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뒤틀리고 음험한 궁궐 안에서, 틈바구니를 비집고 살아남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다만 안타까운 것은, 전생의 림 소의는 결국 순장을 당했다는 점이었다.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금영은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림 소의처럼 입궁한 지 여러 해가 되었음에도 황제의 총애를 한 번도 받지 못한 사람이, 마지막에는 순장이라는 결말을 맞이하다니.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금영이 림 소의를 끌어들이려 한 이유는 단순히 림 소의라는 사람을 좋게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녀에게는 림 소의의 훌륭한 부친이라는 이유도 있었다.어사는 결코 한가한 자리가 아니었다.금영 역시 조정과 후궁 안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이익망을 만들어 갈 생각이었다.황제가 후궁의 여인들이 무리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만약 자신이 정말 어리석게 소황자를 위한 길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그 사이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그녀에게는 현비처럼 무사히 빠져나갈 운이 없었다.아마 서 황후에게 뼈도 남기지 못하고 짓밟힐 것이다.*눈 깜짝할 사이 며칠이 흘렀다.마침내 배경원이 정식으로 작위를 이어받는 날이 되었다.영안후부에서는 계승 연회를 열 예정이었다.이른 아침부터 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치 마음속에 계속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 듯, 좀처럼 편하게 있지 못했다.황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조회에 들었다.해수는 그런 금영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권했다.“마마께서 영안후부를 보고 싶으시다면 폐하께 한마디 말씀드려 보시옵소서. 폐하께서 거절하시지는 않을 것이옵니다.”금영이 말했다.“본궁은 궁비의 신분이니, 계속 궁 밖으로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물론 황제가 먼저 불러 나가자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금영은 소녕전에서 조회가 끝날 시간을 기다렸다.하지만 황제는 돌아올 기색이 없었다.결국 금영도 마음을 접고 명했다.“사람을 보내 본궁이 준비한 축하 예물을 전하도록 하
황제는 금영을 바라보았다.설마 금영이 이런 말을 꺼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황제는 본래 태후가 꺼낸 일이 금영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금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오히려 이 일의 득과 실을 차분히 따져 보고 있었다.“금영아, 너는 짐에게 이 일을 물리치라고 권하지 않는 것이냐?”황제가 물었다.금영은 이렇게까지 생각이 깊었고, 마음속에 조금의 질투도 없었다.그것은 마음속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까.아니면 오히려 자신을 너무 아끼기에 기꺼이 한발 물러서는 것일까.금영은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정말 그런 뜻이 아니었다.새로 들이는 비는 어차피 후궁 안의 사람이다.어떤 품계를 받든 자신에게 영향을 줄 일은 없었다.그저 황제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황제가 어느 비를 새로 들였다고 해서 마음을 옮길 사람도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과거의 여비와 현비가 어찌 아직까지 총애를 받지 못했겠는가.이 일에서 고집을 부린다면.금영은 황제가 자신의 뜻을 따라 새로운 두 비를 세우는 일을 물리칠 것이라 아홉 할 정도 확신했다.그렇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가.태후는 계속해서 황제에게 이 일을 언급할 것이고, 조정에서도 끊임없이 간언이 올라올 것이다.결국 모든 사람은 황제가 그녀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모든 시선이 향하는 곳에 서게 된다.금영은 황제의 가슴에 기대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신첩은 이미 귀비의 자리에 있사옵니다. 폐하께서 앞으로 어떤 비를 책봉하시더라도 모두 신첩 아래에 있을 것이옵니다…… 더구나 신첩이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품계가 아니었사옵니다.”황제는 고개를 숙여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금영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진지했다.“신첩은 폐하와 마음을 함께하고 뜻을 같이하고 싶사옵니다. 폐하께서 나라의 혼란을 다스리고 새롭게 바꾸어 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사옵니다. 그리고 폐하 곁에서 폐하
손복안이 물러난 뒤.이곳에는 금영과 황제, 두 사람만 남았다.유난히 밝은 달빛이 창을 넘어 방 안으로 흘러들어 황제의 몸 위에 내려앉았다.그 모습은 마치 하늘 위 신선과도 같았다.차갑고 위엄 있으며, 외로움이 깃든 모습.그러나 눈썹과 눈매에는 또 한편으로 깊은 연민이 담겨 있었다.금영이 황제의 곁에 앉는 순간.그동안 황제의 몸을 감싸고 있던 외롭고 차가운 기운은 모두 흐트러졌다.마치 바람이 구름을 흩어 내듯.결국 황제에게 남은 것은 은은한 온기뿐이었다.금영은 분명 차가운 밤길을 지나왔는데도, 어째서인지 몸에서는 유난히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황제는 금영을 바라보았다.마치 그녀의 모습을 눈 깊은 곳에 새겨 넣으려는 듯했다.금영이 조용히 설명했다.“폐하를 오래 기다리게 한 것은 오는 길에 림 소의를 만나 몇 마디 나누었기 때문이옵니다.”황제는 금영의 말을 듣고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림 소의?”금영이 말했다.“유광재에 머무는 림 소의 말이옵니다.”그제야 황제는 떠올린 듯했다.“알겠다. 림의추의 딸이구나.”금영은 입궁한 뒤, 정말 세상일에 귀를 닫고 황제와의 정만 바라보며 지낸 것은 아니었다.조정과 후궁에 있는 사람들의 내력 역시 어느 정도 알아보고 있었다.림의추는 아마 어사대에서 관직을 맡고 있을 것이다.품계는 삼품.황제가 다시 말했다.“림의추는 본래 꽤나 기개가 있는 자였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관리들의 탐오와 불법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지. 짐은 원래 그를 중용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선발 때 그가 림 소의를 보내왔을 때, 짐이 허락한 것이다.”그때는 선발을 진행하는 것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누구를 뽑는지는 황제에게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기왕이면 자신의 측근의 딸을 궁으로 들이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황제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하지만 그 후 딸을 궁에 들여보내고 나서는, 예전 같은 기개를 잃어버렸더구나.”금영은 무심코 말했다.“신첩도 전에 조부께서 이 림 어사를 말씀하시는 것
금영이 말했다.“아직 본궁에게 왜 주 소의를 위해 제사를 지냈는지 말하지 않았구나.”림 소의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주 소의와 신첩은 오랫동안 같은 곳에서 지냈사옵니다. 신첩은…… 그녀가 저승에서도 고생하고 있을 것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사옵니다.”“그녀의 부친께서는 그녀 하나뿐인 딸을 두셨는데, 재작년에 이미 세상을 떠나셨사옵니다. 이제 그녀를 위해 제사를 지내 줄 사람도 없사옵니다.”림 소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너도 참 마음을 썼구나.”“마마, 폐하께서 아직 기다리고 계시옵니다.”손복안이 조심스럽게 재촉했다.금영은 뒤를 돌아 해수를 바라보았다.“해수.”오늘 나설 때 해수는 금영을 위해 두꺼운 외투 하나를 더 챙겨 왔다.금영과 해수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만큼,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알 수 있었다.해수는 곧 몸을 돌려 뒤에 있던 내관의 손에서 물건을 가져왔다.해수가 앞으로 나아가 림 소의에게 외투를 덮어 주려던 순간.금영이 직접 그것을 받아 들었다.그리고 손을 들어 림 소의의 어깨 위에 외투를 덮어 주었다.림 소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금영을 바라보았다.“귀비마마……?”금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날이 차니, 밖으로 나올 때는 옷을 더 챙겨 입어야 한다.”말을 마친 금영은 곧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본궁의 명이다. 오늘 있었던 일은 누구도 밖에 알리지 말거라.”손탁을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대답했다.“예, 마마.”하지만 손복안은 달랐다.그는 황제의 사람이다.금영은 손복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폐하께는 본궁이 직접 설명하겠다.”손복안은 웃으며 말했다.“마마께서 너무 과분한 말씀을 하셨사옵니다. 마마께서는 마음이 어지시니, 오늘 일은 소인이 보지 못한 것으로 하겠사옵니다.”말을 마친 손복안은 림 소의를 향해 호통쳤다.“아직도 감사 인사를 올리지 않느냐! 오늘 일이 다른 사람에게 걸렸다면, 냉궁으로 내쳐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
금영은 이제 귀비의 자리에 있었다.아래 자리에 누가 오르든 그녀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어차피 누구도 자신의 자리를 넘어설 수 없었으니까.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절대로 현비와 서 황후의 앞잡이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전에 안빈과 용빈만으로도 그녀는 적지 않은 골치를 앓았다.그런 두 사람의 사람이 비의 자리에까지 오른다면 대체 어떻게 되겠는가.비록 지금 당장 끌어들일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이 후궁 안에서 현비와 서 황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영리한 두 사람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어쨌든 그녀는 이 후궁이라는 물을 반드시 흐트러뜨려야 했다.*날이 어두워진 뒤.황제는 소녕전에 오지 않고 손복안을 보내왔다.“마마, 폐하께서 달을 구경하자 하시어 소인을 보내 모셔 오라 하셨사옵니다.”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구나.”손복안은 한마디를 덧붙였다.“폐하께서 마마께 옷을 따뜻하게 더 챙겨 입으시라 하셨사옵니다. 봄 추위가 아직 매서우니 부디 차가운 바람을 맞지 말라 하셨사옵니다.”금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이 말은 확실히 황제가 할 법한 말이었다.그런데 요즘 황제는 점점 더 잔소리가 많아지는 것 같았다.제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른처럼 느껴졌다.무슨 일이든 직접 챙기고 걱정하는 사람이 된 듯했다.손복안은 앞에서 금영을 안내했고, 해수는 곁에서 금영을 부축했다.뒤로는 여러 내관들이 함께 따랐다.그렇게 걷던 중이었다.금영은 문득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해수가 깜짝 놀라 재빨리 손을 뻗어 그것을 붙잡았다.그리고 다급히 물었다.“마마, 괜찮으시옵니까?”금영은 고개를 저었다.“괜찮다.”손복안은 이미 등불을 들고 다가왔다.“무슨 일이냐?”해수가 손바닥을 펼쳤다.그 안에는 반쯤 타버린 지전 한 장이 놓여 있었다.방금 날아올 때만 해도 희미한 불빛이 남아 있었다.분명 누군가 이 근처에서 종이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손복안은 손끝으로 살짝 집어
황제는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짐은 아직 처리해야 할 상소문이 많다. 금영이가 심심하다면 먼저 소녕전으로 돌아가거라.”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신첩도 우리 염아가 보고 싶었사옵니다. 먼저 돌아가 염아를 보고 오겠사옵니다.”황제는 금영이 말한 우리 염아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그 말 하나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진 듯했고, 마치 자신이 금영의 마음속 한자리를 차지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황제가 나직하게 말했다.“가 보거라.”금영은 현청전을 나선 뒤, 웃으며 손복안과 위명에게 인사를 건넸다.그 후 해수와 손탁 등을 데리고 돌아갔다.손복안은 멀어져 가는 금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조급하지도 않고 교만하지도 않으니, 앞날이 밝겠구나.”“누가 앞날이 밝다는 것이냐?”위명이 물었다.손복안은 요즘 위명만 보면 머리가 아팠다.“나에게 말 걸지 마시오!”이 둔한 기운은 전염되는 법이었다.금영은 소녕전으로 돌아온 뒤에도 바로 아기 황자를 보러 가지 않았다.해수는 금영의 표정이 어딘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마마, 어찌 그러시옵니까?”금영이 입을 열었다.“지금 네 곳의 비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은 두 곳뿐이지만, 그 자리를 탐내는 것은 후궁의 여인들뿐만이 아니야. 궁 밖의 사람들까지 마음을 두기 시작했어.”태후가 비를 책봉하는 일을 이야기할 때 해수도 곁에 있었다.하지만 해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궁 밖이라 하시면…… 누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씀이시옵니까?”금영이 말했다.“이미 폐하께 선발을 청하는 상소문이 올라왔어.”해수의 얼굴에 곧바로 걱정이 떠올랐다.“그럼 폐하께서 받아들이셨사옵니까? 정말 선발을 진행하시는 것이옵니까?”금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직접 황제가 무엇이라 적었는지 본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붓을 움직이던 모습을 보면, 그 상소문을 물리치셨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해수는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소인은 역시 알고 있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