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제4화

ผู้เขียน: 서린화
태자는 정신을 차리고는, 눈앞에서 조심스레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닐 것이다.”

“그럼… 언니는 제가 싫은 걸까요?”

배명월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안 그래도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외모에, 이렇게 눈물까지 머금으니 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태자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것이다. 예의 범절에 조금 엄격한 편이라 딱딱해 보이는 것뿐이다. 이리도 사랑스러운 너를 싫어할 사람이 대체 누가 있겠느냐?”

그 말을 듣자 배명월은 눈물을 닦으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정말요? 다들 절 좋아해 줄까요?”

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배명월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태자 전하께서도… 저를 좋아하시는 건가… 요?”

태자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손을 뻗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 위에 내려앉은 잔설을 살며시 털어 주었다.

배명월은 입술을 살짝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많은 생각이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편, 침소 앞에 다다른 금영의 눈에 초조하게 서성이는 여 시종인 해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동시에 해수 또한 그녀를 발견했는지 서둘러 다가왔다.

“아가씨,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그 말과 함께 해수는 무심결에 침소 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주인 어르신과 부인께서 오셨습니다. 그런데 두 분 다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금영은 잠시 걸음을 멈추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빨리 그들을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

해수가 의아해하며 묻자, 금영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는 옅게 웃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며 금영은 자신의 침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고 방 안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침소의 상석에는 영안후와 부인 송정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사십 대 부부였으나 인상은 사뭇 달랐다. 영안후와 달리 송정희에게서는 오랜 세월 몸가짐을 가꿔 온 흔적이 엿보였다.

두 사람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방으로 들어오는 금영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영안후의 얼굴이 유독 굳어 있었다.

금영의 머릿속에 잠시 여러 생각이 스쳤지만, 곧 표정을 가다듬고 걸음을 멈춰 예를 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인사 올립니다.”

“집에 돌아올 생각을 했긴 했나 보구나?”

금영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영안후가 차갑게 꾸짖었다. 그러자 송정희가 옆에서 나지막이 달래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아이가 언제 함부로 규범을 어긴 적이 있습니까? 오늘 일은 분명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것입니다. 너무 노하지 마세요.”

“규범을 어긴 적이 없어? 그렇다면 이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외간 남자를 만나고 오는 일은 없었어야지!”

영안후가 전보다 더 노한 표정으로 다그쳤다.

평소의 금영이었다면 그저 얌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버지의 훈계를 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미래를 아는 금영에게는 모든 것이 우습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는 용서를 빌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들어 영안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께서도 저에게 태자와 자주 왕래하라며 조언하지 않으셨습니까? 앞으로 함께할 인연이니 미리 정을 쌓아 두는 것도 중요하다면서요. 그래서 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자 전하께서 부르셨기에,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이런 대답이 들려오자, 그는 분노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거세게 쾅 하고 내려놓았다.

금영은 그가 진심으로 분노했음을 알아차렸다.

과거 그녀는 부모가 노하는 것을 극히 두려워했었다. 그것은 그들이 무서워서라기보다는, 그들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항상 최고가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었다. 글 공부면 글 공부, 거문고면 거문고,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단정히 하여 기품을 잃지 않도록 유지했다.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면, 그것이 곧 효도이며, 부모를 기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죽음을 한 번 겪고 나니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런 허울뿐인 것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

“삼 년을 곁에 두지 못했더니 아주 버릇없어졌구나! 감히 이 아비에게 대들다니, 정녕 내가 직접 네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해 나서야겠느냐!”

영안후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그러나 금영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허리를 곧게 세운 채 그를 마주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제 말이 잘못되었습니까?”

영안후는 처음으로 금영의 눈에서 굽혀지지 않은 고집을 보게 되었다. 순간 그는 멍해졌다. 이토록 불순한 눈빛이라니, 누구보다 예를 중시하던 아이의 변한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무언가 알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영안후의 분노는 더욱 치솟았다.

금영이 누구의 소생이었든 그는 분명 최선을 다해 그녀를 키웠다. 배명월의 일로 불만을 품고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면 더 엄히 다스려야 마땅했다.

“무릎 꿇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금영은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다.

“어서 꿇지 못하겠느냐!”

영안후는 눈을 부릅뜨고 호통쳤다.

“금영아, 어서 무릎을 꿇고 네 아버지께 잘못을 빌어라. 이제 막 돌아왔지 않느냐. 벌써 아버지를 노하게 하지 말거라.”

송정희는 다급한 기색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딸을 걱정하는 어미의 모습이었다.

금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용서를 빌어야 합니까?”

“금영아, 아버지도 다 너를 위해 이러는 것 아니겠느냐. 아직 태자 전하와 정식으로 혼례를 올린 것도 아닌데, 괜한 소문이 나면 좋을 것이 무엇 있느냐? 더구나 설림은 행궁 밖이라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아 험한 곳인데 얼마든지 위험에 빠질 수 있지 않느냐?”

송정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얼굴에는 자애로움이 가득했다.

“그만 말리시오. 내 오늘 반드시 이 아이에게 규범을 가르쳐야겠으니! 규수의 본분이 무엇인지 오늘 똑똑히 알려야겠소. 여봐라, 거기 누구 없느냐! 가법대로 시행하라!”

영안후가 분노에 차 외쳤다.

그러자 곧바로 연륜이 느껴지는 여 시종 둘이 밖에서 들어왔는데, 한 사람은 긴 판자를, 또 다른 한 사람은 가는 회초리를 들고 있었다. 그것들은 바로 영안후부 가법(家法: 가문 규율)에 사용되는 처벌 도구들이었다.

두 여 시종은 물건을 내려놓고 영안후의 안색을 살핀 뒤 금영에게 다가왔다.

금영은 영안후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아버지께서는 제가 태자 전하와 만남을 가진 것이 가법을 들어 올릴 정도로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태자 전하를 들먹인다고 해서 내가 너에게 벌을 주지 못할 것이라 착각하지는 말거라. 네가 출가하지 않은 이상 너는 여전히 이 영안후부의 규수다. 이런 행실은 영안후부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안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뭘 망설이는 것이냐! 당장 집행해라!”

그러자 여 시종 둘이 금영의 어깨를 붙잡았고 그중 한 명이 낮게 말했다.

“아가씨,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금영은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다시 말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문밖에서 발랄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어머니.”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배명월이 방 안에 놓인 판자와 여 시종 둘에게 붙잡혀 있는 금영을 바라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안 그래도 이제 막 집에 돌아왔을 텐데, 이게 무슨 일이에요? 왜 언니를 벌하고 계세요?”

그러자 송정희가 나지막이 금영에게 말했다.

“금영아, 너도 들었을 것이다. 우리 집안에 있었던 일을… 이 아이가 바로 네 동생, 명월이다.”

그러자 금명이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안 그래도 좀 전에 봤습니다.”

“언니가 무슨 잘못을 했든, 무슨 이유로 아버지께서 노하셨든, 부디 소녀를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배명월의 말을 듣자 영안후는 아까 들려 했던 찻잔을 집어들며,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십여 년 동안 공들여 키웠더니 네 동생 반도 못 하는구나. 하지만 오늘은 그 누가 와서 간청해도 소용없다. 더럽혀진 가문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엄히 다스릴 것이다.”

그러자 배명월은 이번엔 금영을 바라보며 타이르듯 말했다.

“언니, 어서 아버지께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세요.”

하지만 금영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이 아이의 반도 못 따라간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이 아이는 알고 있을까요? 아버지께서 저를 벌하시려는 이유를 말이에요.”

“그러게요. 도대체 무슨 연유로 아버지께서 이러시는 거예요?”

배명월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58화

    금영은 서 황후가 순순히 인정할 리 없다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여비의 말만 듣고 서 황후에게 죄를 씌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서 황후가 부인한다고 해서 곧바로 결백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었다.과연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는 결국 밝혀내야 했다.그 생각에 금영은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라면 제대로 조사해 주겠지.사실 여비가 오늘 갑자기 일을 벌인 것은 다소 성급하기는 했지만, 시기만큼은 절묘했다.예전 같았으면 누군가 서 황후의 죄를 고발한다 해도 황제는 평소 그토록 현숙하고 덕이 깊던 황후가 그럴 리 없다며, 누군가 서 황후에게 누명을 씌운다고 여겼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금영이 입궁한 뒤 서 황후는 한 번 잘못된 길에 들어선 후 계속해서 실수를 저질렀다.그 탓에 황제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현숙하고 어진 황후의 모습은 이미 크게 흔들린 지 오래였다.심지어 황제를 크게 노하게 만들어, 황후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품게 했다.황제에게 이미 서 황후를 폐위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바로 이런 때 여비가 과거의 일을 다시 들춰냈으니, 황제가 대충 넘길 리 없었다.이번만큼은 반드시 제대로 조사할 터였다.서 황후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혀 억울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여비, 본궁과 자네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러는가? 자네가 평소 후궁에서 제멋대로 굴기는 했어도, 본궁은 단 한 번도 중궁의 권세를 내세워 자네를 억누른 적이 없네. 그런데 어찌하여 본궁에게 이런 누명을 씌우는가?”여비는 그 말을 듣자 기가 막힌 듯 웃음을 흘렸다.“원한이 없으시다니요? 제 아이를 죽인 원한조차 황후마마께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씀이시옵니까?”여비가 싸늘하게 비웃었다.“황후마마께서 인정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사옵니다. 신첩은 폐하를 믿사옵니다. 폐하께서 반드시 진상을 낱낱이 밝혀 주실 것이옵니다!”황제가 차갑게 명했다.“손 태의를 잡아 오너라. 짐이 직접 심문하겠다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57화

    애초에 이 일을 벌인 사람은 금영이었다.그러니 여비 혼자 서 황후와 맞서게 두고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그때 여비가 소리쳐 불렀다.“자운!”자운이 곧 누렇게 바랜 약봉지 하나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앞으로 나왔다.그 곁에는 두 태의가 죽기 전 남겼다는 서신 한 통도 함께 놓여 있었다.황제가 차갑게 명했다.“이 원사를 불러오라.”그 모습을 본 서 황후가 다급히 입을 열려 했다.“폐하.”황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곧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입 다물게!”손복안은 황제의 심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어느새 슬그머니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그러고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권했다.“폐하, 내의원은 여기서 제법 거리가 있사옵니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시는 것이 어떠시옵니까?”손복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슬쩍 한마디를 덧붙였다.“폐하께서는 워낙 강건하시니 이 정도로는 피곤하지 않으시겠사오나, 원 귀비마마께서는 몸이 여리시지 않사옵니까.”그 말을 들은 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금영의 손을 잡아 함께 자리에 앉았다.반면 서 황후와 여비는 여전히 황제를 마주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이렇게 놓고 보니 마치 서 황후가 금영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금영은 바닥에 초라하게 무릎 꿇은 서 황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한때는 그토록 우아하고 존귀했던 사람이었다.감히 올려다보기도 어려울 만큼 높은 곳에서 금영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고, 그녀의 생사마저 제멋대로 결정하던 사람이었다.그런 서 황후가 지금은 이토록 낭패한 모습으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금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통쾌함이 밀려왔다.그저 이번 일이 아무 탈 없이 뜻대로 풀리기만을 바랐다.그러면 금영은 제 눈앞에서 서 황후가 황후의 자리에서 끌려 내려오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을 터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원사가 서봉전에 도착했다.이 원사는 먼저 약봉지 안의 약재를 꼼꼼히 살폈다.그러다 쑥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56화

    그 생각에 이르자 서 황후의 시선이 다시 금영에게로 향했다.지난 아홉 해 동안 여비는 후궁의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반쯤 미친 사람처럼 살아가면서도 지금껏 후궁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를 잃게 한 데 대한 미안함으로 황제가 어느 정도 그녀를 눈감아 주었기 때문이었다.서 황후 역시 아이도 없는 비 하나를 굳이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오히려 여비처럼 성정이 날카롭고 까다로운 사람이 곁에 있어야 자신이 더욱 현숙하고 덕이 깊어 보이지 않겠는가.그래서 지난 아홉 해 동안 굳이 여비까지 뿌리 뽑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런 여비가 아홉 해 동안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다가, 하필 금영이 입궁하고 두 사람이 가까워진 뒤부터 갑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여비 혼자였다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금영과 손을 잡았다.혹시 정말 오래전 묻혀 있던 일까지 파헤친 것은 아닐까.그 생각이 들자 서 황후의 마음에도 다시 불안이 피어올랐다.서 황후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폐하, 여비는 제정신이 아니옵니다. 저 여인의 말은 믿으시면 아니 되옵니다!”황제가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목소리는 조금 차가워져 있었다.“믿을지 말지는 여비가 증좌를 내놓은 뒤 짐이 판단하겠네.”금영은 서 황후를 한번 바라본 뒤 부드럽게 말했다.“황후마마께서는 늘 현숙하고 덕이 깊으신 분이니, 설마 황자를 해치는 일을 하셨겠사옵니까. 마마께서 떳떳하시다면 두려울 것도 없을 터이니, 우선 여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옵니다.”여비의 두 눈은 여전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모든 일은 아홉 해 전 두 태의에게서 시작되었사옵니다.”여비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당시 두 태의가 우연히 신첩의 맥을 짚었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사옵니다. 그래서 내의원으로 가 신첩에게 지어 올리던 약을 확인했고, 그 안에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사옵니다.”“두 태의는 그 사실을 신첩에게 알리려 했사오나, 미처 전하지도 못한 채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사옵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55화

    서 황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일은 벌써 아홉 해 전의 일이네. 그런데 이제 와 본궁이 자네 아이를 해쳤다고 감히 떠들다니! 본궁을 무고한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는 있는가?”여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서 황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무고라 하시옵니까? 황후마마께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마마께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거리낄 것이 없다면 귀신이 문을 두드린들 무엇이 두렵겠사옵니까. 그런데 마마께서는 이토록 두려워하시다 못해 법단까지 차리고 법사를 벌여 제 아이의 혼백마저 다시 없애려 하셨사옵니다. 정녕 마음에 찔리는 것이 없으시옵니까?”서 황후가 차갑게 꾸짖었다.“법단을 차리고 법사를 벌인 일은 이미 폐하께 말씀드렸네. 모두의 안녕을 빌기 위해서였어! 본궁도 이것이 궁규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고 있네. 그러니 폐하께서 이 일로 벌을 내리신다면 본궁은 달게 받겠네.”서 황후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하지만 자네가 말한 일만큼은 본궁이 한 적이 없으니 인정할 수도 없네!”말을 마친 서 황후는 황제가 있는 쪽을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폐하, 부디 신첩을 위해 억울함을 밝혀 주시고 신첩의 결백을 되찾아 주시옵소서!”여비도 곧장 무릎을 꿇고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 벌써 아홉 해이옵니다. 신첩은 지난 아홉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했사옵니다. 그때 신첩이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혹시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옵니다.”여비의 목소리가 떨렸다.“신첩도 폐하께 청하옵니다. 부디 신첩을 위해…… 아니옵니다. 저희 아이를 위해서라도 진상을 밝혀 주시옵소서!”말을 마친 여비도 그대로 머리를 숙여 큰절을 올렸다.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단 한 번이었건만 매끄럽던 이마에는 금세 붉은 핏자국이 번졌다.그 모습을 본 금영의 가슴이 순간 조여 왔다.금영도 알고 있었다.후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제 몸부터 지키는 것이 가장 현명했다.다른 비빈들이 황제의 총애를 모두 빼앗긴 채 궁 안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54화

    분명 궁규를 어기고 궁 안에 법단을 차린 데다, 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퍼뜨리며 법사까지 벌인 일이었다.그런데 서 황후의 입을 거치자 어느새 모두의 안녕을 비는 법사가 되어 버렸다.무엇보다 서 황후는 말끝마다 어마마마를 위해 복을 빈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었다.이렇게 되면 황제가 서 황후를 벌하고 싶어도 대놓고 중벌을 내리기는 어려웠다.자칫하면 황제 쪽이 불효한 아들이 되고 말 테니 말이다.황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서 황후는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었다.“신첩도 알고 있사옵니다. 신첩이 이리한 것은 분명 궁규에 어긋나는 일이니,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사옵니다.”서 황후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어마마마와 원 귀비, 그리고 폐하께서 모두 무탈하고 평안하시기만 한다면, 폐하께서 신첩에게 어떤 벌을 내리시든 신첩은 한마디도 변명하지 않겠사옵니다.”말을 모두 마치고 나자 서 황후도 조금은 마음을 놓은 듯했다.마치 자신이 내놓은 핑계를 스스로도 정말 믿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바로 그때 금영이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이 조금 전 들어오면서 저 도사가 악귀를 베어 없앤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사옵니다. 복을 비는 법사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그런데 어찌 악귀를 벤다는 말이 나오옵니까?”금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천진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게다가 황궁은 황은이 두루 미치는 곳이 아니옵니까. 그런 곳에 어찌 악귀가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도사를 바라보았다.도사의 몸이 움찔 떨렸다.그는 서 황후를 힐끗 바라본 뒤 황급히 변명했다.“그, 그것은 소인이 그만 말을 잘못했사옵니다.”도사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치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소인이 민간에서 법사를 벌일 때에는 요괴와 악귀를 물리치는 말을 자주 하다 보니, 그만 입이 익어 실언하고 말았사옵니다. 부디 폐하께서 용서해 주시옵소서.”서 황후는 속으로 슬며시 안도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53화

    하지만 황제는 이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곁에 있던 위명을 바라보았다.위명은 성큼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이전을 옆으로 밀어내고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문이 열리는 순간, 누런 종이가 타고 남은 재가 바람을 타고 흩날려 들어왔다.아직 붉은 불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종이재였다.잘게 부서진 재 한 조각이 금영의 몸 위로 떨어지려는 찰나였다.황제가 문득 묵옥반지를 낀 손을 들어 그 종이재를 가볍게 쳐 냈다.황제의 넓은 소맷자락이 다시 내려앉은 뒤, 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그제야 서봉전의 뜰 안에 자욱한 연기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뜰 한가운데에는 법단이 차려져 있었고, 그 곁에서는 도사 차림을 한 세 사람이 한창 법사를 벌이고 있었다.그중 한 사람은 제법 나이가 들어 보였고, 나머지 둘은 훨씬 어려 보였다.아마 나이 든 도사의 곁에서 법사를 돕는 어린 제자들인 듯했다.그때 나이 든 도사는 손에 든 검을 휘두르며 허공을 사정없이 베어대고 있었다.마침 그가 내지른 검끝 하나가 황제가 서 있는 방향으로 곧장 향했다.그 모습을 본 금영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그녀가 곧장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호위하라! 누군가 폐하를 시해하려 한다!”물론 금영도 이것이 진짜 암살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일부러 시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일을 크게 벌이기 위해서였다.후궁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태후가 어떻게든 덮으려 들 수 있었다.하지만 황제를 시해하려 했다는 일까지 얽힌다면 태후라 해도 함부로 덮을 수 없었다.서 황후는 안쪽에 서서 법단 너머로 금영과 마주 보고 있었다.황제와 금영이 함께 밖에서 들어서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서 황후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서 황후가 황급히 앞으로 걸어왔다.조금 전 검을 휘두르던 도사는 이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서 황후는 황제를 바라보며 애써 현숙한 웃음을 지었다.“폐하, 어찌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