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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Penulis: 서린화
황제는 태후와 담화를 나누면서도 알게 모르게 사람들 틈에서 금영을 찾았다.

소녀는 밤하늘의 불꽃을 조용히 바라보며 서 있었다.

태후는 어딘가 심드렁해 보이는 황제를 보고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황제, 어디 편찮으십니까?”

정신을 차린 황제는 무심한 듯 답했다.

“아닙니다, 태후마마.”

태후가 웃으며 물었다.

“아까부터 계속 저곳을 쳐다보시던데 뭘 보고 계셨습니까? 밤하늘의 불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게 있습니까?”

황제는 여전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조정의 일을 생각하느라 잠시 정신이 팔렸을 뿐입니다.”

태후가 웃으며 말했다.

“나랏일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진 마십시오. 예전의 황제는 성격이 차갑긴 해도 정해진 법도대로 후궁에 들러 가끔씩 비빈들을 품기도 하셨지요. 허나 어째서인지 작산 행궁에서 돌아오신 이후로는 후궁에 들지 않으셨다 들었습니다.”

황제는 말없이 서 황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서 황후가 다급히 말했다.

“황송합니다, 폐하. 신첩이 태후마마께 고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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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108화

    서 황후는 의아한 눈으로 태후를 바라보았다.“어마마마, 무엇을 후회하신다는 것이옵니까?”태후는 그제야 상념에서 깨어나 서 황후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무것도 아닐세.”무엇을 후회하느냐고?물론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서 황후를 궁에 들여 황후의 자리에 앉힌 일이었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과 거리가 먼 곳이 바로 이 깊은 궁궐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태후는 서 황후가 그곳에 발을 들이는 것을 묵인하고 말았다.차라리 평범한 집안에 시집을 보냈더라면 어땠을까?자신이 뒤에서 든든히 지켜 주었을 테니, 서 황후도 평생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겠는가?하지만…….거기까지 생각한 태후의 눈빛에 서서히 결연한 기색이 깃들었다.이미 모든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렇다면 앞으로라도 반드시 서가와 서 황후를 지켜 낼 것이다!*손 상궁은 태후의 분부에 따라 비빈들의 옥패를 현청전으로 가져갔다.그 무렵 금영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다.해수가 허둥지둥 방 안으로 들어왔다.“마마! 방금 공 상궁께서 직접 궁인들을 데리고 수라를 가져오셨사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손 상궁과 마주쳤다고 하옵니다!”해수는 다급하게 말을 이어 갔다.“손 상궁이 시침들 비빈들의 옥패를 받쳐 들고 현청전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하옵니다. 태후마마께서 폐하께 직접 옥패를 골라 시침들 비빈을 정하시라 명하셨다 하옵니다!”말을 마친 해수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마마와 폐하께서 다투신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두 분 사이에는 아직 정이 남아 있으니 언젠가는 화해하시겠지. 하지만 그 틈을 타 누군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어쩌지?폐하께서 정말 다른 비빈과 밤을 보내신다면 마마께서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 깊은 궁에서 폐하께서 평생 한 사람만 총애하실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막상 그런 날이 온다면 마마께서 어떻게 견디실 수 있을까?’금영은 그 말을 듣고도 그저 나직이 대답했다.“알겠다.”금영이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107화

    ‘이번에 이런 일이 벌어지자 폐하께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여비를 냉궁으로 보내지 않으셨는가? 폐하께서는 줄곧 공명정대한 분이셨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유독 배금영, 그 천한 계집에게만 사사로운 정을 앞세우시다니!’“그 천한 계집이 대체 무슨 수로 폐하를 홀렸기에, 폐하께서 이토록 감싸고도시는 것이냐!”서 황후는 생각할수록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환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마마, 이제 어찌하시겠사옵니까?”서 황후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우선 수강궁으로 가자.”*서 황후가 수강궁에 도착했을 때, 태후는 이미 잠자리에 들 채비를 마친 참이었다.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태후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피곤하구나. 오늘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 돌려보내거라.”그러자 손 상궁이 나직이 귀띔했다.“태후마마, 황후마마께서 오셨사옵니다.”그 말을 들은 태후는 더는 고집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서 황후는 태후를 보자마자 황급히 예를 올렸다.“신첩, 어마마마께 문안드리옵니다.”태후의 얼굴에는 더없이 온화한 기색이 감돌았다.“시간이 늦었는데, 황후가 어쩐 일로 왔는가?”서 황후는 차마 자신의 억울하고 서러운 심정을 대놓고 하소연할 수 없었다.잠시 입을 다물고 있자, 이번에는 서 황후가 따로 눈짓을 주지도 않았는데 조씨가 알아서 말을 받았다.“태후마마, 조금 전 황후마마께서 현청전으로 가셔서 폐하께 저녁 수라를 올리셨사옵니다.”조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폐하를 서봉전으로 모셔 하룻밤 머무시게 하려 하셨으나…….”조씨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안타까운 기색으로 덧붙였다.“황후마마께서는 엄연히 중궁의 주인이신데, 폐하께서는 벌써 일 년이 넘도록 서봉전에서 하룻밤도 묵지 않으셨사옵니다…….”그 말을 들은 서 황후가 버럭 꾸짖었다.“그만하거라! 어마마마께 그런 말씀을 왜 올리는 것이냐?”그러고는 태후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마마마, 저 노비가 함부로 지껄이는 말은 마음에 담아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106화

    서 황후는 황제의 싸늘한 기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그녀는 손복안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목소리를 높여 명했다.“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서봉전으로 어가를 모실 채비를 하거라!”그 말을 들은 손복안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황제를 바라보았다.그런데 황제는 이미 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동작으로 서 황후의 손에서 자신의 옷소매를 빼낸 것이다.졸지에 손이 허공에 남겨진 서 황후는 놀란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 어찌 이러시옵니까?”황제의 표정은 더없이 냉담했다.하지만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짐은 이 나라의 황제일세. 어찌 세간의 말 따위를 두려워하겠는가?”황제는 서 황후를 똑바로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러니 황후는 세간의 말 한마디에 짐이 어느 비빈의 처소를 찾을지 좌우된다고 생각하는가?”서 황후는 황급히 변명했다.“폐하, 신첩의 뜻은 그게 아니옵니다! 신첩은 그저 금영을 위해 이러는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폐하와 신첩의 사이가 다시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면, 금영의 잘못도 그리 크게 여기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리되면 훗날 폐하께서 금영을 감싸 주시기도 한결 수월해지지 않겠사옵니까?”하지만 황제는 더는 서 황후의 말을 들어 줄 생각이 없었다.그는 문가에 서 있는 손복안을 향해 명했다.“복안, 황후를 현청전 밖으로 모시거라.”그 말을 들은 손복안은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서 황후에게 공손히 손짓했다.“황후마마, 이만 돌아가 주시옵소서.”서 황후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황제가 금영에게 그토록 화를 냈으면서도 여전히 서봉전에 가서 하룻밤 묵을 생각조차 하지 않다니!체면이 말이 아니었다.하지만 서 황후는 쉽사리 물러나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 국사가 바쁘시다면 신첩이 현청전에 남아 폐하의 곁을 지켜 드려도 되옵니다.”예전에 배금영은 현청전에서 황제의 곁을 지키며 다정하게 시중을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런 일이 있었기에 서 황후도 용기를 내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105화

    “신첩도 이번에 금영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허나 부디 신첩을 보아서라도 그 아이에게 조금만 관대한 처분을 내려 주시옵소서.”서 황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이번 일을 겪었으니 그 아이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을 것이옵니다…….”“앞으로는 그 아이를 신첩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신첩이 직접 가르치고 타이르면 비뚤어진 성정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리하면 금영을 올바르게 이끌면서 후궁의 법도도 바로 세울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서 황후는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겉으로 듣기에는 금영을 위해 선처를 구하며 황제에게 가벼운 벌을 내려 달라고 청하는 말이었다.하지만 그 속셈은 따로 있었다.그저 금영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싶을 뿐이었다.다시 가르치겠다니.대체 어떤 식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인지는 굳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금영이 정말 서 황후의 손에 넘어간다면, 어찌 무사할 수 있겠는가?황제는 서 황후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황후가 수고할 필요는 없네.”하지만 서 황후의 말 중에도 일리가 있는 부분은 있었다.생각해 보면 금영은 영안후부 같은 곳에서 자란 아이였다.선대 영안후의 기개와 충의는 제대로 배웠지만, 그런 집안에서 자라며 좋지 못한 성정까지 물들었을 수도 있었다.아직 나이가 어리니 모든 잘못을 금영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었다.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앞으로 그릇된 길로 더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누군가는 제대로 가르쳐야 했다.다만 그 일을 맡을 사람은…….황제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짐이 직접 가르칠 것이네.”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금영은 자신의 사람이었다.감히 다른 사람에게 그 아이를 가르치도록 맡길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서 황후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황제의 태도만 보아도 배금영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은 분명했다.그런데 어째서일까?분명 자신이 바라던 대로 황제와 배금영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104화

    평소 황제는 조정의 대신을 따로 만나야 할 일이 없으면 늘 금영과 함께 저녁 수라를 들었다.여느 평범한 집안의 부부처럼 말이다.하지만 오늘은 황제도, 금영도 저녁 수라를 거른 상태였다.황제는 손복안을 빤히 바라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참으로 소식이 빠르구나. 소녕전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훤히 알고 있다니!”손복안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하지만 손복안은 위명처럼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이 이야기를 꺼내면 황제가 불쾌해하리라는 것쯤은 진작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굳이 입을 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손복안은 누구보다 황제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지금 황제는 그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을 뿐, 금영을 향한 마음까지 식은 것은 아니었다.예로부터 큰 것을 얻으려면 그만한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법이었다.남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돌을 던지는 사람은 많아도, 선뜻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은 드물지 않은가.오늘 자신이 이토록 황제와 금영을 위해 마음을 쓴다는 사실을 두 분께서도 언젠가는 알아주시겠지.훗날 황제와 금영이 다시 화해하고 나면 자신에게도 그만한 보상이 돌아올 터였다!그렇게만 된다면 어전 대총관인 자신의 자리를 감히 누가 넘볼 수 있겠는가?손복안은 얼른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소인이 잘못했사옵니다.”잘못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황제의 머릿속에 문득 금영의 모습이 떠올랐다.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던 그 모습 말이다.어찌나 답답하던지, 변명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던가!차라리 듣기 좋은 말이라도 몇 마디 늘어놓으며 적당히 둘러댔다면…….황제도 어쩌면 모른 척 눈감아 주었을지 몰랐다.그런데 금영은 그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기만 했다!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하더니, 심지어 귀비의 작위까지 빼앗겨도 좋다고 하지 않았는가!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황제의 속에서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침 그때였다.공교롭게도 서 황후가 현청전 밖에 도착했다.손복안이 자리를 비운 데다 다른 궁인들은 감히 서 황후를 막을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103화

    서 황후는 두 사람의 아첨을 듣자 더욱 의기양양해졌다.“배금영이 아무리 수를 써서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봤자 본궁처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복만은 어찌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서 황후는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본궁이 서씨 성을 타고난 덕에 태후마마께서 이토록 감싸 주시니, 그 계집이 무슨 수로 본궁을 당해 내겠느냐?”서 황후가 이토록 기고만장해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그동안 금영에게 워낙 호되게 눌려 지냈기 때문이다.생각해 보면 예전의 서 황후는 겉으로나 속으로나 제법 침착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금영이 입궁한 뒤로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매일같이 속이 뒤집히고 마음이 조급해졌으니, 이런 순간에까지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서 황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명했다.“본궁이 입을 옷을 하나 골라 오너라.”그러고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다.“오늘은 본궁이 직접 폐하를 찾아가 서봉전으로 모셔 오겠다!”이번 일로 배금영과 황제의 사이가 틀어졌다.게다가 자신은 억울하게 모함당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지 않았는가?그렇다면 황제도 이제는 자신을 조금쯤 가엾게 여길 터였다.오늘만큼은 황제도 황후인 자신의 체면을 세워 주실 것이 분명했다!환옥이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예, 마마!”서 황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그 분홍빛 옷으로 가져오너라!”“그해 폐하께서 태자비를 간택하시던 날, 본궁은 살구꽃 수를 놓은 분홍빛 옷을 입고 있었지. 폐하께서 바로 그 차림의 본궁을 간택하셨느니라…….”그렇게 말하는 서 황후는 정작 황제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태자비로 선택했는지 까맣게 잊은 듯했다.어쨌든 그날을 떠올리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마치 오래도록 그리워하던 어느 아침으로 다시 돌아간 사람처럼 말이다.서 황후는 정성껏 새로 단장했다.역시 좋은 일이 생기면 사람의 낯빛부터 달라지는 모양이었다.한동안 눈에 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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