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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Author: 송언희
고은영은 호흡이 가빠졌다.

간호사가 말했다.

“당연하죠.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아니요. 사인하지 않을래요. 저 사인하고 싶지 않아요.”

“은영아, 사인을 해야 이분들이 더 신속하게 희주를 치료할 수 있어.”

“사인하면 희주의 생명에 위험이 있어도 이 사람들이 희주를 포기하는 거 아니야?”

고은영이 안지영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안지영도 앞으로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가족에게 이런 문서에 사인을 요구하는 건 완전히 희망이 없을 때 포기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은영이 말했다.

“아니야. 꼭 최선을 다해 구해주세요. 전 사인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 사인하지 않을 거라고요.”

이 순간 고은영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고은영은 이런 생과 사의 장면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응급실 안에 있는 고희주가 어떤 상황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량천옥은 대체 희주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지금 이런 서류까지 필요하게 된 거지?’

고은영의 감정이 많이 격해진 것을 보고 간호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안지영은 펜을 가져가 서류에 재빨리 자신의 이름을 사인했다.

이에 고은영은 놀라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영아.”

“은영아, 괜찮아. 지금은 이런 걸 고민할 때가 아니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희주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실 거야.”

간호사는 다시 수술실로 들어갔다.

고은영은 온몸에 힘이 빠져 배준우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진정훈은 고은영의 창백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손등에 핏줄이 불끈 솟아오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은 량천옥에 대한 분노로 차갑게 번뜩였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사람을 지치게 했다.

고은영은 온몸에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머릿속에는 계속 나쁜 생각들로 가득 찼다. 고은영은 차마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고은영은 입을 열었다.

“희주 아빠를 꼭 빨리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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