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현은 고은지 앞에 와 고은지의 표정을 쳐다보았다.“왜, 우리의 거래가 마음에 안 들어?”고은지는 시선을 들어서 나태현을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그럴 리가요. 괜한 생각하지 마요. 난 한 입으로 두말 안 해요.”말을 마친 고은지는 나태현이 뭐라 하기 전에 자리를 떠났다.나태현의 짜증은 끝도 없이 치밀었다....국화는 너무 많아서 천락 그룹 전체를 에워쌀 정도였다.국화를 가져온 사람들은 꽃을 놓고 조용히 떠나버렸다.이지훈과 진이훈 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꽃을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전화로 다른 사람들까지 불러서 3시간가량을 치워야만 했다.천락 그룹은 강성에서도 중심에 있었던 터라 이 소식은 인터넷에 빠르게 퍼졌다.제목은 바로 [천락 그룹의 중요 인물 사망?]이었다. 그리고 국화가 가득 쌓인 이미지도 같이 업로드되었다.네티즌들은 나태범이 사망한 게 아니냐고 떠들썩했다.나태현은 그 기사를 보고 화가 나서 바로 이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처리하도록 했다.이지훈은 놀라서 말했다.“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오늘 안지영 덕분에 할 일만 늘었다.그리고 그 시각.나태웅은 킹덤 타운에 있었다.하지만 장선명과 안지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나태현이 전화를 걸어왔다.“앞으로 그 여자 건드리지 마. 그럴 수 있겠어?”“...”나태웅의 호흡이 거칠어졌다.나태웅도 안지영을 건드리고 싶어서 건드리는 게 아니었다.“너 자꾸만 그러다가는 평생 솔로로 늙는다?”나태현은 그렇게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나태웅은 그런 나태현이 의아하게만 느껴졌다.이미 끊긴 전화를 보면서 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윽고 기사 알림을 보고 나태웅은 저도 모르게 그 기사를 클릭했다.그제야 나태현이 왜 그렇게 화를 낸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안지영을 만나지 못해 화가 나 있던 나태웅은 더욱더 화가 치밀었다.그래서 바로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안지영은 진작 나태웅을 차단했었다.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어도 똑같은 결과였다.두 사람 모두 나태웅을 차단한 것이
하여튼 진이훈은 나태웅이 미쳤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과 함께 죽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은 진이훈의 말을 듣고 온몸의 피가 식어버렸다.“찾지 못한 거야?”“네. 누군가가 흔적을 흐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못 찾게 만들려는 수단이죠!”‘그게 누구지? 장선명인가?’그럴 수도 있었다. 장선명은 안지영과 나태웅이 만나질 않기를 바라니까 말이다.그러니 흔적을 흐리는 짓까지 할지도 모른다.“...”나태웅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진이훈은 약간 걱정하면서 물었다.“이제 어떡하죠?”“끝까지 조사한다.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년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나태웅이 소리를 질렀다.“...”이게 자살 행위가 아니라면 뭐겠는가.“대표님, 안지영 씨는 지금 장선명 씨의 약혼녀입니다. 이런 방법은 옳지 않습니다!”진이훈은 결국 속마음을 꺼냈다. 진이훈도 참을 수 없었다.최근 들어 나태웅 옆에서 안지영과 장선명의 사이를 봐왔다.지금 나태웅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악역과도 같았다.“세상에 여자가 안지영 씨만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전화기 너머로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나태웅이 이를 꽉 깨물었다.“장선명의 약혼녀? 자격은 있어?”“...”자격이 없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미 약혼 관계이니 곧 결혼할지도 모른다.아무리 밉다고 해도 그건 바꿀 수 없는 일이다.나태웅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고 이내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열은 집에서 요가를 끝낸 후였다.나태웅의 전화를 본 안열이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미 저녁 아홉 시가 지났다.강성의 사람들은 나태웅이 어제 킹덤 타운에서 사고를 쳤다는 걸 잘 알았다.그런데 또 이 시간에 전화를 하다니, 뭘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장선명과 싸워서 이기지 못하니 장선명의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건가?안열은 물을 마시러 가면서 전화를 받았다.“나태웅 대표님, 또 남의 약혼녀 뺏으러 오셨나요?”“쓸데없는 소리 걷어치
“안열!”나태웅이 이를 꽉 깨물었다.“정말 몰라요. 이만 끊을게요.”말을 마친 안열은 나태웅이 뭐라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원래대로라면 이렇게 집착하는 남자가 있다는 건 안지영에게 좋은 일이었다.하지만 하주원의 일 때문에 두 사람은 엇갈리기 시작했다.그리고 오늘 국화를 보낸 일까지.미친놈이 아닐 리가 없었다.아무리 한 여자에 미친 남자라고 해도 이런 방식은...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인터넷에서는 나태범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떠돌고 있었다.나씨 가문 사람도 확인하게 되었다.집사는 그 기사를 본 후 놀라서 나태범을 보면서 말했다.“정말 어이가 없는 기사입니다. 지금 당장...”나태범은 화가 나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보도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나태범은 앞에 있는 컵을 들어 물을 마시면서 이 화를 억누르려고 했다.하지만 목소리에서는 화가 잔뜩 묻어났다.“오늘 두 사람이 서로 국화를 보냈다고?”“네. 안지영 씨가 먼저 나태웅 님께 보냈습니다.”집사가 얘기했다.“안지영이 왜 갑자기 국화를 보낸 거지?”“그건...”그건 안지영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었다.집사도 원인을 몰랐다. 나태범은 한숨을 푹 쉬고 이 일의 자초지종을 생각해 보았다.두 사람이 서로 국화를 보내는 짓을 하다니.그러다가 나태범은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려 집사를 향해 물었다.“설마 안지영이 그 꽃이 나태웅이 보낸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건가?”“그건 아닐 겁니다. 게다가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나태웅 도련님께 국화를 보내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오늘 나태범은 나태웅의 이름으로 안지영에게 꽃을 선물했다.시간을 따져보면 그 꽃을 받은 후 나태웅에게 국화를 보낸 것인데...집사와 나태범은 서로 마주 보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나태범이 얘기했다.“당장 가서 오늘 안지영한테 보낸 꽃이 뭔지 알아봐.”그 말에 집사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얼른 가서 오늘 보낸 꽃이 무슨 꽃인지 알아봤다.하
하지만 이 불효자식은 이런 상황에서도 화가 나서 싸우려고 들다니.선을 넘어버렸다.“네.”집사는 얼른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일은 나씨 가문에서 먼저 실수한 것이다. 하지만 나태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나태웅은 아주 빠르게 집사의 전화를 받았다.“도련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뭐죠?”나태웅은 여전히 킹덤 타운에 있었다. 그는 나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해 장선명과 안지영의 위치를 알아내는 중이었다.집사는 두려움에 가득 차 나태범을 돌아봤다가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오늘 안지영 씨를 오해하셨습니다. 그런 일은 하지 마셨어야 해요.”“?”‘오해라니?’안지영이 한 일을 다들 알게 된 건가? 그런데 나태웅을 꾸중하다니.나태웅은 반박하려고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태웅이 전화를 끊기 전에 집사가 얘기했다.“어르신께서 도련님의 이름으로 안지영 씨에게 흰 장미와 분홍 백합을 보내려고 했는데 꽃집에서 실수를 했습니다.”“...”실수라니. 장미를 국화로...?꽃집이 어떻게 운영되어 온 것인지 의심될 정도였다.옆에 있던 나태범은 그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머리가 아팠다.하나도 되는 일이 없었다.나태범은 짜증이 몰려와서 당장이라도 화병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그 내용을 듣던 나태웅은 차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얼마 지나 겨우 입을 열었다.“실수...?”나태웅은 집사가 한 말이 농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집사는 더욱 불안해졌다.“네. 저희의 실수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진지하게 안지영 씨를 찾아갈 필요 없습니다.”나씨 가문에서 먼저 실수한 데다가 나태웅은 또 진지하게 도발에 넘어간 상황이었다.나태웅은 눈을 감았다.“누가 꽃을 보내라고 했어요? 말했잖아요! 안지영은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좋아하지 않는 꽃을 보낼뿐더러, 그마저도 실수로 잘못 보냈다니. 이런 어이없는 일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나태범이 집사의 손에서 전화기를 빼앗았다.“좋아하지 않기는! 네가 선물해 준 적이라도 있어?”“그러면
나태범은 자기 아들이 하는 말이 모두 거짓 같았다.“들었습니까?”나태범이 대답하지 않자 나태웅이 진지하게 되물었다.“네가 잘나기만 했어도 내가 끼어들 일은 없었어!”나태범도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많이 죽은 편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태웅은 찍소리도 못할 것이다,“그럼 나태현이나 도와주세요. 그쪽이 더 필요할 것 같으니까요.”“...”나태현을 떠올린 나태범은 머리가 아팠다.나태현은 원래 진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네 형은 기신혜와 약혼하기로 결정했어.”나태범이 엄숙한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요?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되어서 다행이네요.”말을 마친 나태웅은 전화를 끊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의 태도에 표정이 굳어버렸다.원하는 대로 되어서 다행이라니.‘이놈의 자식이...’나태현의 일만 언급하지 않아도 기분이 많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태범은 지금 나태현의 일 때문에 기분이 확 상했다.집사는 나태범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다가가서 말했다.“어르신, 진정하세요.”“그 여자를 데려온 거야?”나태범이 입을 열었다.“...”집사는 나태범이 말하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잘 알았다.요즘 들어 나태현과 나태웅 때문에 집안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네.”“그 아이는?”“해외로 보냈습니다.”집사가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나태범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행동은 빠르네.”나태범은 원래 두 사람 사이를 완전히 끊어놓으려고 했다.하지만 나태현은 한발 빠르게 그 여자를 곁에 두고 아이를 해외로 보냈다.“큰 도련님은 항상 일을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었죠. 이번에는 친딸이니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친딸이라는 말에 나태범이 표정을 굳혔다.차가운 눈에는 냉정함이 실려있었다.“가서 알아봐. 아이를 어디로 보낸 건지.”“어르신!”“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그 여자를 잘 감시하게 해. 약혼 전까지 아무 일도 없어야 해.”농촌 출신인 여자가, 게다가 량천옥의 딸이라니.량천옥을 떠올리면 나태범은 증오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찾았어?”“네! 지금 비산 온천에 있습니다.”“...”비산 온천이라니.나태웅은 대략 10분 전에 알아봐 달라고 전화를 했었다.하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빨리 나왔다.진이훈의 효율이 낮아진 것일까?“방해하는 세력은 없었어?”나태웅이 차갑게 물었다.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멈칫하더니 의아해하면서 대답했다.“없었습니다. 아주 순조로웠습니다.”순조로웠다라...‘그래...’나태웅은 그제야 알아차리고 차갑게 웃었다.‘진이훈, 대가리가 많이 컸네.’전화를 끊은 나태웅은 바로 운전해서 비산 방향으로 향해 갔다.하지만 시동을 걸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지금은 시내로 돌아오는 길입니다.”“거기서 묵는 게 아니고?”“네.”돌아오는 정보까지 손쉽게 입수하다니. 진이훈이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 게 맞았다.안지영과 장선명이 밖에서 밤을 보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들은 나태웅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었다. 나태웅의 마음은 아까보다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다.하지만 진이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이훈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대표님.”“너는 내일 처리하지.”말을 마친 후 진이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의 진이훈은 나태웅의 말투를 듣고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설마 다 알게 된 걸까?’그 말인즉슨, 진이훈 외에 다른 사람에게 조사를 맡겼다는 것이다.왜 안지영의 행적에 대해 이토록 집착하는 것인지, 진이훈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이훈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면, 나태웅은 바로 두 사람이 어디에 간 것인지 몰라서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나태웅은 안지영을 새벽 열두 시까지 기다렸다.장선명과 안지영이 같은 차에서 내리는 걸 본 나태웅의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안지영은 오늘 하루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장선명과 함께 비산에 가서 온천욕을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이렇게 떠나왔으니 육범수 씨가 기분 상했겠어요.”안지영이 말
장선명은 온갖 사람들을 다 만나봤지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나태웅처럼 뻔뻔한 사람은 전혀 만나본 적이 없었다.“제가 처리할게요.”안지영이 장선명의 팔을 두드리면서 위로했다.오렌지빛 불빛 아래서, 안지영은 마치 가장 위험한 맹수를 길들인 부드러운 여자애처럼 보였다.나태웅은 그 모습을 보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나태웅은 저도 모르게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다독임에 감정을 추스르고 안지영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10분 줄게.”“그래요.”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장선명은 맹수처럼 나태웅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나태웅은 그 눈빛에 물러서지 않았다.장선명은 코웃음을 쳤다.“흥, 버러지 같은 녀석.”“...”“...”장선명이 버러지 같은 녀석으로 나태웅을 표현한다면, 안지영은 10점 만점에 12점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먼저 들어가요.”안지영이 부드럽게 얘기했다.그 태도는 나태웅을 대할 때와 180도로 달랐다.장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가서 기다릴게. 침대에서.”“당장 들어가요!”장선명은 여유롭게 얘기했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나태웅은 찌르면 터지는 복어 같았다. 하지만 장선명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나태웅은 적지 않게 화가 나 있을 것이다.나태웅이 뭐라고 하기 전에, 장선명은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어느새 안지영과 나태웅만 남았다. 나태웅은 안지영의 눈에서 깊은 증오심을 읽어냈다.“두 사람, 잤어?”나태웅은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안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나태웅이 덧붙였다.“너 지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야?”안지영은 고개를 돌려 나태웅을 쳐다보았다.장선명을 대하던 부드러운 태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안지영은 나태웅에게로 다가가더니 나태웅의 뺨을 후려쳤다.온 힘을 다해서, 손바닥이 얼얼해질 정도로 말이다.나태웅의 얼굴은 한쪽으로 꺾여졌다.그 순간 세상이 고요해지는 것만 같았다.안지영이 분에 겨워 입을 열었다.“나태웅, 당신은 쓰레
“...”미안하다고?뭐 하는 거지? 지금 사과하는 건가?나태웅이 자기 잘못을 사과하는 사람이었나?안지영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이 아는 나태웅은 자기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런 미치광이였다.“미안하다고요?”안지영은 그 단어를 곱씹으면서 웃었다.왜 사과하는 거지?‘미안해’라는 세 글자로 전에 했던 모든 일을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두 사람 사이의 일들은 구두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가볍고 간단한 ‘미안해’라는 세 글자로 덮을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이 드디어 자기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는 줄로 알았다.하지만 역시나 기대가 컸다.나태웅이 얘기했다.“오늘 그 꽃은 오해야. 처음에 국화를 보낸 건 내가 아니야.”“...”안지영은 지금 ‘국화’라는 단어도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나태웅은 계속해서 이어갔다.“내 아버지가 보낸 거야.”“...”안지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과를 하는 이유가 국화 때문이라고? 그 국화도 본인이 보낸 게 아니라 나태범이 보낸 거라고?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안지영은 애써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다.“아버지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꽃집에서 실수했을 뿐이야.”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나태웅은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려고 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말을 들으면서 귀를 닫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이렇게 와서 해명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수치와 모욕을 안겨준 다음 해명할 정도로?“왜 중요하지 않겠어? 네가 천락 그룹을 장례식장으로 만들었는데.”그러니 나태웅이 생각했을 때 이 오해는 아주 큰 오해라는 것이다.안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약간 놀랐다.나태웅의 성격이 개차반인 것은 알고 있었고 또한 국화를 보내는 일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하지만 안지영은 이 사건의 자초지종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하하...
그 미남계에 안지영은 결국 어느샌가 넘어가고 말았다.장선명은 안열한테 안지영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안열은 그제야 두 사람이 사무실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장선명은 다른 일로 바빠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안열은 디저트를 들고 오면서 안지영의 눈치를 보았다.“왜요?”“선명 도련님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잘못을 저질러놓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그건 짐승이죠!”안지영이 씩씩대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안열은 입가를 씰룩이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선명 도련님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닌데요.”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장선명이 잘못을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다.장선명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건 없었던 일로 될 테니까 말이다.“...”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아까 한 말도 거짓말이었나?’안열이 안지영 앞으로 와서 안지영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발견했다.안지영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왜 갑자기...”“도련님이 이런 방식으로 사과한 겁니까?”“네?”“격렬하네요. 이렇게 안 대표님을 입막음하다니...”“...”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아무리 둔감하다고 해도 안열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안지영은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본인의 모습을 확인했다.목에 난 키스 마크들을 본 안지영은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이...”하마터면 욕설을 뱉을 뻔할 정도였다.이 상태로 밖으로 나간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정도다.‘왜 하필 이런 집착남을 만나게 된 거지...’“좀... 과하긴 하죠?”안열은 안지영이 장선명 때문에 화가 나서 안열에게 화풀이할까 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오후 세 시가 되었는데 이제야 나오다니.두 사람이 얼마나 오랜 시간 붙어있었는지, 얼마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안지영은 단단히 화가 나서 케이크를 크게 한입 떠먹었다.안열은 장선명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안지영의 화가 덜 풀린 것인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