만 매번 금영은 거센 파도 위의 작은 배처럼 그 흐름에 휩쓸릴 뿐이었다.이런 일에서 그녀에게 주도권은 없었다.언제나 정신이 아득해진 채 끝나곤 했다.이처럼 밝은 대낮에 직접 황제의 몸을 바라볼 기회는 정말 드물었다.황제가 웃으며 말했다.“금영아, 눈을 뜨거라.”금영은 고개를 돌렸다.“싫사옵니다.”이번에는 금영도 신첩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거절이었다.황제가 낮게 웃었다.그 웃음소리가 금영의 귓가에서 울렸다.“무엇이 두려운 것이냐? 짐을 알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금영은 눈을 꼭 감은 채 말했다.“그렇지만…… 폐하께서 달래 주셔야 하옵니다. 어디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법이 있사옵니까?”그 순간 금영은 깨
“이제 태자비도 없으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짐에게 말하거라. 짐이 직접 혼인을 내려주겠다.”황제가 다시 말했다.태자가 두 손을 모았다.“아바마마의 염려에 감사드리옵니다.”“가 보거라.”황제가 손을 내저었다.태자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전각 문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뒤에서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금영의 놀란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래서 태자는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태자가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황제는 미소를 머금은 채 바닥에 떨어진 찻잔을 주워들었다.그리고 금영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연기는 끝났느냐?”금영은 황제를 흘끗 바라보며 되물었다.“폐하께서도 아주 즐겁게 연기하신 것 아니옵니까?”황제는 금영의 이렇게 날카롭고 솔직한 본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그래서 지금은 웃으며 물었다.“짐이 무엇을 연기했다는 것이냐?”“음, 폐하께서 일부러 신첩을 안고 태자에게 보이러 오신 것이 아니시라면, 신첩 역시 일부러 찻잔을 엎어 태자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아니옵니다.”금영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제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너만큼 영리한 이는 없구나.”그러나 잠시 뒤 다시 말했다.“하지만 짐이 오늘 태자를 부른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였다. 일부러 태자에게 방금 그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다만 짐이 너를 안고 오는 순간 마침 태자가 그곳에 있었을 뿐이다.”황제가 말을 이었다.“설마 태자 때문에 너와 함께 있는 것을 피해야 했겠느냐?”금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렇다면 방금 그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습니까? 이런 일은 대리사나 형부에서 조사하면 될 일인데, 어찌하여 굳이 태자에게 맡기신 것입니까?”황제는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사실 이 일은 조사할 것도 없다. 이회묵이 탐묵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이미 명백하다.”금영은 조금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