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금영과 황제는 이미 소녕전으로 돌아간 뒤였다.그리고 그때 서 황후와 현비 또한 함께 수강궁을 나섰다.돌아가는 길,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두 사람이 서봉전 근처에 이르렀을 때였다.현비가 서 황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황후마마, 신첩은 여기까지만 모시겠사옵니다.”“내일도 신첩이 폐하께 궁 안의 여러 일을 아뢰어야 하니, 조금 일찍 돌아가 쉬고자 하옵니다.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현비가 덧붙였다.두 사람 모두 사람들 앞에서는 사이가 좋은 듯 꾸며 왔지만, 사실 뒤에서는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고 있었다.현비의 말은 겉으로는 온화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그 속뜻은 분명했다.서 황후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을 잃었다는 것을 비꼬는 말이었다.그 권한이 사라진 뒤로는 황제조차 쉽게 만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서 황후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현비를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현비는 참으로 아량이 넓구나.”“본궁을 누르기 위해 원비를 폐하께 밀어줄 생각까지 하다니.”“하지만 매일 매처럼 사냥하는 자도 언젠가는 매의 발톱에 다칠 날이 오는 법이지.”서 황후가 비웃음 어린 미소를 지었다.“잊지 말거라. 원비에게도 아들이 있느니라.”현비는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어찌 신첩의 아량이라 하시옵니까?”“설령 신첩이 폐하와 원비마마께 기회를 만들어 드리지 않았다 한들, 폐하께서 소녕전에 가지 않으셨겠사옵니까?”“그저 작은 호의를 베푼 것뿐이옵니다.”현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황후마마께서는 현숙하고 너그러우신 모습을 배우지 못하셨는데, 어찌하여 신첩을 비웃으시옵니까?”“너……”서 황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굳었다.환옥이 곧바로 나섰다.“현비마마! 어찌 감히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황후마마께 이토록 무례하게 굴고도, 황후마마께서 죄를 물으실 것이 두렵지 않으시옵니까?”현비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만약 이런 일이 두려웠다면, 애초에 서 황후와 매번 맞서지도 않았을 것이다.현비가 말했다.
황제의 자리에 있는 사람을 우러러보는 이는 많았다.그에게 기대려는 사람 또한 셀 수 없이 많았다.하지만 자신과 서왕 사이에 흐르는 거센 적의를 알아차리고, 눈앞의 금영처럼 기꺼이 나서서 자신을 감싸려 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이렇게 보호받았던 때는, 선대 영안후가 몸을 던져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적의 화살을 대신 막아 주었을 때였다.그 일을 떠올린 황제는 눈앞의 금영을 바라보며 더욱 마음이 움직였다.금영은 황제가 자신을 일으켜 세워 주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폐하께서는 신첩을 탓하지 않으시옵니까?”황제는 일부러 얼굴을 굳혔다.“감히 겁도 없이 황제의 마음을 헤아리다니. 짐은 그래도 너를 벌해야겠구나.”금영은 황제가 진심으로 화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이런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 또한 기꺼이 황제의 장난에 맞춰 주었다.금영은 억울한 듯 황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그 눈빛 속에는 숨길 수 없는 다정한 정이 담겨 있었다.“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신첩에게 어떤 벌을 내리실 생각이시옵니까?”황제가 금영을 바라보았다.“네게 벌을 내리겠다. 방금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하거라.”금영은 잠시 멈칫했다.방금 자신이 한 말이 한두 마디가 아니었다.대체 어느 말을 하라는 것인가.“신첩이 폐하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싶다고 한 말이옵니까?”금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황제는 고개를 저었다.“그 말이 아니니라.”금영은 황제의 표정을 바라보았다.한참을 생각하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신첩이 폐하를 지아비라 여긴다고 한 말이옵니까?”그 말을 들은 황제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기분이 한층 좋아진 듯했다.금영은 그제야 자신이 제대로 짚었다는 것을 알았다.황제는 금영의 손을 잡은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이제는 금영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남강과 서왕의 일은 줄곧 짐의 마음속 깊은 근심이었다.”“남강이 안정되지 않는 한, 짐은 서왕을 쉽게 움직일 수
서왕은 금영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원비마마께서는 입만 열면 정과 연을 말씀하시니, 보아하니 폐하와의 사이가 참으로 돈독하신 모양이옵니다.”그 말을 하면서도 서왕은 서 황후를 한 번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서 황후는 마침 손을 들어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조금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황제가 입을 열었다.“짐과 원비의 사이는 본래 좋으니라. 지금은 원비의 뜻대로 하도록 하고, 더 이상 이 일은 논하지 말거라.”황제는 마치 모든 일을 금영의 뜻에 맡기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제왕으로서의 위엄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에 서왕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황실 연회가 끝난 뒤.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나려 하자, 서 황후가 곧장 뒤따라가려 했다.그때 현비가 웃으며 말했다.“황후마마, 우리 둘은 태후마마 곁에 조금 더 머물도록 하시지요.”서 황후는 현비를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어찌 모르겠는가.현비가 이런 방식으로 금영과 황제가 함께 있을 기회를 만들어 주고, 황제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는 것을.현비의 수는 분명 영리했다.적어도 지금 이 순간, 황제의 마음속에서 현비는 후궁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황제는 후궁을 다스리는 권한을 잠시 현비에게 맡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황제와 금영이 돌아가는 길.금영은 황제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고 먼저 그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조용히 물었다.“폐하, 무슨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으시옵니까?”황제가 금영을 바라보았다.오늘 밤에는 달빛조차 없었지만, 눈 위에 비친 빛과 등롱의 불빛이 어우러져 금영의 얼굴은 옥처럼 희고 맑게 빛났다.그 맑은 눈동자는 유난히 밝았다.황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네가 짐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아차렸느냐?”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추측을 했다면, 성심을 헤아렸다는 죄를 뒤집어썼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금영이었기에, 황제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금영이 조용히 말했다
서 황후 뒤에 서 있던 조씨가 문득 입을 열었다.“노비가 한 말씀 올리고 싶은 것이 있사온데, 말씀드려도 괜찮겠사옵니까?”서 황후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말해 보거라.”그제야 조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성정이 강한 이로 말씀드리자면, 장평군주부의 큰아씨를 빼놓을 수 없사옵니다……”금영은 원래부터 소성원이 아내를 맞이하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했다.지금 소성원의 후원에는 겉으로 드러난 정실이나 첩은 없다지만, 그곳에서 시중드는 궁비들은 과연 누구겠는가.모두 소성원이 밖에서 온갖 수단을 써 데려온 여인들이 아닌가.사내가 여색을 밝히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서로 원해서 맺어진 관계라면 아무리 많은 여인을 곁에 둔다 한들, 금영은 그저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였다.하지만 소성원이라는 자는 달랐다.그는 세상에 더러운 짓이라면 무엇이든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었다.예전에 진국공부에서 마주쳤을 때만 해도, 감히 금영을 희롱하려 하지 않았던가.그런 자가 감히 유진설을 아내로 맞이하려 한다니.금영은 그 생각에 이르자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그사이 서 황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가문으로 보자면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도 없고, 진설에게도 아직 정해진 혼처가 없지 않으냐. 게다가 나이도 적지 않으니 장평군주도 줄곧 진설의 혼사를 걱정하고 있다 하더구나. 두 집안이 인연을 맺는다면 이보다 좋은 일도 드물겠지.”“그러니 본궁이 너희를 위해……”서 황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금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황후마마께서 참으로 좋은 뜻을 품으셨습니다만, 부디 억지로 연을 맺게 하지는 마시옵소서.”말을 마친 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웃었다.“진설에게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사옵니다.”“마음에 둔 사람이 있든 없든, 여인이 혼인을 하는 일은 부모의 뜻과 중매의 말을 따라야 하는 법이다. 가문이 어울리는지, 사람됨이 어떠한지, 집안이 어떠한지를 먼저 살펴야 하지 않겠느냐.”서 황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 어린 여인의 마음이야 그리 중요
금영은 태자를 힐끗 바라보았다.태자의 표정과 태도를 보아하니, 아무리 봐도 기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황제가 조금 의외라는 듯 물었다.“오? 하사품을 원하지 않는다고?”태자가 이어 말했다.“명월은 소자의 태자비이옵니다. 소자를 위해 후사를 잇는 것은 본래 그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 회임을 했다고 하여 특별히 하사하실 것은 없다고 생각하옵니다.”태자의 말은 마치 배명월이 회임한 일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했다.배명월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그녀는 본래 이번 일을 빌미 삼아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하지만 태자가 그녀가 품고 있던 기대를 단번에 깨뜨릴 줄은 몰랐다.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금영이 문득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은 그래도 하사하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옵니다.”말을 마친 금영은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명월은 신첩의 동생이옵니다. 이제 회임을 했으니 신첩 또한 마음 깊이 기쁘옵니다. 폐하께서 하사하지 않으신다면, 신첩이 직접 하사하겠사옵니다.”배명월은 금영을 바라보았다.그 눈빛 속에는 희미한 적의가 서려 있었다.만약 이곳이 황실 연회장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아마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황제가 웃으며 말했다.“짐도 하사할 것이고, 황후 또한 마땅히 하사해야 하느니라.”“그리고 금영, 네 말대로 명월은 너의 동생이니, 소녕전에서도 태자부에 하사품을 더 보내도록 하거라.”황제의 목소리는 낮고 온화했다.그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웃음기까지 담겨 있었다.“무엇 하고 있느냐? 어서 사은하지 않고.”황제가 태자와 배명월을 바라보며 말했다.평소 황제가 하사품을 내린 뒤에는 직접 나서서 감사 인사를 재촉하는 일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굳이 한마디를 덧붙였다.태자와 배명월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상석을 향해 말했다.“소자,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그리고 원비마마께서 내려주신 하사품에 감사드리옵니다.”배명월 또한 예를 갖추어 같은 말을 올렸다.금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
그 말을 하던 서왕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리고 어제 일은, 폐하께서 자리를 뜨신 뒤 소자도 더는 술을 마시기 어려워 보여 잠시 밖으로 나가 걸었사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태후마마께서는 서왕을 정말 각별히 아끼시는구나.황제를 대하실 때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되었다. 이제 모두 모였으니 식사를 시작하자꾸나.”태후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젓가락을 몇 번 들기도 전.줄곧 말없이 조용히 있어 존재감이 거의 없던 배명월이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배명월에게 향했다.금영은 배명월을 유심히 바라보았다.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그때 현비가 입을 열었다.“태자비의 모습이 단순히 몸이 불편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구나. 오히려…… 본궁이 예전에 이황자를 회임했을 때와 꼭 닮은 모습이로다.”“원비, 너는 이제 막 출산을 했으니 잘 알겠지. 태자비의 모습이 회임한 것처럼 보이는지 한번 말해 보거라.”현비가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은 알고 있었다.현비가 자신과 태자의 일을 알고 있기에 일부러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임을.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자신과 배명월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를 안겨 줄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금영은 연회석에 앉아 있는 배명월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지금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 애처로운 모습은 정말 회임한 사람처럼 보였다.금영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배명월은 분명 그때 그 낙태약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삼켰다.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다시 회임을 했단 말인가?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금영은 생각을 거두고 황제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신첩이 보기에도 명월의 모습은 회임한 듯하옵니다. 하지만 신첩은 의술을 아는 사람이 아니기에 얼굴빛과 맥을 살피는 법을 알지 못하옵니다. 그러니 태의를 불러 진맥하게 하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만약 정말 회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